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근무하던 DMZ내 GP를 위문 방문한 당시 연대장(예비역 대장 박세환), 대대장(중령 전성수)과 기념 촬영한 모습이 게재된 당시의 전우신문[사진제공=김희철]
힘이 됐던 박세환 대장의 GOP수칙, “충성, 효도, 영웅!”
리더의 약속 이행이 조직 사기 높여
독수리를 오인 관측해 전 GOP부대가 투입 소동, 연대장은 오히려 격려
적극적 실패'를 격려하는 리더가 조직의 '창의성' 키워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GP장 근무 시절 연대장은 박세환 대장(前 재향군인회장)이었다. 그분은 체구가 크셔서 짚차로 이동하실 때에 차가 한쪽으로 기울여져서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었다.
GP투입 후 GP 현대화 공사로 소대원들은 경계근무에 공사 지원까지 힘들게 근무하여 거의 지쳐 있었다. 때마침 군사령관이 현대화 공사 GP 중 한 곳을 지도방문하여 격려한다는 연락이 왔고, 소대는 VIP 방문을 대비해 각 진지와 교통호 보강 공사, 생활관 환경 조성 작업 등에 불철주야 전력투구했는데, 방문 당일 기상 악화로 연기가 반복되다가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소대원들은 실망했지만 최종 VIP 방문 예정일에 위 사진처럼 연대장이 대신 GP를 격려 방문하여 그나마도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박 연대장은 대대장 시절부터 GOP부대를 지휘할 때에는 “경계잘해 충성하고, 무사고로 효도하며, 간첩잡아 영웅되자!”라는 구호를 강조 했었다. 당시 철책을 담당한 모든 부대는 연대장의 구호를 매일 복창하여 각오를 다지며 이를 생활화 했다.
▲ 동부전선의 현대화 된 GP와 통문 모습 (사진제공=국방부)
그러던 중 어느날,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오침을 하고 있는데, 관측병이 긴급 보고를 하여 눈을 비벼 뜨며 전망대에 올랐다. 보고장소를 쌍안경으로 확인하니 새까만 복장의 미상 한명이 북쪽에서 안보이는 산 계곡에 앉아 있었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연대장의 구호처럼 “간첩잡아 충성할 기회”를 포착했다 싶어 바로 상급부대에 보고를 하고 소대원들을 전원 투입 후 일부 분대는 의명 현장으로 투입할 준비를 한 상태에서 계속 관측하였다. 발견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야간에 월남하여 귀순하려는 탈북자 또는 침투한 간첩으로 판단했다.
경계강화 지시가 하달되어 GOP 전부대는 전원투입하고 상급부대 수색조도 비무장지대(DMZ)로 투입할려고 GOP 통문에 대기하는 와중에 그 물체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필자는 빨리 투입 못한 작전조가 답답했는데, 바로 그때 관측된 지점 하늘로 날개 펼친 모습이 2미터가 넘는 새까만 독수리가 날아 오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덩치 큰 독수리가 앉아 있던 모습을 사람으로 잘 못 판단한 것이었다. 난감했지만 즉각 상급부대로 수정 보고하고 일련의 긴급상황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야간 근무 후 피곤함을 풀기위해 오전 취침 중에 긴급 투입된 소대원과 인접 다른 부대원들에게는 죄송했고 상급부대 상황근무 선배들의 정확히 판단해 보고하라는 쓴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GP를 방문한 연대장은 오인 보고 상황에 대해 핀잔 보다는 보고 시기를 놓치지 않은 것을 칭찬을 하면서, 덕분에 훈련 한번 잘했다며 독수리를 오인 보고한 병사를 질타하지 말고 격려해줄 것을 지시하셨다. 사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독수리의 모습은 완벽히 사람이었고 필자가 확인했을 때에도 똑 같이 보였기 때문이었고 이를 배려해주신 연대장이 감사했다.
▲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온 독수리가 숲과 전신주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에디슨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줄기차게 도전할 것을 강조하고 실천하여 인류 과학역사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기는 발명왕이 됐다. 만약 관측병의 보고를 묵살하거나 오인에 대해 질책을 했다면 아마도 다른 병사들도 보아도 못 본 척 할 수 있었을 것이다.
軍도 마찬가지이지만 사회의 CEO나 리더들도 부하가 최선을 다했지만 성과가 미흡할 때에 조치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부하 직원들도 자신의 맡은 일에 대해 창의적이고 적극인 도전적 자세로 임할 수 있다.
작금에 공무원들에게 “철밥통 공무원 호봉제를 깨고, 직무급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청백리로 훌륭하게 근무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일부의 공직자들은 자리에 연연하여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는 자세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공무원들을 포함한 정치인 등 CEO나 사회 리더들도 이 이런 이기적이고 나태한 관행과 태도를 과감히 버리고, 국민들과 해당 조직을 위해 어려운 일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목민관(牧民官)자세가 된다면 더 잘살고 행복한 국가가 되는 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2001년부터 현재까지 2조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한 한국의 방산 명품 K9 자주포. [사진제공=한화디펜스]
대한민국은 40여년 만에 전차,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은 물론 함정, 잠수함, 고등훈련기까지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신흥 방산강국이 됐다. 뉴스투데이는 한국의 방산제품 중에서 세계로 수출되거나 수출 가능성이 높은 명품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수출 방산 명품’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 기술 자주포, 맞춤형 공급으로 시장 확대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월 19일 인도 구자라트주(州) 하지라에서 K9 자주포 현지 생산 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모디 총리는 현지 모델로 개량돼 수출된 K9에 직접 탑승하기도 했다. 한화테크윈(현 한화디펜스)은 2017년 인도와 K9 자주포 100문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450억 루피(7천100억 원)로 그 당시 인도 국방부가 민간 업체와 체결한 계약 중 최대 규모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인도에 수출하는 K9 자주포는 더위와 사막 지형 등 현지 환경에 맞게 개량된 모델로서 ‘바지라’(천둥의 힌디어)로 명명됐다. 초기 인도분 10문은 한국에서 생산됐고, 90문은 인도 기업 ‘라센 앤드 토브로(L&T)’가 투자한 현지 공장에서 한화디펜스의 기술지원을 받아 제작되며, 부품의 50%가량은 인도산으로 구성된다. K9은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고 기술의 자주포다. 40km의 긴 사거리에 분당 6∼8발을 사격할 수 있고, 사격 후 신속한 진지 변환이 가능해 기동성과 생존성이 뛰어난 장비이다. 또한, NATO 규격 적용 등 각국의 요구사양을 충족하는 맞춤형 개발로 사막에서 설원까지 다양한 작전환경에서 운용이 입증된 무기체계이다. 오는 6월이면 1999년부터 시작한 K9 자주포 전력화 사업이 20년 만에 마무리된다. 한화디펜스(당시 삼성테크윈)가 한국 육군과 해병대에 총 1300문 가량을 인도했으며, 최근에는 창정비를 통해 성능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성능개량된 K9A1이 실전에 배치되고 있는데, 육군은 2030년까지 모든 K9을 K9A1으로 개량할 계획이다.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인도·핀란드·노르웨이 등 6개국 진출
K9A1의 성능 개량 범위는 자동사격통제장치, 조종수야간잠망경, 보조동력장치, 위치확인장치, 후방카메라 등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자동사격통제장치의 운영체제 교체로서, 기존 K9의 도스(DOS) 체계를 윈도우(Windows) 체계로 바꾸고, 디지털 지도 및 전자식 교범도 탑재했다. 또 위치 확인에 위성항법장치(GPS)를 추가했고, 야간잠망경도 비냉각 열상형 방식으로 개선했다. 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에 10억 달러 규모의 기술 이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수출을 이어왔다. 현재까지 기술 및 부품 수출 300여 문, 중고 수출 72문, 완제품 100문 그리고 차체 수출도 이루어져 약 2조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다. 터키는 2001년 당시 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에서 기술 이전과 라이센스 권한을 구매한 후 8문은 한국에서 초도 생산했고, 300여 문을 터키 현지에서 라이센스 생산했으며, T-155 프르트나(폭풍이란 터키어)로 명명됐다. 폴란드는 2014년 당시 한화테크윈(현 한화디펜스)으로부터 K9 자주포의 차체만 120대를 3억 1천만 달러에 도입했고, K9 차체에 폴란드가 개발한 포탑을 얹어 사용한다. 1차분 24대는 2017년까지 창원 공장에서 제조돼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인 HSW에 공급했고, 나머지 96대는 2018년부터 폴란드에서 라이센스 생산됐다. 이후 2017년 드디어 인도에 완제품 100문의 수출이 성사됐다. 인도 육군은 3개 전방 사단과 3개 타격군단에 필요한 K9의 숫자가 252문에 달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있었고 기존 화포의 노후화를 고려할 때 추가 수출 가능성도 기대된다. K9은 한국군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수리해 판매하는 중고품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는 2017년 2월 1억 4600만 유로(약 2천억 원)에 중고 K9 48문과 훈련 및 수리부속, 운영유지체계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대당 평균 가격은 중고임에도 신제품과 거의 같은 40억 원이나 되는데,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화디펜스, 육군과 협력해 사용하던 자주포 ‘이윤 제로’로 중고품 수출
