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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방위산업, 국가 산업 발전 관점에서 ‘육성’에 집중해야
- ▲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3당 간사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공동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국방위 3당 간사 주최 토론회, 심도 깊은 논의로 좋은 의견 많이 나와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방위산업이 되살아나려면 투명성만 강조해 감시 대상으로 바라보던 기존 시각을 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방위사업 위기와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국회 국방위원회 3당 간사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공동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이 ‘최근 방산위기의 원인과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후 서영득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강성덕 감사원 국방감사단장, 이상훈 방위사업청 감사관, 조성식 동아일보 부장, 김태훈 SBS 국방전문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안 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현 정부에서 방위력개선비가 최대로 증가했고 글로벌 방산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국내 방산업체의 생산, 수출, 매출액 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났다”면서 영업 이익률도 글로벌 기업의 1/4 수준에 머물러 위기라고 진단했다. 위기산업으로 지정해 활성화 대책 마련해야...전담 정책연구기관 필요 개별 사업 관점에서 사업관리만 치중...산업 발전 위한 정책 목표 없어 그는 “방산 위기의 원인으로 과도한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고,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가 급증한데다, 방산 대기업의 징벌적 조치가 증가한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방위산업을 위기산업으로 지정해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후 징벌보다 비리 예방 차원에서 감사원에 예방감사를 제안했고, 전력화 일정보다 성능과 품질 중심의 획득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국방부에 주문했다. 방사청에는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을 고려한 사업 관리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고, 2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방산정책 지원을 위해 전담 정책연구기관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안 센터장은 “방사청은 개별 사업 관점에서 사업관리만 치중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목표가 없다”면서 “산업 발전에 따라 시스템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것이 바뀌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에서 국가의 장기적인 산업 발전 관점에서 안 되는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산업의 경우 일정기간 감사를 유예하는데, 방위산업도 정상화될 때까지 감사 유예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성덕 감사원 국방감사단장은 국방감사단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방위사업은 장기간 진행되고 많은 기관이 연관돼 책임이 분산된다”면서 “시행착오가 반드시 생기는데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고 사업이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법규 지키기 어려운 상황 발생...‘적극행정면책제도’ 활용 강 단장은 “사업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기존 법규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2년 전부터 ‘적극행정면책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문제 상황을 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문서화해 기관장의 결재를 받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사청이 현재 인원으로 200개 사업을 모두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어 업무처리 소홀 등의 문제가 있으며, ADD도 연구개발보다 관리 위주로 운용되는 면이 있다”면서 “감사원은 전 기관을 감사할 수 있어 종합적 시각에서 심도 깊게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이 제대로 서야 함으로 향후 방위산업 전 단계에서 제도적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방위사업 자체보다 전력 운용 쪽으로 감사 방향을 전환하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방사청, 감사 조직 7개과를 6개과로 축소하고 인원도 23명 줄여 이상훈 방사청 감사관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방사청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위기 국면으로 인식해 지체상금 제도 및 방산원가 구조 개선, 성실수행인정제도 도입, 방산수출 확대 노력 등 여러 처방을 내놓고 있고, 감사 조직의 효율화를 위해 7개과를 6개과로 축소하고 인원도 23명 줄였다”고 설명했다. 조성식 동아일보 부장은 “성과 및 실적주의로 흘러간 감사와 수사, 과도한 ROC 설정, 지나친 규제와 제재, 불합리한 원가 산정 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방사청이 업체와의 소송에서 지는 이유를 살펴봐야 하고, 업체에 무리한 제재를 가했다가 재판에서 지면 감사원이나 방사청 담당자가 징계 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SBS 국방전문기자는 “사업추진 절차에 맞지 않게 진행되는 몇몇 사업들이 문제 제기 없이 추진되는 것도 이상하고, 전문가가 모여 단기간에 논의하면 끝날 수 있는 사안들이 2∼3년간 진행되는 상황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방위산업 절차의 문제를 지적했다. 방사청이 도와주면 성공 가능한 분야 있어...방산 육성 위한 계약법 필요 또 “국회, 방사청 등 방산과 관련된 플레이어들이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주장하고 문제도 지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그 피해를 업체가 보고 있다”며 K-11 복합형 소총과 K-2 전차 파워팩 사례를 거론하면서 “방사청이 따뜻한 시선으로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홍철 의원은 환영사에서 “그동안 방위산업은 육성보다 비리, 감사, 수사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정도”라며 “이제는 어떻게 방위산업을 육성·지원할지 고민할 때가 됐으며,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별도의 계약법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내수 양산 물량 보장과 각종 규제 완화로 업체의 부담을 덜어 획득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방위산업 육성과 국방 R&D 혁신을 위한 법안 마련 등 관련법령 제정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주최자 3명 중 민홍철 의원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하지만 전례가 거의 없었던 3당 간사의 공동 토론회는 형식적인 축사를 줄이고 시의적절한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참석자들로부터 “과거 어떤 세미나보다 유익했고, 좋은 의견들도 많이 개진돼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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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방위산업, 국가 산업 발전 관점에서 ‘육성’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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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 분석] 김정은 도발 논란으로 시끄러운 한국, 해결책은 '사실주의'
-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35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태영호, ‘북한의 식량공작 전술’ 주장...백악관, 식량지원 빼고 FFVD만 언급 정부가 '사실'을 근거로 불필요한 '정치 논쟁' 종식시켜야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여·야가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도발이냐 아니냐를 놓고 연일 싸우고 있다. 한 쪽은 도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도발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7일 “도발로 보느냐”고 묻는 기자 질문에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답해 도발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냐”고 묻자 “위반은 아니나, 한반도 긴장완화가 필요하다는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부연 설명했다. 탄도미사일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김준략 합참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는 답변만 했다. 