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3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사무실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사진제공=HD현대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를 보유한 HD현대가 미국의 AI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와 손잡고 ‘미래형 조선소’ 구축을 향한 대장정에 올랐다. 단순히 솔루션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AI 기반으로 재편하겠다는 정기선 회장의 ‘디지털 전환(DX)’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현장에서 HD현대와 팔란티어가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특히 HD현대가 2021년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를 처음 도입한 이후 선박 건조 속도를 약 30% 높이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번 다보스포럼 둘째 날, HD현대 정기선 회장은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스 카프와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HD현대 측도 밝혔다. 팔란티어는 방산과 안보 분야에서 빅데이터 시각화 소프트웨어로 명성을 쌓은 기업으로, 최근에는 가상증강현실(VR/AR)과 로보틱스를 결합한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HD현대와 긴밀히 추진 중이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카프 CEO는 “한국 시장을 아주 낙관적으로 본다”며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흥미로우며 예술적인 지역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미국 내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해외 사업은 매우 선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산업의 개척자인 HD현대와의 파트너십 확대는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에게 이번 협약은 단순한 IT 기술 도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존 조선·해양 중심의 협력을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전 계열사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파편화된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팔란티어의 인공지능 플랫폼(AIP)으로 통합해 경영진부터 현장까지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정기선 회장은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는 그룹 전반의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더 빠르고 정교한 의사결정으로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팔란티어의 세계적인 AI 분석 역량이 HD현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에 강력한 실행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향후 공동으로 ‘센터 오브 엑설런스(CoE)’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기술만 빌려 쓰는 단계에서 벗어나, HD현대 임직원들이 직접 고급 데이터 분석과 AI 활용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인적 인프라 내재화 과정이다. 올해로 4년 연속 다보스포럼을 찾은 정기선 회장은 단순한 참관을 넘어 글로벌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높였다. 정 회장은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AI가 촉발할 산업 전환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인 접근성·회복탄력성 내 AI의 역할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전략적 대응 방안을 리더들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에너지 산업 협의체’ 회의에도 참석해 에너지 안보와 기술 혁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방산업계 및 IT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전통적인 제조업의 틀을 깨고 AI 기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정기선 회장의 의지가 담긴 행보라고 평가한다. 다보스 현장에서 들려온 이번 계약 소식은 글로벌 선박 시장의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한국 조선업의 강력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방위산업 지도에서 스웨덴은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인구 1000만 명 남짓한 이 나라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중립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으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방산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그 생태계의 정점에 사브(Saab)가 있다. 2024년 스웨덴의 나토(NATO) 가입은 이 기업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중립국의 방패였던 사브는 이제 나토 체제 안에서 가장 계산적인 칼날로 재정의되고 있다. 체급은 작지만, 전장이 요구하는 질문에는 누구보다 정확한 답을 내놓는 기업. 그것이 오늘날 사브의 얼굴이다. 사브의 위상은 숫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사브의 2024년 매출은 약 640억 크로나(SEK)에 달한다. 