에스토니아는 인접국가인 핀란드가 도입하는 것을 보고 2017년 구매의사를 밝혔고, 2018년 6월 4천6백만 유로(약 600억 원)에 중고 K9 12문 도입에 대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토니아는 군대가 1개 사단 규모인 약 17,500명이고 포병대대도 1개뿐이어서 병력 대비 도입 문수는 많은 편이다. 중고품 수출은 한국 육군과 제조업체가 긴밀한 협력으로 만들어낸 수출 방식이다. 사용하던 K9을 수출한 육군은 창정비 비용만 지불하고 새로 제작한 K9을 납품 받는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사실상 이윤이 거의 없는 편이며, 구체적인 금액은 영업비밀”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2017년 12월 2억1천5백만 달러에 K9 24문과 K10 탄약보급장갑차 6대의 도입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최초로 K10 탄약보급장갑차가 패키지로 함께 수출된 사례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인도할 예정이다. 2016년 당시 노르웨이 설원을 달리는 K9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는데, 노르웨이 수출용은 에어컨도 탑재돼 있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옵션에 따라 성능과 가격이 달라지듯이 자주포도 비슷하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국가별로 요구하는 성능에 차이가 있고, 주문 사항에 따라 들어가는 사양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에어컨 옵션을 선택하지 않아 여름만 되면 K9을 운용하는 장병들이 찜통더위에 고생하고 있다. 이외에 호주와 덴마크에도 수출을 추진했으나, 덴마크는 차륜형 자주포로 선택해 실패했고 호주는 예산 문제로 사업이 취소됐다가 최근 재개됐는데, 군 관계자는 “한국 방산업체가 사업을 따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방위사업청 블로그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으로 UAE, 루마니아, 사우디, 영국 등과도 수출에 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방산기술보호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류연승 명지대 교수,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서 방산기술보호 쟁점 파헤쳐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국방획득체계의 전 과정에 체계화된 기술보호 프로세스 및 기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방산기술보호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류연승 명지대 교수는 ‘방산기술보호 쟁점과 발전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류 교수는 또 “방산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분류체계가 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처럼 비밀은 아니지만 보호가 필요한 기술정보의 배포 등급을 별도로 만들어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류 교수는 방산기술보호를 위해 미국의 보안전담기관인 DSS(Defence Security Service)처럼 전담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현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법적 근거로 지원을 받는 CISO(정보보호 최고책임자) 협의회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와 관련, 그는 2006년 방산업체 보안담당자들이 법적 근거 없이 설립한 ‘방산보안협의회’를 법적 근거를 갖는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어 정부가 지원할 경우 현장의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우현 방사청 과장, 실태조사와 보안감사 연계 강화하고 점차 통합수행 검토 또 다른 발제자인 조우현 방위사업청 국방기술보호국 과장은 그동안 방산기술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보호지침 제정, 정보·수사·행정기관 간 정례협의체 신설, 한·우즈벡 협력 사항 등과 함께 관련법규 개정 및 제도 개선 추진 내용을 소상히 설명했다. 특히 조 과장은 현재 방산기술보호 실태조사와 보안감사가 별도로 진행됨에 따라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실태조사와 보안감사의 연계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통합수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패널 토론에서 김창배 대한항공 보안실장은 “방사청이 어떤 기술을 지켜야 할지 식별해줘야 하는데, 실상은 업체가 기술을 식별하고 방사청은 제대로 하는지 판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보안담당자가 기술을 식별하기는 어려워 개발 부서에 의뢰하면 통제받기 싫으니 보호할 기술이 없다고 답하는 실정”이라며 “자발적으로 보호에 나설만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왕정홍 청장 “방산기술보호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풀어야할 공동 과제” 강조 토론자로 참석한 신현구 중부대 교수는 “기술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방산기술을 갖고 있는 연구 인력의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적절히 보호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보호할 방산기술의 범위를 정확히 알아야 업체들이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 수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면서 “국익을 위해서도 핵심기술은 확실히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축사를 통해 “직제 개편 시 방산기술통제관실을 방산기술보호국으로 바꾼 것은 통제만 하기보다 경제와 안보를 위해 시스템적으로 보호하려는 의미가 있다”면서 “방산기술보호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풀어야할 공동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한국방위산업학회, 방산기술보호연구회가 공동 주최했고,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방위사업청,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방산보안협의회, 명지대학교, 이노티움, 한컴MDS 등이 후원했다.
▲ 중동부전선 DMZ내 아군 GP에서 북한군을 혼란시키기 위한 시각 심리전 연출모습[사진제공=김희철]‘대북 심리전’은 피 흘리지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최선의 전투기술
김정은이 제일 두려워하는 비대칭 전력
시각심리전 벌이고 북한 병사와 '체제 우월성' 논쟁
전광판 심리전은 북한 민심 흔드는 효과만점 작전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손자병법 모공(謀攻)편에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는 “싸우지 않고 적을 온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이다.
6.25남침전쟁시 중공군들의 심리전은 대단했다. 꽹과리와 징, 북, 나팔 등으로 자기 부대의 규모와 주공 방향을 감추었고 배후에서 불어댈 때에는 방어하는 UN군이 포위된 것으로 착각하게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80년대 당시의 DMZ에서는 관측보고 위주의 아군GP운용을 했으나, GP에서 전시효과를 통해 북한군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일종의 심리전도 전개하였다. 그날도 위 사진같이 관측장교와 모의하여 중요인물이 GP를 방문한 것처럼 시각심리전을 구사하자, 적 민경초소에서는 군관이 나와 쌍안경으로 관측하고 예하 병력들을 증강 배치하는 등 헛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희열도 느꼈다.
2018년 4.27남북 정상회담전인 4월23일부로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모든 대북 심리전이 중단 되었지만, 필자가 GP장 재직시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롯하여 전광판, 대면 및 전단작전 등 각종 대북 심리전을 모두 구사하는 시기였다.
이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단연코 대북 전광판 심리전이었다. 2004년 남북합의에 의해 중단하기 전까지는 대북전광판 심리전을 전개했었다. 영상을 송출하기 보다는 6개의 대형 전광판 안에 글자들을 조합하여 대북 시각방송을 하는 장비였다.