이미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요격이 힘든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평을 냈고, CNN이 지난 5일 미들버리 국제연구소로부터 입수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도발 여부와 관련, 해군작전사령관을 역임한 한 예비역 장성은 “도발이란 정전협정 또는 정전 시 교전규칙을 위반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라면서 “이번처럼 공해상에 떨어졌을 경우 도발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무력시위 또는 무력위협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7일 국방부의 보고를 받은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발 의도라기보다는 화력 타격훈련이었다”고 개인 의견을 설명했다. 또 전략무기가 아니라 전술무기를 시험하는 단계로 추정하는 언급도 했다. 한편, 군사전문가로 알려진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7일 JTBC 뉴스에 출연해 “미사일이 맞다”고 언급하면서 “국방부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하면 현재 축소된 형태로 진행하는 한·미 연합훈련 모두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국방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8일 조선일보 칼럼에서 이번 발사가 김정은의 치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북한의 식량공작 전술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상황을 보면서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김정일이 ‘선군정치’로 식량지원이란 ‘전리품’을 끌어들이던 식량공작 방법이 떠오른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정일은 북한의 재원으로 핵과 미사일을 만들면서 부족한 식량은 ‘외부세계에 호소해서 끌어들이라’고 했고, 국제 공동체가 지원하는 식량이 도착하면 북한은 주민들에게 ‘장군님의 선군정치가 가져온 전리품’이라고 선전했다는 것이다. 즉 식량지원을 조속히 받기 위해 이번 발사를 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태 전 공사의 주장은 이번 발사로 인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오히려 적신호가 켜졌다고 우려하는 국내외 목소리와 배치돼 설득력이 떨어진다. 7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북한 식량지원 언급 없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인도적 차원의 식량 제공을 지지했다”고 발표해 관점의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북한이 내부 선전용으로 식량지원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발사는 궁극적으로 북미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던 우리는 김정은의 속셈도 제대로 모르면서 여·야간 엉뚱한 도발 논란만 빚고 있어 김정은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또한 이번 발사가 어떤 국경도 넘지 않아 한·미·일 모두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언급함으로써 김정은의 의도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한이 도발한 것은 아니지만 ‘탄도미사일이 맞다’고 명확히 밝혀 김정은의 의도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또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식의 표현으로 우리 훈련도 제한하는 자충수를 둬서는 안 된다. 여·야 정치권도 정략적 이익에 따라 근거 없는 주장을 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이므로 확실한 사실을 근거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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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안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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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 분석] 김정은 도발 논란으로 시끄러운 한국, 해결책은 '사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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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군인 인생 2막](3) 윤동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상) 병마 이기고 ‘전쟁 인문학자’로 변신
- ▲ 2017년 39사단에서 장병들에게 강의 중인 윤동일 교수. [사진제공=윤동일 교수] 뉴스투데이는 군에서 장기간 복무 후 전역한 직업 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역 예정 장병들의 미래 설계는 물론 다른 직종에서 퇴직한 분들의 인생 후반부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역군인 인생 2막’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윤동일 교수, 본지와 인터뷰서 "전쟁과 인간 삶의 관련성 알리고 싶어" '전쟁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영역 개척해 '인생 2막' 점차 꽃피워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윤동일(56)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는 전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가진 학자다. 그는 전쟁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소위 ‘전쟁 인문학’ 분야를 한국에서 최초로 개척해 가는 인물이다. 전쟁 인문학이란 용어도 그의 개인적 견해이고, 아직까지 학문적으로는 정립되지 않았다. 윤동일 교수는 지난 달 말 뉴스투데이 서초동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쟁에 대해 대중들이 부정적 이미지만 갖고 있어 전쟁과 인간 삶의 관련성을 알리고 싶었다"며 "아직 전쟁 인문학자로서 모든 면에 미흡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인생 2막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전쟁 인문학에 담긴 그의 시선은 독창적이다. 예컨대 올림픽 종목은 전투상황을 가정한 스포츠라고 주장한다. 마라톤은 지휘관의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이 죽을힘을 다해 달렸던 전투에서 따왔고, 축구 또한 전쟁의 필요에 의해 고안된 군사훈련 종목이라고 한다. 강인한 체력으로 빠른 공격력을 구사하는 독일축구를 전차군단이라 칭하는데, 강력한 전차가 빠른 속도로 적의 핵심을 제압했던 독일군의 ‘전격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의 남다른 행적은 평소 가졌던 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2001년 학위가 없었던 그는 국방부 추천으로 헬싱키 경제대학원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 늦깎이 학생이 됐다. 당시 교수나 원우로부터 “전략이나 리더십 관련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것이 계기가 돼 전쟁의 흔적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전쟁과 경영의 학제 간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2009년 전쟁 인문학 입문, 병마와 싸우면서 ‘인생 2막’ 방향 설정 이런 그의 관심이 싹튼 것은 2009년 경영 전문지인 ‘동아비즈니스리뷰’에 특별 기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전쟁에서 의사소통 수단인 그림(작전상황도)을 갖고 경영에 접목하자는 내용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후속 기고와 특강 요청을 받게 됐다. 이후 “어렵고 힘들 때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으로 생각해 틈만 나면 관련 연구에 몰두했다. 현직 군인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연구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즐겁게 임했다. ▲ 윤동일 교수가 2009년 경영 전문지 ‘동아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 [자료제공=윤동일 교수] 2012년 국방일보의 문을 처음 두드려 ‘군대와 스포츠’란 제목의 연재를 시작했다. 현대 스포츠는 고대 올림픽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대부분이 전투와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을 관련 사료와 함께 제시했다. 불과 7개월의 연재였지만 “올림픽은 그리스군의 전투방식을 반영해 전쟁을 대비했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글은 곧바로 문체부의 스포츠 블로그에 초청돼 스포츠 전문가들과 2년 동안 연재를 이어가기도 했다. 윤 교수는 그저 제복이 좋아 군문에 들어선 대다수 군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순탄하지 않은 군 생활로 여러 위기가 닥치면서 굴곡진 여정으로 내몰렸고, 급기야 2013년에 찾아온 갑작스런 뇌경색과 합병증은 결국 그토록 좋아했던 군을 떠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장기간 입원하며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다가 “군인의 길은 여기서 멈추지만, 군과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읽을거리 하나를 남기겠다”고 결심한다. 퇴원 후 2014년 첫 번째 책인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나왔다’ 발간 2013년 말 퇴원한 윤 교수는 남은 군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군과 후배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담아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나왔다’란 책을 펴냈다. 