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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8천여 억 개발비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 시제기 제작 개시
- ▲ 8조8천여 억의 개발비가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 상부 측면 기본설계 형상. [사진제공=연합뉴스] 방사청, 상세설계 검토 완료...2021년 '시제기 1호' 출고 목표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를 국내 개발하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시제기 제작' 단계로 진입한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열린 한국형전투기 '상세설계 검토'(CDR) 회의를 통해 군 요구 조건을 설계에 모두 반영하고 시제기 제작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CDR'(Critical Design Review)은 체계 요구 및 기능 요구조건이 상세설계를 충족하는 초기 제품 규격으로 모두 반영되었는지 확인하고, 비용·일정·위험 범위 안에서 시제기 제작, 체계 통합 및 시험단계로 진행이 가능한지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방사청은 "공군을 포함한 정부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위원들이 약 390종의 기술자료를 검토해 군의 요구사항이 설계에 적절히 반영돼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주관하는 한국형전투기 체계개발 사업은 2016년 1월 개발이 시작돼 2018년 6월 기본설계가 완료됐다. 지금은 세부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상세설계가 마무리되고, 부품 제작이 진행 중이다. 사업 착수 이후 3년 9개월간 풍동시험과 주요 계통 모델의 최신화, 분야별 설계와 해석 등을 통해 지속해서 형상을 개선해왔다고 방사청은 전했다.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이제 한국형전투기 개발은 상세설계 검토 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시제기 제작 및 시험이라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개발비만 총 8조8천304억 원이 투입되는 KF-X 사업의 시제 1호기는 2021년 상반기에 출고된다. 이어 2022년 상반기 초도 비행시험을 시작해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것이 방사청의 방침이다. 다음 달 경기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ADEX'(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 실물 크기의 한국형전투기 모형이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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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8천여 억 개발비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 시제기 제작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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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44) 이웅평의 미그19기 귀순사건이 만들어낸 '불타는 용사'의 교훈
- ▲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조선인민군 공군 이웅평 상위가 지난 1983년 3월 4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과 그가 몰고온 미그 19 전투기. [사진제공=국방부] 미그기를 타고 귀순한 북한공군 고(故) 이웅평 상위 천문학적인 보상금과 명예 얻었으나 수술 부작용으로 48세에 요절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1983년 2월 25일 당시 조선인민군 공군 상위(대한민국 공군의 대위에 해당)였던 고(故)이웅평은 미그 19 전투기를 몰고 월남하였다. 로켓 사격 훈련을 위해 10시 30분 평안남도 개천비행장을 이륙한 미그19 전투기는 갑자기 편대를 이탈하여 남쪽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행로를 이탈한 미그기는 레이다망을 피하기 위해 고도 50~100m를 유지하면서 시속 920km의 전속력으로 남하, 10시 45분 황해남도 해주시 상공을 지나 연평도 상공의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었다. 미그 19 전투기가 남한영역에 들어오자 놀란 민방위 관계자는 그날 오전 10시 58분경에 "여기는 민방위본부입니다. 지금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에 공습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북한기들이 인천을 폭격하고 있습니다."라는 경보 방송을 울렸고, 일선 군부대에서도 무장을 갖추는 소동이 있었다. 당시 팀스피리트 훈련을 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방공망에 미그19 전투기가 포착되자 공군의 F-5 전투기들이 요격에 나섰다. 그러나 미그기는 날개를 흔들어 귀순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F-5기는 미그기를 유도해 11시 4분 수원 비행장에 착륙하여 귀순하였다. 미그기를 타고 귀순한 이웅평은 귀순하여 천문학적인 보상금(공산 진영의 군수품을 가지고 올 경우 장비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한 법률에 따라 MiG-19기로 무려 15억 6천만 원, 현재 가치로 대략 수백억 원 수준)도 받고, 결혼도 하고, 대령으로 진급하여 공군대학교관으로 명예까지 부족할 것 없는 선택과 삶이었는데 간이식수술 부작용으로 48세로 요절했다. ▲ 조선인민군 공군 상위 이웅평의 귀순 당시모습과 대령 진급후 공군대학 교관 시절 모습[사진제공=김희철] 타성에 젖은 매복작전으로 납득이 안되는 교통사고 발생 진지 투입시 무거운 실탄 대신 종이 카드 수령하기도 필자가 소대장을 마치고 대대 작전항공장교(교육장교로 통칭) 직책을 시작했을 때 GOP후방종심 매복작전에 투입했던 병사가 야간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도 오후 늦게 상급부대의 추가 업무사항이 하달되어 보고서 준비 때문에 야근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매복작전조에서 긴급 무전이 날라왔다. 작전중이던 병사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 앰블란스를 보내달라는 전문이었다. 대대장에게 보고를 하고 군의관과 앰블란스를 보냈다. 현장에 긴급 출동한 해당 중대장은 다행이 피해자는 어깨가 골절만 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보고를 해왔다. 사단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매복작전간 교통사고에 대해 감찰조사가 나왔다. 감찰조사 확인 결과 매복지점 산 정상에는 있는 미군의 라지트 기지로 투입하는 차량이 도로에 인접한 매복조를 발견하고 노출을 피해 차량 라이트를 소등하고 이동하다가 매복진지에서 팔을 내놓고 가면을 취하던 병사의 어깨를 치었던 것이었다. 마침 차량의 진지방향에 있던 차폭등이 꺼져 미군 운전병이 병사를 식별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차량 바퀴가 1센티만 더 들어 갔으면 머리를 치고 지나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매복진지 선정의 부적절함과 매복작전 중이던 병사들의 타성이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비상이 발령되어 진지에 투입할 때는 탄약을 휴대해야 하는데 통상 훈련시에는 실제 탄약 대신 탄약고에서 종이 카드를 수령하여 지참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는 탄약을 꺼내는 것도 복잡하지만 산 정상에 배치된 진지까지 휴대하고 이동하면 분실 및 관리에 어려움 때문이었다. 또한 병사들도 완전군장에 식량, 탄약까지 무겁게 휴대하고 1시간 넘도록 산정상 진지로 올라가야 함으로 실제 탄약보다는 종이카드를 선호했다. 말 그대로 타성과 관례에 젖어 훈련 및 작전에 임하니 매복작전간 웃지 못할 교통사고도 발생하는 실정이었다. 이웅평 월남 당시 경고방송은 "실제 상황입니다, 북한기들이 인천을 폭격" 타성과 게으름에 젖었던 '철없는 병사들' 탄약과 수류탄 더 받으려고 아우성 하지만 1983년 2월 25일 방송에서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북한기들이 인천을 폭격하고 있습니다."라고 발표하고 상급부대에서 비상이 발령되자 상황은 달라 졌다. 당시 부대는 이웅평이 미그 19 전투기를 몰고 월남한 사실이 전파되지는 않은 상태로 전쟁이 곧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병사들은 완전군장으로 진지로 투입되기 시작하자 탄약고를 관리하던 병기관이 바빠졌다. 종이카드로 탄약을 대치했던 과거 훈련시의 모습은 없어지고 각개병사들은 훈련시 무거워서 카드로 대치했던 탄약과 수류탄을 한발이라도 더 받아서 진지에 투입하려고 아우성이었다. 타성에 젖어 안일과 편리함만을 추구했던 게으르고 요령만 피우던 철없는 병사들은 찾을 수가 없었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임무를 완수할 차비에 매진하는 용사들의 불타는 전투의지만 보였다. 반드시 훈련은 실전 같이 해야 한다. 따라서 간부와 리더들의 훈련 및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군대나 사회조직에는 “나쁜 부대는 없다. 오직 나쁜 리더만 있을 뿐이다.(There are no bad troops. What is there are only bad leaders.)”라는 영어 격언이 떠오른다. 작금의 국제정세와 대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접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현명한 리더와 미그기 귀순 사건시 보여준 것처럼 불타는 전투의지의 용사들이 꼭 필요한 때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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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44) 이웅평의 미그19기 귀순사건이 만들어낸 '불타는 용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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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 “연간 5조원 정비시장 생기는데 국가 산업대책 없어” 주장