6~8미터 높이의 글자라 1~3Km거리에서도 보일 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적 민경초소에서 10km 이상 떨어진 후방의 민간인들에게 까지도 숙지 가능토록 만들었다.
또한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겐 밤에도 환하게 반짝거리는 대북 전광판은 날아가는 총탄보다 더 무서운 마음속의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올 수 있었다.
게다가 일기예보, 국제적 뉴스나 북한내에서 벌어진 사고 등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은 일상을 통해 남측의 우월성을 인식하는 효과도 컸다. 훗날, 한·일 월드컵 속보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중계해주는 역할을 수행하자 대북 심리전은 최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탈북자 증가로 이어졌다.
북한 주민들은 DMZ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 또는 민간인들의 증언을 담은 대북 전광판 정보를 신뢰하여 동요됐다. 야간에 남쪽으로 탈출시에는 대북 확성기 소리와 함께 방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등대역할도 했다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전광판 심리전을 재개하면 확성기 방송과 함께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면작전은 초기에는 상호 GP간의 거리가 약 840미터정도 이격되어 육성은 잘 들리지 않아 사진 같이 깔대기를 통해 북한 적공조(심리전)요원과 대화를 했지만 당시 아군은 메가폰을 활용했다. 북한 적공조(심리전)요원은 주로 전문화 된 군관으로 편성되었다. 우리 상급부대 지침은 아군도 GP장이 직접 대응하라는 것이었다.
그 날도 필자가 GP방문자로 시각심리전을 펼치자 북한 민경초소의 적공조요원이 깔대기에 대고 대면작전을 걸어왔다.
“어~이, 철수친구, 오늘 높은 군관이 방문했나 보구나?”하며 돼지 뒷다리를 들고 나와 자기들은 항상 고기 반찬을 해먹는다고 자랑을 했다. 우리측 작전요원의 이름은 ‘철수’였고, 적공조 요원의 가칭은 ‘칠복’이었다.
필자도 대응 했다. “칠복이 우린 사령관이 오셔서 소고기, 초쿄파이 등 많은 것을 위문해주시고 가셨어 …”하며, “요즈음은 돼지 고기보다 소고기를 매일 먹어서 돼지고기 생각은 별로 없는데 칠복이는 모처럼 맛있게 잘 먹어”라고 응수하였다.
하루에 두세번 대면작전을 하면 그 대화 내용을 정리하여 상급부대로 보고했다. 한달 정도의 기간이 지나자 국방부 정보본부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대면작전을 통해 북한군의 현 실태를 알 수 있었고 이를 종합하여 중요 정보를 생산할 수 있어 표창을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상급부대 과장이 장관 표창을, 필자는 연대장 표창을 수상하는 성과도 올렸다.
총탄이 날아가고 피흘리는 전투 없이도 적과 싸워 승리하는 것이 심리전이다. 대북 심리전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남측의 비대칭 전력이다.
대북 심리전을 통해 북한과 비교할 수 없게 발전한 우리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경제상황을 알려주어, 최전방에 배치된 북한 병사들 뿐만 아니라 그 후방의 주민들에게 까지 자유대한에 대한 동경심을 유발시켜 남쪽으로 귀순케 하고 북한군 내부의 동요까지도 조성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식적으로는 남북간에 심리전을 중단하자고 합의되어 이러한 아까운 기회를 놓쳤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사이버 심리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변함없는 야욕을 갖고 행동해왔던 북한의 과거 태도를 볼 때 대북 심리전이 재개 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언제라도 재개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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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은 손자가 모공(謀攻)편에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강조했던 것처럼 “싸우지 않고 적을 온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23일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카스퍼스키랩’의 제이 로젠버그 선임보안연구원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커 조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스퍼스키랩]
라자루스, 대북제재와 연관성 확인 안돼...남북·북미 관계에 영향 받지 않는 듯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 조직이 2016년부터 매년 금전탈취를 목적으로 해킹 공격을 감행해 왔으나 대북제재와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스퍼스키랩'의 제이 로젠버그 선임보안연구원은 23일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북한 해커 조직으로 추정되는 '라자루스'의 해킹 목적이 첩보 수집과 혼란 조성 외에 금전 탈취를 추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카스퍼스키랩'은 러시아 사이버 보안업체로서, CEO인 유진 카스퍼스키는 한 때 러시아 정보총국의 보안 엔지니어로 일해 러시아 정부와 연결돼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는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투명성 센터까지 만들어 고객들에게 소스코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로젠버그 연구원은 첩보 수집과 혼란 조성 목적의 해킹 공격은 각각 2007년, 2009년부터 포착됐지만 금전 탈취 목적의 공격은 2016년 방글라데시 은행 해킹 때 처음 포착됐고, 2017년 워너크라이(WannaCry) 악성코드 공격,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공격 등 매년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전 탈취를 목적으로 한 해킹 공격은 국가가 배후에 있는 해커 조직으로서는 상당히 독특한 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라자루스 내에 첩보 수집팀과 별도로 금전 탈취팀이 지속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대북 제재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로젠버그 연구원은 라자루스가 남북·북미 관계가 악화됐을 때 이와 관련된 내용의 이메일 등을 이용해 해킹 공격은 하지만 공격 강도가 남북·북미 관계 변화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지난 17일 한국방위산업학회 사무실에서 개최된 ‘용산 콜로키움’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방위산업학회]
‘뉴스투데이’는 ‘한국방위산업학회’와 공동으로 한국 방위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저해하는 다양한 현상과 법적·제도적 문제들을 면밀히 진단하여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국가안보와 방산 수출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방위산업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관련 법규, 진화적 ROC로 소요 결정된 무기체계에 한해 적용 실상은 업체가 양산 전제로 개발하다가 실패하면 우기는 형국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한국방위산업학회의 방위산업 전문가 포럼인 ‘용산 콜로키움’은 지난 17일 ‘진화적 연구개발’을 주제로 두 번째 포럼을 개최했다. 채우석 학회장을 비롯해 한국국방연구원의 최성빈 박사, 최기일 건국대 교수, 유형곤 안보경영연구원 방위산업실장 등과 업계를 대표한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의를 벌였다. 금년 3월 전면 개정된 방위사업관리규정(제111조)에 따르면, 진화적 연구개발은 진화적 작전운용성능(ROC)으로 소요 결정된 무기체계에 적용하며, 단계적으로 설정된 ROC를 기반으로 증분 개발을 반복적으로 적용해 목표 ROC를 달성하는 개발 방식이다. ROC를 한 번에 달성하는 기존의 일괄 개발 방식과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진화적 연구개발에 대한 근거는 이미 방위사업법 시행령(제22조)에 소요 결정 시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ROC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포함해 소요제기서를 제출받게 명시돼 있는데다, 시행규칙(제7조)에도 진화적 ROC의 목표를 결정할 수 있고 다음 단계의 진화적 ROC 목표를 잠정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등 관련 조항이 구비돼 있다. 진화적 연구개발에 대해 유형곤 실장은 “군과 방위사업청은 주로 무기체계 획득 관점에서 전력화 기간 단축과 신기술의 적시 적용 등 기술의 진부화를 막기 위해서, 방산업체는 개발 위험 감소와 조기 전력화에 따른 경영 개선 등의 목적 때문에 필요성을 인식한다. 따라서 이런 사항을 고려해 적용대상 사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즉 법규는 진화적 ROC로 소요 결정된 무기체계에 한해 진화적 연구개발 사업관리 절차를 적용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실상은 방산업체들이 양산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실패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일단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래서 연구개발에 착수한 후 ROC에 미달하는 상황이 되면 과도한 ROC가 문제라며 진화적 개발을 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양산을 전제로 개발하다가 실패하니 원래 ROC가 문제라고 우기는 형국인 것이다. 