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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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32) DMZ지뢰밭에서 ‘캡틴큐’ 찾던 아찔한 악몽의 순간
    ▲ 중동부전선 DMZ내 태극기 걸려있는 아군 GP와 840m 북한군 GP인 인공기가 걸려있는 민경초소 [사진제공=연합뉴스] ‘본립도생(本立道生)’은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는 뜻 GP주변 지뢰밭에 캡틴큐 양주를 찾으러 들어갔었던 아찔한 순간의 악몽 기무부대는 동전의 양면(兩面)성 같이 꼭 있어야 할 필요악(必要惡)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논어 학이편에 ‘군자무본 본립이도생 (君子務本 本立而道生)’이란 말이 있다. “군자는 기본에 힘쓴다.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라는 뜻으로 기본적인 원칙 준수를 강조한 명언이다. 공자의 제자 유자는 “군자는 먼저 자신의 근본적인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근본적인 직무인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얘기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GP장으로 취임하여 소대 실상을 파악해보니 간부부터 분대장, 막내 이등병까지도 그동안의 타성에 젖어 규정을 지키기 보다는 관행에 의한 순간의 융통성이 만연되어 있었다. 전방 GOP부대는 항상 실탄을 휴대하여 생활하며 생활관 밖을 나갈 때에는 반드시 3인조행동으로 이동하도록 규정화 되어있다. 이는 근접하여 눈앞에서 대치하고있는 북한군이 도발할 때에 즉각 조치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전방 GOP부대는 금주가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었다. 특히 북한군 민경초소와 84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GP안에서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 이었다. 필자는 대원들에게 기본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도록 지시했으며 그 중에서도 음주는 특별히 엄금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의 대원들이 은밀히 음주했다는 정보도 들었기 때문에 과거의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꼭 집어서 언급했다. GP에 부임한지도 어느덧 한 달 정도 지나갈 즈음, 일주일에 두번씩 추진되는 부식차에 연대 기무부대장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GP로 들어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통상 하루전에 다음날 GP를 방문하는 인원을 사전에 통보하는 데 필자가 처음 GP에 들어올 때와 같이 불시에 들어오는 상황이라 걱정 되었다. 오전 취침이 끝나고 점심을 마친 뒤에 분대장이 인솔하는 도로 정찰 및 경계조가 GP투입로 상에 배치되었다. GOP통문이 열리고 출발한 5/4톤 트럭이 먼지를 내면서 통로를 따라 GP통문 앞에 도착했다. GP통문을 열고 맞이한 트럭에서 내린 기무부대장은 “부식과 전달한 문서 및 편지들은 선임하사관이 확인해서 인수하고 GP장은 자기와 같이 울타리 순찰을 하자”고 필자에게 제안했다. ▲ DMZ내 아군 GP의 통로에서 작업중인 용사들과 ‘90년대 전후로 유행하던 국산 양주인 ‘캡틴큐’ [사진제공 =국방부/연합뉴스] GP에는 교통호를 따라 대원들의 진지와 순찰로가 구축되어 있고, 순찰로 앞에는 2중 철책으로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밖에는 적의 침투를 거부하기 위해 M16 및 폭풍(발목)지뢰로 장애물지대를 형성해 놓은 상태였다. 기무부대장은 물자 및 부식 인수 확인을 선임하사관에게 맡긴 필자를 데리고 거침없이 울타리 순찰로를 따라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필자는 통문밖의 도로 경계조와 부식 인수조, 상황실 및 관측소의 배치된 대원들까지 염두에 두고 각 무전기 교신에 촉각을 세우며 따라갔다. 동측 교통로상의 한 진지에 멈춰 서서 기무부대장은 미소를 띄우며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김중위, 갑자기 불려와 GP장으로 취임하여 고생이 많지…?”하며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아찔하고도 충격적인 사항을 전달했다. 기무부대장이 멈춰 선 진지는 바로 몇일 전에 휴가 복귀한 분대장과 이야기를 했던 장소였다. 그 날은 전반야 근무시간이었다.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전령이 방문을 노크했다. 선임하사관이 잠깐 나오시라고 건의했다고 해서 식당에 가보니 분대장과 최선임 병장들이 닭도리탕과 켑틴큐를 식탁위에 차려놓고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로운 고도(孤島)에서 회식을 준비하고 GP장을 부른 것은 고마운 일이나 금주를 엄중히 지시했는데, 선임하사관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야단치면 선임하사관의 위상이 손상될 까봐 잠시 멈칫 하다가 “이자리는 선임하사관이 주관하시요 …”하고 인상을 쓰며 난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휴가 복귀한 분대장과 선임하사관이 방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회식자리를 해산했고 술자리를 준비한 것이 죄송하다며 용서를 빌었다. 필자는 선임하사관에게는 전반야 근무 통제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고, 분대장을 데리고 교통호로 나갔다. 바로 기무부대장과 함께 서있는 그 진지 앞이었다. ‘캡틴큐’를 몰래 휴대하여 휴가복귀한 분대장에게 전 GP장 해임 과정과 GOP부대의 음주 엄금 규정 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뒤, 몰래 가지고 온 캡틴큐 2병을 울타리 밖 지뢰지대로 던지라고 지시했다. 여기까지는 기무부대장이 잘했다고 격려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고참 병장 한명이 다음날 아침 통문/도로순찰 시 그 ‘캡틴큐’를 찾으러 울타리 밖 지뢰지대로 들어갔었다고 했다. 분명하게 아침에 도로정찰 출발하는 분대원들도 확인하고 통문도 잠갔는데 언제 그 고참병장은 지뢰밭에 들어갔었는지 의문스러웠다. 또 술병을 찾다가 지뢰를 밟아 폭발 사고라도 당했으면, 그 ‘캡틴큐’ 때문에 아까운 소대원도 잃어버릴 뻔한 아찔한 악몽의 순간이었다. 기무부대장은 진지 앞 지뢰지대를 가리키며 “김중위의 규정을 준수하자고 지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현장을 확인 또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것 때문에 소대원들을 더이상 문책하지 말고, 기무부대장 말을 참고로 실태를 직시하면서 아무도 과신하지 말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부식차와 기무부대장이 통문 밖으로 나가고 도로 정찰 및 경계조가 복귀한 뒤, 분대장을 포함한 3명이 콜라작전(GP밖 150미터 아래지역 지하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간 벨브와 모터를 작동시키는 작업)으로 내려간다고 보고를 했다. 과거에는 물지게를 지고 물을 퍼왔으나 당시는 그래도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등으로 편리해 졌다. 그래도 기무부대장 말 때문인지 작전을 내려간 대원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걱정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는 기무부대장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오랜 관행과 타성을 타파하려는 노력도 필자가 안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됐고, 그 것을 내게 코치해준 기무부대가 고맙기도 한 필요악(必要惡)이라는 현실도 깨달았다. 돌이켜 보면 필자에게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선임하사관과 분대장의 음주유혹에 넘어 갔다면 급하게 GP장을 교체시키도록 조치한 기무부대장도, 필자를 대타로 투입시킨 대대장에게도 실망스런 일이 되었을 것이다. 당황스러운 돌발상황에도 원칙에 충실하고자 했던 필자의 대응방식이 '최악'을 '차선'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은 인간사의 기본이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정치, 경제, 사회 등에는 항상 문제가 있었다.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본인은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내로남불’식으로 얘기하였고 지금도 외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타인보다 내가 먼저 ‘본립도생(本立道生)’을 명심하고 실천할 것을 유자는 강조했기 때문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소통시대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019-05-16
