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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 美 조선업 영토 확장 ‘진심’… 마이클 쿨터 HDUSA 대표 WSJ에 추가 인수 언급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한화그룹이 미국 내 조선소 추가 인수를 통해 북미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에 인수한 필리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넘어, 미국 해군력 증강 계획에 발맞춘 대규모 인프라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HDUSA) 대표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선 사업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추가 조선소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식화했다. WSJ는 이날 한화가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의 확장뿐만 아니라,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WSJ은 한화가 10년 내 미국에서 매년 2~3척의 핵추진잠수함(SSN)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난해 11월 10일자로 전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한화는 필리 조선소의 연간 생산량을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리고, 신규 인력 채용과 로봇 설비 및 교육 시설 도입 등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가 2024년 1억 달러(약 1380억 원)에 지분 100%를 인수한 필리 조선소는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본토 연안 상선을 건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1997년 미 해군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 내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왔으나, 현재는 도크가 2개에 불과해 급증하는 미 해군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에 따라 신형 호위함들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화는 연방 및 주 정부와 미사용 도크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업 영역 또한 유인 함정을 넘어 무인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HDUSA는 미국의 무인 함정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하보크AI(HavocAI)’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 해군의 무인 수상정 공급 계약 수주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소형 무인 함정에 30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함에 따라, 양사는 약 60m 규모의 무인 함정 개발에 협력할 예정이다. 마이클 쿨터 대표는 “지금은 역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시기”라며 미국 내 조선업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며 필리 조선소를 거점으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한화는 미국과 한국 어디에서든 잠수함을 건조할 역량이 충분하며, 최종 결정은 양국 정부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방위사업 전문가인 마이클 쿨터 사장을 HDUSA CEO로 임명하며 미국 내 방산 총괄 역할을 부여했다. 이번 인터뷰는 한화가 단순한 조선소 운영을 넘어 미국의 해군력 재건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방산기업
    2026.01.09 16:25
  • [세계의 방산기업⑨: 노스롭 그루먼] 독보적 스텔스, 전장 판도 바꾸는 '하늘의 유령'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록히드 마틴이 F-35라는 화려한 주연을 내세워 하늘의 주인공을 자처한다면, 그 어둠 너머에서 전장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연출자가 있다. 바로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이다. 이들은 단순히 무기를 파는 상인이 아니다. 미국의 국가 생존이 걸린 '핵 삼축(Nuclear Triad, 지상 발사 미사일·전략 폭격기·잠수함 발사 미사일로 이어지는 3대 핵 투사 체계)'의 핵심이자,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스텔스의 극한을 설계하는 장인들이다. 2026년 현재, 노스롭 그루먼은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6세대 전장(AI와 드론, 위성망이 하나로 결합된 초연결 지능형 전쟁)'의 기준을 독보적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노스롭 그루먼의 위상은 냉정한 장부 위의 숫자로 증명된다. 2025년 상반기 총 매출은 약 2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를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29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수주 잔고다. 2025년 말 기준 노스롭 그루먼이 확보한 일감은 약 9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33조 4000억 원에 육박한다. 6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의 개발 및 생산 비용으로 인해 단기적인 수익성 진통을 겪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위기'라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 안보 지형을 점유하기 위한 필연적인 투자로 평가한다. 