환율을 1SEK=160원으로 적용하면 약 10조 원을 웃도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2025년 매출이 700억 크로나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방산 대기업들과 단순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수치다. 그러나 수주 구조는 전혀 다르다. 사브의 수주 잔고는 1500억 크로나를 훌쩍 넘긴 상태다. 우리 돈으로 약 24조 원 이상. 단기 계약보다 중·장기 플랫폼 중심 수주가 많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사브의 체력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준다. 나토 가입 이후 동유럽 국가들의 주문이 본격화되면서, 사브의 장부는 빠르게 두터워지고 있다. 생존성을 설계한 전투기, 그리펜 사브를 상징하는 플랫폼은 단연 'JAS 39 그리펜(Gripen)' 전투기다. 록히드마틴의 F-35가 스텔스와 네트워크 중심전에 모든 것을 건 반면, 사브는 다른 질문에서 출발했다. "전쟁 첫날, 공군기지가 파괴되면 어떻게 싸울 것인가." 그리펜은 그 질문에 대한 실용적인 해답이다. 고속도로와 임시 활주로에서의 이착륙, 소수 정비 인력으로 가능한 신속한 재출격. 그리펜은 분산 운용을 전제로 설계된 전투기다. 정비와 재보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작전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전에서 가장 현실적인 생존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최신형 '그리펜 E/F'는 공식적으로는 4.5세대 전투기에 속한다. 다만 AESA 레이더, 고도화된 전자전 시스템, 센서 융합 능력은 4.5세대 플랫폼의 한계를 극단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사브가 선택한 전략은 '기술 이전'이다. 사브는 전투기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접근 권한을 구매국에 제공한다. 이는 미국 방산기업들이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영역이다. 브라질, 헝가리, 태국이 그리펜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하늘의 주권을 함께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읽는 기업 사브의 경쟁력은 공중 전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회사 코쿰스(Kockums)가 개발한 'A26급 잠수함'은 비원자력 잠수함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정숙성은, 특히 연안과 협수로 환경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발트해라는 좁고 복잡한 해역에서 단련된 사브의 잠수함 기술은, 오커스(AUKUS) 이후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브를 '플랫폼 제조사'에서 '전장의 설계자'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글로벌아이(GlobalEye)'다. 비즈니스 제트기에 '에리아이(Erieye) AESA 레이더'를 결합한 이 기체는 하늘·바다·지상을 동시에 감시한다. UAE는 이미 글로벌아이를 실전 배치했고, 스웨덴과 폴란드는 차기 조기경보기로 이 플랫폼을 선택했다. 미국산 대형 플랫폼보다 비용 부담은 낮지만, 탐지 범위와 데이터 처리 능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사브는 전장을 지배하는 힘이 '보는 능력'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미카엘 요한슨의 선택, SW 중심 시스템 기업 사브를 이끄는 인물은 미카엘 요한슨(Micael Johansson) 회장이다. 그는 사브를 전통적인 방산 제조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 시스템 기업으로 재정의했다. AI, 클라우드, 데이터 융합은 이제 사브 무기체계의 기본 언어가 됐다. 사브의 플랫폼들은 각각이 하나의 데이터 노드로 기능하며, 전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요한슨은 정치적으로도 분명한 선을 긋는다. 그는 "나토 표준은 따르되, 스웨덴 기술 자산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해왔다. 이 태도는 사브가 미국 방산 공급망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적인 위치를 유지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그의 시선은 이미 유·무인 복합 전력과 자율 무기 체계가 중심이 될 2040년대를 향하고 있다. 전쟁은 벌어지기 전에 설계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K-방산이 마주한 사브라는 거울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 사브는 교과서이자 경쟁자다. 과거 사브와 LIG넥스원의 레이더 분야 협력은 한국 전자전 기술 발전의 중요한 발판이 됐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의 차기 조기경보기 사업에서도 글로벌아이는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미국 독점을 견제하면서 기술 이전의 실익을 확보하려는 한국에게, 사브는 항상 전략적 선택지로 남아 있다. 동시에 사브는 이미 경쟁자이기도 하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시장에서 K2 전차와 K9 자주포, 그리고 사브의 그리펜과 칼 구스타프 무반동총은 같은 전장에서 경쟁하며 공존한다. 이 경쟁은 K-방산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물량이 아니라, 핵심 기술과 플랫폼 유연성의 싸움이다. 미국과 중국 틈새, 기술로 지켜낸 주권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패권이 방산 질서를 재편하는 시대다. 그러나 사브는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독자적인 기술과 명확한 전략이 있다면, 작은 국가도 스스로 안보를 설계할 수 있다. 그리펜의 날개와 잠수함의 정숙성은 단순한 무기 성능을 넘어선다. 그것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선택의 결과다. 2026년 현재, 세계 방산 지도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이 거대한 재편 속에서 사브는 규모가 아니라 방향으로 살아남은 기업이다.