  • 송영무 "김정은, 자유민주사상 접근…한국전쟁 트라우마 벗고 군사합의 이행해야"
    ▲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안보 학술 세미나'에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청와대 행정관 출신 부형욱 위원, 장사정포 후방 배치와 남북 군비통제 방안 제시 [시큐리티팩트=김한경 기자]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16일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갖고 있었다면 "김정은(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한국국방연구원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2019년 안보학술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제는 우리가 한국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 전 장관은 과거 북한은 구소련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지원받았지만, "현재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찾아가 전쟁할테니 지원해달라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느냐. 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북한의 핵과 화생방(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며 "(북한 군사력에 대한) 정량분석에 치우치다 보니 북한이 강한 것처럼 느껴진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 전력 역시 "지상군과 공군 현역이 2만8천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미 해병대는 동북아 해역서 대기하고 있다"며 500여 명의 군사고문단만 존재했던 반세기 전과 완전히 다르다고 부연했다. 사회의 변화, 주민들의 인식 변화도 북한이 더는 군사적 대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북한의 배급체제는 평양에서만 겨우 유지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다 무너지고 시장 체제가 들어선 가운데 "북한 주민들도 시민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작년 9월 평양에서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의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 의도를 받들어 '일방적 양보는 없다', '꼭 상대적으로 하라', '한 번에 다 하지 말라', '과거 잘잘못 따지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하라'는 지침들을 제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상호신뢰를 구축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분야 협력을 견인하려면 이 군사합의서는 꼭 이뤄져야 한다"며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합의서로 평가받기를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을 지낸 부형욱 KIDA 연구위원은 이 세미나의 발제에서 “북한 측이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임팩트가 있는 대안은 장사정포의 후방 배치”라며 “남한 수도권을 겨냥한 170㎜, 240㎜ 방사포를 사거리 밖으로 이동시키면 ‘서울 불바다’ 우려를 극적으로 저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 위원은 “동부지역 방사포는 현 위치 그대로 두되, 서부지역은 군사분계선(MDL)에서 40㎞ 이상 후방으로 이전하는 ‘태극형 배치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이 장사정포를 후방 배치하고, 남북한이 5대 공격 무기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300㎜ 방사포, 신형 단거리 미사일 등을 갖고 있어 안보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장사정포 후방 배치로 얻는 우리의 안보적 이익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도 나쁜 거래가 아니며, 북한의 군사적 양보를 통해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는 재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 위원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5대 공격 무기 보유 상한선을 설정해 군축을 한 유럽의 재래식 군비통제(CFE) 조약을 한반도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5대 공격무기 감축을 모델로 각 무기체계를 남한 보유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외교안보정책
    2019-05-16
  • 장병 취업 지원 위해 기업 현장 탐방하는 '희망열차' 운행
    ▲ 국방부가 장병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15일 처음 진행한 청년장병 희망열차’에 각급 부대에서 선발된 장병들이 탑승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일보] 중진공·코레일과 협업, 올해 첫 행사로 장병 123명과 부모 30명 참가 전주를 시작으로 대전, 원주, 울산, 부산 등 5개 지역에서 행사 예정 [시큐리티팩트=김한경 기자] 국방부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장병들의 고민 해소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청년장병 희망열차'를 운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청년장병 희망열차'는 국방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철도공사와 협업해 전역 예정 장병이 중소벤처기업 현장을 직접 탐방할 수 있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날 운행한 첫 희망열차에는 9사단, 30사단, 35사단, 수도방위사령부 등에서 부대 지휘관의 추천을 받은 전역 예정 장병 123명이 서울에서 탑승해 전주까지 이동했다. 참가장병들은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전문 취업 컨설턴트의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1대1 취업 상담도 받았다. 전주에 도착해서는 (주)비나텍, (주)올릭스 등 우수중소기업을 방문해 기업 소개를 받고 근무현장을 둘러보며 직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날 장병들이 방문한 기업 중 하나인 (주)비나텍은 탄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다. 기업 관계자는 "행사를 통해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을 장병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희망열차에 탄 장병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취업 준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며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주류를이뤘다. 이날 행사에는 조경자 국방부 보건복지관과 이상직 중소벤처기업공단 이사장이 장병들과 동행했으며, 희망열차의 취지에 공감하는 장병 부모님 30여 명도 함께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주를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대전, 원주, 울산, 부산 등 5개 지역에서 매회 100여 명의 장병들과 '청년장병 희망열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현역군인