스포츠의 전쟁 기원설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세부 종목연구로는 처음이었다. ▲ 윤동일 교수가 2014년 발간한 첫 번째 책(왼쪽)과 2018년 발간한 두 번째 책 표지. [사진제공=인터파크] 이 책에서 윤 교수는 방대한 사료와 연구를 통해 “고대 스포츠는 곧 나라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전시 필요한 전투기술을 평시 숙달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군사훈련”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페르시아와 몽골의 민속경기 종목이 그들의 전쟁 방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해 보기를 권하면서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유래한 군인들의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 책의 발간을 위해 전쟁 인문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1인 출판사도 만들었다. 전쟁의 신이자 군인들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위하여”라는 그리스어 ‘아테(AΘE)’를 출판사 이름으로 정했다. 당시 일부 출판사에서 무상 인쇄 제의도 받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직접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힘들어도 자신의 뜻대로 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건강 문제로 53세 전역, 2018년 ‘축구 전쟁’ 펴내며 전성기 돌입 이후 건강 문제 등으로 더 이상 군 생활이 어려워진 윤 교수는 2016년 53세의 나이에 중령으로 전역했다. 시력의 50퍼센트를 잃고, 장기 손상 등으로 신체능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존재 이유와 같은 연구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이미 책도 한 권 펴냈고 가끔 강연 요청도 들어왔기에 그는 전역 이후 인생 2막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전쟁 관련 연구를 마음껏 하면서 본격적인 집필활동과 강의를 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 윤동일 교수가 2017년 11월부터 주 1회 패널로 출연 중인 국군방송의 ‘국방 FM이 좋다’ 프로그램. [사진제공=국군방송] 윤 교수의 연구에 대한 집념과 노력은 국방일보 기획 연재와 국군방송 출연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6년 ‘전쟁과 음악’이란 제목으로, 2017년 ‘방패 & 로고’란 제목으로 국방일보에 글을 기고했다, 또 2017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1회씩 국군방송의 ‘국방 FM이 좋다’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전쟁과 문명’이라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국군정신전력원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3년째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윤 교수는 자신의 두 번째 책인 ‘축구 전쟁-축구의 또 다른 이름 전쟁’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올림픽의 기원인 고대 스포츠 종목은 전사의 개인전투기술 숙달에는 유용하지만 집단전투를 기본으로 하는 그리스 전투방식을 충족하진 못했다”면서 “그 해답이 바로 축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올림픽이 전사양성 종목이라면 축구는 부대훈련 종목이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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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군인 인생 2막](3) 윤동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상) 병마 이기고 ‘전쟁 인문학자’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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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 (30) GOP부대의 ‘노루’ 트라우마와 GP의 '배신자들'
- ▲ 엄동설한의 추위와 싸우며 동부전선 GP에서 경계근무중인 국군용사들 [사진제공=국방부] 전방 부대근무시 노루에 얽힌 신비한 징크스와 트라우마 직속 상관을 내쫓은 GP부대원들과의 동거는 '위기 상황' 군 생활에서 危機를 好機로 전환시키는 지혜는 필수 덕목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軍간부는 통상 1~2년 단위로 보직이 바뀐다. 일반 사회보다 보직이동이 빠른 편이다. 수평이동도 있지만 승진 또는 강등일때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대성산에서 근무한지 1년이 다되어 갈 즈음 필자가 소속된 연대가 전방 GOP연대와 교대하기 위해 전방으로 이동했고 대대는 DMZ작전을 전담하는 전초대대로 개편되어 철책선 지역에 배치됐다. 기존 GP소대들까지도 그대로 인수받아 전초대대는 일반 대대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다. 전성수 대대장(갑종출신)은 사단에서 최전방 작전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대대를 책임지게 되어 의욕이 넘쳐났다. 부대가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자 필자도 곧 GP장으로 투입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대성산 앞에는 광활한 평야가 펼쳐있고 그곳에 거주하는 민촌, 재건촌 주민들은 민통선 내에 있지만 자유롭게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알부자들이었다. 그곳에서 수색작전을 하다보면 간혹 넓은 들판에 한가롭게 뛰어노는 노루/고라니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펄떡 펄떡 뛰어가는 노루/고라니들은 꼭 곡예를 하는 듯 멋져 보였다. 어느날 수색에서 복귀한 인접 소대가 다쳐 쓰러져 있는 노루를 잡아온 적이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대대장은 잡아온 노루를 보고 노발대발하며 그 소대장을 꾸짖고 놓아주라고 했으나 그 노루는 곧 죽고 말았다. 바로 그때 요란한 총소리가 한발 울렸다. 작전 후 복귀한 소대에서 총기 안전검사 중 오발을 한 것이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약간 경사진 차고에서 정차되어 있던 5분대기조 차량이 기어가 풀리며 스스로 움직이다가 막사를 들이 받고서 멈추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그후로는 노루를 보면 사고위험을 알리는 징크스 트라우마가 되었다. ▲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는 들판을 뛰노는 고라니(노루) [동영상 캡쳐] 부대 이동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무렵, 중대장이 대대장 호출이라며 가보라고 말했다. 중대장의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면서, 아마도 전방에 급한 일이 있어 GP로 투입될 수도 있겠다싶어 단독군장으로 복장을 갖추고 대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어...! 김중위 왜 단독군장으로 들어 왔어? 편한 복장으로 오지...”하면서 대대장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였다. GP장 중 한명이 소대 지휘에 문제가 발생하여 지금 바로 GP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기무부대의 조언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른 연대장의 지시를 받은 대대장은 필자를 교대하는 GP장으로 보내기 위해 호출한 것이었다. GP를 담당한 다른 중대로 보직을 이동하기 위해 그동안 정들었던 중대장에게 전출신고를 하고, 기존 GP장을 안전하게 복귀시키라는 임무를 받은 기무부대장의 짚차에 올랐다. 산길을 털털거리며 약 한시간 가까이 이동했다. 산 능선을 따라 형성된 산길에서 바라보는 주변은 모두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드디어 GOP철책 통문을 통과하여 GP에 도착했다. 아무런 예고 없이 기무부대장이 적과 마주한 DMZ내 GP를 방문하자 기존 GP장은 무척 놀란 모습이었다. 이동하는 짚차 안에서 기무부대장은 불시에 교체 투입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기존 GP장의 성격이 괴팍하여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소대원들이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소원수리를 하였고 심지어는 탈영하여 북으로 갈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기무부대장은 기존 GP장에게 연대장 면담이 있기 때문에 임시로 대리 GP장을 긴급히 배치하고 연대본부로 이동한다며 GOP통문 밖 후방으로 함께 나갔다. 당장은 명목상으로 대리 GP장이었지만 직속상관을 내쫓은 소대원들과 함께 앞으로 적과 대치한 가운데 작전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니 소대원들이 괘씸하기도 했다. 전임자가 실질적으로는 보직해임되어 GP밖을 나간 뒤에 전 소대원들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첫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희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쫓아낸 배은망덕한 놈들이다”라며 후임인 필자는 “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을 준수할 것이며, 명령을 불복종하는 대원들에게는 가차없는 처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배신자들을 단결되고 강한 나의 부하로 육성하고, 새로운 위기(危機)를 최선(最善)의 노력으로 호기(好機)로 만들어 앞으로 부여될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야 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때마침 들려오는 북한의 대남 방송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DMZ 자연속에 살고 있는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만이 필자를 반기면서 DMZ내의 외로운 GP장 근무는 시작되었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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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 (30) GOP부대의 ‘노루’ 트라우마와 GP의 '배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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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 이슈 진단] (1) 방산업체 살아야 국가안보 강해진다