전장 개념을 기술이 선도...ROC 결정에 업체 및 기술 전문가도 참여해야 지금까지 진화적 연구개발이 시행되지 못한 것은 소요 단계에서 문제를 찾아 해법을 마련해야 되는데 획득 단계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ROC가 정해지는 과정에 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군이 미래에 어떻게 싸울지에 따라 소요가 나오고 그 무기체계의 전략 전술적 운영개념에 따라 ROC가 결정돼야 함에도 업체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군 관계자들끼리 소요와 ROC를 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장의 개념을 군이 아닌 기술이 선도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최신 상용기술의 발전 수준에 대한 정보가 소요와 ROC 결정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참석자들의 논의는 “ROC는 군 관계자는 물론 관련 업체와 기술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해 최신 기술과 전장 운영개념 등을 상호 이해하면서 공개적으로 논의 후 결정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진화적 ROC 적용과 관련해서도 최성빈 박사는 “미국에서 진화적 개발이 나온 이유는 예산이 적을 때 기존 기술로 실패 위험을 줄이면서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최기일 교수는 “미국은 진화적 개발보다 ‘진화적 획득’이란 용어를 쓰며, 상용 기술을 항상 받아들일 수 있고, 획득 기간을 단축하자는 의도에서 IT 분야를 대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기술 수준을 평가할 조직과 기술 발전을 예측하는 업무절차가 있어야 진화적 ROC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진화적 개발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소프트웨어’ 위주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면서 “하드웨어의 경우 적용하려면 도달할 목표치와 한계치를 줘야 하는데, 기술에 정통한 조직이 없으니 그런 기준을 정하기 어려워 실제로 진화적 연구개발을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단계별 ROC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가 관건 방위사업관리규정에는 초기, 후속, 목표 증분 개발로 단계화하고 각 단계별 양산 물량은 소요군의 계획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관건은 ‘단계별 ROC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이다. 최 박사는 “ROC 중 필수적인 것과 완화 가능한 것을 구분해 완화 가능한 부분에서 단계화하거나 아니면 목표 ROC를 기준으로 10%씩 일률적으로 낮춰 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ICT 장비 및 소프트웨어 분야 위주로 진화적 ROC를 적용하고 하드웨어는 기술 수준을 판단해 운영개념 조정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하지만 “법규에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우니 전문성을 가진 담당자들이 융통성을 갖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결국 진화적 연구개발의 성공 여부는 ‘단계별 ROC 설정’에 달려 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ROC의 단계를 나눠야 가장 합당하고 사업관리에 문제가 없는지는 진화적 연구개발이 적용된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서히 드러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법규로 정할 내용과 실무담당자들이 판단할 영역도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포럼을 주관한 채우석 학회장은 “무기를 갖고 싸울 군인들과 기술을 개발할 업체 및 연구소 간에 공개적인 토의가 계속되면서 진화적 ROC와 소요 결정 방식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돼야 진화적 연구개발도 성공할 수 있다”고 결론을 맺었고, 참석자들도 모두 공감하면서 포럼은 마무리됐다.
▲ 한화디펜스의 ‘비호’와 LIG넥스원의 ‘신궁’이 결합된 ‘비호복합’의 위용. [사진제공=한화디펜스]
대한민국은 40여년 만에 전차,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은 물론 함정, 잠수함, 고등훈련기까지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신흥 방산강국이 됐다. 뉴스투데이는 한국의 방산제품 중에서 세계로 수출되거나 수출 가능성이 높은 명품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수출 방산 명품’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비호의 포탑에 신궁을 탑재해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비행체 요격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비호복합’이란 ‘30mm 복합대공화기’의 개발 당시 명칭이다. 이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30mm 자주대공포 ‘비호’에 휴대용 지대공유도탄 ‘신궁’을 결합하여 포와 미사일 시스템의 강점을 극대화한 궤도차량형 방공무기이다. 비호의 포탑에 신궁을 탑재함으로써 돌발 표적이나 근거리 표적은 30mm 대공포로 제압하고 대공포의 교전 범위 밖에 있는 비행체는 유도탄으로 대응할 수 있어 유사시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나 헬리콥터 등을 요격하는 핵심 화력으로 사용된다. 비호복합은 기계화 부대 및 주요시설에 배치되어 기습 침투해 들어오는 적의 항공기로부터 이들을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 및 전술레이더시스템과 연동돼 다른 탐지체계의 표적 정보도 공유함으로써 통합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궤도형 장갑차량을 사용해 야지에서 우수한 기동 성능을 발휘하며, 최고 이동속도는 60km이다. 비호복합은 2013년 한화디펜스에서 개발을 시작, 2014년부터 양산하여 2015년 실전 배치됐다. 비호에 장착된 30mm 대공포의 짧은 사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LIG넥스원이 개발한 신궁 4기를 추가 장착하고 레이더와 사격통제장치의 성능을 개선한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30mm 대공포는 유효사거리가 3km이고 분당 600발을 사격할 수 있으며, 신궁은 유효사거리가 6km이고 45초당 1발씩 사격 가능하다.
최근 무인기 위협으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단거리 방공체계 주목 비호복합의 전신인 비호는 1983년 연구개발이 시작돼 1992년에 완료됐고 1996년 시제차량 생산이 이뤄졌다. 하지만 효용성에 대한 논란으로 실제 양산은 2002년 시작됐고, 생산 대수도 최초 390여 대에서 160여대로 대폭 줄었다. 비호는 LIG넥스원에서 개발한 X밴드 레이다를 사용하는데, 탐지거리는 21km이고 추적거리는 7km이다. 육군에서 운용중인 비호는 창정비 과정을 통해 비호복합으로 개량되고 있다. S&T중공업이 스위스로부터 기술 도입해 국산화한 30mm 대공포는 문제도 있었으나 성능 개선을 통해 우수한 성능을 갖게 됐고, 신궁은 개발 당시부터 우수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비호복합은 실전 배치된 지 1년이 지난 2016년 11월 안흥 사격장에서 실시된 사격에서 정확도 100%의 우수한 성능을 발휘해 호평을 받았다. 최근 들어 무인기 위협 때문에 세계 방산시장에서 단거리 방공체계가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호복합은 우수한 성능에 가격 경쟁력도 뛰어난데다 2018년 6월 드론을 요격하는 영상이 공개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는 국산 무기이다. 특히 인도와 중동 국가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디펜스, 러시아 무기 제치고 인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한화디펜스는 인도 육군의 복합 대공방어체계 도입 사업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2018년 12월 한화디펜스의 비호복합은 경쟁 상대인 러시아 무기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장관이 “인도 군 당국이 적절한 시험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인도 국방부에 재평가를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인도는 2013∼2017년 전체무기의 62%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러시아 전체 무기수출의 35%를 인도가 차지할 정도로 인도의 무기체계는 러시아 일색이다. 하지만 인도가 시장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방산 분야에서도 러시아 쏠림 현상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점차 엿보이고 있다. 금년 2월 서주석 국방차관은 인도를 방문해 아제이 쿠마르 인도 방산차관과 회담을 갖고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방산협력 강화의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자리에서 서 차관은 한국의 방산협력 정책이 후속 군수지원 보장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추진되는 점을 강조하며 진행 중인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LIG넥스원, 인도 아다니 그룹과 현지 생산 및 마케팅 양해각서 체결
이런 흐름 속에서 LIG넥스원은 금년 4월 24일 방위사업청이 인도 뉴델리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개최한 한-인도방산협력 세미나 자리에서 인도의 아다니 그룹과 비호복합의 현지 생산 및 마케팅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행사 또한 지난 2월 한·인도 정상회담의 후속조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금년 5월 인도 육군이 한화디펜스의 비호복합을 최종 선정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한화 측은 ‘오보’라고 부인했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국경지역의 5개 육군여단에 해당 방어체계를 배치하기 위해 2013년 입찰공고를 낸 뒤 2015년 기술평가 결과 발표, 2017년 시험평가 등의 절차를 밟았고, 한국 방산업계도 그동안 인도 시장 개척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 비호복합의 인도 수출이 성공한다면, 인도 육군은 비호복합 104대, 탄약운반차량 97대, 지휘용 차량 39대, 미사일 4928발과 포탄 17만2260발 등 2조5000억 원에서 3조원 사이의 물량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방위산업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이스트시큐리티 블로그 김수키 조직 관련 자료. [자료제공=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 "김수키 APT 공격…리오넬 메시 유사 계정명도 발견“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조직 ‘김수키’가 최근 통일부를 사칭해 사이버 공격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수키 조직의 최신 APT 공격은 가짜로 한국기관을 사칭했고, 아르헨티나 유명 축구선수이자 FC바르셀로나 소속의 '리오넬 메시'와 유사한 계정명도 발견됐다. 20일 보안 전문기업 이스트시큐리티의 시큐리티대응센터(ESRC) 블로그에 따르면, 북한 연루 의심 해킹조직 ‘김수키(Kimsuky)’가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인 ‘오퍼레이션 페이크 스트라이커(Operation Fake Striker)’를 감행한 사실이 최근 포착됐다. 