    2019-05-16
  • 이스라엘 ELTA사의 ‘PPR’ 레이더, CCTV의 한계 극복할 대안으로 떠올라
    ▲ 이스라엘 ELTA사가 개발해 생산하는 민수용 ‘PPR’ 레이더. [사진제공=(주)콤라스] (주)콤라스가 국내 판매 및 정비 담당...군용으로 개발된 장비의 민수용 버전 1000m까지 탐지 가능, 초경량체·초절전형 장비로 어떤 기상 조건에도 작동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이스라엘 ELTA사가 생산하고 (주)콤라스가 국내에 판매하는 ‘PPR’ 레이더가 시설 경계, 문화재 보호, 안전과 방범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CCTV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라 주목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CCTV와 감시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상 물체가 카메라 앞에 나타나야 식별돼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 있고 기상이 나쁘면 식별도 어렵다. 따라서 사건·사고가 발생한 후 원인을 확인하고 범죄자를 색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뿐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미 2008년 2월 10일 발생한 남대문 방화 사건, 2017년 8월 4일 첨성대 무단 난입 사건 등에서 보았듯이 문화재 관리를 위해 CCTV가 설치됐지만 사건 발생 당시 사전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6년 10월 18일 제주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중국인 월담 밀입국 사건 또한 CCTV 집중감시지역에서 벌어졌지만 56대의 CCTV를 단 1명이 보고 있어 CCTV 화면에 3차례나 중국인이 표출됐음에도 당일 근무자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레이더’이다. 레이더는 물체를 탐지하는 즉시 경고를 발령해 조기에 위험을 알리고, 물체를 추적하면서 이동상황을 계속 감시하다가 대응할 수 있으며, 기상 조건이 나쁘더라도 감시 가능한 전천후 장비이다. ‘PPR(Perimeter Protection Radar)’ 레이더는 이스라엘 ELTA사가 최초 군용으로 개발했던 경계용 레이더를 민수용으로 다시 생산해 선보인 제품으로 (주)콤라스가 국내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ELTA사는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IAI사의 자회사로 레이더, 전자전, 통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고 고객 서비스를 위한 글로벌 영업망도 운영하고 있다. 이 레이더의 모델명은 ELM 2114로써, 주파수 사용을 통제받지 않는 24 GHz의 K밴드 대역을 이용한다. 국가가 인정하는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을 받은 제품이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인정하는 FCC 인증과 CE 인증도 받아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할 수 있다. ELM 2114는 사람의 경우 약 300~500m, 차량은 600~1,000m까지 탐지가 가능하며, 그 밖에 동물과 드론, 선박도 탐지가 가능하다. 90도 범위 내에 있는 물체를 탐지함으로 4대를 운용하면 360도 전 방향에서 표적 탐지가 가능하다. 100여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고, CCTV 및 감시 센서 등 다른 경계용 장비들과 연동도 가능하다. 또 십여 곳 이상 지역에서 운용되는 레이더를 한 곳에서 통합 운용할 수 있고, 특정 감시지역을 3단계로 구분해 탐지된 표적이 이동하면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대응할 수 있다. 이 레이더는 고정형으로 모양도 단순하고 전문교육 없이 쉽게 운용할 수 있다. 손바닥 크기(13×17×5cm)인데다, 약 1Kg의 초경량체이며 이더넷으로 전원과 신호정보가 모두 전달된다. 전력 소모도 매우 적은 초절전형 장비로서 어떤 기상 조건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레이더는 기상의 영향에 민감하고 대량의 물 유입이 필요한 해안·강안·호수 지역의 원자력·화력·수력발전소, 정유시설, 가스저장시설, 저유시설은 물론 공항 외곽경계, 대규모 공장 또는 물류시설, 교도소, 철도기지, 항만시설, 대규모 양식 및 채소재배시설 경계, 문화재 보호 등에 매우 효과적이다. ELM 2114는 민수용임에도 공군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7년 및 2018년 연속으로 ○곳의 공군 비행단 시설물 경계지역에 설치됐고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용 중이다. 이 레이더는 육군에도 전방부대의 야전시험용 장비로 공급한 바 있다. (주)콤라스는 이스라엘 ELTA사와 한국의 안테나 중견업체인 에이스 테크놀로지사가 50%씩 지분을 투자한 합자회사로서 PPP 레이더 판매와 함께 정비를 담당하며, 향후 국내에서 이 레이더를 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ELTA사가 생산한 레이더의 정비를 (주)콤라스가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운용 간 고장이 발생하면 국내 장비처럼 빠른 시간 내에 조치를 받을 수 있고, 정비도 국내 기술진에 의해 이루어져 여타 외국장비보다 매우 비용이 적게 든다.
    • 방위산업
    2019-05-15
  • [전역군인 인생 2막] (3) 윤동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하) '전쟁 인문학' 1인 기업 시험대에 올리다
    ▲ 2016년 삼성전자에서 안보교육 중인 윤동일 교수. [사진제공=윤동일 교수] 뉴스투데이는 군에서 장기간 복무 후 전역한 직업 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역 예정 장병들의 미래 설계는 물론 다른 직종에서 퇴직한 분들의 인생 후반부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역군인 인생 2막’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축구 전쟁’ 출간, 고대 올림픽엔 단체종목 없었다는 의문에서 출발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윤동일 교수는 인류 역사와 현대의 일상에 숨어 있는 다양한 ‘전쟁 흔적’들을 살펴, 전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공감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이어주는 전쟁 연구를 하고 있다. 통칭해 ‘전쟁 인문학’으로 정의하고, 일상의 의식주를 비롯해 전쟁에서 탄생한 스포츠, 과학기술, 상징, 음악, 미술, 게임, 뷰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런 시도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것으로 이 분야의 퍼스트 무버임에 틀림없다. 그는 2018년 전쟁과 스포츠의 두 번째 이야기인 ‘축구 전쟁-축구의 또 다른 이름 전쟁’을 출간했다. 이 책은 “고대 올림픽은 분명히 그리스의 전투방식을 반영했지만 모두 개인 전투기술에 집중되어 있어, 당시 그리스군의 기본인 밀집전투와 관련된 단체종목은 없었다”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이런 의문은 우연한 기회에 연구한 고대 축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기원전부터 축구를 즐겼고 특히 군에서 축구를 정식 군사훈련 종목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것이 로마와 중국이 영토를 확장하면서 세계 각지에 전파해 중세 집단축구를 거쳐 현대 축구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올림픽으로 전사 양성하고 축구로 집단전술 숙달해 전시 대비 그는 “축구가 세계로 전파되는 중심에 군대가 있었기 때문에 축구로 집단전술을 숙달하고, 이 전술이 군대의 전법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올림픽이 전사양성 종목이라면 축구는 부대훈련 종목이었던 셈이다. 아울러 그는 “축구가 태어난 지 100년 만에 세계를 정복한 이유에 대해 많은 연구와 주장이 있지만 아직 반쪽에 불과하며, 축구가 전쟁과 함께 진화했다는 ‘축구의 전투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전쟁과 스포츠의 두 저술을 정리해 “올림픽으로 전사를 양성하고, 축구로 집단전술을 숙달해 비로소 전시 대비태세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윤동일 교수가 육사생도 시절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에서 축구선수로 뛰는 모습. [사진제공=윤동일 교수] 윤 교수가 저서의 시작을 올림픽과 축구로 정한 배경에는 육군사관생도 시절 축구선수 경력도 한몫을 했다. 