- ▲ 지난 3월 12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방위산업학회 운영진 회의에서 전문가 포럼을 금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방위산업학회] ‘뉴스투데이’는 ‘한국방위산업학회’와 공동으로 한국 방위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저해하는 다양한 현상과 법적·제도적 문제들을 면밀히 진단하여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국가안보와 방산 수출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방위산업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방위산업학회 전문가 포럼인 ‘용산 콜로키움’ 방위산업 발전 방안 연중 모색 [시큐리티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전문기자] 한국은 40여년 만에 전차,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은 물론 함정, 잠수함, 고등훈련기까지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신흥 방산강국이 됐다. 하지만 현재 방위산업은 장기간 지속된 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매출액이 감소하고 내수도 포화상태여서 새로운 활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방위산업학회는 이러한 인식 하에 방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위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소규모 포럼을 만들었다. ‘용산 콜로키움’으로 명명된 이 포럼은 매월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심층 토의한 후 정부와 업체가 수용 가능한 정책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달 중순경 학회 사무실에서 열린 첫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방위산업이 현재의 정부주도·내수충족 위주 산업에서 업체주도·수출 지향적 산업으로 발전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요구되는 합리적 인식과 이런 인식이 확산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논의했다. 유형곤 안보경영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장이 제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방위산업 발전 위해 방위사업 기여해야...방산 주체들이 함께 노력할 사안 첫째, 국내외에서 무기체계를 획득·조달하는 ‘방위사업(防衛事業)’을 뒷받침하려고 국내에서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방위산업(防衛産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방위사업이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요구됨에도 현재는 방위산업 육성보다 경쟁 유도 또는 비용 절감 관점에서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만연돼 있다. 전문가들은 “방위산업은 국가가 안보를 위해 돈을 들여서라도 육성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방위산업 육성과 발전은 방위사업청 방산진흥국만의 업무는 아니며, 합참·소요군·방사청 통합사업관리팀(IPT) 등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모든 주체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사안이란 인식이 정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 무기체계 획득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소요기획 단계부터 촉박한 전력화 기간 내에 과도한 성능을 요구하는 현행 방식을 지양하고, 국내 개발기관의 기술 역량을 토대로 진화적 개발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방산수출 관점에서 사업추진 방안을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고위험-저성과(High Risk-Low Return)가 아닌 저위험-고성과(Low Risk-High Return) 방식으로 획득제도가 개선돼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제도 도입 후 성과와 부작용 등 정기적으로 분석·평가해야 둘째, 방위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나 제도를 새로이 도입할 경우 원래 취지대로 성과가 나타나는지 아니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되는지 정기적으로 분석·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신중히 검토하여 보완 소요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돼야 한다. 현재는 업계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업체 이익을 위한 주장으로 간주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 국회·감사원 등에서 지적할 정도로 문제가 악화되기 십상이다. 그 이전에 선제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져 정책의 효과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방위산업이 발전한다. 안정적 공급 초점 맞춘 업체 지정 특혜 아냐...무분별한 지정 취소 없어야 셋째, 방산물자·업체 지정제도는 품질이 보장된 방산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로서 정부가 해당업체에 주는 특혜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방위사업법은 청렴계약서 위반, 융자자금·보조금 부당 사용, 취업제한 위반 등 안정적 조달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서도 방산업체 자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방산업체가 방산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준에 미달했다면 지정 취소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방산업체 지정을 취소하여 품질이 보장된 방산물자 조달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그동안 업체가 축적한 기술 역량과 생산 기반을 사장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업체가 안정적 공급과 관련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에 합당한 다른 제재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이익 증대는 업체 노력의 결과...계약 미이행 시 재발 방지에 주안점 둬야 넷째, 특정 방산업체가 이익이 많이 발생하면 정부의 혜택이라기보다 해당 업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필요하다. 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정부 예산에 상당히 의존하지만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에 업체 선정이 투명하게 이뤄졌다면 정부가 그 업체에 특별한 혜택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업체의 이익이 더욱 증대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여건을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영업이익이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는데 재투자되도록 유인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섯째, 방산업체가 계약대로 사업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 문제의 원인을 감사 및 조사하는 행위가 계약한 체계업체(주로 대기업)에 대한 책임 전가보다는 제도 개선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인식이 요구된다. 업체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한 목적에 국한된다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유명무실해진다. 그리고 당사자의 과실인지 아니면 정부기관이나 협력업체 등 타 이해관계자의 문제인지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중요하다. 방위산업 육성 관점에서 법규·제도 만들고, 합리적 인식 갖고 업무 임해야 이와 같은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아 방위산업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방위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법규와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고, 사업 추진과정에서도 합리적인 인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포럼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포럼을 주관한 채우석 학회장은 “사업 관계자들은 항상 방위산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 추진과정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성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정책·제도 평가 작업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별도의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규도 면밀히 검토해서 방위산업 육성을 저해하는 조항은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기일 국방대 교수는 “업체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사유를 살펴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기관이나 협력업체의 책임이 크거나 체계업체의 절차가 정당함에도 부득이한 사유로 발생한 지체상금은 해당위원회에서 과감히 면제 또는 최소화하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장은 “방위사업 분야에 일반 상업계약에 적용되는 법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방위사업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특례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연구개발 및 양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도 비리로 인식하는 등 방위사업의 모든 비리를 ‘방산 비리’로 인식하는 것을 지양해 비리프레임이 과도히 적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사안까지 총 6가지 인식 유형이 제시됐고, 포럼 참석자들 모두 공감하면서 향후 해법 모색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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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 이슈 진단] (1) 방산업체 살아야 국가안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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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군인 인생 2막](2)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하) 안보교육을 넘어 국악 보급의 선구자로 자리매김