- ▲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획득제도 및 정비지원체계 혁신 세미나’에서 발표자 및 토론자들이 열띤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23일 개최된 ‘획득제도 및 정비지원체계 혁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 “민·군 융합 가능한 한국형 획득체계 필요...청와대 방산비서관 신설도” 참석자들, “국회 세미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김 의원이 보여줘”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군 정비비가 8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조만간 연간 5조원의 정비시장이 생기는데, 국가가 아무런 산업 대책도 수립하지 않아 국내 방산업체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획득제도 및 정비지원체계 혁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해 이같이 밝히면서 “국가 차원에서 정비체계를 효율화하고 산업화함으로써 국내 업체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육군협회 김영환 박사는 ‘군 정비지원체계 효율화 방안’ 제하로 발표하면서 “미국의 경우 군의 직접정비와 민간외주의 비율을 연방법 10조에 50/50으로 정해 운영하고, 독일·캐나다·일본은 창정비를 100% 민간업체에 위탁한다”면서 “중·단기적으로 야전정비능력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민간자원 활용 및 아웃소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창 효율화 방안으로 “민·군 협력을 확대하면서 단계적으로 민영화 정비체계를 구축하되, 신규도입 무기체계의 경우 국산무기체계는 제작업체에서, 해외무기체계는 국내 민간업체가 창정비를 위탁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위산업학회가 주관하고 김종대 의원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형식적인 축사, 환영사 등을 대폭 줄이고 전문가들과 김 의원이 직접 참여하며 주제발표와 토론에 집중함으로써 2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또 다른 발표자인 국방대 김경수 교수는 ‘무기체계 획득(연구개발) 절차의 혁신적 개선방안’ 제하의 발표에서 “미국의 경우 다양한 획득경로를 마련해 소요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 “선진국들은 방산업체를 국방의 파트너로 인식, 소요제기부터 업체 참여를 공식화하고 의사결정은 최대한 단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소요제기 활동에 방산업체를 포함시키고, 소요 특성에 따라 유연하고 다양한 획득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사업추진전략을 진화적으로 단계화시켜 나가는 등 획득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관 중심의 국가방위 틀을 국민의 모든 역량이 참여하는 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은 유용원 조선일보 기자가 좌장을 맡았고, 충남대 길병옥 교수와 국방안보포럼 양욱 연구위원, 합참대 최기일 박사, 국방부 하헌철 대령 등이 김종대 의원과 함께 토론자로 참여했다. 길 교수와 양 위원은 현재 군이 당면한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민·관·군·산·학·연이 힘을 모아 혁신적인 국산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소요기획부터 모두 함께 참여해 고민하고 도움을 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 박사는 ‘스마트 팩토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방산도 다품종 대량생산 시대로 전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비지원체계 실무를 관장하는 하 대령은 “국내 개발한 무기는 자체 정비가 가능하지만 해외 도입하거나 구형 장비는 외주정비조차 쉽지 않다”며 애로를 토로했다. 또 “미국이 50/50을 법에 명시한 이유는 군이 핵심 정비능력을 갖기 위한 것”이라며, “외주정비의 효율화를 추진 중인데, 안보 불안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김종대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토론자로 나서 “군에서 외주정비가 많아졌지만 대부분 해외정비 증가로 국내 방산업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비가 매년 증가해 불과 8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조만간 연간 5조원의 정비시장이 생기는데 국가가 아무런 산업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김영환 박사의 외주정비 활성화에 동의한다면서 “외주업체가 정비 산업화뿐만 아니라 부품 개발에 대한 기술 축적도 겸해 산업을 일으키는 관점이 있다”며 “국방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정비체계를 효율화하고 산업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김경수 교수의 업체가 소요단계부터 참여하자는데 적극 공감하고, “갑·을의 권력관계로 생긴 현 제도의 뿌리를 흔들어야 한다”면서 “민·군이 융합할 수 있는 한국형 획득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4000억 수준인 핵심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1조원까지 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방사청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종속돼 연구소가 아니라 관리소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 기관들이 자체 혁신은 했지만 안 바뀌는 이유는 각자 따로 보여주기식 개혁만 했기 때문”이라며 “정치가 지원하고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하려면 방산비서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세미나는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축사 릴레이도 없었고, 엄선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에 모든 시간이 집중됐으며, 행사를 주최한 김종대 의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직접 토론자로 참여해 가장 의미 있는 주장과 질의를 했다. 이를 지켜본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종대 의원이 국회 세미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생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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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 “연간 5조원 정비시장 생기는데 국가 산업대책 없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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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안보 진단](10) 국방부, 방산업체 망분리 정책 강요 대신 보안 신기술로 해법 찾아야
-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 컨벤션에서 열린 ‘2019년 전반기 방산업체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에서 ICT 인프라가 가장 발달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인식은 낮아 사이버공격을 무기화하는 일부 국가나 해커 조직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뉴스투데이는 한국의 사이버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군 차원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짚어보는 ‘사이버안보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국방부, 사이버안보 위해 방산업체 ‘물리적 망분리’ 구축 의무화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사이버안보를 위협하는 징후들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급기야 국방부 업무망이 상당기간 사이버공격에 노출된 정황이 드러났고, 대기업 방산업체들도 해킹을 당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이에 정부는 사이버안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2016년부터 ‘방산업체 망분리’를 적극 추진했다. 이와 관련된 훈령도 2016년 12월 개정되어 방산업체들은 2017년 12월 말까지 인증기관에서 CC(국제공통평가기준)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물리적 망분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기본 원칙이 정해졌다. 이에 방산업체들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투입해 물리적 망분리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일부 업체들은 망분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방산업체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 물리적 망분리를 하게 되면 업무망(내부망)과 인터넷(외부망)이 물리적으로 단절돼 망간 접근경로가 완전히 차단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내부망과 외부망 간 자료 교환이 불가능해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망분리의 보안 목적을 충족하면서도 안전한 망간 자료전송을 위해서는 ‘망연계 솔루션’을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망연계 솔루션을 구축해도 운용 방법에 따라 보안취약점은 여전히 남는다. 즉, 자료전송 절차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보안정책을 완화하거나, 보안환경이 다른 외부망으로 자료전송을 요구하는 예외 신청을 과도히 승인하는가 하면, 보안담당자들의 업무 미숙과 과오·나태 등으로 망간 자료전송이 허술해져 물리적 망분리의 목적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례도 발생한다. 