김수키는 북한 배후설이 제기되는 해킹조직으로, 이번 공격은 통일·외교·안보 관련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ESRC는 추정했다. ESRC는 지난 15일쯤 최신 APT 공격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고 캡처 화면을 분석한 결과, 통일부 정세분석총괄과 발신 명의로 위장된 사실과 한반도 비핵화 대화 재개 추진 현황 참고자료처럼 꾸며진 내용을 파악했다. 제목에서 한국 정부기관을 사칭한 이메일은 통일·외교·안보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송신된 것으로 추정되며, 송수신자 계정 모두 동일한 포털사 이메일 서비스를 활용해 ‘메일서버 등록제(SPF)’ 등을 통한 사전 차단을 어렵게 만들었다. 더불어 흔적이 남거나 외부에 신고 되지 않도록, 이메일을 확인 후 꼭 삭제하라는 당부의 표현도 잊지 않았다. 특히 기한을 정해 회신을 유도하는 등 관심 유발과 심리적 압박을 통해 첨부 파일을 바로 열어 보도록 유도했다. 첨부된 참고자료는 악의적 코드를 포함한 악성 HWP 문서파일이었다. 이 ‘참고자료.hwp’ 파일은 10자리의 특정 암호문자가 설정돼 있으며 문서 작성자는 ‘임병철’, 마지막 저장자는 유명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와 유사한 ‘MESSI’ 계정이 사용됐다. ESRC는 김수키 조직의 사이버 위협 활성도가 매우 높고 ‘스피어 피싱’과 ‘워터링 홀’ 등 상황에 맞는 공격 벡터를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며 발견되지 않은 사건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부터),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 이와야 타케시 일본 방위상이 작년 10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5차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일본 방위상 "한국과 원래 관계로 되돌아가고 싶다"면서 주장해 주목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방위상이 미국 및 한국과 함께 팀을 꾸리지 않으면 국가를 지킬 수 없다면서 한국과 원래 관계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19일 NHK 등에 따르면 이와야 방위상은 전날 오이타(大分)현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이달 초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미국, 일본, 한국이 팀을 꾸리지 않는다면 국가의 안전을 지켜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의 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났지만, 한국의 국방장관과도 만나 원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NHK는 이와야 방위상이 한국과 관계 개선에 의욕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지난 9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맞춰 정경두 국방장관과 이와야 방위상 사이 양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야 방위상의 이러한 언급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일 간 국방장관 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양국 군사협력 관계를 과거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국방장관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해 말 초계기 레이더 갈등이 불거진 후 첫 만남이 된다. 이와야 방위상은 또 "국방 관계자가 얼굴을 알고 신뢰 관계를 갖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일어났을 때 큰 문제로 비화된다"며 "절대 분쟁이 커져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국방외교에 전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권태환 전 주일 국방무관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불거진 북한 변수를 떠나서라도 양국의 군사협력이 정상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며 “작은 이해나 감정에 치우치면 국가이익의 큰 흐름을 놓칠 수 있으므로 관계 개선의 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국방개혁’을 주제로 열린 ‘2019 국방정보화 콘퍼런스’에 참석해 전시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국방일보]
국방정보화콘퍼런스에서 '국방 사이버안보 강화 방안' 찾는 논의 이루어져
현행작전과 사이버작전 구분하던 합참 통합작전 수행체제로 변화될지 주목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방 사이버안보 강화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이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6일 마련됐다. 이날 전장의 군사교리가 사이버공간에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최초로 나왔고, 군의 순환보직 시스템으로는 사이버안보를 담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방부가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개최한 '2019년 국방정보화 콘퍼런스'의 제2정책세션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방 사이버안보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정부와 군, 산·학·연의 주요 전문가들이 참석해 약 1시간에 걸쳐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이 행사의 좌장은 보안뉴스 최소영 편집인(부사장)이 맡았고 최낙중 합동참보본부 사이버지휘통신부장, 이재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사이버침해대응본부장,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류시찬 국방과학연구소 제2기술연구본부장, 성일용 시스코코리아 부사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먼저 최낙중 합참 사이버지통부장은 "실제 전장에서 쓰이는 군사 교리가 사이버 전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면서 전장 편성, 전투력 집중, 방어 시 공세행동, 종심 방어 등 총 8가지의 사이버전 수행 개념과 이에 필요한 능력을 소개했다. 최 부장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전술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미군도 기존 군사교리를 사이버 공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작전의 책임을 맡은 군 주요직위자가 공개된 자리에서 직접 밝힌 것이어서 현재까지 현행 작전과 사이버 작전을 구분해서 접근하던 합참이 사이버작전사령부를 작전통제하면서 통합된 작전을 수행하는 체제로 변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일 KISA 본부장은 지난 1년간 발생한 사이버공격의 유형을 소개하면서 "5G의 특징인 초지능, 초연결, 초저지연성 등은 보안 관점에서 보면 공격 받을 수 있는 접점이 무한대로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만큼 전선이 확대돼 방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스피어 피싱, 망분리 솔루션 공격, 공급망 공격 등 3가지의 주요 유형을 설명하면서 "해커의 공격 기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공급망 보안이 제대로 되려면 조달체계가 잘 구성돼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분류된 중요도에 맞게 보안등급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전체 데이터를 같은 눈높이로 관리하면 '하향 평준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내부에서 개발할 것과 외부에서 조달할 것을 구분한 다음 외부에서 들여온 것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성일용 시스코 부사장은 "사이버 보안 역량은 하루아침에 강화될 수 없다"면서 전문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스코는 하루에 150만 개의 침해 관련 정보들이 새롭게 쏟아진다"며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려면 굉장히 많은 부서와 사람의 협업이 필요한데, 군의 순환보직으로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성 부사장은 이어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사이버 공격 및 방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모의훈련 시스템이 군에 있어야 한다"며 "보안은 하나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고, 언제든지 문제가 터질 수 있으므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번 콘퍼런스가 새로운 기술을 국방 분야에 신속하게 적용하도록 제도적 기반 개선과 사이버안보 강화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첨단 과학기술 기반으로 한 국방개혁 추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중동부전선 DMZ내 태극기 걸려있는 아군 GP와 840m 북한군 GP인 인공기가 걸려있는 민경초소 [사진제공=연합뉴스]
‘본립도생(本立道生)’은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는 뜻
GP주변 지뢰밭에 캡틴큐 양주를 찾으러 들어갔었던 아찔한 순간의 악몽
기무부대는 동전의 양면(兩面)성 같이 꼭 있어야 할 필요악(必要惡)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논어 학이편에 ‘군자무본 본립이도생 (君子務本 本立而道生)’이란 말이 있다. “군자는 기본에 힘쓴다.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라는 뜻으로 기본적인 원칙 준수를 강조한 명언이다.