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분기점으로 불리는 KF-21 '보라매'가 마침내 체계개발 비행시험을 마쳤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F-21은 약 42개월 동안 1600회가 넘는 비행시험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수행하며, 총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시험 조건을 충족했다. 시제기 4호기까지 투입된 이 시험은 국산 전투기 개발 사상 가장 방대한 검증 과정이었다. KF-21 보라매 전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도하고,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다수 방산 기업(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모아소프트 등)이 협력하여 개발하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이다. KAI의 생산 시설에서 제작되고 있다. 보라매는 '개발 중인 전투기'라는 수식어를 떼고 양산과 실전 배치의 문턱에 서 있다. 2024년 말부터 양산이 시작됐으며, 2026년 하반기부터 공군 인도가 예정돼 있다. 노후화된 F-4와 F-5를 대체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공군 전력 구조의 중심축이 바뀌는 순간이다. 전력화 일정이 가시화되자 해외의 시선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 공식 수출 계약이 체결된 국가는 없지만, KF-21은 이미 '관심 기종'을 넘어 실제 도입 검토 대상에 오른 상태다.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보라매의 존재감이 분명해지고 있다. 동남아에서 동유럽까지, 선택지로 떠오른 KF-21 현재 KF-21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필리핀은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의 후보 중 하나로 KF-21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해외 군사 매체는 필리핀이 2027~2029년 인도를 염두에 두고 한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KF-21이 유력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역시 보라매를 주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중·장기 전투기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국은 잠재적 협력 파트너로 거론된다. 인도네시아는 KF-21 공동개발국으로서, 도입 물량과 조건을 조정하는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방향은 기존 계획보다 축소된 수량이지만, 공대지 능력이 강화된 블록-II 사양을 중심으로 실전성을 중시하는 접근이다. 이외에도 FA-50 경공격기를 대규모로 도입한 폴란드, 그리고 방산 협력을 확대 중인 중동 국가들 역시 잠재적 고객군으로 분류된다.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이지만, KF-21이 기존 서방 전투기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KF-21은 어떤 전투기인가 KF-21은 일반적으로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다만 이 기체의 핵심은 세대 구분보다 '확장성'에 있다. 보라매는 초기부터 성능 개량을 전제로 설계된 플랫폼이다. 저피탐 설계와 단계적 진화 기체 형상은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이기 위한 저피탐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동체와 날개의 각도, 공기 흡입구 구조 등은 최신 전투기 설계 흐름을 반영했다. 현재 블록-I과 블록-II는 외부 무장 장착 방식을 사용하지만, 향후 개량을 염두에 둔 설계 여유가 확보돼 있다. 내부 무장창과 추가적인 저피탐 성능 강화는 공식 개발 로드맵에서 논의되는 단계적 발전 방향이다. 국산 AESA 레이더와 항전 장비 KF-21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국내 개발 AESA(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다. 1,000여 개의 송수신 모듈로 구성된 이 레이더는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으며, 기계식 레이더보다 훨씬 빠른 정보 처리 능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타깃팅 포드, 전자전 통합 장비 등이 결합된다. 항전 장비 국산화 비율이 높다는 점은 수출 과정에서 제3국의 승인이나 제약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장 통합 능력 KF-21은 공대공과 공대지를 아우르는 다목적 전투기로 설계됐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를 비롯해 다양한 서방 무장과의 통합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블록-II에서는 공대지 타격 능력이 강화될 예정이며, 이는 보라매의 작전 범위를 크게 넓히는 요소다.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 가격과 신뢰의 균형 KF-21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전투기 시장은 고가의 5세대 전투기와 노후화된 4세대 전투기로 양분돼 있다. F-35는 뛰어난 성능을 갖췄지만 획득 비용과 유지비 부담이 크고, 기존 4세대 전투기는 현대 공중전 환경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보라매는 이 사이를 파고든다. 4.5세대 전투기 중에서도 최신 항전 장비를 갖추면서, 획득 비용과 운용 비용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여기에 FA-50을 통해 축적한 한국 방산의 '납기 준수'와 '군수 지원 능력'은 신뢰 자산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단순히 전투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정비(MRO) 협력과 조종사 훈련, 후속 군수 지원까지 포함한 패키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중소 규모 공군을 보유한 국가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이제 시작되는 보라매의 시간 KF-21은 개발 단계를 마치고 양산과 전력화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까지 이어가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힌다. 