대기업 계열 방산업체, 그룹 ERP와 망분리 못해 해킹에 취약 게다가 대기업 계열사인 방산업체의 경우, 그룹 계열사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서버들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에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따른다. 예를 들어 그룹 계열사 전체의 자원을 관리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서버를 물리적으로 망분리하려면, 전산실에 있는 각종 정보처리시스템 및 해당 시스템의 운영·개발·보안을 목적으로 접속하는 단말기 등 적게는 수십에서 1백여 대의 서버를 외부망과 분리해야 한다. 이렇게 망분리 구축 비용의 수십 배를 투자하여 ERP 서버를 물리적으로 분리한다는 것은 그룹 내부에서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방산 대기업들은 ERP 서버 등 방산과 민수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은 물리적 망분리를 하지 못한 상태다. 사실 상 이런 시스템들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인터넷과도 연결돼 있어서 해킹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한편, 대다수 협력업체들은 체계종합업체인 방산 대기업과 협업 시 자료 교환을 위해 인터넷 메일을 사용한다. 이러한 상용 메일의 보안취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협력업체 보안 솔루션’을 구축해 운용하는 대기업도 있다. 하지만 여러 체계종합업체들과 자료를 교환해야 하는 협력업체들은 체계종합업체별로 다른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충돌이 발생해 보안솔루션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방산업무와 민수업무를 병행하는 대기업일수록 글로벌 영업망을 유지하려면 해외지사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해외지사를 위한 별도의 전용망을 구축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인터넷 기반의 가상사설망인 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주로 사용한다. VPN은 인터넷 상에 별도의 가상 폐쇄망을 만드는 기술이지만, VPN 터널을 개통하려면 인터넷에서 인증을 받게 돼 해킹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 “물리적 망분리, 4차 산업혁명 개념과 모순돼” 보안전문가인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물리적 망분리를 하면 인터넷을 이용해 업무망에 접속할 수 없어 스마트워크(원격 근무)나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본질적으로 물리적 망분리 정책과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즉 외부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연결 및 융합이 이루어져 업무가 수행되는 초연결 시대에 업무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보안만 생각해 물리적 망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얘기다. 지금은 외부와 안전한 연결을 제공하면서 정보보호가 되는 보안 및 망분리 신기술을 을 찾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더구나 방산업체는 국가안보를 위해 무기를 만들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이윤을 창출하는 투자는 환영해도 비용의 지출은 꺼리게 마련이다. 망분리 시스템 구축은 투자가 아니라 비용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방산업체는 최소의 비용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보안요건만 충족하려고 노력한다. 향후 해킹사고가 발생해 예기치 않은 위기에 처할 수도 있지만, 경영진은 요행을 바라면서 보안에 대한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경향이 농후하다. 국방부 또한 방산업체의 보안을 강화한다며 법규나 지침을 만들지만, 정작 자신들은 신기술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낡은 규정에 얽매여 있다. 따라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보안 신기술이 나와도 기존 규정에 명시된 기술 유형이 도입을 차단하는 ‘사전 규제’로 작용한다. 결국 기업은 진짜 해법보다 비용을 적게 들여서 규제만 피하는 방법을 따르게 된다. 보안 전문가들, “방산업체 보안시스템 구축은 자율에 맡겨야” 이와 같이 방산업체들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물리적 망분리를 했지만, 망연계 시스템 운용 간 보안취약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게다가 협력업체와 자료전송을 위한 ‘협력업체 보안 솔루션’ 개발 없이 내부망을 외부망과 완전 격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방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상용 보안 신기술의 신속한 도입과 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보안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망분리 방식을 규정하지 말고, 보안이 강화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원칙만 얘기하라”고 말한다. 그들은 “방산업체가 자신들의 업무 여건과 정보통신 환경에 가장 적합한 망분리 방식과 보안기술을 스스로 찾도록 하되, 이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아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 강력히 책임을 묻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금융권에서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권도 과거에 정부 주도의 방식을 시행하다가 문제가 나타났고, 이후 관련 법규를 개정해 스스로 보안을 책임지는 풍토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방산업계에도 자리를 잡으면 업체들은 사이버보안에 실질적 관심을 갖고 투자하게 되고, 그런 노력이 지속될 때 사이버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보안 산업도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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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안보 진단](10) 국방부, 방산업체 망분리 정책 강요 대신 보안 신기술로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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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 “전시 한반도 작전지역 내 지휘권은 기본적으로 연합사령관이 갖는 것”
- ▲ 19일 오후 '뉴스투데이'를 방문하여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 [사진=이원갑 기자] 류제승 전 실장, 에이브람스 ‘지휘권 논란’ 심층 인터뷰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8월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의 최초운용능력(IOC)을 검증하는 한미연합연습이 있었다. 이 연습에서 한국군 최병혁 대장이 사령관을, 미국군 로버트 에이브람스 대장이 부사령관을 각각 맡아 한반도 전구작전을 지도했다. 그런데 연습 과정에서 유엔군사령관(이하 유엔사령관)과 미래 연합군사령관(이하 연합사령관)의 역할과 지위에 관해 갈등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군사 전문가로 손꼽히는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중장)과 지난 19일 인터뷰를 가졌다. 류 전 실장은 육군 준장 때 연합군사령부(이하 연합사) 및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 기획참모부 차장으로서 한미연합 작전계획 수립 및 발전, 정전체제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소장 때에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남북 위기관리와 남북 장성급 회담 업무를 담당하며 유엔사와의 협조체제를 유지했던 경험이 있다. 류 전 실장은 앞으로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측은 한반도 정전체제와 한반도 전구작전수행체제에서 유엔사령관과 연합사령관의 역할 분담과 협조 및 지원관계를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전시에 연합작전 수행을 지원하는 역할” Q. 최근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미국의 유엔사 역할 강화 움직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유엔사는 평시에 한반도 정전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고, 전시에는 외교경로로 유엔사와 유엔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병력과 물자를 확보하여 연합작전의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유엔사의 ‘재활성화’라는 표현은 유엔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미국 측은 그동안 정전체제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직을 운영했지만, 앞으로 유엔사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참모조직을 보강하고 미래 연합사와의 상호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Q.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대장이 미래 연합사를 지휘하게 된다. 이 경우 부사령관인 미군 대장이 유엔사령관을 겸직하기 때문에 지휘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 본래 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은 서로 협조·지원하는 관계다. 상하관계가 아니다. 전쟁 시 그리고 전쟁 이전의 전시전환과정에서 연합사는 한반도 작전지역 내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조직이다. 유엔사는 앞서 설명했듯이 유엔사 예하의 한국전쟁 참전 16개국과 198개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전력을 제공 받아 작전을 지원한다. 