공자의 제자 유자는 “군자는 먼저 자신의 근본적인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근본적인 직무인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얘기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GP장으로 취임하여 소대 실상을 파악해보니 간부부터 분대장, 막내 이등병까지도 그동안의 타성에 젖어 규정을 지키기 보다는 관행에 의한 순간의 융통성이 만연되어 있었다.
전방 GOP부대는 항상 실탄을 휴대하여 생활하며 생활관 밖을 나갈 때에는 반드시 3인조행동으로 이동하도록 규정화 되어있다. 이는 근접하여 눈앞에서 대치하고있는 북한군이 도발할 때에 즉각 조치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전방 GOP부대는 금주가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었다. 특히 북한군 민경초소와 84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GP안에서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 이었다.
필자는 대원들에게 기본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도록 지시했으며 그 중에서도 음주는 특별히 엄금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의 대원들이 은밀히 음주했다는 정보도 들었기 때문에 과거의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꼭 집어서 언급했다.
GP에 부임한지도 어느덧 한 달 정도 지나갈 즈음, 일주일에 두번씩 추진되는 부식차에 연대 기무부대장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GP로 들어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통상 하루전에 다음날 GP를 방문하는 인원을 사전에 통보하는 데 필자가 처음 GP에 들어올 때와 같이 불시에 들어오는 상황이라 걱정 되었다.
오전 취침이 끝나고 점심을 마친 뒤에 분대장이 인솔하는 도로 정찰 및 경계조가 GP투입로 상에 배치되었다. GOP통문이 열리고 출발한 5/4톤 트럭이 먼지를 내면서 통로를 따라 GP통문 앞에 도착했다.
GP통문을 열고 맞이한 트럭에서 내린 기무부대장은 “부식과 전달한 문서 및 편지들은 선임하사관이 확인해서 인수하고 GP장은 자기와 같이 울타리 순찰을 하자”고 필자에게 제안했다.
▲ DMZ내 아군 GP의 통로에서 작업중인 용사들과 ‘90년대 전후로 유행하던 국산 양주인 ‘캡틴큐’ [사진제공 =국방부/연합뉴스]
GP에는 교통호를 따라 대원들의 진지와 순찰로가 구축되어 있고, 순찰로 앞에는 2중 철책으로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밖에는 적의 침투를 거부하기 위해 M16 및 폭풍(발목)지뢰로 장애물지대를 형성해 놓은 상태였다.
기무부대장은 물자 및 부식 인수 확인을 선임하사관에게 맡긴 필자를 데리고 거침없이 울타리 순찰로를 따라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필자는 통문밖의 도로 경계조와 부식 인수조, 상황실 및 관측소의 배치된 대원들까지 염두에 두고 각 무전기 교신에 촉각을 세우며 따라갔다.
동측 교통로상의 한 진지에 멈춰 서서 기무부대장은 미소를 띄우며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김중위, 갑자기 불려와 GP장으로 취임하여 고생이 많지…?”하며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아찔하고도 충격적인 사항을 전달했다.
기무부대장이 멈춰 선 진지는 바로 몇일 전에 휴가 복귀한 분대장과 이야기를 했던 장소였다.
그 날은 전반야 근무시간이었다.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전령이 방문을 노크했다. 선임하사관이 잠깐 나오시라고 건의했다고 해서 식당에 가보니 분대장과 최선임 병장들이 닭도리탕과 켑틴큐를 식탁위에 차려놓고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로운 고도(孤島)에서 회식을 준비하고 GP장을 부른 것은 고마운 일이나 금주를 엄중히 지시했는데, 선임하사관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야단치면 선임하사관의 위상이 손상될 까봐 잠시 멈칫 하다가 “이자리는 선임하사관이 주관하시요 …”하고 인상을 쓰며 난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휴가 복귀한 분대장과 선임하사관이 방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회식자리를 해산했고 술자리를 준비한 것이 죄송하다며 용서를 빌었다.
필자는 선임하사관에게는 전반야 근무 통제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고, 분대장을 데리고 교통호로 나갔다. 바로 기무부대장과 함께 서있는 그 진지 앞이었다.
‘캡틴큐’를 몰래 휴대하여 휴가복귀한 분대장에게 전 GP장 해임 과정과 GOP부대의 음주 엄금 규정 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뒤, 몰래 가지고 온 캡틴큐 2병을 울타리 밖 지뢰지대로 던지라고 지시했다.
여기까지는 기무부대장이 잘했다고 격려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고참 병장 한명이 다음날 아침 통문/도로순찰 시 그 ‘캡틴큐’를 찾으러 울타리 밖 지뢰지대로 들어갔었다고 했다.
분명하게 아침에 도로정찰 출발하는 분대원들도 확인하고 통문도 잠갔는데 언제 그 고참병장은 지뢰밭에 들어갔었는지 의문스러웠다. 또 술병을 찾다가 지뢰를 밟아 폭발 사고라도 당했으면, 그 ‘캡틴큐’ 때문에 아까운 소대원도 잃어버릴 뻔한 아찔한 악몽의 순간이었다.
기무부대장은 진지 앞 지뢰지대를 가리키며 “김중위의 규정을 준수하자고 지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현장을 확인 또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것 때문에 소대원들을 더이상 문책하지 말고, 기무부대장 말을 참고로 실태를 직시하면서 아무도 과신하지 말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부식차와 기무부대장이 통문 밖으로 나가고 도로 정찰 및 경계조가 복귀한 뒤, 분대장을 포함한 3명이 콜라작전(GP밖 150미터 아래지역 지하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간 벨브와 모터를 작동시키는 작업)으로 내려간다고 보고를 했다.
과거에는 물지게를 지고 물을 퍼왔으나 당시는 그래도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등으로 편리해 졌다. 그래도 기무부대장 말 때문인지 작전을 내려간 대원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걱정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는 기무부대장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오랜 관행과 타성을 타파하려는 노력도 필자가 안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됐고, 그 것을 내게 코치해준 기무부대가 고맙기도 한 필요악(必要惡)이라는 현실도 깨달았다.
돌이켜 보면 필자에게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선임하사관과 분대장의 음주유혹에 넘어 갔다면 급하게 GP장을 교체시키도록 조치한 기무부대장도, 필자를 대타로 투입시킨 대대장에게도 실망스런 일이 되었을 것이다.