그는 “축구가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의 출발점이었고, 북한과 체제경쟁의 한축을 담당했으며 강군육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3군사관생도들의 체육대회가 폐지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미국 육사와 해사 간 미식축구 정기전이 무려 110년 이상 이어지고 있음을 부러워했다. 후배와 부대에 저서 기증하고 대학에 전쟁인문학 과목 개설 그의 책은 출간과 동시에 여러 곳에 무상으로 배부된다. 특히 장교로 임관하는 육사 후배들을 비롯하여 일부 부대와 지휘관들에게 지금까지 천여 권 정도를 기증했다. 군문을 떠나면서 “직접 만든 책을 후배와 부대에 남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그는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국방상담리더십학과에서 특임교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러 대학에서 수차례 강연은 했지만 특정 대학에 그의 과목이 개설되기는 처음이다. ‘전쟁과 문명’이란 교양과목이 개설되자마자 전쟁에 관심 있는 학생 300명이 수강을 신청해 단번에 대학에서 인기 있는 과목 중 하나로 부상했다. 수강생 중에는 군인보다 일반인이 더 많고, 여성의 비율도 35퍼센트가 넘어 연구의 보편성이 짐작된다. 늘 자신을 ‘전쟁 인문학 전도사’로 자처하며 묵묵히 걸어온 그의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전쟁연구를 하는 목적이 “무작정 전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창 쓸 일이 없도록 하는 것(止戈爲武)’에 있다”며 균형 잡힌 접근을 강조했다. ▲ 윤동일 교수가 한국열린사이버대학에서 올해 처음 개설된 ‘전쟁과 문명’이란 과목을 강의하는 모습. [강의 동영상 캡쳐] 책을 쓴 저자이자 교수에 출판사까지 운영하는 멀티 플레이어 군문을 떠난 지 3년이 된 그는 두 권의 책을 쓴 저자이자 대학 교수이고, 혼자서 출판사까지 운영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그는 매일 아침 도서 주문을 확인해 포장과 택배의뢰, 계산서 발송, 정산 그리고 가끔 배송이나 홍보도 직접 나간다. 학교와 부대, 기업체를 찾아 강의도 하고, 1주에 한 건 이상 칼럼도 쓴다. 틈틈이 걷기 운동도 해야 하고, 매월 병원 2∼3곳을 돌면서 진료 받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일도 거르면 안 된다. 그러다 컨디션이 나빠지면 무기한 일을 중단하기도 한다. 그 누구보다도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지만 한편으론 신중하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윤 교수는 또한 인문학 학술연구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인문학진흥원 부설 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이 연구소는 국가와 사회에 유용한 인문학 콘텐츠를 개발·보급할 목적으로 지난해 12월에 뜻을 같이 하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발족했다. 올해 첫 행사로 5월 21일 세한대학교와 인문학 분야의 산학협력 연구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인문학 공동연구와 보급에 힘쓸 계획이다. 전쟁 인문학 저서인 ‘호모 워리어스’ 시리즈 완성이 인생 목표 이제 그에게는 자신이 개척한 전쟁 인문학 저서, 이른바 ‘호모 워리어스(Homo Warriors)’ 시리즈를 완성하는 인생 목표가 생겼다. ‘전사로 태어난 인간’이란 뜻을 가진 이 연작에는 이미 출간한 두 권도 포함된다. 전쟁과 반전쟁(反戰爭)의 관련성을 다룬 이 시리즈는 전쟁과 로고를 비롯해 몇 권의 주제를 출간한 후에 총론으로 마무리하거나, 그 반대로 총론부터 내고 각론을 출간할 생각이다. ▲ 두 번째 저서인 ‘축구 전쟁’과 세 번째 저서로 곧 발간될 ‘프로마코스’(오른쪽)의 표지. [자료제공=윤동일 교수] 그러나 그는 “언제까지 몇 권이나 출간할 것인지는 계획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만간 세 번째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앞장서서 싸워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고대 상징인 ‘프로마코스’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상업 로고를 비롯한 현대의 다양한 상징이 전쟁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을 펼친다. 즉 ‘전쟁 문장’이 모든 현대 상징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전쟁과 전혀 관련 없다고 믿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쟁은 당신들에게 관심이 아주 많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군을 나선 그가 하는 “모든 활동은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여러 관점들 가운데 전쟁이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거나 소홀했던 사실들을 일깨워 주고 유용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집중되어 있다. 윤 교수는 본인이 직원이면서 대표인 1인 기업의 CEO다. 물론 상호나 사무실도 없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힘차게 헤쳐 나가는 작은 몸짓에 무한의 신뢰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 전역군인
    2019-05-12
  • [직업군인사용설명서] (31) DMZ의 선장인 GP장이 기무부대와 동거하는 방식
    ▲ 중동부전선 GP에서 근무했던 필자와 당시 안개바다 DMZ를 스케치한 삽화 [사진제공=김희철] 새임지에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자세로 근무 GP는 마치 하이얀 안개바다 DMZ(비무장지대)에 둥둥 떠다니는 돗단배 인생은 정답도 비밀도 공짜도 없는 정비공(正祕空)……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당나라의 선승(禪僧) 임제의현(臨濟義玄)의 ‘임제록’에 나오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은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일 수 있다면, 그가 서는 곳은 모두 참된 곳이다”라는 뜻으로 수행하는 자의 확고한 주체성을 강조한 말이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인적 없는 외딴 섬에 버려진 신세가 된 기분으로 직속상관을 내쫓은 GP대원들과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선임하사관부터 말단 이등병까지 소대원들과 지원배속된 포병 관측장교, 위생병들 모두가 긴장도 되지만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필자에게 쏟아 붓고 있었다. 그래도 북한 병사들이 경계근무하는 민경초소와 840미터 떨어진 최전방 휴전선 감시초소(GP : guard post)를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오히려 필자가 더 긴장을 했을지도 모른다. GP대원들에게 책을 잡히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고, 바로 근접해 있는 북한군의 도발시 즉각 응징할 수 있는 태세를 상시 유지한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사관학교 가입교시 기초군사훈련 때의 순수한 군인정신을 되새겨 보았다. GP에 투입된 첫날밤이 되었다. 전반야는 선임하사가 후반애는 소대장이 야간 경계근무를 책임지고 지휘감독을 한다. 취임 첫 날 오후에 첫 인사말로 “GP대원들에게 직속상관을 내쫓은 배신자들”이라고 호되게 나무란 뒤라 GP장실 쪽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시끄럽게 들려오는 대남방송과 긴장감에 어느덧 후반야가 되어 한잠도 못 자고 선임하사와 근무교대를 했다. 후반야 투입조의 군장 검사를 마치고 근무투입시킨 뒤에 철모를 굳게 눌러쓰고 GP를 한바퀴 돌며 순찰을 했다. 대원들은 타성이 붙어 있었다. 적이 침투하는 것을 감시해서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을 쫓아내는 형태의 근무를 하고 있었다. 