- ▲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문화사업 일환으로 군부대 공연을 지원하는 예술단 ‘군락’의 단원들과 공연 장면.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뉴스투데이는 군에서 장기간 복무 후 전역한 직업 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역 예정 장병들의 미래 설계는 물론 다른 직종에서 퇴직한 분들의 인생 후반부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역군인 인생 2막’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국군아리랑, 대한국군 등 전통 국악 ‘軍歌’ 창작해 교육 활용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변상문 이사장은 최근 뉴스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 소리 즉 국악이 대한민국의 정신이며 얼이고 혼”이라면서 “그럼에도 일본 요나누키 음계의 노래가 마치 우리 것 인양 사회에서 불리고 심지어 군가(軍歌)마저도 70% 이상이 일본풍”이라고 말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그는 전통 국악으로 창작한 군가인 국군아리랑, 대한국군, 탈북아리랑, 통일아리랑 등을 만들어 장병 교육 및 공연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가 많이 훼손된 데다, 그 이후 학교교육을 통해서도 이를 회복시키지 못해 우리 것보다 외국 가곡 중심의 음악교육을 하는 등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변 이사장은 군의 기상나팔도 미국의 남북전쟁에 악상을 둔 트럼펫 연주라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남북전쟁 악상에 근원을 둔 나팔 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잠을 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팔 소리 대신 우리나라 북 소리를 들려주면 긍정·도전·적극적 심리를 자극해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트럼펫 연주곡을 북소리로 바꿀 것을 정책 제안하여 국방부가 검토 중에 있다. 군 특성에 맞는 ‘풍물놀이’ 개발해 문체부와 군부대 교육사업 진행 변 이사장은 “2014년 10월 유네스코에 세계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풍물놀이가 군사훈련 모습을 전통 놀이 형식의 종합 국악으로 표현한 예술”이라면서 “군에서 풍물놀이를 생활화하면 전통문화 보존과 함께 부대 단합을 도모하고 전우애도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 특성에 맞는 풍물놀이 상품을 이미 개발해 2015년부터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군부대를 대상으로 풍물 교육 사업을 진행 중이다. ▲ 국방국악문화진흥회는 2015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군부대를 대상으로 풍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2016년에는 서울시 주최로 일반 시민 및 학생을 대상으로 역사문화 탐방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변 이사장은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아리랑과 뽕짝, 100년을 노래하다’란 교육공연 상품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세종연구소에서 연수 중인 고위공무원단, 국제대학교 재학생, 서울시 종로구 골목 해설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 안보교육 위주였던 민방위 교육이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인문학 교육으로 대치되자 이에 맞는 찾아가는 인문학 공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일제 강점기 의열투쟁사를 그린 ‘음악극 뉴스 스페셜’과 의병·독립군·광복군 이야기인 ‘주파수 1919’ 등으로 2017년부터 서울시 광진구·양천구 등을 대상으로 공연을 곁들인 민방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의병·독립군·광복군 이야기인 ‘주파수 1919’의 첫 장면. 12가지 인문학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다음 달 새롭게 시작하는 창작극 공연에선 ‘辯士’로 직접 출연 그는 오는 5월 11일 돈화문 국악당에서 ‘작금(昨今)의 소리, 나(我), 성(聲), 사(史)’를 공연 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공연이다. ‘소리’를 의인화 하여 우주가 열린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소리’라는 주인공을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출연진, 관객이 ‘소리’라는 나로 변신한 배우가 돼 함께 진행하며, 변 이사장은 변사(辯士)로 공연을 이끌어 간다. 또한 변 이사장은 평양 기생 왕수복 공연을 기획하며 통일 대한민국을 설계하고 있다. 왕수복은 1930년대 서도소리를 하는 기생이었으나 우리 소리가 대중가요에 밀리면서 대중가수로 변신한다. 요즘 말로 10대 가수왕에 등극한 인물이다. 광복 후 월북하여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 교수 김광진과 결혼했고 북한 공훈배우로 대접 받다가 2004년에 이승을 떠났다. 그의 삶 속에 우리의 근·현대사가 농축돼 있다. 그녀의 삶을 통해 남과 북의 같은 문화가 무엇인지 조명하면서 오랜 분단의 시기를 극복하는 것이 공연 의도이다. “무대 위에 올린 사연과 풍류는 통일을 향한 민족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 금년 5월부터 공연하는 ‘작금의 소리, 나, 성, 사’의 출연진. 좌로부터 변 이사장, 판소리꾼 최한이, 경기민요 김보성, 해금연주 윤세비.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한반도 전쟁 역사에서 희생된 군인들 위무하는 ‘굿판’ 무대 추진 변 이사장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 역사에서 죽은 군인들의 넋을 달래는 굿판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6·25전쟁 때 죽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군인들을 위무하는 민속 문화 행사를 전쟁기념관 마당에서 개최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이자 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서울 굿(국가 무형문화재 104호)을 비롯한 12개 굿판을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는 “굿이 문화재로 보일 때 유·무형 문화재의 본질이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사무실을 나올 때, 인터뷰 도중 그가 던진 한 마디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마음을 흔들었다. “모두가 대중가요를 따라갈 때, 누군가는 국악의 길을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우리의 역사가, 우리의 문화가 살아서 숨 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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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군인 인생 2막](2)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하) 안보교육을 넘어 국악 보급의 선구자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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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9) 취준생들에게 들려주는 '작은 성공담'의 교훈
- ▲ 엄동설한의 추위 싸우며 동계훈련 중인 국군용사들 [사진제공=국방부] 동계 간부교육시 지독한 감기(危機)로 각종 회식에 불참, 교육 평가는 1등 인간사의 어려움, '처신'하기에 따라 좋은 결실을 맺는 호기(好機)로 전환 대대장을 기만했던 '완벽한 매복'으로 포상휴가를 떠난 분대원들 '작은 성공담' 통해 깨달은 '바른 직업(군인)관'...正直, 誠實, 最善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은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문구로서 학문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날마다 진보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각 군의 부대도 동계에 간부교육을 통해 진보한다. 대성산(1175고지)은 주변의 적근산, 복주산, 화악산과 더불어 한겨울에 항상 최저점의 기온을 기록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전방부대들의 동계 작전준비는 유사시 적 도발 및 남침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보내기 위한 준비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보온을 위해 창문에 문풍지와 비닐을 추가로 설치하고 눈 내린 도로가 얼면 식량보급 등 이동에 문제가 생겨 고립될 우려가 있어 격오지를 포함한 높은 고지는 헬기로 미리 식량과 연료를 수송하여 저장해 놓는다. 기온이 내려가 입술과 코에 고드름이 달리고 소변을 보면 얼음이 되어 떨어지는 한겨울 동안은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 교육훈련과 작전에는 지장이 많다. 