하늘의 유령, B-21 레이더가 깨어났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 기지에서 날아오른 B-21 '레이더' 2호기의 모습은 전 세계 정보기관들을 경악케 했다. 2023년 말 첫 비행에 성공한 1호기가 기체의 안정성을 증명했다면, 지난해 가을부터 테스트에 투입된 2호기는 실제 전투에 필요한 임무 시스템과 무기 평가를 수행하는 '실전형 모델'이다. 미 공군은 이제 2대의 테스트 기체를 동시에 가동하며 성능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스롭 그루먼은 이를 세계 최초의 '6세대 항공기'로 규정한다. 기존의 스텔스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의 데이터 융합, 무인 드론과의 유기적 협동 제어, 그리고 우주 위성망과의 실시간 연결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스텔스 기술의 핵심은 적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기체 크기를 극한으로 줄이는 데 있다. 노스롭 그루먼은 거대한 폭격기를 레이더상에서 작은 새 한 마리 수준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보이지 않아야 산다. 미 공군이 최소 100대 배치를 공언한 이 기체는 대당 가격이 약 7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를 넘어서는 거대 플랫폼이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미 공군의 척추가 될 것이다. 노스롭 그루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넘어, 적의 대응 자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침묵의 기술'을 현실화하고 있다. 핵 전력과 우주의 지배자 노스롭 그루먼의 손길은 대기권 밖에서도 가장 선명하다. 미국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젝트인 '센티넬(Sentinel)'이 바로 이들 작품이다. 약 1409억 달러(약 204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 거대 사업은 최근 비용 상승이라는 진통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펜타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노스롭 그루먼 외에는 국가 운명을 책임질 핵 억제력을 설계하고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주계약자로서 증명한 우주 공학 능력은 이들을 '전장 관리자'의 지위로 올려놓았다. 이들은 이제 저궤도 위성망을 통해 지상과 하늘, 바다를 하나로 묶는 통합 전투 지휘 체계(IBCS)를 완성하려 한다. 우주는 또 다른 전장이다. IBCS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레이더 정보를 통합하여 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요격하는 전장의 '뇌'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가 곧 무기인 시대에 노스롭 그루먼은 가장 정교한 신경망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수장 캐시 워든의 '디지털 트윈' 리더십 이 거대한 기술 제국을 이끄는 수장은 캐시 워든(Kathy Warden) 회장이다. 그녀는 취임 이후 "우리는 금속을 깎는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짜는 회사다"라고 선언했다. 그녀가 주도하는 '디지털 엔지니어링'은 가상 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무기, 즉 '디지털 트윈'을 먼저 만들어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방식이다. B-21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제 비행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완성형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2030년대를 넘어 2050년의 전장을 향해 있다. 기술적 해자를 깊게 파고 그 안으로 적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워든의 필승 전략이다. 그녀는 정치적 풍향계나 예산 삭감의 파고 속에서도 "우리의 포트폴리오는 대체 불가능하다"며 배짱 있는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기다리지 않는다. 결과로 증명할 뿐이다. K-방산과 운명적 밀월… 단순 고객아닌 핵심 파트너 대한민국 방산과의 접점 역시 2026년 들어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해 6월 한화시스템과 체결한 통합 대공 및 미사일 방어(IAMD) 협력은 그 상징적 사건이다. 인연은 깊고도 질기다. 우리 공군이 운용 중인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RQ-4)'의 유지보수와 성능 개량은 노스롭 그루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최근 노스롭 그루먼은 한국을 단순한 고객이 아닌 '미국 방산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대우하기 시작했다. K-방산이 가진 가공할 제조 속도와 노스롭 그루먼의 원천 기술이 결합한다면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판도는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거인과 거인의 만남은 새로운 시너지를 예고한다. 평화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 전쟁의 공포는 실체가 보일 때보다 보이지 않을 때 더 크다. 노스롭 그루먼은 그 원초적인 공포를 기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기업이다. 이들이 만드는 B-21의 엔진 소리는 2026년 현재, 지구 반대편의 적대 세력들에게 가장 두려운 경고음이 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 화려한 기동으로 적을 제압한다면, 노스롭 그루먼은 적이 대응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상황을 종료시킨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 다빈치가 꿈꿨던 하늘의 기계들을 현대의 디지털 스텔스로 재탄생시킨 노스롭 그루먼.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구름 너머에서 미래 전쟁의 시나리오를 고독하게 집필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진리, 그것이 바로 노스롭 그루먼의 본질이다.