며칠 뒤 관측장교에게서 “전 GP장은 군복도 안입고 체육복차림으로 야간 순찰을 종종 했다”고 전해 들었다. 대원들은 군복에 단독군장을 하고 실탄과 수류탄까지 무겁게 지참해서 근무를 서고 있는데 GP장은 추리닝복장으로 순찰돌면서 근무자세가 나쁘다고 혼을 냈으니 자기 상관인 GP장을 쫓아낸 상황도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DMZ(비무장지대)내에 타부대와 완전히 고립된 고도인 GP에서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을 어떻게 상급 기무부대장이 알 수 있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같은 GP내에 같이 근무하는 포병관측장교 신병래중위(ROTC19기)에게서 그 내막을 알 수 있었다. 부식 추진을 위해 GP로 들어오는 중대 행정보급관이나 함께 온 기무부대원이 GP에 근무하는 위생병이나 포병 등 지원배속 부대원들과 잠시 외딴 곳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때 GP장의 활동 사항을 보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이해는 되었다. 상급 지휘관들은 초급장교인 소대장에게 홀로 떨어져 있는 GP를 맡겨 놓았지만 걱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최전방 GP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반드시 확인 또 확인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급 지휘자를 신뢰 못하는 상급자들도 서운했고 그러한 정보원들을 데리고 대치한 적들과 상대해서 전투지휘를 한다는 것도 이율배반적인 것이었다. 지휘관(선장captain)은 “어항 속의 금붕어”로 모든 사람이 주목하고 있고, 안개바다 DMZ의 마도로스 선장인 GP장도 GP내에 있는 부하들 뿐만 아니라 숨겨 놓은 정보원에 의해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 받는 위치였다. 어느덧 새벽이 되었다. 동녁에서 붉은 태양이 고개를 내밀기 전에 GP내에 있는 높은 관측소에서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장관이었다. 새벽 안개가 망망대해가 되어 있었다. 인접 GP의 모습은 마치 하이얀 안개바다 DMZ에 둥둥 떠다니는 돗단배 였다. 야간 군무를 끝낸 대원들의 안전검사를 끝내고 주간 근무로 전환하고 대대장에게 아침 지휘보고를 했다. 합동통화로 인접 GP장의 지휘보고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충성..! 한탄강 마도로스 하나, 둘, 셋 이상 없습니다. 등등…..” ‘마도로스’는 GP장을 뜻하고 ‘하나, 둘, 셋’은 인원, 장비, 물자를 의미하는 용어였다.. ▲ 중동부전선 아군GP와 대치하고 있는 MDL넘어 북한 경계지대와 산악들 [사진제공 =국방부] 하급 지휘자를 신뢰 못하는 상급자들과 믿을 수 없는 이중간첩, 배신자들인 정보원들을 데리고 대치한 적들과 상대해서 전투지휘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 속에서도 필자는 최전방 GP를 책임지는 주인이고 확고한 주체성을 가져야 할 육군중위였다. 문득 임제스님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란 설법 말씀이 떠올랐다. 또한 최근 술자리에서 건배사로 ‘정비공(正祕空)’이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사회생활과 사람관계에 있어 “정답도 비밀도 공짜도 없다”는 뜻이다. 軍생활 속의 지휘관도 마찬가지이지만 “인생은 정비공(正祕空)이다”라는 것이 진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소통시대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019-05-10
  • 위기의 한국 방위산업, 국가 산업 발전 관점에서 ‘육성’에 집중해야
    ▲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3당 간사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공동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국방위 3당 간사 주최 토론회, 심도 깊은 논의로 좋은 의견 많이 나와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방위산업이 되살아나려면 투명성만 강조해 감시 대상으로 바라보던 기존 시각을 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방위사업 위기와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국회 국방위원회 3당 간사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공동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이 ‘최근 방산위기의 원인과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후 서영득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강성덕 감사원 국방감사단장, 이상훈 방위사업청 감사관, 조성식 동아일보 부장, 김태훈 SBS 국방전문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안 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현 정부에서 방위력개선비가 최대로 증가했고 글로벌 방산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국내 방산업체의 생산, 수출, 매출액 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났다”면서 영업 이익률도 글로벌 기업의 1/4 수준에 머물러 위기라고 진단했다. 위기산업으로 지정해 활성화 대책 마련해야...전담 정책연구기관 필요 개별 사업 관점에서 사업관리만 치중...산업 발전 위한 정책 목표 없어 그는 “방산 위기의 원인으로 과도한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고,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가 급증한데다, 방산 대기업의 징벌적 조치가 증가한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방위산업을 위기산업으로 지정해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후 징벌보다 비리 예방 차원에서 감사원에 예방감사를 제안했고, 전력화 일정보다 성능과 품질 중심의 획득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국방부에 주문했다. 방사청에는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을 고려한 사업 관리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고, 2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방산정책 지원을 위해 전담 정책연구기관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안 센터장은 “방사청은 개별 사업 관점에서 사업관리만 치중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목표가 없다”면서 “산업 발전에 따라 시스템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것이 바뀌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에서 국가의 장기적인 산업 발전 관점에서 안 되는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산업의 경우 일정기간 감사를 유예하는데, 방위산업도 정상화될 때까지 감사 유예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성덕 감사원 국방감사단장은 국방감사단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방위사업은 장기간 진행되고 많은 기관이 연관돼 책임이 분산된다”면서 “시행착오가 반드시 생기는데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고 사업이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법규 지키기 어려운 상황 발생...