그래서 병사들은 경계근무와 눈 덮힌 도로 제설작업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가 된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각 부대는 제대별로 간부교육에 집중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그해 겨울에도 사단은 장교와 부사관들을 사단 교육대에 집합시켜 부족하고 취약한 부분에 대한 재교육과 새롭게 변경되는 교리, 규정, 방침 등을 가르치고 지휘관의 의도와 방침을 숙지 시킨다. 긴장했던 소대장근무에서 벗어난 탓인지 간부교육에 입소했을 때, 필자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 매일 주간교육 후 야간이 되면 오랜만에 만나는 선후배나 동기들과 소주를 기울이며 회포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고열에 기침까지 심해 즐거운 모임에 참석할 수 없었다. 어느 조직이나 경쟁은 존재하고, 일주간의 간부교육도 마지막날 평가가 있었다. 마지막날 시험이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1등을 했다. 아마도 남보다 성적이 조금 좋았던 것은 감기 때문에 매일 저녁 회식을 참석 못했던 덕택인 것 같았다. 일주일간의 간부교육을 마치고 복귀하자 새로이 취임한 대대장은 부대 명예를 높혔다며 바로 포상휴가를 출발하라고 해서 소대에 들려 중대장에게 신고하고 전방 배치 후 첫 휴가를 나갈 수 있었다.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하고 소대로 돌아오자 생활관이 텅 비어 있었다. 1개 분대 전원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이유를 알고 '감동'과 '기쁨'을 만끽했다. DMZ 매복작전 오인사격 후, 매복시 철저한 교리 및 규정 준수가 강조되어 수시로 점검이 나왔다. 사실 GOP후방 FEBA지역에서의 매복작전은 침투한 적을 잡기 보다는 훈련에 가깝고 실탄도 장전하지 않고 공포탄만 장전해서 근무를 한다. 왜냐면 6~70년보다 무장공비의 활동이 급격히 감소되었고, 오히려 야간에 활동하던 아군 및 민간인에게 오발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포상휴가를 떠난 뒤, 상급부대 계획에 의해 종심지역(deep area) 매복작전을 우리 소대에서 나갔고 대리근무 중인 선임하사가 군장검사 후 분대장이 인솔하여 매복진지에 배치했는데 그날 대대장이 직접 매복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급습하였다. 대대장이 매복 지점에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이놈들 매복작전을 지시했더니 정확한 지점도 모르고 어디 구석에 들어가서 쉬고 있겠구만…ㅊㅊ”하며 “소대장이 휴가를 가버려 군기가 해이해진 모양이군, 복귀 후 문책을 해야 겠다”고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바로 옆 숲에서 분대장이 불쑥 일어난 것이었다. 대대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이 어두워져 짚차 해트라이트로 비추어 찾았는데도 완벽한 위장으로 매복작전중인 병사들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지 3개소와 크레모아 설치도 완벽했고 특히 배치된 화기까지도 위장이 되어있었다고 했다. 대대장은 “용장(勇將)밑에 약졸(弱卒)은 없어 그 소대장에 그 소대원들이다”며 극찬을 했고 매복 복귀후 분대원 전원이 포상휴가를 간 것이었다. 직업군인으로 취업을 하려는 취준생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는 자기가 자리를 비웠을 때에 그 진가가 발휘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남들이 안볼 때 더 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실(誠實)한 근무자세이다. 이처럼 군 생활에서 겪었던 '작은 성공담'들은 3가지 교훈을 깨닫게 해준다. 필자는 3가지를 인생관과 직업관으로 살고 있다. 취준생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한다. 그 첫째는 정직(正直)이다. 정직한 것은 거짓말을 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욕심에 큰 것을 잃어 버리는 실수(小貪大失)를 하면 안된다. 안중근 장군도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라고 했다. 둘째는 바로 성실(誠實)이다, 대해불기청탁(大海不忌淸濁)이라는 명언처럼 모든 것을 품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타인이 안볼 때, 남들이 귀찮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로는 최선(最善)이다. 좋은 여건과 충분한 지원이 가능할 때에는 누구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투로 손실이 생겨 소대원들이 부족하고 장비도 망가진 상황에서 중대장이 공격을 지시할 때에도 소대장은 불비한 조건에서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것이 최선이다. 즉, 도전정신으로 임하면 위기(危機)는 호기(好機)가 되기 때문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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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9) 취준생들에게 들려주는 '작은 성공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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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홍 방사청장, 방산업체 ‘원가 문제’ 연내 해결 시사
- ▲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개최된 한국방위산업학회 주관 ‘방위사업청장 초청 조찬 포럼’에서 왕정홍 청장의 강연이 끝난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채우석 방산학회장, “정부가 원가 업무에서 손 떼는 방안 모색해야” 주장 왕 청장, 개인 의견 전제로 “회계 법인에 원가 업무 맡길 수도 있어” 밝혀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한국방위산업학회는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왕정홍 방위사업청장 초청 조찬 포럼을 개최했다. 왕 청장은 ‘업체, 현장 중심 방산업계 경영개선 방안’이란 주제로 부임 이후 추진해온 제도 개선 내용을 설명했다. 왕 청장은 조찬 강연에서 “부임 후 최초로 업계와 소통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대기업조차 자신이 처한 문제를 조심스럽게 개진했고, 중소기업은 아예 자기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이래서는 방위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느껴 ‘다파고’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출업체 방문 상담을 의미하는 ‘다파고(DAPA-GO)’는 방사청(DAPA)이 산업현장에 직접 찾아가(GO) 업계 애로사항에 속 시원히 답하고,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무엇이든 다 팔고 다닐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 용어다. 그는 “다파고 행사에 가면 업체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가급적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 행사가 끝나갈 무렵 업체 대표들이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왕 청장은 “당장 해결은 어렵겠지만 업체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청장이 직접 어떻게 하겠다는 답을 주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45년 간 아무도 손대지 못한 원가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방사청과 업체가 같이 고민해야 함으로 업체 인원(5명)도 연구 T/F에 포함시켰다”며 “좋은 의견이 있으면 개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년도 상반기 내에 올바른 방법을 찾아서 하반기에 시범 운용한 후 확실히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방위산업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왕 청장은 “업체 물량이 언제쯤 소진돼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는 기초 현황조사도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황이 있어야 향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사청이 추가 물량 확보 등을 고민할 것 아니냐”며 “업체도 방사청의 현황조사에 적극 호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질문 시간에 채우석 방산학회장은 “원가 업무에서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자, 왕 청장은 “우리는 110명이 원가업무를 하는데 이스라엘은 7명이 필요한 것만 찾아 점검하는 식”이라며, 개인 의견을 전제로 “110명이 110억 정도 쓰는데 이 정도 돈이면 회계 법인에 업무를 맡길 수도 있다”며 T/F에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업무 파악 후 방산업계와 원활히 소통하며 제기된 이슈 적극 해결해 호평 이어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장이 “과기정통부와 산자부에 연구개발 예산이 많은데 방사청이 협력을 강화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자, 왕 청장은 “국방 연구개발 예산이 많이 부족해 과기정통부와 산자부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 중이며 조만간 과기정통부 차관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왕 청장의 강연과 답변을 들은 포럼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왕 청장이 과거 누구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일들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관련 법 제·개정이 관건인데, 시간이 걸리니 왕 청장이 현 정부 내내 청장을 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왕 청장은 지난해 8월 감사원 사무총장을 마치고 방사청장에 임명됐다. 방위사업에 문외한이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파악한 후 방산업계와 원활히 소통하면서 제기된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어 호평을 얻고 있다. 먼저 지난해 11월 19일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신속히 도와주는 원스톱 서비스 창구인 ‘방산수출진흥센터’를 개설했다. 