한국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아직 수출 계약이라는 결실은 남아 있지만, 보라매는 이미 세계 시장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로 이어지는 동남아 시장은 그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지속적인 성능 개량과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시험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운용과 시장의 평가다. KF-21 보라매가 한국 하늘을 넘어 세계의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항공우주 산업 역사에서 보잉(Boeing)은 단순한 기업명을 넘어 하나의 시대를 상징해왔다. 그러나 2026년의 보잉은 그 명성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민항기 부문에서 잇따라 불거진 품질 관리 문제는 “안전의 대명사"였던 브랜드 이미지를 정면으로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 항공 분야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미 국방부(펜타곤)가 보잉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보잉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방산 플랫폼과 생산 역량은 여전히 미국과 동맹국 안보 체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축을 이룬다. 흔들리는 거인 속에서도, 아파치 공격헬기와 F-15EX 전투기는 여전히 '현역'이다. 보잉 방산·우주·보안(BDS) 부문 실적은 이를 수치로 보여준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방산 부문 매출은 약 125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를 1달러당 1450원 환율로 환산하면 약 18조 1000억 원 규모다. 수주 잔고는 600억 달러를 웃돌며, 원화 기준 약 87조 원에 달한다. 고정가격 계약으로 인한 손실과 일부 개발 지연이라는 부담이 여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잉 전체를 지탱하는 가장 안정적인 축이 방산 부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전설의 연장선, F-15EX '이글 II' 보잉 방산 부문 반등의 상징은 F-15EX '이글 II'다. 초도 도입 당시만 해도 “노후 기체의 연명"이라는 회의론이 뒤따랐지만, 현재 F-15EX는 미 공군이 의도한 역할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다. 스텔스보다는 탑재량과 지속 화력에 초점을 맞춘 이 전투기는 현대전에서 '미사일 트럭(missile truck)'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AESA 레이더와 최신 전자전 장비를 갖춘 F-15EX는 약 13톤에 달하는 무장 탑재 능력을 지닌다. F-35가 침투와 표적 지정에 집중한다면, F-15EX는 후방에서 압도적인 화력을 투사하는 방식이다. 세대가 다르다고 해서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 기체는 보여준다. 보잉의 또 다른 상징인 AH-64E 아파치 가디언 역시 여전히 현역 최상위 공격헬기로 평가된다. 중동과 동유럽 전장에서 입증된 생존성은 물론, 최신형 아파치는 무인기와 연동되는 전장 관리 능력을 갖췄다. 단순한 '전차 킬러'를 넘어, 드론 편대를 지휘하는 공중 노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흔들리는 우주, 기회를 노리는 무인기 반면 우주 사업 부문은 보잉의 아픈 지점이다.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Starliner)는 반복된 기술 문제와 귀환 지연으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과거 NASA의 핵심 파트너였던 보잉이, 스페이스X에 주도권을 내준 상징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다만 보잉은 무인기 영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미 해군의 공중급유 드론 MQ-25 '스팅레이(Stingray)'는 항공모함 운용 개념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호주 공군과 공동 개발한 AI 기반 전투 드론 '고스트 배트(Ghost Bat)' 역시 보잉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형 기체 제작 경험을 데이터·소프트웨어 중심 전장으로 옮기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트버그 CEO “엔지니어링으로 돌아가겠다" 보잉 경영진 역시 위기의 본질을 인식하고 있다. 2024년 말 취임한 켈리 오트버그 CEO는 '엔지니어링 중심 문화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설계·시험 단계에서 디지털 트윈을 적극 활용하고, 개발 속도보다 완성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정렬하고 있다. 차세대 훈련기 T-7A 레드호크의 개발 지연 역시 이런 변화의 부산물로 해석된다. 단기적 비용 부담은 크지만, 품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보잉의 미래는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과의 관계, 고객을 넘어 파트너로 한국은 보잉에게 전략적 의미가 큰 국가다. 공군의 F-15K, 육군의 아파치, 해군의 P-8A 포세이돈까지 한국군 주요 전력 곳곳에 보잉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중반 인도된 P-8A 초계기는 해군의 대잠전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K-방산의 성장으로 관계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단순 구매국이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와 부품 공급, 제3국 시장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잉의 위기는 한국 방산업계에 있어 경고이자 기회다. 