‘적극행정면책제도’ 활용 강 단장은 “사업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기존 법규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2년 전부터 ‘적극행정면책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문제 상황을 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문서화해 기관장의 결재를 받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사청이 현재 인원으로 200개 사업을 모두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어 업무처리 소홀 등의 문제가 있으며, ADD도 연구개발보다 관리 위주로 운용되는 면이 있다”면서 “감사원은 전 기관을 감사할 수 있어 종합적 시각에서 심도 깊게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이 제대로 서야 함으로 향후 방위산업 전 단계에서 제도적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방위사업 자체보다 전력 운용 쪽으로 감사 방향을 전환하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방사청, 감사 조직 7개과를 6개과로 축소하고 인원도 23명 줄여 이상훈 방사청 감사관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방사청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위기 국면으로 인식해 지체상금 제도 및 방산원가 구조 개선, 성실수행인정제도 도입, 방산수출 확대 노력 등 여러 처방을 내놓고 있고, 감사 조직의 효율화를 위해 7개과를 6개과로 축소하고 인원도 23명 줄였다”고 설명했다. 조성식 동아일보 부장은 “성과 및 실적주의로 흘러간 감사와 수사, 과도한 ROC 설정, 지나친 규제와 제재, 불합리한 원가 산정 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방사청이 업체와의 소송에서 지는 이유를 살펴봐야 하고, 업체에 무리한 제재를 가했다가 재판에서 지면 감사원이나 방사청 담당자가 징계 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SBS 국방전문기자는 “사업추진 절차에 맞지 않게 진행되는 몇몇 사업들이 문제 제기 없이 추진되는 것도 이상하고, 전문가가 모여 단기간에 논의하면 끝날 수 있는 사안들이 2∼3년간 진행되는 상황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방위산업 절차의 문제를 지적했다. 방사청이 도와주면 성공 가능한 분야 있어...방산 육성 위한 계약법 필요 또 “국회, 방사청 등 방산과 관련된 플레이어들이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주장하고 문제도 지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그 피해를 업체가 보고 있다”며 K-11 복합형 소총과 K-2 전차 파워팩 사례를 거론하면서 “방사청이 따뜻한 시선으로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홍철 의원은 환영사에서 “그동안 방위산업은 육성보다 비리, 감사, 수사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정도”라며 “이제는 어떻게 방위산업을 육성·지원할지 고민할 때가 됐으며,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별도의 계약법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내수 양산 물량 보장과 각종 규제 완화로 업체의 부담을 덜어 획득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방위산업 육성과 국방 R&D 혁신을 위한 법안 마련 등 관련법령 제정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주최자 3명 중 민홍철 의원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하지만 전례가 거의 없었던 3당 간사의 공동 토론회는 형식적인 축사를 줄이고 시의적절한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참석자들로부터 “과거 어떤 세미나보다 유익했고, 좋은 의견들도 많이 개진돼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 방위산업
    2019-05-10
  • [뉴투 분석] 김정은 도발 논란으로 시끄러운 한국, 해결책은 '사실주의'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35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태영호, ‘북한의 식량공작 전술’ 주장...백악관, 식량지원 빼고 FFVD만 언급 정부가 '사실'을 근거로 불필요한 '정치 논쟁' 종식시켜야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여·야가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도발이냐 아니냐를 놓고 연일 싸우고 있다. 한 쪽은 도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도발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7일 “도발로 보느냐”고 묻는 기자 질문에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답해 도발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냐”고 묻자 “위반은 아니나, 한반도 긴장완화가 필요하다는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부연 설명했다. 탄도미사일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김준략 합참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는 답변만 했다. 이미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요격이 힘든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평을 냈고, CNN이 지난 5일 미들버리 국제연구소로부터 입수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도발 여부와 관련, 해군작전사령관을 역임한 한 예비역 장성은 “도발이란 정전협정 또는 정전 시 교전규칙을 위반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라면서 “이번처럼 공해상에 떨어졌을 경우 도발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무력시위 또는 무력위협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7일 국방부의 보고를 받은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발 의도라기보다는 화력 타격훈련이었다”고 개인 의견을 설명했다. 또 전략무기가 아니라 전술무기를 시험하는 단계로 추정하는 언급도 했다. 한편, 군사전문가로 알려진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7일 JTBC 뉴스에 출연해 “미사일이 맞다”고 언급하면서 “국방부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하면 현재 축소된 형태로 진행하는 한·미 연합훈련 모두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국방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8일 조선일보 칼럼에서 이번 발사가 김정은의 치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북한의 식량공작 전술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상황을 보면서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김정일이 ‘선군정치’로 식량지원이란 ‘전리품’을 끌어들이던 식량공작 방법이 떠오른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정일은 북한의 재원으로 핵과 미사일을 만들면서 부족한 식량은 ‘외부세계에 호소해서 끌어들이라’고 했고, 국제 공동체가 지원하는 식량이 도착하면 북한은 주민들에게 ‘장군님의 선군정치가 가져온 전리품’이라고 선전했다는 것이다. 즉 식량지원을 조속히 받기 위해 이번 발사를 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태 전 공사의 주장은 이번 발사로 인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오히려 적신호가 켜졌다고 우려하는 국내외 목소리와 배치돼 설득력이 떨어진다. 7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북한 식량지원 언급 없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인도적 차원의 식량 제공을 지지했다”고 발표해 관점의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북한이 내부 선전용으로 식량지원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발사는 궁극적으로 북미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던 우리는 김정은의 속셈도 제대로 모르면서 여·야간 엉뚱한 도발 논란만 빚고 있어 김정은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또한 이번 발사가 어떤 국경도 넘지 않아 한·미·일 모두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언급함으로써 김정은의 의도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한이 도발한 것은 아니지만 ‘탄도미사일이 맞다’고 명확히 밝혀 김정은의 의도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또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식의 표현으로 우리 훈련도 제한하는 자충수를 둬서는 안 된다. 여·야 정치권도 정략적 이익에 따라 근거 없는 주장을 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이므로 확실한 사실을 근거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 외교안보정책