그리고 “청장부터 센터의 일원이 돼 매주 수출기업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실시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추진 중인 ‘다파고’ 행사는 현재까지 5개월 간 19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행사에서 업체가 제기한 이슈는 7일 이내로 검토 의견과 제도개선 추진계획을 답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청장이 바로 해결책을 내놓거나 면밀히 검토해 1주 이내로 답을 주되 법령을 바꿔야 하는 이슈들은 빠른 시간 내에 검토하여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왕 청장은 16차 다파고 행사 장소인 경남 창원시 S&T중공업을 방문했다. 이날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한 ‘방위산업 발전방향 세미나’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고, 국방부장관과 육·해·공군참모총장들도 세미나에 참석했다. 장관에 이어 계획된 방사청장의 축사는 차장이 대독했다. 왕 청장은 의례적인 세미나 참석보다는 자신이 직접 수출업체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 주는 다파고 행사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심이 바탕이 되어 전례가 없던 초스피드의 원스톱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금년 들어 다양한 혁신방안 계속 발표해 변화 조짐...전시행정 될 가능성도 왕 청장은 감사원에서만 30여년 가까이 근무해 방위사업이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빠른 시간 내에 파악했고, 공무원 조직의 속성을 잘 알아 업무 추진력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부임 이후 방산업체 CEO 간담회, 방산정책 심포지움 및 세미나 등을 통해 여러 문제들을 식별한 후 직접 업체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면밀히 진단했다. 그 결과 짧은 시간 내에 상당한 제도적 검토가 이루어졌다. 방위사업청은 금년 들어 방위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다양한 혁신방안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왕 청장 부임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왕 청장이 부임할 당시만 해도 방산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장기간 지속된 방산비리 수사로 방산업계와 방사청이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 방사청장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왕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방위사업의 투명성을 강조해 우려의 시선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방산비리 수사 여파와 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말 방산업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자 이대로 방위산업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대두되면서 방위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한 왕 청장은 지난해 말부터 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방위사업에 밝은 한 전문가는 “왕 청장은 현 정부 실세인데다 감사원 출신으로 공무원 조직의 속성을 잘 알고 있어 업무 추진이 힘을 받는다”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장명진 청장은 연구원 출신이라서 업무 추진에 한계가 많았고, 전임 전제국 청장은 공무원 조직을 움직일 힘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왕 청장이 잘 하고 있지만 결국은 관련 법규가 통과되지 않으면 중요한 것들은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법 제·개정이 국회에서 막힐 경우 전시행정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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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홍 방사청장, 방산업체 ‘원가 문제’ 연내 해결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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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군인 인생 2막] (2)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상) 국악인을 ‘군통령’ 만드는 안보교육 전문가
- ▲ 1사단에서 국악공연 후 국방TV와 인터뷰 중인 변상문 이사장.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뉴스투데이는 군에서 장기간 복무 후 전역한 직업 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역 예정 장병들의 미래 설계는 물론 다른 직종에서 퇴직한 분들의 인생 후반부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역군인 인생 2막’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기무부대장 출신 변 이사장, 안보 강의에 국악공연 곁들인 독창적 정신교육 창안 뉴스투데이와 인터뷰서 “국악과 전통문화 알려 민족정기와 얼 살리겠다” 밝혀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국방국악문화진흥회 변상문 이사장은 ‘발상의 전환’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인생 2막’을 실현했다. 기무부대장 출신이면서 ‘국악의 세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국방과 국악의 접목을 시도했다. 국방국악문화진흥회는 2013년 12월 9일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국방부 설립 허가를 받은 교육·연구·문화공연 전문 단체이다. 법인 설립 후, 매년 국방부 사업계획에 따라 장병 정신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금년에도 국방부 및 육·해·공군의 다양한 부대에서 상당히 많은 횟수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교육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군인의 안보의식과 군인정신 고취를 위한 강의 컨텐츠를 만든 후, 이 구성에 맞는 국악과 판소리 등 전통가요를 적절히 곁들여 강의와 공연이 접목되는 독특한 형태로 실시된다. 즉 안보강사와 20대 공연자가 함께 만드는 매우 독창적인 교육 방식이어서 장병들의 호응도 좋다고 한다. ▲ 변상문 이사장과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안보강사들.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기자가 국방국악문화진흥회를 방문한 지난 4월 초순 변상문 이사장은 금년도 강의 컨텐츠에 대한 강사들의 연구강의를 받고 있었다. 강사들은 시나리오대로 연기하는 배우처럼 강의 컨텐츠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고, 강의에 참여하는 공연자와 호흡도 맞춰야 했다. 변 이사장은 본인이 직접 시연하면서 강사의 강의 진행기술을 지도했다. 12가지 교육·공연 프로그램 개발하고 ‘군락’ 등 자체 예술단 공연 진행 또한 국방국악문화진흥회에서는 자체 개발한 12가지 교육·공연 프로그램을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각급 부대에서 이 내용을 보고 부대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안성맞춤형 눈높이 교육이다. 이외에, 자체 예술단인 ‘군락(軍樂)’은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문화사업에 참여하여 대대급 이하 부대를 대상으로 전통국악 공연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역시 자체 예술단인 ‘두빛들이’와 ‘세빛들이’에서는 군 장병과 일반인 대상으로 전통국악과 대중가요를 융합한 공연도 진행한다. ▲ 예술단 ‘군락(軍樂)’의 공연에서 진도북춤을 추는 ‘군통령’ 구명서 명무.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와 같이 장병 정신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하며 단기간에 성장한 국방국악문화진흥회는 변상문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3사관학교를 졸업(19기)하고 소위로 임관해 기무부대에서 대부분의 군 생활을 했다. 2000년 당시 35사단 기무부대장으로 재직하며 우연히 판소리를 접한 후 문화적 충격을 받아 본격적으로 우리 소리와 악기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했다. 국악과 판소리에 빠져 행복한 자신 느껴...‘장금도’ 명무 만나며 결심 굳혀 국악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2012년 3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대령으로 전역할 때 육군회관에서 국악공연으로 전역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동국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하며 전문지식도 넓혔지만 그 정도로는 자신 안에 내재된 국악과 판소리에 대한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국악과 판소리에 미쳐 10여년 이상 전국 팔도를 돌며 우리나라의 예인들을 만나고 그 문화 속에 빠져 지냈다. 그들과 어울려 국악의 향연에 빠질 때마다 행복한 자신을 느끼면서 국악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는 “한국문화재재단이 진행한 프로그램 ‘꽃 마중 길에 만난 마지막 해어화’를 통해 일제 강점기 기생조합인 권번 출신 ‘장금도’ 명무(名舞)를 만난 것이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장금도는 기생이라서 군산시 개복동에 깊이 숨어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민살풀이춤(살풀이 장단에 맞춰 수건 없이 맨손으로 추는 춤) 명무가 돼 국립국악원 무대에 올랐다. 그 날 기생인 어미를 부끄럽게 여겨 의절했던 아들이 꽃다발을 들고 어미 장금도를 축하해 줬다. 50년 만에 이뤄진 엄마와 아들의 화해였다. ▲ 지난 2007년 10월 제10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호남 민살풀이춤을 선보이는 조갑녀(84), 장금도(79, 오른쪽) 등 두 사람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춤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랬던 아들은 2년 후 월남전 참전 고엽제 후유증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어미는 그 아들의 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해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민살풀이춤을 췄다. 