특히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즉 정전체제의 위기관리 단계이자 전쟁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유엔사와 연합사는 다양한 임무와 과업, 다양한 상황의 요구에 따라 주도적 역할과 지위에 놓이기도 하고 지원적 역할과 지위에 놓이기도 한다. “유엔사령관과 연합사령관은 임무에 따라 지휘 책임 가져” Q. 유엔사와 연합사의 지휘책임과 상호관계를 구체적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가? A. 첫째, 유엔사령관은 유엔사 회원국과 유엔 회원국들과 협조한 후 이들 국가가 제공하는 병력과 물자들을 한반도의 항만과 공항에 안전하게 도착시키고, 이어서 이 병력과 물자들을 수용- 대기–전방 이동–통합(RSOI: Reception-Staging-Onward Movement-Integration)의 단계까지 지휘 책임을 갖는다. 연합사령관은 병력과 물자가 작전부대에 통합된 후부터 이들에 대한 지휘 책임을 갖는다. 둘째, SCM(양국 국방장관 협의체)과 MCM(양국 합참의장 협의체)에서 전략지시 또는 작전지침 형태로 부여된 임무와 과업, 상황의 요구에 따라 연합사령관이 주도(supported)하고 유엔사령관이 지원(supporting)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유엔사령관이 주도하고 연합사령관이 지원할 경우도 생기게 된다. 특히 연합사령관은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과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들이 적시에 제공되도록 유엔사령관에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한국군 대장은 주도적 지위, 미군 대장은 지원적 지위를 갖는다. 즉 각자의 임무에 따라 주도와 지원의 역할 분담은 필수불가결하다. “유엔사령관, 유엔 회원국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선 배치 지휘” Q. 어떤 상황에서 유엔사령관이 주도하고 연합사령관이 지원할 경우가 생기는가? A. 한반도에서 북한의 전쟁 위협에 따른 위기가 발생하면 전쟁 억제 노력과 전쟁 준비 활동을 병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한미 연합방위체제 하에서 방어준비태세, 즉 DEFCON(Defense Readiness Condition)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는 데프콘4 상태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데프콘3 ⇨ 데프콘2 ⇨ 데프콘1 순으로 격상된다. 그러나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면 역으로 데프콘1 ⇨ 데프콘2 ⇨ 데프콘3 순으로 격하되면서 평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정전체제 유지의 책임을 맡고 있는 유엔사령관의 주도적 역할이 선택적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그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왜 ‘선택적’이냐 하면, 연합사령관은 전쟁 준비를 위한 조치들을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전쟁 준비 활동은 전쟁 발발 시 승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적에게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 궁극에 전쟁을 억제하는데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이 때 전쟁 준비 활동과 관련해 유엔 회원국이 제공하는 증원전력을 해당국에서 한국으로 이동시켜 한반도 내에서 전선을 지키는 부대와 통합하는 과정에 유엔사령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또 전쟁 억제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조하는 과정에도 미군 대장의 주도적 지위는 요구된다. “한·미군 교범은 주도·지원 관계를 ‘느슨한 지휘관계’로 규정” Q. 이와 같은 지휘관계 설정이 한·미간에 합의된 사항인가? A. 지난해 11월 한·미 국방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이 지침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을 계승해 한반도 무력분쟁 방지, 동북아 평화·안정 증진, 세계평화에 기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지침에서 양국 국방부는 유엔사를 유지·지원하고, 유엔사와 한국 합참·연합사·주한미군사의 상호관계 발전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군과 미국군 교범은 공통적으로 가장 느슨한 지휘관계로서 ‘주도(supported)와 지원관계(supporting)’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군 교범은 지휘관계의 유형을 전쟁지휘, 전투지휘, 작전통제, 전술통제, 주도 및 지원관계 등으로 분류하고, 한국군 교범은 작전지휘, 작전통제, 전술통제, 주도 및 지원관계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Q. 유엔사 참모부의 편성은 어떻게 강화되는가? A. 현재는 연합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하고 있고 참모들도 양개 사령부 직책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유엔사 측은 앞으로 유엔사 요원은 유엔사 업무에만 전념토록 인원 편성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미군이 맡던 유엔사 부사령관을 작년 7월부터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중장이 맡았고, 금년 7월부터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소장이 맡고 있다. 그리고 참모장은 마크 질레트 미국 육군소장이 다른 직책 겸직 없이 맡고 있다. 전체 참모부 편성에서도 한국, 미국, 회원국 군인들을 적정 비율로 편성하면서 제3국의 비중을 과반수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국적 사령부의 성격을 강화시킨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유엔사의 역할 강화 등 ‘용미(用美)’의 지혜 발휘해야” Q.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한·미 동맹을 살리려다 남북관계가 망가진 상황”이라며 “남북관계에 가장 큰 장애물은 유엔사”라고 했는데... A. 한미동맹관계를 남북관계의 종속변수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 진실은 다르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행동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남북관계 발전이 답보상태인 것이다. 국가안보의 문제는 '대중 영합적 민족주의(Populist Nationalism)'로 접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유엔사는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켰고, 전후 한반도 정전체제의 ‘불안정한 평화’를 관리하는데 기여했다. 유엔사는 우리의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발전, 자유민주주의 정착에 밑거름이 되었다. 유엔사는 한·미 동맹의 탁월한 안보기제로 기능하고 있다. 유엔사가 다국적 기구의 성격을 강하게 띠면 띨수록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동북아 지역의 전략균형을 유지하는데 더욱 더 효과적이다. 우리 힘만으로는 버거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강압 외교’와 주변국 관계도 미국과 합심해야 효과적이다. Q. 우리 정부와 군에 꼭 하고 싶은 마무리 말씀은? A. 우리 정부와 군이 대한민국 안보의 ‘정체성’을 오롯이 세우고 ‘용미(用美)’의 지혜를 발휘하여 유엔사의 재활성화, 즉 유엔사의 역할 강화를 위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하기를 바란다. ※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중장)은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국방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육군교육사령관, 제8군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제11기계화보병사단장, 연합사 기획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차장, 합참 군사전략과장 등을 역임했고, 독일 보쿰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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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 “전시 한반도 작전지역 내 지휘권은 기본적으로 연합사령관이 갖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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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안보 진단](9) 국제협력의 핵심은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과 한·미 협력