    2019-05-08
  • [전역군인 인생 2막](3) 윤동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상) 병마 이기고 ‘전쟁 인문학자’로 변신
    ▲ 2017년 39사단에서 장병들에게 강의 중인 윤동일 교수. [사진제공=윤동일 교수] 뉴스투데이는 군에서 장기간 복무 후 전역한 직업 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역 예정 장병들의 미래 설계는 물론 다른 직종에서 퇴직한 분들의 인생 후반부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역군인 인생 2막’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윤동일 교수, 본지와 인터뷰서 "전쟁과 인간 삶의 관련성 알리고 싶어" '전쟁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영역 개척해 '인생 2막' 점차 꽃피워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윤동일(56)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는 전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가진 학자다. 그는 전쟁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소위 ‘전쟁 인문학’ 분야를 한국에서 최초로 개척해 가는 인물이다. 전쟁 인문학이란 용어도 그의 개인적 견해이고, 아직까지 학문적으로는 정립되지 않았다. 윤동일 교수는 지난 달 말 뉴스투데이 서초동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쟁에 대해 대중들이 부정적 이미지만 갖고 있어 전쟁과 인간 삶의 관련성을 알리고 싶었다"며 "아직 전쟁 인문학자로서 모든 면에 미흡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인생 2막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전쟁 인문학에 담긴 그의 시선은 독창적이다. 예컨대 올림픽 종목은 전투상황을 가정한 스포츠라고 주장한다. 마라톤은 지휘관의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이 죽을힘을 다해 달렸던 전투에서 따왔고, 축구 또한 전쟁의 필요에 의해 고안된 군사훈련 종목이라고 한다. 강인한 체력으로 빠른 공격력을 구사하는 독일축구를 전차군단이라 칭하는데, 강력한 전차가 빠른 속도로 적의 핵심을 제압했던 독일군의 ‘전격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의 남다른 행적은 평소 가졌던 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2001년 학위가 없었던 그는 국방부 추천으로 헬싱키 경제대학원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 늦깎이 학생이 됐다. 당시 교수나 원우로부터 “전략이나 리더십 관련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것이 계기가 돼 전쟁의 흔적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전쟁과 경영의 학제 간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2009년 전쟁 인문학 입문, 병마와 싸우면서 ‘인생 2막’ 방향 설정 이런 그의 관심이 싹튼 것은 2009년 경영 전문지인 ‘동아비즈니스리뷰’에 특별 기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전쟁에서 의사소통 수단인 그림(작전상황도)을 갖고 경영에 접목하자는 내용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후속 기고와 특강 요청을 받게 됐다. 이후 “어렵고 힘들 때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으로 생각해 틈만 나면 관련 연구에 몰두했다. 현직 군인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연구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즐겁게 임했다. ▲ 윤동일 교수가 2009년 경영 전문지 ‘동아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 [자료제공=윤동일 교수] 2012년 국방일보의 문을 처음 두드려 ‘군대와 스포츠’란 제목의 연재를 시작했다. 현대 스포츠는 고대 올림픽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대부분이 전투와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을 관련 사료와 함께 제시했다. 불과 7개월의 연재였지만 “올림픽은 그리스군의 전투방식을 반영해 전쟁을 대비했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글은 곧바로 문체부의 스포츠 블로그에 초청돼 스포츠 전문가들과 2년 동안 연재를 이어가기도 했다. 윤 교수는 그저 제복이 좋아 군문에 들어선 대다수 군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순탄하지 않은 군 생활로 여러 위기가 닥치면서 굴곡진 여정으로 내몰렸고, 급기야 2013년에 찾아온 갑작스런 뇌경색과 합병증은 결국 그토록 좋아했던 군을 떠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장기간 입원하며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다가 “군인의 길은 여기서 멈추지만, 군과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읽을거리 하나를 남기겠다”고 결심한다. 퇴원 후 2014년 첫 번째 책인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나왔다’ 발간 2013년 말 퇴원한 윤 교수는 남은 군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군과 후배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담아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나왔다’란 책을 펴냈다. 스포츠의 전쟁 기원설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세부 종목연구로는 처음이었다. ▲ 윤동일 교수가 2014년 발간한 첫 번째 책(왼쪽)과 2018년 발간한 두 번째 책 표지. [사진제공=인터파크] 이 책에서 윤 교수는 방대한 사료와 연구를 통해 “고대 스포츠는 곧 나라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전시 필요한 전투기술을 평시 숙달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군사훈련”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페르시아와 몽골의 민속경기 종목이 그들의 전쟁 방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해 보기를 권하면서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유래한 군인들의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 책의 발간을 위해 전쟁 인문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1인 출판사도 만들었다. 전쟁의 신이자 군인들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위하여”라는 그리스어 ‘아테(AΘE)’를 출판사 이름으로 정했다. 당시 일부 출판사에서 무상 인쇄 제의도 받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직접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힘들어도 자신의 뜻대로 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건강 문제로 53세 전역, 2018년 ‘축구 전쟁’ 펴내며 전성기 돌입 이후 건강 문제 등으로 더 이상 군 생활이 어려워진 윤 교수는 2016년 53세의 나이에 중령으로 전역했다. 