    • 방산기업
    2026.01.09 07:35
  • HD현대중공업, 美 해군 군수지원함 MRO 추가 수주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지난해 8월 수주한 'USNS 앨런 셰퍼드' 함에 이어 두 번 째로 추가 수주하며 기술력을 확인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1천t급 화물보급함 'USNS 세사르 차베즈(Cesar Chavez)' 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7일 밝혔다. ‘세사르 차베즈’ 함은 길이 210m, 너비 32m, 높이 9.4m 규모다. 지난 2012년 취역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19일부터 울산 중형선사업부 인근 안벽에서 정비를 시작한다. 선체 및 구조물, 추진, 전기, 보기 계통 등 100여개 항목에 대한 정밀 정비를 수행한다. 올해 3월 미 해군에 인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미 해군으로부터 처음 수주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USNS 앨런 셰퍼드' 함 MRO를 지난해 말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지난 6일 미 해군 측에 인도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선박은 길이 210m, 너비 32m, 높이 9.4m 규모로 2007년 취역했다. 앨런 셰퍼드함은 최초 계약 시 60여개 항목에 대한 작업을 요청받았다. 하지만 작업 수행 과정에서 100여개 항목이 추가로 발굴되면서 정비 기간이 늘고 계약 금액도 대폭 증가했다. 그럼에도 HD현대중공업과 미 해군간 긴밀한 협조 속에 MRO 전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 관계자는 "적기에 뛰어난 품질의 함정으로 새롭게 탄생한 앨런 셰퍼드함을 인도받게 돼 매우 만족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MRO를 수행해 본 결과 HD현대중공업이 가장 훌륭한 파트너"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함정·중형선사업부 대표) 역시 "독보적인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첫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함정·중형선사업부 발족 이후 더욱 내실과 효율을 갖춰 MRO 사업을 수행해 미 함정 MRO 사업 분야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지난 해 26일 필리핀 국방부와 5억7800만 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필리핀 해군 호위함 2차 획득사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은 필리핀 해군 현대화 계획(Horizon 3)의 일환이다. HD현대중공업은 3200t급 최신형 호위함 2척을 2029년까지 필리핀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 방산기업
    2026.01.07 14:16
  • [세계의 방산기업⑧: 탈레스] 보이지 않는 전장의 설계자, 프랑스 방산 심장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방위산업 세계에서 '프랑스'는 독보적이며 때로는 고집스러울 정도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그들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지만, 결코 자국 운명을 미국 무기 체계에 온전히 맡기지 않는다. 샤를 드골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른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의 정신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존심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며 프랑스의 '홀로서기'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둥이 바로 탈레스(Thales)다. 다쏘(Dassault)가 전투기의 유려한 몸체를 만들고 네이벌 그룹(Naval Group)이 함정의 외형을 빚어낸다면, 탈레스는 그 모든 플랫폼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레이더, 소나, 전자전 시스템, 그리고 위성 통신에 이르기까지 탈레스가 없는 프랑스 방산은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팔 전세계 수출행진, 탈레스의 숨은 공헌 탈레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는 어떤 화려한 수사보다 단호하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 성장한 약 105억 유로를 기록했다. 이를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7조 7500억 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수주 잔고의 흐름은 더욱 위협적이다. 역대 최고치인 450억 유로(약 76조 원)에 육박하는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라팔 전투기의 기록적인 수출 행진이 탈레스의 전자 장비 수주로 이어진 결과이며, 동시에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증한 무기 수요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우크라 전쟁, 영국 공장 24시간 가동 탈레스는 단순히 '전자전의 브레인'에 머물지 않고 현대전의 최전선에서 파괴력을 실체화하고 있다. 특히 탈레스 영국 법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무기 생산량을 이전보다 두 배로 늘렸으며, 다시 두 배의 추가 증산이 예고되어 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와 크로스가 지역의 공장들은 현재 쉴 틈 없이 가동 중이다. 공장은 24시간 돌아간다. 