- ▲ 지난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방차관급 다자안보 협의체인 '2019 서울안보대화(SDD)'에서 '사이버워킹그룹' 회의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에서 ICT 인프라가 가장 발달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인식은 낮아 사이버공격을 무기화하는 일부 국가나 해커 조직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뉴스투데이는 한국의 사이버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군 차원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짚어보는 ‘사이버안보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와 사이버 워킹그룹으론 국제협력 성과 미약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정부는 지난 4월 발간한 ‘국가사이버안보전략’에서 6가지 전략과제 중 하나로 ‘사이버안보 국제협력 선도’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 과제를 위해 국제적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실질적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양·다자 간 협력체계 내실화’와 국제규범 형성을 주도하는 ‘국제협력 리더십 확보’를 추진방안으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제3차 사이버스페이스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2011년 영국에서 시작된 사이버스페이스 총회는 사이버 분야와 관련된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국제회의다. 회원국이란 틀이 없이 정부기관, 국제기구, 시민단체, 기업,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데 의미를 두며, 한국은 핵심적 참여자에 속한다. 지난 4일 열린 ‘서울안보대화(SDD)’의 첫 행사는 ‘사이버 워킹그룹’ 회의였다. 2014년부터 한국 주도로 시작된 사이버 워킹그룹은 사이버안보에 특화된 전문가 대화체로 사이버 현안에 대한 의견과 경험을 공유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다자 대화의 장이다. 올해로 6회를 맞는 이 회의에 20여 개국 140여 명의 국방관료와 민간 전문가가 참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이버스페이스 총회나 SDD의 사이버 워킹그룹 모두 대화의 장 마련에 의미가 있다. 즉 대다수 논의가 의견교환 수준에 머물러 국제규범을 만들고 함께 대처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는 도출되기 어렵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인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국제협력 리더십 확보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이버범죄 규정한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해야 국제협력 성과 나와 이와 관련해 우선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필요성이 거론된다. 이 협약은 인터넷을 이용한 모든 범죄행위를 상세히 규정하고 처벌하도록 한 최초의 국제협약이다. 2001년 열린 부다페스트 회의에서 출발된 사이버범죄 협약이어서 ‘부다페스트 협약’으로 불린다. 2004년부터 공식 발효됐고, 현재 전 세계 50여 개국이 가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여기에 가입하면 가입된 국가들끼리 각국에서 겪고 있는 사이버범죄에 대해 핫라인이 설치돼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협약 가입 여부를 논의해 왔으나 부처 간 의견이 달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올해 1월 외교부 당국자가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우리나라가 ‘국가사이버안보전략’에서 제시한대로 국제규범 형성을 주도해 국제협력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우선 사이버범죄를 다루는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손영동 한양대 교수도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하는 것이 사이버안보를 위한 국제협력의 시작이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처럼 미국과 사이버안보 위한 양자 간 실질적 협력 추진 절실 한편, 2015년 4월 미국과 일본은 미·일 방위협력을 위한 지침, 일명 ‘가이드라인 2015’를 함께 발표했다. 아·태 지역 안보에 대한 공동의 목표와 대응방식을 담은 이 가이드라인에서 양국은 상호 협력의 범위를 우주 및 사이버공간까지 확장시켰다. 사실 미국은 사이버방어를 위한 국제규범 확립을 서두르면서 그동안 일본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왔다. 2015년 6월 “미국이 이른바 ‘사이버 우산’을 일본까지 연장해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미·일 안보 당국이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당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미국과 공동성명에서 “사회기반시설 뿐만 아니라 일본 자위대와 미군 시설에 대한 다양한 사이버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공조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 정책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사이버 우산이란 용어는 언론이 임의로 사용했을 것”이라면서 “그런 표현은 ‘핵’처럼 자국의 능력이 없어 전적으로 타국에 의존할 때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미국과 사이버 분야 협력을 논의해 왔고, 한·미 사이버정책위원회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실질적 협력은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국가사이버안보전략’에서 제시한 양·다자 간 협력체계 내실화 차원에서 “일본처럼 미국과 사이버안보를 위한 실질적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영동 교수도 “사이버공간의 길은 인터넷이다. 미국이 인터넷을 만들었고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므로 미국과 협력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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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안보 진단](9) 국제협력의 핵심은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과 한·미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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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전쟁이야기](10) 남부군 이현상과 백골병단 채명신의 유격전
- ▲ 이현상의 ‘남부군’ 영화 포스터와 백골병단 채명신 장군의 자서전과 ‘HID36지구대’ 김동석 대령과 딸 가수 진미령 모습. [사진=김희철] 6.25남침전쟁시 후방지역에서도 피비린내 나는 치열한 유격전 전개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6.25남침전쟁시 피아가 치열하게 교전한 전선 뿐만 아니라 후방지역에서도 피비린내 나는 혈전이 치루어 졌다. 유격전으로 유명한 부대는 북한군의 경우, 영화화된 이현상의 '남부군(남조선 인민 유격대)’이고 우리는 채명신장군의 ‘백골병단’있었다. 또한 서해쪽에서는 1950년 12월 故 김종벽대위가 창설한 ‘구월산 유격대’로 황해도 지역에서 유격전을 전개하다가 백령도로 철수하여 1954년까지 활동한 ‘동키부대’가 있었다. 동해쪽에서도 물쥐대장이라 불리면서 인민군 17사단장까지 생포해 전향시키며 1954년 2월까지 정보활동 및 유격전 활동을 한 김동석 대령의 ‘HID36지구대’도 있다 . 처절했던 이현상의 '남부군(남조선 인민 유격대)’ 활동 이현상은 실존인물로 빨치산들 사이에서 영웅적인 존재로 알려진 사람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남부군"이 소설과 영화로 소개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해방이후 남로당의 무장투쟁 전술에 의해 남한지역에서 활동하던 빨치산들은 인민군의 후퇴에 따라 산악지대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당의 지휘를 받아가면 무장투쟁을 벌였다. 1949년 하반기에 인민유격대 2병단을 편성하여 무장투쟁을 벌여오던 이현상 부대는 인민군의 남진과 함께 광범한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다. 이현상 부대는 유엔군의 9.15 총반격으로 지리산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북상하여 ‘50년 11월 중순 강원도 세포군 후평리에 도착하였다.당시 후평리에서 인민군과 유격대를 편성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이승엽(박헌영의 오른팔로 휴전후 7일만인 8월5일 평양에서 내란음모 혐의로 총살됨)은 이현상, 여운철 등과 함께 남한지역의 당사업과 무장투쟁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여운철에게는 6개도당의 지도권이 위임되었고, 이현상에게는 유격대의 통일적 지휘권이 부여되었다. 이승엽은 후평리에 모인 유격대와 인민군 후퇴시 잔류한 군인, 민간인들로 구성된 유격대에 '남조선 인민 유격대'(통칭 남부군)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이현상의 지휘 아래 남하한 인민유격대는 승리사단 인민여단 혁명지대와 그 직속부대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50년 12월 태백산맥을 타고 충북 단양지구로 내려와 문경경찰서를 습격하였다. 유엔의 공격을 받고 제천지구로 이동했다가 51년 2월 초 속리산까지 내려와 활동하다가 덕유산을 들어갔다. 덕유산에 들어간 이현상은 여운철과 함께 51년 5월 중순 송치골에서 6개도당회의를 열어 병단을 통합하여 사단제로 개편하고 군사적 유일체제를 보장하기 위해 지리산에 통일적인 지휘 본부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6개도당회의 이후 남한의 유격투쟁은 이현상이 총지휘하였다. 대표적인 빨치산이었던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은 비밀아지트(비트)였던 지리산 빗점골에서 1953년 9월18일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이것은 우리쪽의 공식 기록이지만 그가 자살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그는 1925년 박헌영 밑에서 김삼룡 등과 함께 조선공산당 결성에 참여한 남로당의 거물급 인사였으며 한국전쟁 동안 지리산을 무대로 각종 빨지산 유격활동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같은 남부군 빨치산은 인민군 퇴각이 있던 1950년 10월중에는 2만5천명(38선 이남 1만명, 이북에 1만5천명)으로 늘어났다. 빨치산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국군도 더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후방지역 작전을 전담할 제3군단을 창설, ‘50년 10월 중순부터 강원도와 영남 지역, 호남 지역에서 조직적인 빨치산 소탕작전을 전개했다. 3개사단, 4만명의 인원을 동원한 것이다. 이듬해인 ’51년 1월 20일 당시 창궐한 전염병으로 남부군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도당위원장 박종근은 ’51년 5월3일자로 부수상 허가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동안 제3 유격지대(일월산.