당황스러운 돌발상황에도 원칙에 충실하고자 했던 필자의 대응방식이 '최악'을 '차선'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은 인간사의 기본이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정치, 경제, 사회 등에는 항상 문제가 있었다.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본인은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내로남불’식으로 얘기하였고 지금도 외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타인보다 내가 먼저 ‘본립도생(本立道生)’을 명심하고 실천할 것을 유자는 강조했기 때문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안보 학술 세미나'에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청와대 행정관 출신 부형욱 위원, 장사정포 후방 배치와 남북 군비통제 방안 제시
[시큐리티팩트=김한경 기자]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16일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갖고 있었다면 "김정은(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한국국방연구원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2019년 안보학술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제는 우리가 한국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 전 장관은 과거 북한은 구소련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지원받았지만, "현재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찾아가 전쟁할테니 지원해달라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느냐. 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북한의 핵과 화생방(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며 "(북한 군사력에 대한) 정량분석에 치우치다 보니 북한이 강한 것처럼 느껴진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 전력 역시 "지상군과 공군 현역이 2만8천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미 해병대는 동북아 해역서 대기하고 있다"며 500여 명의 군사고문단만 존재했던 반세기 전과 완전히 다르다고 부연했다. 사회의 변화, 주민들의 인식 변화도 북한이 더는 군사적 대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북한의 배급체제는 평양에서만 겨우 유지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다 무너지고 시장 체제가 들어선 가운데 "북한 주민들도 시민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작년 9월 평양에서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의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 의도를 받들어 '일방적 양보는 없다', '꼭 상대적으로 하라', '한 번에 다 하지 말라', '과거 잘잘못 따지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하라'는 지침들을 제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상호신뢰를 구축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분야 협력을 견인하려면 이 군사합의서는 꼭 이뤄져야 한다"며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합의서로 평가받기를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을 지낸 부형욱 KIDA 연구위원은 이 세미나의 발제에서 “북한 측이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임팩트가 있는 대안은 장사정포의 후방 배치”라며 “남한 수도권을 겨냥한 170㎜, 240㎜ 방사포를 사거리 밖으로 이동시키면 ‘서울 불바다’ 우려를 극적으로 저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 위원은 “동부지역 방사포는 현 위치 그대로 두되, 서부지역은 군사분계선(MDL)에서 40㎞ 이상 후방으로 이전하는 ‘태극형 배치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이 장사정포를 후방 배치하고, 남북한이 5대 공격 무기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300㎜ 방사포, 신형 단거리 미사일 등을 갖고 있어 안보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장사정포 후방 배치로 얻는 우리의 안보적 이익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도 나쁜 거래가 아니며, 북한의 군사적 양보를 통해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는 재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 위원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5대 공격 무기 보유 상한선을 설정해 군축을 한 유럽의 재래식 군비통제(CFE) 조약을 한반도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5대 공격무기 감축을 모델로 각 무기체계를 남한 보유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국방부가 장병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15일 처음 진행한 청년장병 희망열차’에 각급 부대에서 선발된 장병들이 탑승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일보]
중진공·코레일과 협업, 올해 첫 행사로 장병 123명과 부모 30명 참가
전주를 시작으로 대전, 원주, 울산, 부산 등 5개 지역에서 행사 예정 [시큐리티팩트=김한경 기자] 국방부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장병들의 고민 해소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청년장병 희망열차'를 운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청년장병 희망열차'는 국방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철도공사와 협업해 전역 예정 장병이 중소벤처기업 현장을 직접 탐방할 수 있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날 운행한 첫 희망열차에는 9사단, 30사단, 35사단, 수도방위사령부 등에서 부대 지휘관의 추천을 받은 전역 예정 장병 123명이 서울에서 탑승해 전주까지 이동했다. 참가장병들은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전문 취업 컨설턴트의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1대1 취업 상담도 받았다. 전주에 도착해서는 (주)비나텍, (주)올릭스 등 우수중소기업을 방문해 기업 소개를 받고 근무현장을 둘러보며 직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날 장병들이 방문한 기업 중 하나인 (주)비나텍은 탄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다. 기업 관계자는 "행사를 통해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을 장병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희망열차에 탄 장병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취업 준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며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주류를이뤘다. 이날 행사에는 조경자 국방부 보건복지관과 이상직 중소벤처기업공단 이사장이 장병들과 동행했으며, 희망열차의 취지에 공감하는 장병 부모님 30여 명도 함께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주를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대전, 원주, 울산, 부산 등 5개 지역에서 매회 100여 명의 장병들과 '청년장병 희망열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스라엘 ELTA사가 개발해 생산하는 민수용 ‘PPR’ 레이더. [사진제공=(주)콤라스]
(주)콤라스가 국내 판매 및 정비 담당...군용으로 개발된 장비의 민수용 버전
1000m까지 탐지 가능, 초경량체·초절전형 장비로 어떤 기상 조건에도 작동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이스라엘 ELTA사가 생산하고 (주)콤라스가 국내에 판매하는 ‘PPR’ 레이더가 시설 경계, 문화재 보호, 안전과 방범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CCTV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라 주목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CCTV와 감시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상 물체가 카메라 앞에 나타나야 식별돼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 있고 기상이 나쁘면 식별도 어렵다. 따라서 사건·사고가 발생한 후 원인을 확인하고 범죄자를 색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뿐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미 2008년 2월 10일 발생한 남대문 방화 사건, 2017년 8월 4일 첨성대 무단 난입 사건 등에서 보았듯이 문화재 관리를 위해 CCTV가 설치됐지만 사건 발생 당시 사전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6년 10월 18일 제주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중국인 월담 밀입국 사건 또한 CCTV 집중감시지역에서 벌어졌지만 56대의 CCTV를 단 1명이 보고 있어 CCTV 화면에 3차례나 중국인이 표출됐음에도 당일 근무자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레이더’이다. 레이더는 물체를 탐지하는 즉시 경고를 발령해 조기에 위험을 알리고, 물체를 추적하면서 이동상황을 계속 감시하다가 대응할 수 있으며, 기상 조건이 나쁘더라도 감시 가능한 전천후 장비이다. ‘PPR(Perimeter Protection Radar)’ 레이더는 이스라엘 ELTA사가 최초 군용으로 개발했던 경계용 레이더를 민수용으로 다시 생산해 선보인 제품으로 (주)콤라스가 국내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ELTA사는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IAI사의 자회사로 레이더, 전자전, 통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고 고객 서비스를 위한 글로벌 영업망도 운영하고 있다. 이 레이더의 모델명은 ELM 2114로써, 주파수 사용을 통제받지 않는 24 GHz의 K밴드 대역을 이용한다. 국가가 인정하는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을 받은 제품이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인정하는 FCC 인증과 CE 인증도 받아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할 수 있다. ELM 2114는 사람의 경우 약 300~500m, 차량은 600~1,000m까지 탐지가 가능하며, 그 밖에 동물과 드론, 선박도 탐지가 가능하다. 90도 범위 내에 있는 물체를 탐지함으로 4대를 운용하면 360도 전 방향에서 표적 탐지가 가능하다. 100여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고, CCTV 및 감시 센서 등 다른 경계용 장비들과 연동도 가능하다. 또 십여 곳 이상 지역에서 운용되는 레이더를 한 곳에서 통합 운용할 수 있고, 특정 감시지역을 3단계로 구분해 탐지된 표적이 이동하면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대응할 수 있다. 이 레이더는 고정형으로 모양도 단순하고 전문교육 없이 쉽게 운용할 수 있다. 손바닥 크기(13×17×5cm)인데다, 약 1Kg의 초경량체이며 이더넷으로 전원과 신호정보가 모두 전달된다. 전력 소모도 매우 적은 초절전형 장비로서 어떤 기상 조건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레이더는 기상의 영향에 민감하고 대량의 물 유입이 필요한 해안·강안·호수 지역의 원자력·화력·수력발전소, 정유시설, 가스저장시설, 저유시설은 물론 공항 외곽경계, 대규모 공장 또는 물류시설, 교도소, 철도기지, 항만시설, 대규모 양식 및 채소재배시설 경계, 문화재 보호 등에 매우 효과적이다. ELM 2114는 민수용임에도 공군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7년 및 2018년 연속으로 ○곳의 공군 비행단 시설물 경계지역에 설치됐고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용 중이다. 이 레이더는 육군에도 전방부대의 야전시험용 장비로 공급한 바 있다. (주)콤라스는 이스라엘 ELTA사와 한국의 안테나 중견업체인 에이스 테크놀로지사가 50%씩 지분을 투자한 합자회사로서 PPP 레이더 판매와 함께 정비를 담당하며, 향후 국내에서 이 레이더를 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ELTA사가 생산한 레이더의 정비를 (주)콤라스가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운용 간 고장이 발생하면 국내 장비처럼 빠른 시간 내에 조치를 받을 수 있고, 정비도 국내 기술진에 의해 이루어져 여타 외국장비보다 매우 비용이 적게 든다.