보잉의 시험대는 이제 막 시작 보잉의 위기는 일시적인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조직이 방향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구조적 흔들림에 가깝다. 그러나 전장의 하늘에서는 여전히 보잉의 이름이 유효하다. 아파치의 로터 소리와 F-15EX의 굉음은, 이 기업이 아직 퇴장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추락 이후의 회복이 진짜 실력이라면, 보잉의 시험대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하늘은 결과로 답할 것이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미 육군이 지상 장비 설계의 상식을 뒤엎는 혁신적인 시험에 착수했다. 14일(현지 시각) 아미레코그니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 육군이 주목하고 있는 아작(AZAK)의 '바퀴 차량(Wheel as a Vehicle)' 개념은 기존 차량의 척추 역할을 하던 섀시를 완전히 제거했다. 대신 추진, 동력, 제어 시스템이 집약된 '바퀴 모듈'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이는 군사 장비가 완성차 형태가 아닌, 현장에서 조립 가능한 '기능적 모듈'로 진화함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차량 설계에서 섀시는 구동계와 화물을 지탱하는 무거운 골격이었다. 하지만 AZAK의 S26 휠 모듈은 모터, 배터리, 컨트롤러를 바퀴 안에 모두 밀어 넣었다. 바퀴가 곧 자동차다. 이제 섀시는 더 이상 필수적인 구동 장치가 아니라, 단순히 바퀴들을 연결해 주는 가벼운 구조물에 불과하다. 이러한 설계는 전장에서의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병사들은 야전에서 가벼운 프레임에 바퀴 4개를 결합해 즉석 정찰 로봇을 만들거나, 부상자 이송용 가마에 바퀴를 달아 무인 후송 차량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구조는 임무에 따라 변한다. 복잡한 기계 공학적 설계 없이도 현장에서 필요한 형태의 이동체를 즉각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기술의 최대 강점이다. 섀시가 사라진 자리는 성능의 향상으로 채워졌다. 모든 무거운 부품이 바퀴 중심점 아래에 배치되면서, 차량 전체의 무게중심은 지면에 극도로 밀착된다. 전복은 이제 남의 일이다. 기존 무인 지상 차량(UGV)들이 험지에서 무게중심 불안정으로 고전하던 것과 달리, AZAK의 시스템은 가파른 경사와 거친 잔해 위에서도 탁월한 접지력을 유지한다. 물류와 유지보수의 효율성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기존에는 구동계의 작은 고장만으로도 차량 전체가 기동 불능 상태에 빠졌으나, 이제는 고장 난 바퀴만 단 몇 초 만에 갈아 끼우면 임무를 계속할 수 있다. 보급은 바퀴 단위로 이뤄진다. 이는 복잡한 수리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여 원정 작전의 지속 능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섀시 없는 자동차'가 실전의 가혹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물리적 축 연결 없이 여러 개의 바퀴가 소프트웨어만으로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 주행 시 각 바퀴의 조향과 가속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시스템의 신뢰성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또한, 배터리와 전자장비가 바퀴 내부에 밀집된 만큼 발열 제어와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력도 핵심 검증 대상이다. 검증은 현재진행형이다. 미 육군은 2026년 한 해 동안 다양한 지형과 전투 시나리오 속에서 이 분산형 아키텍처의 생존성을 면밀히 평가할 계획이다. 이 새로운 바퀴가 군용 지상 플랫폼의 표준을 바꾼다면, 미래 육군의 기동 전략은 '차량' 중심에서 '기능적 모듈'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것이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록히드 마틴이 하늘을 날고 노스롭 그루먼이 어둠 속을 누빈다면, 전쟁의 가장 뜨거운 지표면과 가장 깊은 심해를 묵묵히 지키는 거인이 있다. 바로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이하 GD)다. 이들은 화려한 수사보다 묵직한 철갑의 무게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미 육군의 상징인 에이브람스 전차와 미 해군의 침묵하는 칼날인 핵잠수함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GD가 유일하다. 2026년 현재, GD는 단순한 무기 제조사를 넘어 미국 안보의 물리적 실체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위용은 거대한 장부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약 2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를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무려 3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수주 잔고 역시 압도적이다. 2025년 말 기준 약 9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37조 7500억 원에 육박하는 일감을 확보하며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점화된 지상전의 중요성과 오커스(AUKUS) 동맹으로 촉발된 핵잠수함 수요가 GD의 창고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심해의 지배자, 핵 삼축의 마지막 퍼즐 미 해군 전력의 정점에는 GD의 핵심 자회사인 일렉트릭 보트(Electric Boat)가 있다. 이들은 미국 핵 삼축(Nuclear Triad) 중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축인 전략핵잠수함(SSBN)을 전담한다. 