시력의 50퍼센트를 잃고, 장기 손상 등으로 신체능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존재 이유와 같은 연구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이미 책도 한 권 펴냈고 가끔 강연 요청도 들어왔기에 그는 전역 이후 인생 2막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전쟁 관련 연구를 마음껏 하면서 본격적인 집필활동과 강의를 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 윤동일 교수가 2017년 11월부터 주 1회 패널로 출연 중인 국군방송의 ‘국방 FM이 좋다’ 프로그램. [사진제공=국군방송] 윤 교수의 연구에 대한 집념과 노력은 국방일보 기획 연재와 국군방송 출연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6년 ‘전쟁과 음악’이란 제목으로, 2017년 ‘방패 & 로고’란 제목으로 국방일보에 글을 기고했다, 또 2017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1회씩 국군방송의 ‘국방 FM이 좋다’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전쟁과 문명’이라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국군정신전력원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3년째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윤 교수는 자신의 두 번째 책인 ‘축구 전쟁-축구의 또 다른 이름 전쟁’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올림픽의 기원인 고대 스포츠 종목은 전사의 개인전투기술 숙달에는 유용하지만 집단전투를 기본으로 하는 그리스 전투방식을 충족하진 못했다”면서 “그 해답이 바로 축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올림픽이 전사양성 종목이라면 축구는 부대훈련 종목이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 전역군인
    2019-05-06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30) GOP부대의 ‘노루’ 트라우마와 GP의 '배신자들'
    ▲ 엄동설한의 추위와 싸우며 동부전선 GP에서 경계근무중인 국군용사들 [사진제공=국방부] 전방 부대근무시 노루에 얽힌 신비한 징크스와 트라우마 직속 상관을 내쫓은 GP부대원들과의 동거는 '위기 상황' 군 생활에서 危機를 好機로 전환시키는 지혜는 필수 덕목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軍간부는 통상 1~2년 단위로 보직이 바뀐다. 일반 사회보다 보직이동이 빠른 편이다. 수평이동도 있지만 승진 또는 강등일때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대성산에서 근무한지 1년이 다되어 갈 즈음 필자가 소속된 연대가 전방 GOP연대와 교대하기 위해 전방으로 이동했고 대대는 DMZ작전을 전담하는 전초대대로 개편되어 철책선 지역에 배치됐다. 기존 GP소대들까지도 그대로 인수받아 전초대대는 일반 대대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다. 전성수 대대장(갑종출신)은 사단에서 최전방 작전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대대를 책임지게 되어 의욕이 넘쳐났다. 부대가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자 필자도 곧 GP장으로 투입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대성산 앞에는 광활한 평야가 펼쳐있고 그곳에 거주하는 민촌, 재건촌 주민들은 민통선 내에 있지만 자유롭게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알부자들이었다. 그곳에서 수색작전을 하다보면 간혹 넓은 들판에 한가롭게 뛰어노는 노루/고라니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펄떡 펄떡 뛰어가는 노루/고라니들은 꼭 곡예를 하는 듯 멋져 보였다. 어느날 수색에서 복귀한 인접 소대가 다쳐 쓰러져 있는 노루를 잡아온 적이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대대장은 잡아온 노루를 보고 노발대발하며 그 소대장을 꾸짖고 놓아주라고 했으나 그 노루는 곧 죽고 말았다. 바로 그때 요란한 총소리가 한발 울렸다. 작전 후 복귀한 소대에서 총기 안전검사 중 오발을 한 것이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약간 경사진 차고에서 정차되어 있던 5분대기조 차량이 기어가 풀리며 스스로 움직이다가 막사를 들이 받고서 멈추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그후로는 노루를 보면 사고위험을 알리는 징크스 트라우마가 되었다. ▲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는 들판을 뛰노는 고라니(노루) [동영상 캡쳐] 부대 이동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무렵, 중대장이 대대장 호출이라며 가보라고 말했다. 중대장의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면서, 아마도 전방에 급한 일이 있어 GP로 투입될 수도 있겠다싶어 단독군장으로 복장을 갖추고 대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어...! 김중위 왜 단독군장으로 들어 왔어? 편한 복장으로 오지...”하면서 대대장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였다. GP장 중 한명이 소대 지휘에 문제가 발생하여 지금 바로 GP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기무부대의 조언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른 연대장의 지시를 받은 대대장은 필자를 교대하는 GP장으로 보내기 위해 호출한 것이었다. GP를 담당한 다른 중대로 보직을 이동하기 위해 그동안 정들었던 중대장에게 전출신고를 하고, 기존 GP장을 안전하게 복귀시키라는 임무를 받은 기무부대장의 짚차에 올랐다. 산길을 털털거리며 약 한시간 가까이 이동했다. 산 능선을 따라 형성된 산길에서 바라보는 주변은 모두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드디어 GOP철책 통문을 통과하여 GP에 도착했다. 아무런 예고 없이 기무부대장이 적과 마주한 DMZ내 GP를 방문하자 기존 GP장은 무척 놀란 모습이었다. 이동하는 짚차 안에서 기무부대장은 불시에 교체 투입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기존 GP장의 성격이 괴팍하여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소대원들이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소원수리를 하였고 심지어는 탈영하여 북으로 갈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기무부대장은 기존 GP장에게 연대장 면담이 있기 때문에 임시로 대리 GP장을 긴급히 배치하고 연대본부로 이동한다며 GOP통문 밖 후방으로 함께 나갔다. 당장은 명목상으로 대리 GP장이었지만 직속상관을 내쫓은 소대원들과 함께 앞으로 적과 대치한 가운데 작전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니 소대원들이 괘씸하기도 했다. 전임자가 실질적으로는 보직해임되어 GP밖을 나간 뒤에 전 소대원들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첫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희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쫓아낸 배은망덕한 놈들이다”라며 후임인 필자는 “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을 준수할 것이며, 명령을 불복종하는 대원들에게는 가차없는 처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배신자들을 단결되고 강한 나의 부하로 육성하고, 새로운 위기(危機)를 최선(最善)의 노력으로 호기(好機)로 만들어 앞으로 부여될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야 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때마침 들려오는 북한의 대남 방송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DMZ 자연속에 살고 있는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만이 필자를 반기면서 DMZ내의 외로운 GP장 근무는 시작되었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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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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