▲ 2016년 삼성전자에서 안보교육 중인 윤동일 교수. [사진제공=윤동일 교수]
뉴스투데이는 군에서 장기간 복무 후 전역한 직업 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역 예정 장병들의 미래 설계는 물론 다른 직종에서 퇴직한 분들의 인생 후반부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역군인 인생 2막’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축구 전쟁’ 출간, 고대 올림픽엔 단체종목 없었다는 의문에서 출발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윤동일 교수는 인류 역사와 현대의 일상에 숨어 있는 다양한 ‘전쟁 흔적’들을 살펴, 전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공감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이어주는 전쟁 연구를 하고 있다. 통칭해 ‘전쟁 인문학’으로 정의하고, 일상의 의식주를 비롯해 전쟁에서 탄생한 스포츠, 과학기술, 상징, 음악, 미술, 게임, 뷰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런 시도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것으로 이 분야의 퍼스트 무버임에 틀림없다. 그는 2018년 전쟁과 스포츠의 두 번째 이야기인 ‘축구 전쟁-축구의 또 다른 이름 전쟁’을 출간했다. 이 책은 “고대 올림픽은 분명히 그리스의 전투방식을 반영했지만 모두 개인 전투기술에 집중되어 있어, 당시 그리스군의 기본인 밀집전투와 관련된 단체종목은 없었다”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이런 의문은 우연한 기회에 연구한 고대 축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기원전부터 축구를 즐겼고 특히 군에서 축구를 정식 군사훈련 종목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것이 로마와 중국이 영토를 확장하면서 세계 각지에 전파해 중세 집단축구를 거쳐 현대 축구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올림픽으로 전사 양성하고 축구로 집단전술 숙달해 전시 대비
그는 “축구가 세계로 전파되는 중심에 군대가 있었기 때문에 축구로 집단전술을 숙달하고, 이 전술이 군대의 전법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올림픽이 전사양성 종목이라면 축구는 부대훈련 종목이었던 셈이다. 아울러 그는 “축구가 태어난 지 100년 만에 세계를 정복한 이유에 대해 많은 연구와 주장이 있지만 아직 반쪽에 불과하며, 축구가 전쟁과 함께 진화했다는 ‘축구의 전투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전쟁과 스포츠의 두 저술을 정리해 “올림픽으로 전사를 양성하고, 축구로 집단전술을 숙달해 비로소 전시 대비태세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윤동일 교수가 육사생도 시절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에서 축구선수로 뛰는 모습. [사진제공=윤동일 교수]
윤 교수가 저서의 시작을 올림픽과 축구로 정한 배경에는 육군사관생도 시절 축구선수 경력도 한몫을 했다. 그는 “축구가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의 출발점이었고, 북한과 체제경쟁의 한축을 담당했으며 강군육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3군사관생도들의 체육대회가 폐지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미국 육사와 해사 간 미식축구 정기전이 무려 110년 이상 이어지고 있음을 부러워했다. 후배와 부대에 저서 기증하고 대학에 전쟁인문학 과목 개설 그의 책은 출간과 동시에 여러 곳에 무상으로 배부된다. 특히 장교로 임관하는 육사 후배들을 비롯하여 일부 부대와 지휘관들에게 지금까지 천여 권 정도를 기증했다. 군문을 떠나면서 “직접 만든 책을 후배와 부대에 남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그는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국방상담리더십학과에서 특임교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러 대학에서 수차례 강연은 했지만 특정 대학에 그의 과목이 개설되기는 처음이다. ‘전쟁과 문명’이란 교양과목이 개설되자마자 전쟁에 관심 있는 학생 300명이 수강을 신청해 단번에 대학에서 인기 있는 과목 중 하나로 부상했다. 수강생 중에는 군인보다 일반인이 더 많고, 여성의 비율도 35퍼센트가 넘어 연구의 보편성이 짐작된다. 늘 자신을 ‘전쟁 인문학 전도사’로 자처하며 묵묵히 걸어온 그의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전쟁연구를 하는 목적이 “무작정 전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창 쓸 일이 없도록 하는 것(止戈爲武)’에 있다”며 균형 잡힌 접근을 강조했다.
▲ 윤동일 교수가 한국열린사이버대학에서 올해 처음 개설된 ‘전쟁과 문명’이란 과목을 강의하는 모습. [강의 동영상 캡쳐]
책을 쓴 저자이자 교수에 출판사까지 운영하는 멀티 플레이어
군문을 떠난 지 3년이 된 그는 두 권의 책을 쓴 저자이자 대학 교수이고, 혼자서 출판사까지 운영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그는 매일 아침 도서 주문을 확인해 포장과 택배의뢰, 계산서 발송, 정산 그리고 가끔 배송이나 홍보도 직접 나간다. 학교와 부대, 기업체를 찾아 강의도 하고, 1주에 한 건 이상 칼럼도 쓴다. 틈틈이 걷기 운동도 해야 하고, 매월 병원 2∼3곳을 돌면서 진료 받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일도 거르면 안 된다. 그러다 컨디션이 나빠지면 무기한 일을 중단하기도 한다. 그 누구보다도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지만 한편으론 신중하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윤 교수는 또한 인문학 학술연구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인문학진흥원 부설 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이 연구소는 국가와 사회에 유용한 인문학 콘텐츠를 개발·보급할 목적으로 지난해 12월에 뜻을 같이 하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발족했다. 올해 첫 행사로 5월 21일 세한대학교와 인문학 분야의 산학협력 연구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인문학 공동연구와 보급에 힘쓸 계획이다.
전쟁 인문학 저서인 ‘호모 워리어스’ 시리즈 완성이 인생 목표
이제 그에게는 자신이 개척한 전쟁 인문학 저서, 이른바 ‘호모 워리어스(Homo Warriors)’ 시리즈를 완성하는 인생 목표가 생겼다. ‘전사로 태어난 인간’이란 뜻을 가진 이 연작에는 이미 출간한 두 권도 포함된다. 전쟁과 반전쟁(反戰爭)의 관련성을 다룬 이 시리즈는 전쟁과 로고를 비롯해 몇 권의 주제를 출간한 후에 총론으로 마무리하거나, 그 반대로 총론부터 내고 각론을 출간할 생각이다.
▲ 두 번째 저서인 ‘축구 전쟁’과 세 번째 저서로 곧 발간될 ‘프로마코스’(오른쪽)의 표지. [자료제공=윤동일 교수]
그러나 그는 “언제까지 몇 권이나 출간할 것인지는 계획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만간 세 번째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앞장서서 싸워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고대 상징인 ‘프로마코스’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상업 로고를 비롯한 현대의 다양한 상징이 전쟁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을 펼친다. 즉 ‘전쟁 문장’이 모든 현대 상징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전쟁과 전혀 관련 없다고 믿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쟁은 당신들에게 관심이 아주 많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군을 나선 그가 하는 “모든 활동은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여러 관점들 가운데 전쟁이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거나 소홀했던 사실들을 일깨워 주고 유용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집중되어 있다. 윤 교수는 본인이 직원이면서 대표인 1인 기업의 CEO다. 물론 상호나 사무실도 없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힘차게 헤쳐 나가는 작은 몸짓에 무한의 신뢰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