앞서 살펴본 노스롭 그루먼이 하늘과 땅의 핵 전력을 설계했다면, GD는 바닷속에서 그 마침표를 찍는다. 현재 건조 중인 '콜롬비아급' 핵잠수함은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 사업이다. 한 척당 건조 비용이 수조 원을 호가하는 이 잠수함은 바닷속에 숨어 적의 선제공격을 억제하는 ‘침묵의 사냥꾼’이다. 또한 공격형 핵잠수함인 버지니아급의 생산 가속화는 태평양과 대서양 제해권을 유지하려는 미 해군 의지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GD의 해상 전력은 단순히 배를 만드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잠수함 내부에 탑재되는 복잡한 전투 관리 시스템과 추진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심해 수백 미터 아래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에서 GD의 기술력은 승패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된다. 미 해군이 "일렉트릭 보트 없이는 미국의 해상 패권도 없다"고 공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펜타곤의 신뢰는 GD의 기술력이라는 견고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지상 왕자, 에이브람스 전차의 혁명적 진화 지상으로 눈을 돌리면 GD의 상징과도 같은 M1 에이브람스 전차가 전장의 포효를 주도한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증명된 현대 지상전의 교훈은 한때 유행했던 '전차 무용론'을 보기 좋게 잠재웠다. GD는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전차인 'M1E3'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차는 전장의 왕이다. M1E3는 기존 무거운 장갑을 덜어내고 인공지능(AI) 기반의 능동 방어 체계와 무인 포탑을 적용하여 생존성과 기동성을 동시에 극대화한다. 이는 40년 넘게 지상군 왕좌를 지켜온 에이브람스 시리즈의 혁명적 진화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와 각종 보병 전투 차량은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미 육군의 기동력을 책임지고 있다. GD 지상사업부는 단순한 차량 공급을 넘어, 드론과 지상 차량이 협동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MUM-T)의 표준을 설계하고 있다. 흙먼지가 날리는 진흙탕 싸움부터 도심지의 정밀 타격전까지, GD가 빚어낸 강철 근육은 전 세계 민주주의 진영의 지상 전력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승리는 흙먼지 속에서 결정된다. GD의 전차들이 뿜어내는 궤도 소리는 동맹국들에게 가장 든든한 신뢰의 음향이 된다. 걸프스트림 제트기에서 펜타곤 디지털 신경망까지 GD의 진면목은 거친 방산 제품 너머에 숨겨진 정교함에서 완성된다. 이들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제트기 브랜드 걸프스트림(Gulfstream)은 단순한 민수 사업이 아니다. 걸프스트림의 기체들은 특수 목적 임무기로 개조되어 공중 감시, 전자전, 신호 정보 수집 등 방산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수익을 창출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늘 위에도 GD가 있다. 럭셔리 제트기의 안락함과 최첨단 정찰 장비의 날카로움이 GD라는 이름 아래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GD 정보기술(GDIT) 부문은 펜타곤의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한다. 복잡한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군 기밀을 방어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은 GD를 단순한 기계 제작사가 아닌 '기술 통합 기업'으로 격상시켰다. 하드웨어의 묵직함과 소프트웨어의 영민함이 결합된 GD의 포트폴리오는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회복력을 제공한다. GD는 눈에 보이는 강철과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를 동시에 지배하며 미래 전장을 선점하고 있다. 노바코비치 회장, 수익과 기술에 집중 이 거대한 강철 제국을 10년 넘게 이끌고 있는 수장은 피비 노바코비치(Phebe Novakovic) 회장이다. 전직 정보기관 분석가 출신인 그녀는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철저한 수익성과 실질적인 기술 완성도에 집중하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녀는 불필요한 사업부를 정리하고 핵심 역량인 해상과 지상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지휘 아래 GD는 매 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에게 '방산주의 정석'으로 불리고 있다. 그녀의 경영 철학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전투력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목표다. 이러한 냉철함은 공급망 위기와 원가 상승이라는 파고 속에서도 GD를 흔들림 없이 지탱해온 힘이다. 그녀는 기다리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감한 결단력이 오늘의 GD를 만들었다. K-방산과의 인연, 파트너이자 거대한 벽 대한민국 방산 기업들에게 GD는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자 전략적인 파트너다. 호주 장갑차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Redback)과 GD의 에이잭스(Ajax) 계열 차량이 벌였던 치열한 수주전은 K-방산이 GD라는 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한국형 전차와 장갑차에 들어가는 각종 핵심 부품과 기술력 분야에서 GD와 협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기회다. K-방산이 가진 속도와 GD가 가진 수십 년의 실전 노하우가 결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연합 전선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