변 이사장은 “장금도 명무의 삶 자체가 대한민국의 근대사이고 현대사”라면서 “그 분의 삶을 보며 전통문화와 국악 역사에 몰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일 위해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 개척 국방국악문화진흥회는 이와 같이 자기 내면의 소리에 충실히 응답했던 한 사람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든 결정체로서, 뜻을 같이 하는 지인 몇몇이 그의 결단에 힘을 보태어 탄생했다. 그는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일을 위해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즉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을 창조한 것이다. 변 이사장은 “매년 20만 명의 민간인이 군인이 되고 같은 규모의 군인이 민간인이 된다”면서 “장병들에게 국악과 전통문화를 알려 민족의 정기와 얼을 되살려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역 이후 돈을 버는 경제의 길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가치의 길에서 고민했다”며 “후자를 선택했으니 온 정성을 다해 제2의 인생을 살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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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군인 인생 2막] (2)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상) 국악인을 ‘군통령’ 만드는 안보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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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28) 전두환 시대의 비사, 독도법 실패가 부른 비극
- ▲ DMZ내 아군 GP 및 북한군 민경초소 근무모습 [사진제공=국방부/동영상 캡쳐] 사기는 충천했으나 '독도법' 실패로 아군끼리 오인 사격하는 사고 발생 군내 사고사 감소 추세, 사회 부적응 등으로 인한 자살사고는 증가 야전 지휘관들의 고충, 신세대 병사들과 함께 외나무다리 건너는 심정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삶(生)이란 소(牛)가 외나무다리(一)를 건너가는 것이며, 인생길은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건너가는 고해(苦海)의 길이다”라고 어느 스님이 말했다. 군대를 경험한 직업군인 관련 칼럼을 쓰면서 지난 40년 군생활을 돌이켜보면 그 스님의 명언이 진리로 다가왔다. 1981년 늦가을, 전방 GOP부대의 DMZ(비무장지대)내에서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자가 그 부대로 부임하기 1년 전에 북한군이 DMZ 아군지역인 442고지에 침투해 은거하다가 아군 수색조에게 발견되어 교전 후 북으로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그 때 침투했던 적 1명을 사살하는 작전 성공으로 부대 전체의 사기가 고양된 적이 있어 GOP부대는 적을 잡겠다는 의욕이 한층 고무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날은 본부에서 DMZ 침투가 예상되는 GP앞의 지역에 공세적으로 근접하여 매복지점을 선정 계획했고 각 소대는 계획된 매복지점으로 투입토록 했는데, B소대는 원래 계획된 지점이 아닌 적들이 GP사이로 침투할 것이라 판단한 지점에 실제 매복진지를 배치하였다. 한편 A소대는 GP에 잠깐 들려 준비물을 재확인하고 다소 늦게 계획된 매복로로 투입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해가 서쪽으로 떨어지고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할 무렵, 북한의 대남방송만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DMZ에서 요란한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려왔다. 본부에서는 B매복작전조로부터 “침투하는 적을 발견 교전 중”이라는 보고가 들어오자 “드디어 침투하는 적을 잡았다”라는 환호성을 올리며 기뻐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다른 매복작전조에서 “매복진지로 투입 중, 적의 기습을 받아 대응사격 중”이라는 보고를 접수하였다. ▲ 1980년대 DMZ 매복작전 시 '오인'으로 아군 간에 교전했던 상황도 아군 매복조끼리 오인으로 인해 교전하였고, 아까운 수명의 사상자도 발생한 것이었다. 물론 계획된 매복지점에 배치하지 않은 B소대와 지정된 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지연 투입한 A소대도 잘못은 있지만, 후일담을 들어보면 각개 병사들은 긴급 상황에서 교육훈련 받은대로 전투행동을 잘했다는 칭찬도 들려왔다. 그후, 사관학교 선배였던 중대장은 보직해임됐고 대대장, 연대장도 징계를 받았으며 아까운 순직자의 장례도 모두 치루었다. 헌데 그 사건의 후유증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사고 원인 분석결과 가장 먼저 야간 독도법 능력이 문제로 대두되었다. B소대 매복조가 매복지점을 잘못 찾아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간 사격 등 야간 전술훈련이 강화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날 취약요소가 발견되더라도 복수의 매복조를 같은 통로로 투입하는 것은 배제하도록 통제하였다. ▲ 야간 사격하는 우리 장병모습 [사진제공=국방부] GOP부대 뿐만 아니라 후방의 예비부대에서도 매일 밤 야간 교육은 강화되었고 간부들의 야간 독도법 평가도 군단부터 제대별로 시행되면서 고난의 행군이 계속된 그해 겨울밤은 유난히도 더 춥고 바람도 모질게 불었다. 군 간부로 병사들을 교육훈련 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어 야간교육을 시키는 고단함을 토로했지만, 사실 군에서 순직한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은 사고 후유증에 힘들어하는 군간부 보다 훨씬 더 아프거나 힘들다. 하지만 관공서와 언론가의 통계 데이터를 보면 최근에는 군대만큼 20대에게 안전한 곳은 대한민국 땅에 없다고 군 간부들은 주장한다 서울시가 2014년 발간한 '서울시민의 건강과 주요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사망자는 모두 4만 2063명으로 2008년 이후 5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20대 서울시민 155만 명의 0.055%인 861명이 암 및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했고 그 중 51%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를 군대와 비교해보면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군대에서는 서울시보다 1/2 낮은 수준인, 20대 병사 50만 명의 0.022%인 124명이 사망했다. ▲ 국방부가 통계청 ‘e나라지표’를 통해 공개한 ‘1993~2013년 발생한 군 사망사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전쟁 이후 군대에서 사망자 수를 표로 보면, 전쟁 직후에는 군대내 연간 사망자가 약 3000 명에 가까운 선이었으나 유신 및 군사정권을 거치며 1000여명 내외로 감소했다. 그후 2000년대 들어 연간 군 사망자 수는 100명대로 떨어졌다. 이때부터 노무현 정부 중반까지 사망 장병 수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2005년 현역복무 병사의 0.022%인 124명까지 줄었던 군내 사망자 수는 이후 2006년과 2008년, 2011년에 소폭 증가하며 들쑥날쑥하는 추세를 보였다. 2006년에는 128명, 2008년에는 134명으로 사망자가 늘었다. 2011년에는 총 143명의 장병이 사망함에 따라 2003~2004년 수준으로 회귀하기도 있다. 2013년의 경우 사망 장병 수는 117명이며 차량(15건)·함정(21건)·화재(7건) 사고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살(79)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됐다. 최근 전체 군 사망자 수가 더 이상 크게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살률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화재, 폭발, 추락, 익사, 차량 및 항공·함정 사고로 인한 사망 장병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2013년 총 사망자 가운데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장병 수는 37명으로 나타나 전체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1993년 안전사고로 인한 군 사망자 비율이 59%였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훈련장비가 발달하고 장병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강화됨에 따라 안전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군내 자살률이 증가한 데는 군대 문화가 사회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군대 부적응자가 양산된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신세대 장병들이 군대라는 단절된 공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지며 징병제도 자체가 위협을 받고있다. 이러한 사회 및 국민적 요구가 높아가고 입대하는 장정들의 마인드와 성향도 다양하게 변화되었다. 게다가 팽배한 개인주의와 일부 ‘마마보이형’의 나약함까지 지휘부담으로 가중되어 간부들의 고충은 심화되고 있다. 과거 군대 경험자들은 “지금 군대는 군대가 아니라 보육원이라 걱정이다. 강하게 키워야 승리하는 부대가 된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과 4세대 전쟁으로 변화무쌍한 시대 속에서 입대하는 장정들이나 그 부모들 그리고 그들을 책임져야 할 군 간부들 모두 고해(苦海)의 인생길을 가고 있다. “삶(生)은 소(牛)가 외나무다리(一)를 건너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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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28) 전두환 시대의 비사, 독도법 실패가 부른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