보현산 일대) 편성을 위해 노력했으나 빨치산 당일꾼들이 대부분 전염병을 앓고 있다"며 1,000명의 인력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이 휴전되자 남부군 빨치산들의 최후가 다가왔다. ‘56년까지 토벌대와 빨치산 간의 전선없는 전쟁이 계속됐지만 북측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빨치산으로서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1956년 7월13일 전북 정읍에서 빨치산 1명 사살, 2명 생포. 이로써 이현상의 남부군 빨치산은 정부 공식 기록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국방군사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국군이 전쟁기간중 3개 사단을 빼돌렸을 만큼 남부군 빨치산의 무장 투쟁은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었다"며 "휴전 이후 남로당계의 숙청으로 남부군 빨치산에 대한 북측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그들의 무장 투쟁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제2 병사묘역에 있는 백골병단 영웅 고(故) 채명신 장군의 묘비와 인제군의 전적비 [사진제공=김희철] 북한군을 혼란에 빠뜨렸던 채명신의 ‘백골병단’ 활동 2013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제2 병사묘역에서 베트남전의 영웅 고(故) 채명신 장군의 삼우제가 치러졌다. 그는 25일 별세하면서 ‘장성묘역 대신 병사묘역에 묻히기 원한다’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후, 남침 했던 인민군 패잔병들을 북한 전선사령관 김책의 명령으로 유격부대로 개편하자, 유엔군사령부는 이들에 대응하기 위한 유격전을 감행하기에는 피부, 언어, 지형 등을 이유로 유격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고충을 육군 수뇌부에 전달했다. 육군본부 정보국은 육군보충대에 대기중인 장정 중에서 유격 특수전을 수행할만한 신체 건강하고 사상이 확고한 결사대원을 징병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때, 육군본부 정보국은 육군 보충대에 수용중인 의용경찰관, 철도경찰, 대학생과 고등학교 학생, 현역 군인으로 낙오된 병사 등에서 충원하기로 했다. 이들 의용경찰 등 모두를 대구 소재 육군보충대에 입소시킨 병력자원은 6,000여명 중에 1차로 710명, 2차로 300여명을 특수작전을 수행할 결사대 요원으로 선발하여 육군정보학교에 입교시켜, 유격 특수전을 위한 ‘무장첩보 및 유격전에 필요한 교육’을 1951년 1월 25일까지 3주간의 실시하고, 각각 작전명령에 따라 적후방에 침투시켜, 적의 게릴라화 된 부대에 대응한 특수부대로 활용하기로 하였다. 채명신 장군의 '백골병단'이란 참전장병 모두가 백골이 되겠다는 기개를 과시하고 적에게 무시무시한 부대로 인식되게 함과 동시에, 병력의 수를 군단급 보다 큰 집단군급으로 과장하기 위하여 병단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완벽할 만큼 북한군 행색으로 위장하여 제1진 363명이란 병력을 현역 육군중령의 직접 진두지휘하에 적진 후방지역으로 침투한 것은 건국이래 최초의 작전이었다. 백골병단은 ‘결사 제11연대’인 제1진 363명을 1951년 1월 30일 육군중령 채명신이 직접 지휘하여,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에서 육군 수뇌부의 격려를 받으며, 국군 제7사단 전방 지휘소에서 평창 정선 방면의 적진 후방으로 침투하였다. 2월 7일에는 제2진 ‘결사 제12연대’ 330명이 강원도 명주군 강동면 강동지서앞까지 도착하자 육해공군 총참모장 육군소장 정일권, 지역 제1군단장 김백일 장군, 지역 작전부대인 수도사단장 송효찬 준장, 주한 미 군사 정보수석 고문관 미육군중령 하우스만, 한국 육군본부 정보국 3과장 등이 출진 장도를 격려하는 사열과 선서·훈시 그리고 보급수령후 강릉 구정방면으로 출동하였다. 제3진으로 출동한 ‘결사 제13연대’ 124명은 부산항에서 미해군 수송함(L.S.T)에 승선하여 동해 묵호항에서 하선, 명주군 성산면 대관령 경유, 횡계 방면으로 이동, 월정사 방면으로 침투하여 2월 20일 삼산리에 도착함으로써 3개부대가 합류·통합되었다. 1월 30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에서 적후방으로 침투작전을 개시한 ‘결사 제11연대’는 2월10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에서 적 3군단 예하 병력 34명을 생포하고, 비상식량을 보충함을 시작으로 2월27일 작전참모 전인식 대위 지휘하에 3개소대(대원 9명과 장교 1명)를 구룡령 차단작전에 투입하여 작전중, 인민군 69여단 정치군관 대위 외 중위, 특무장, 전사 등 4인을 생포하여, 69여단의 전투상보와 기타 주요 기밀사항을 적 3군단에 보고하려던 1급 기밀문서를 압수·노획하여 이를 강두성, 장인홍 보좌관 외 2인으로 하여금 아군 수도사단에 신속히 전달하여 적을 괴멸에 이르게 하였다. 특히 3월 18일 인제군 인제면 가리산리 필례 마을일대에서 조선노동당 제2 비서 겸 북한군 대남유격부대 총사령관 인민군 중장 길원팔과 빨치산 제5지대 참모장 인민군 대좌 강칠성 등 참모진 13명 전원을 생포 및 사살했다. ‘백골병단’을 지휘하던 채 장군(당시 중령)은 그곳을 지키던 북한군들에게 평안도 말씨로 “중앙당에서 나왔다. 조사할 게 있으니 협조해달라”고 말해 안심시킨 뒤 이어 세포위원장 집에 숨어있던 길원팔을 붙잡았다. 그에게선 김일성 직인이 찍힌 작전훈령과 전선 사령관들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 등 특급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이때 길원팔과 채명신장군의 일화가 있어 소개한다. 채 장군은 방에서 길원팔과 단둘이 마주 보고 심문에 들어갔다. 채 장군의 질문에 침묵을 지키던 길원팔은 “네 놈은 누구냐”고 되물었는데 “대한민국 국군 유격대 사령관 채명신”이라고 답하자 “그 썩어빠진 이승만 괴뢰도당 중 이곳까지 침투할 놈은 없다. 반란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채 장군은 자서전에서 “길원팔은 조금도 당황하거나 불안한 기색 없이 침착하고 당당했다. 그는 확실히 거물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채 장군은 “당신 같은 사람은 나와 함께 남쪽으로 가면 영웅 대접을 받을 것”이라며 전향을 권유했다. 그러자 길원팔은 “썩어빠진 땅에 왜 가느냐”며 일축했다. 이어 “부탁이 있다. 김일성 동지에게 선물받은 내 총으로 죽고 싶다” 고 말하면서 “전쟁 중 부모 잃은 고아 소년을 아들처럼 키워왔는데 저기 밖에 있으니 그 소년을 남조선에 데려가 공부시켜달라”고 부탁을 추가했다.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채 장군은 길원팔의 총에 실탄을 한 발 넣어 건네주고 몸을 돌 려 방을 나왔다. 잠시 후 총소리가 났고 길원팔은 책상에 머리를 숙인 채 숨졌다. 채 장군은 양지바른 곳에 길원팔을 묻고 ‘길원팔지묘(吉元八之墓)’란 묘비를 세운 뒤 부하들과 함께 경례했다. 채 장군은 자서전에서 “적장이었지만 그는 충분히 경례를 받을 만한 장군이었다”고 적었다. 훗날 남쪽으로 복귀 후 채 장군은 그 소년을 동생으로 호적에 입적시키며 이름도 새로 지어주고 총각 처지에 그를 손수 돌봤다. 소년은 채 장군의 보살핌에 힘입어 서울대에 들어가 서울대 대학원에서 이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 유명 대학에서 교수를 지냈다. 두 사람은 채 장군이 숨질 때까지 우애 깊은 형제로 지내왔다고 한다. 특히 참군인이자 남자 중 남자인 채 장군은 북한군 고위 간부가 데리고 있던 고아 소년을 입적시킨 사실이 문제가 돼, 군 생활이나 진급에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백골병단은 적생포 309명, 사살 174명, 권총 9정, 다발총 17정, 장총 178정, 계 204정의 무기를 노획하고, 군관증 11, 노동당 당원증 40여매, 인민위원회 조직표 5점, 694 무전기 1대와 통신 암호문, 김일성의 직접지령문 등을 노획함으로써 적의 전의 상실과 후방지역의 혼란을 조성케 하여 상대적으로 아군작전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장비·보급으로 미루어 14일 이전까지 작전을 끝내고 귀환해야 했으나 그들에게 부여된 작전명령은 보급의 현지조달을 통해, 계속 작전하게 하였으므로 생존성의 보장은 받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백골병단은 14일분의 비상식량으로 60여 일간의 전투를 감행하고 1951년 3월 24~25일 사이에 굶고 허기진 동·아사자 120여 명의 비전투 손실도 발생하게 되었다. 종합해보면 백골병단으로 통합된 총병력 647명중 희생 364명(56.3%), 귀환·개선 장병 283명(43.7%)으로 파악되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남북간의 유격전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한 6.25남침전쟁은 같은 민족간에 서로 피를 흘리며 싸운 쓰라린 민족의 비극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전쟁은 남북한 양측에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가져다주었다. 남한에서 이 전쟁으로 인해 군인들은 13만 5천명이 전사하고 44만 3천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00만 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사망, 학살, 부상, 납치, 행방불명 등으로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 또한 8,333명의 군인들이 북한에서 포로가 되어 갖은 고생을 하다가 포로교환 시에 생환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지만 최근에 공개된 소련 측의 자료에 의하면 포로교환이 끝난 1953년 말에도 약 4만 명 이상의 포로를 북한에 억류하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행한 조사에 따르면 남한이 입은 물질적 피해의 총 규모는 당시 금액으로 4,123억 원에 달한다. 북한 역시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수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북한은 그들의 군대가 이 전쟁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에 입수된 구 소련의 자료에 입각한다면 최소 약 38만 명의 북한 군인이 전장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계산해낼 수 있다. 부상자에 관한 자료는 없지만 이 보다 훨씬 많은 군인들이 부상을 당했음에 틀림없다. 또한 75,823명의 북한 군인이 UN측에 포로가 되었다가 포로교환에 의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민간인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구 소련의 자료에 의한다면 80만 명이 남한으로 넘어왔고, 28만 명이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북한의 재산피해는 4,201억원에 달한다. 전쟁으로 남북간에 흩어져 고통받고 있는 이산가족이 2천만 명에 다다른다. 하지만 지금도 북한은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군사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제 2의 6.25남침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긴장해서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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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시대