이곳에서 설계되고 생산되는 스타스트릭(Starstreak) 미사일과 경량 다목적 미사일(LMM) 시스템, 그리고 사브(Saab)가 설계하고 탈레스가 조립하는 차세대 대전차 미사일(NLAW)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적의 기갑 부대와 항공 전력을 저지하는 핵심 억제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탈레스의 무기 체계는 이미 수십 년에 걸친 전쟁사에서 그 신뢰성을 입증해왔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부터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르기까지 탈레스의 정밀 타격 기술은 전장 판도를 바꾸는 열쇠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기술이 전쟁뿐만 아니라 평화 상징인 올림픽 보안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상공을 지켰던 스타스트릭 미사일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테러 위협으로부터 하늘을 방어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러한 실전 경험과 상징성은 탈레스가 전 세계 68개국에 사업장을 둔 글로벌 거인으로 성장한 토대가 되었다. 라팔 전투기의 눈과 보이지 않는 방패 프랑스 국방의 핵심 자산인 라팔 전투기가 세계 시장에서 미국의 F-35를 위협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의 절반은 탈레스가 주도해 개발한 전자전 체계 '스펙트라(SPECTRA)'가 있다. 이 시스템은 적의 레이더 신호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분석하며, 이를 무력화하는 방해 전파를 쏘아 보내는 라팔의 '보이지 않는 방패'다. 덕분에 라팔은 별도의 전자전기 지원 없이도 적의 고도화된 방공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독보적인 생존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탈레스의 AESA 레이더 'RBE2'는 수십 개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하며 정밀 타격을 지원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장비가 미국제 부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ITAR-Free' 기술로 구현되었다는 점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제3국 국가들에게 탈레스를 매력적인 파트너로 만들고 있다. 심해에서 우주까지, 지배할 수 없는 공간은 없다 탈레스의 영토는 심해와 우주 끝까지 뻗어 있다.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탈레스는 세계 최고의 소나(Sonar, 음파탐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과 호주, 인도 등 전 세계 50개국이 넘는 해군이 채택하고 있다. 바다는 깊고 냉혹하다. 우주 공간에서도 자회사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를 통해 군사 통신 및 지구 관측 위성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024년 말 쏘아 올린 차세대 군사 위성은 전 세계 어디서든 암호화된 실시간 전장 데이터를 제공하며 프랑스의 독립적 작전 수행 능력을 완성시켰다. 파트리스 케인 회장의 '디지털 퍼스트' 리더십 2014년 12월부터 탈레스를 이끌어온 파트리스 케인(Patrice Caine) 회장은 엔지니어 특유 정교함과 경영자의 과감함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다. 그는 취임 이후 탈레스를 단순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딥테크(Deep Tech) 기업'으로 완벽히 탈바꿈시켰다. "데이터가 미래의 화약이다." 케인 회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2023년 말 완료된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 '임퍼바(Imperva)' 인수에 약 33억 유로(약 5조 5800억 원)를 쏟아부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리적인 미사일 방어만큼이나 '데이터 방어'가 중요하다는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제 탈레스는 위성 보안, 금융 보안, 그리고 전장 네트워크 보안을 아우르는 글로벌 '디지털 요새'를 구축했다. 그는 또한 정치적으로도 매우 영민하다. "유럽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클라우드와 AI 생태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탈레스를 유럽 '주권 기술'의 상징으로 격상시켰다. K-방산과 인연, 스승에서 라이벌로 한국 방산 역사에서 탈레스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과거 삼성그룹, 한화그룹과 합작사인 '삼성탈레스'와 '한화탈레스'를 통해 한국 방산 전자 및 레이더 기술의 기틀을 닦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인연은 깊고도 질기다. 이제 한국은 탈레스의 기술을 배우던 학생에서, 세계 시장을 놓고 다투는 강력한 라이벌로 성장했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형 AESA 레이더와 탈레스의 제품은 매번 피할 수 없는 수주전을 벌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협력의 여지가 크다고 분석한다. 위성 통신이나 차세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탈레스의 원천 기술과 한국의 빠른 상용화 능력은 훌륭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경쟁할 땐 경쟁하되, 핵심 자산에서는 손을 잡는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길은 열려 있다. '주권=독자적인 힘'을 파는 기업 탈레스가 시장에 내놓는 상품의 본질은 레이더나 위성 같은 개별 무기가 아니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을 권리', 즉 국가의 주권을 판다. 전쟁은 비극적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 독자적인 힘이 필요하다. 프랑스가 국제 사회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전략을 관철할 수 있는 배경에는 탈레스가 구축한 정교한 전자적 방패와 위성의 눈, 그리고 최전선에서 신뢰받는 미사일 전력이 존재한다. 기술이 곧 주권이다. 탈레스의 신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그들의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파 신호와 미사일의 궤적은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유럽이 나아가야 할 독립적 미래의 이정표다. 2026년 현재, 미래의 전장은 이제 탈레스가 설계한 디지털 그리드 위에서 소리 없이 재편되고 있으며, 이 거대한 공룡은 이미 미래 전쟁의 표준을 자신의 언어로 써 내려가고 있다.
    • 방산기업
    2026.01.06 08:59
  • [세계의 방산기업⑦: 레오나르도] 다빈치 천재성 계승한 이탈리아의 자존심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이름부터가 남다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Leonardo S.p.A.)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정교한 기술력을 무기로 전 세계 방산 시장의 상단에 군림하고 있다. 영국의 BAE 시스템즈가 거대한 플랫폼의 판을 짜고, 독일의 라인메탈이 지상의 강철 화력을 상징한다면, 레오나르도는 현대전의 '오감(五感)'이자 '중추신경'을 담당한다. 적을 먼저 보고, 가장 먼저 판단하며, 한 치의 오차 없이 타격하는 기술. 이탈리아 특유의 감각적인 설계와 첨단 공학이 결합한 이들의 무기 체계는 이제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안보 지형의 필수적인 '디지털 신경망'이 되었다. 이탈리아 정부의 든든한 자산, 유럽 방산 핵심 엔진 레오나르도의 2025년은 그야말로 '르네상스'의 재현이었다. 유럽 재무장 흐름과 중동, 아시아 시장의 수요 폭발은 금고를 유례없이 가득 채웠다. 장부 위에 새겨진 수치는 기업 위상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2025년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레오나르도는 약 85억 유로(약 13조 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기록한 수치다. 더 주목할 것은 수주 잔고다. 무려 430억 유로(약 66조 9000억 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단순히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다. 과거 핀메카니카(Finmeccanica, 기계부문 국영투자공사) 시절 방만했던 사업 구조를 털어내고, 헬기와 전자전, 항공우주라는 '고부가가치 핵심 자산' 위주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한 결과다. 이제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 정부의 가장 든든한 전략적 자산이자, 유럽 방산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장의 눈과 뇌, '전자전 절대 강자' 현대전은 더 이상 단순한 화력 대결이 아니다. 누가 먼저 전자기파 바다를 장악하느냐의 싸움이다. 레오나르도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패를 가른다. 레오나르도 레이더와 센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눈이라 불리는 '캡터-E(Captor-E)' AESA 레이더부터, 스텔스기까지 포착하는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까지 이들의 기술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영국, 일본과 공동 추진 중인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에서 레오나르도는 두뇌에 해당하는 '통합 감지 및 비운동성 효과(ISAN)' 시스템을 전담하며 미래 하늘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 그들은 단순한 부품 공급사가 아니다. 전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지휘관에게 최적 답안을 제시하는 '지능형 플랫폼' 설계자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레이더 화면 위에서 이미 전쟁은 종료된다"는 자신감은 탄탄한 기술력이라는 배경에서 나온다. '명품 헬기' 혈통, 하늘의 리무진이자 포식자 레오나르도의 또 다른 강력한 기둥은 헬기 부문이다. 과거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명성을 계승한 이들의 헬기 라인업은 민수와 군수를 막론하고 전 세계 하늘의 표준이 되었다. 아름다움 속에 치명적인 발톱을 숨겼다. 베스트셀러인 AW139는 전 세계 해상 구조와 VIP 수송 시장을 석권했고, 대한민국 해군도 운용 중인 AW159 '와일드캣'은 대잠수함 작전의 명수로 통한다. 여기에 최근 개발을 마치고 실전 배치를 앞둔 차세대 공격 헬기 'AW249 페니체(Fenice)'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AI를 결합하여 드론과 협동 작전(MUM-T)이 가능한 미래형 공격 헬기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헬기는 '이탈리아제'답게 유려한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그 내면에는 고성능 엔진과 최첨단 항전 장비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전 세계 지휘관들이 레오나르도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가장 정밀한 임무 수행과 높은 생존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CEO의 '디지털 르네상스' 현재 레오나르도를 이끄는 로베르토 친골라니(Roberto Cingolani) 회장은 물리학자이자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을 지낸 독보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레오나르도에 '디지털 유전자'를 이식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는 금속을 깎는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짜는 회사다." 2023년 5월 친골라니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의 전장 관리 시스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주 분야 자회사인 '텔레스파지오(Telespazio)'를 통해 위성 통신과 지구 관측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는 물리적인 미사일 공격만큼이나 위험한 사이버 테러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는 '사이버 보안'을 방산의 핵심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전장을 통제하는 것, 그것이 친골라니가 구상하는 '레오나르도 2.0'의 본질이다. K-방산의 동맹이자 가장 까다로운 적수 대한민국 방산 기업들에게 레오나르도는 매우 특별하고도 복잡한 존재다. 