- 군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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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전쟁이야기](10) 남부군 이현상과 백골병단 채명신의 유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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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분석] 미군 전·현직 4성 장군들 트럼프가 흔드는 한·미 동맹 구하기
- ▲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 미 외교협회(CFR) 행사에서 자신의 저서 '콜사인 카오스'(CALL SIGN CHAOS)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미 동맹의 안보적 중요성 강조하며 트럼프의 ‘상업 논리’ 와 대립각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최근 미군 전·현직 4성 장군들이 세계 안보 관점의 양국 동맹보다 경제적 관점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을 우대하고 일본과 대립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 인해 균열 조짐을 보이는 한·미 동맹을 구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한국 측 분담금을 서너 배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동맹의 동북아 안보 기여도에는 관심이 없고 ‘수지 타산’만 강조하는 셈이다. 미국의 4성 장군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상업 논리’가 한·미 동맹 균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해병대 대장 출신 매티스 전 국방, 트럼프 겨냥해 “동맹 없는 나라 쇠퇴” 해병대 대장 출신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최근 자신의 회고록 ‘콜사인 카오스’를 출간했다. 그는 지난 3일 미국외교협회(CFR) 대담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은 동맹”이라며 “미국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선 동맹국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회고록에서 한국을 언급하며 “우리의 대규모 병력 주둔과 꾸준한 외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독재국에서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지켜줬다”고 썼다. 또 “역사를 통틀어 동맹이 있는 나라는 번영하고 동맹이 없는 나라는 쇠퇴한다”면서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해군 대장 출신 해리스 주한 미 대사, “한·미 동맹은 지역 안보의 주춧돌” 해군 대장 출신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또한 지난 4일 몰디브에서 열린 ‘2019 인도양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토대이자 이 지역 안보와 안정성을 위한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광복절 축하 메시지에서 린치핀(linchpin)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미 정부는 통상 미·일 동맹을 ‘코너스톤’으로 표현했고, 한·미 동맹은 ‘린치핀’(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이란 용어를 써왔다. 그런데 이번에 해리스 대사가 처음으로 일본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 한·미 동맹이 대등하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판문점 회동도 언급하면서 “그 순간은 한·미 동맹의 강력함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해리스 대사는 민감한 시기에 예정됐던 강연과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잇따른 실망과 우려 표명에 우리 외교부가 불러서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한 직후였다. 이런 행보로 향후 한·미 동맹을 우려하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이번 연설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그가 동맹 강화에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육군 대장 출신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 “한·미 간 소통 원활했다” 강조 육군 대장 출신의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달 30일 청와대가 미군기지 조기 반환 계획을 발표하자, 곧바로 지난 2일 “재직 중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을 기존 계획보다 빨리 추진해 주한미군과 유엔사, 미 2사단 사령부의 평택 이전을 완료했다”면서 “용산 기지도 잔류를 합의한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올해 말까지 이전하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용산 기지의 이전 시기는 연합사 본부가 새 장소로 이전·정착하는 문제와 연계돼 한국의 결정에 달려있다”면서 “주요 결정이 한국에 달린 상황에서 (한국 측에서)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나온 점이 놀랍다”고 덧붙여 주한미군 때문에 기지 반환이 늦어지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를 방지하고 그동안 한·미 간에 소통이 원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육군 대장 에이브람스 연합사령관, SDD 행사 참석해 ‘한·미 균열’ 불식 현역 육군 대장인 에이브람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5일 ‘서울안보대화(SDD)’ 개회식에 미국 측을 대표해 처음으로 참석한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SDD 행사에는 통상 미 차관보급 인사가 참석해 왔고, 올해는 슈라이버 인도·태평양안보담당 차관보의 참석을 요청했으나 일정상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답이 왔다. 게다가 해리스 대사도 이미 인도양 컨퍼런스 참석이 계획돼 있었다. 슈라이버는 지난달 28일 위싱턴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에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을 거듭 촉구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SDD 불참으로 인해 다시 한·미 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되자,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대신 참석한 전례가 있음에도 에이브람스 대장은 자신이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같이 미군의 전·현직 4성 장군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한·미 동맹과 관련된 사안에 대처하면서 현직 미국 대통령의 한·미 안보동맹 인식과 온도차를 보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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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안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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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분석] 미군 전·현직 4성 장군들 트럼프가 흔드는 한·미 동맹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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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도한 보안 관련 권고안 4건 국제표준 사전 채택
- ▲ 이번 ‘ITU-T SG17’ 국제회의에서 보안 관련 권고안 4건 사전 채택을 이끌어낸 국립전파연구원.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ITU-T SG17’ 회의에서 결정...지능형자동차 보안, 양자암호통신 등 ‘분산원장 기술’ 관련 신규 표준화 과제 4건도 제안해 통과시켜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은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T SG17’ 국제회의에서 한국 주도로 개발한 지능형자동차 보안, 양자암호통신, 스마트그리드 권고안 등 4건이 국제표준으로 사전 채택됐다고 6일 밝혔다. ITU-T(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는 전화·인터넷 등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정보보호 등 관련 정보통신기술 및 활용, 요금 정산 등 분야의 국제표준 권고를 제정하는 정부 간 국제기구다. SG(Study Group)17은 보안 관련 ITU-T 권고 표준의 제·개정 활동을 수행하는 연구그룹을 말한다. 첫 번째 권고안인 'V2X 통신 환경 보안 가이드라인'(X.1372) 국제표준은 자율주행자동차 서비스에 가장 기본이 되는 차량 통신에 대한 보안기술을 정의하는데, V2X 통신은 차량과 차량, 차량과 교통인프라, 차량과 모바일기기, 차량과 보행자 간의 통신을 의미한다. 본 표준은 2014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주도로 개발됐다. 각 통신 간 보안 위협, 보안 요구사항 및 이용사례를 정의하고 있어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산업체의 제품 개발, 중복투자 방지 및 자동차 안전성 확보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두 번째 권고안인 '커넥티드 카 보안 위협 정의'(X.1371) 국제표준은 지능형 자동차 보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용사례를 정의하고, 각 사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을 식별하고 정의한다. 본 표준은 지능형 자동차 보안을 위한 외부 해킹, 백엔드 서버, 통신 채널, 업데이트 절차 등을 고려한 보안 위협을 식별 및 정의하고 있어 향후 국내 차량 보안 연구에 활용돼 기술적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권고안인 '양자 잡음 난수생성기 구조'(X.1702) 국제표준은 세계 최초로 보안 관점에서 양자 기술을 적용한 난수 생성 방법을 정의한다. 본 표준은 2018년부터 SKT 주도로 개발됐으며, 예측이 불가능하고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생성하는 양자 기술로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최첨단 서비스의 보안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 번째 권고안인 '스마트 미터링 서비스 보안 가이드라인'(X.1332) 국제표준은 스마트그리드 환경에서 사용자의 스마트 미터(스마트 계량기)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보안 대책을 정의한다. 스마트그리드는 전기공급자로부터 전기 소비자 전 구간에 전기 사용량 및 품질 정보를 원격 자동화해 효과적인 전기 공급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본 표준은 2016년부터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주도로 개발됐고, 최근 국내 에너지 신산업 계획을 통해 확대되고 있는 전력에너지 빅데이터 공동 활용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분산원장 기술 용어 정의’ 표준을 비롯한 신규 표준화 과제 4건을 제안하여 통과시켰으며,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비롯한 보안기술 연구 개발에 우리나라 표준화 입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희 국립전파연구원 국제협력팀장은 이번 국제회의 성과를 근거로 “ITU-T 내에 정보보호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했고, 국내 정보보호 산업의 국제 시장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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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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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도한 보안 관련 권고안 4건 국제표준 사전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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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43) 국제신사를 '철면피'로 만든 최전방 오지
- ▲ 사관생도 시절 스스로를 '국제신사'라고 칭했던 육군 소위들은 전방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결혼한 선배의 집에 찾아가 물펌프질을 해주고 '회포' 푸는 '철면피'가 되곤 했다. [사진제공=김희철/동영상캡처] 군부대 자유시간 핸드폰 허용, 필자의 초급 장교 시절엔 상상도 못할 일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금년 4월부터 군에 복무하는 병사들에게 일과 후 자유시간과 휴무일에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되었다. 덕분에 가족들과 연락을 할 수 있고 또 자신의 발전을 위해 정보도 쉽게 접촉하게 되어 병사들은 대단히 만족한다. 하지만 음란물 시청, 도박, 부대 보안에 취약함 등이 제기되어 재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게다가 병사들의 평일 외출도 허용되었고 위수지역 통제도 지역 개념에서 2시간 내 지역으로 완화되었다. 하지만 필자가 최전방에서 근무할 때에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세상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필자가 초급장교 시절, 당시에는 지금의 혜택은 생각도 못 했고 서울에서 부대까지 이동하려면 마장동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무수한 검문소에서 헌병과 마주치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로 나올 때는 더욱 검문을 심하게 했다. 게다가 비포장 도로로 덜컹거리는 덕택에 흙먼지가 밀려들어오는 차안에서 멀미와 싸우며 긴 시간을 가야했다. 부모님이나 애인이 면회를 갈려면 하룻 밤을 잘 각오로 가야했다. 특히 최전방 GOP지역에서는 출입 통제로 가족들을 볼려면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식당없는 전방 오지 근무, 결혼한 선배집을 선술집으로 만든 '철면피' 되기도 식당이나 주점이 거의 없는 전방 격오지의 퇴근 후에나 휴일에는 마땅하게 소일할 거리가 없었다. 서울까지 나오는 것은 감히 생각도 못했다. 같은 대대에 통신대장으로 함께 근무하던 동기(안철주 중위)와 1시간을 걸어 민간마을로 내려가면 마땅히 들릴 곳이 없어 쉽게 찾는 곳은 결혼한 동기생집 이나 선배집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방문한 집에 동기나 선배가 없더라도 가족은 반갑게 맞이하면서 남편 없이도 저녁 밥을 차려주어 대접을 했다. 시골 쪽방 셋집에서 고생하는 선배/동기의 가족이 안스러워 물가에 가서 펌프질을 하여 식수나 용수를 길어주는 등 약간의 봉사만 하면 그날은 맛있는 삼겹살로 배불리 한 끼를 때우고 늦게 퇴근한 선배와 소주까지 곁들여 회포를 푸는 날이었다. 사관생도 시절 국제신사라고 자부했던 육군 소위들은 철면피와 철판으로 변해 있었다. 식당 없는 전방 오지의 선배와 동기집을 하도 자주 찾아가서 선배집을 선술집으로 만들었고, 신사도와 체면도 없는 철면피/철판 인간이 되어 폐를 끼쳤다. 몇 년이 지나 필자가 결혼하자, 내가 했던 행동은 그대로 나에게 적용되었다. 전방을 찾아오거나 전입온 선후배들도 똑같이 결혼 후 마련한 필자의 셋방집을 수시로 찾아왔다. 그 동기와는 지금도 철판, 철면피라고 서로 부르며 미소를 짓고, 내 집사람도 그때 일들을 회상하면 힘들지만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한다. ▲ 철면피와 철판이었던 동기생 안철주와 시외버스에서 헌병이 검문하는 모습 [사진제공=김희철/동영상캡처] 지나친 규제는 위법을 양산하고, 이완된 규율은 방종과 무질서를 낳아 국제신사를 철면피와 철판으로까지 만들며 폐를 끼쳤던 선배의 가족은 아직 짝이 없는 후배가 안타까워 대학 후배나 친척을 소개 시켜주어 평생 반려자가 된 사례도 많았다. 필자도 인접 소대장 유승한중위(학군19기)의 동생을 소개 받아 지금의 내 짝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만남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최전방에서 결혼했다면 우선은 이상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간혹 근무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지금의 처남)는 내게 소개를 해주기 위해 휴일에 서울을 다녀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엄격한 위수지역 통제로 서울을 갈려면 증명서가 필요했다. 무수한 검문소에서 헌병들이 증명서를 확인하기 때문이었다. 출장을 신청하여 증명서를 발급받으려면 복잡하고 잠깐 휴일을 이용해서 다녀오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행정권이 있는 연대나 포병대대의 인사장교들에게서 출장증을 몇장씩 확보하고 비표를 확인하여 증명서를 임시로 작성하여 이용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마침 선배 소대장이 증명서를 제공해주어 그 친구는 무사히 서울에서 지금 내 가족의 사진을 가져왔고 필자는 사진을 보고 만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위수지역이 시간개념으로 교통도 편리해져 2시간내 복귀할 수 있는 서울을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당시의 지나친 규제는 헌병 검문을 통과하기 위한 또다른 위법을 양산하고 있었다. 사실 그 위법 행위 덕에 필자는 평생 반려자를 만날 수 있었고 결국 결혼으로 성공했다. 전후방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의 가족들을 포함한 전우애와 의리, 선배들의 무한한 후배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지난 5월 군 수사당국이 경기도 육군 모 부대 내에서 일부 병사가 휴대폰을 이용해 스포츠도박을 한다는 제보를 입수해 5명의 병사를 적발했다. 이 중 최근 전역한 A병장은 입대 후 960차례에 걸쳐 무려 1억8000만원 액수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얼마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도박 문제에 대해 상담을 군인 상담자는 2017년 48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 약 3배인 123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2019년에는 5월까지 집계했음에도 117명에 달해 도박자 중 상담을 신청한 이들만 집계한 통계이기 때문에 실제 도박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휴대폰을 이용한 군 내 각종 부정·불법행위 적발은 2350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사병은 물론 부사관, 장교까지 포함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을 허용해준 뒤 사병들의 휴대폰 도박이 급증한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핸드폰 사용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인생 반려자를 얻기 위해 위수지역 이탈 등의 무리한 위반 행위를 했지만 당시의 지나친 규제는 또다른 위법을 양산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핸드폰의 무분별한 허용 등 이완된 규제는 방종과 무질서를 낳기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최선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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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43) 국제신사를 '철면피'로 만든 최전방 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