때로는 시장을 놓고 다투는 적수로, 때로는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만난다. 경쟁은 치열하고 협력은 긴밀하다. 한국의 경공격기 FA-50은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레오나르도의 M-346 훈련기/경공격기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우리 해군의 와일드캣 도입 사례나 항공기 부품 제작 분야에서는 끈끈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형 전투기 KF-21 고도화 과정에서 레오나르도 항전 기술은 매우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된다. 전문가들은 "레오나르도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표"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6세대 전투기 개발이나 첨단 센서 분야에서 레오나르도가 보유한 방대한 특허와 노하우는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영역이다. 다빈치의 꿈, 디지털 전장에서 실현되다 500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하늘을 나는 기계와 장갑차를 상상하며 스케치를 남겼다. 그 위대한 상상은 21세기 이탈리아에서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으로 현실이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보의 예술'을 창조한다. 정교한 센서로 적을 꿰뚫어 보고, 스마트한 시스템으로 전장을 제어하며,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기술." 이것이 레오나르도의 본질이다. 전 세계 전장의 모든 데이터가 이들 센서를 거쳐 흐르는 시대, 레오나르도는 디지털 전장의 가장 영리한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의 진격은 이제 지상을 넘어 우주 궤도로 향하고 있다.
    • 방산기업
    2026.01.02 09:08
  • 한화시스템 400억 규모 ‘전투체계’, 필리핀에 수출…5번째로 차기 호위함에 공급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한화시스템이 5번째로 필리핀에 함정의 두뇌인 ‘전투체계(CMS)’를 수출한다.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해군의 3200톤급 차기 호위함(Frigate) 2척에 약 400억원 규모의 전투체계와 전술데이터링크(TDL)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공급될 전투체계와 전술데이터링크는 7600여개의 도서지역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의 복잡한 작전환경과 특수한 해양 안보 상황에 맞춰 제공될 예정이다. ‘함정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된 각종 센서로 다양한 위협을 실시간으로 탐지·분석하고, 함포 및 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체계에 명령을 내려 최적의 전투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핵심 무기체계다. 한화시스템은 2000년 이후 전투체계를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구축함·호위함·고속정·잠수함 등 대한민국 해군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수상∙수중 함정에 이를 납품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그간 필리핀의 13척 함정에 전투체계를 공급했다. 2017년 2600톤급 호위함 2척을 시작으로, 2019년 필리핀 3000톤급 호위함 3척, 2022년 3100톤급 초계함 2척에 이어 2023년 2400톤급 원해경비함 6척에 전투체계를 제공했다. 이번에 전투체계와 함께 공급하는‘전술데이터링크’는 해상 전력이 전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 전투 효율성을 높이는 통신체계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국산 함정 전투체계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중동·동남아·미국·남미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라며 “대한민국 해양 안보 기여를 넘어 글로벌 해양 솔루션을 선도하는 K-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시스템은 함정 전투체계 외에도 미국·이탈리아·노르웨이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던 무인 함정의 핵심 기술인 통합기관제어체계(ECS) 및 상태기반진단체계(CBMS)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 방산기업
    2025.12.31 16:32
  • [세계의 방산기업⑥: 나방티아] 스페인 무적함대, '디지털 함정'으로 부활하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역사는 순환한다. 16세기 대양을 호령하던 스페인 '무적함대'가 21세기 최첨단 스텔스 호위함과 독자적인 AIP(공기불요추진) 잠수함의 형상으로 부활했다. AIP(공기불요추진)는 외부 공기 없이도 물속에서 엔진을 돌릴 수 있는 장치다. 이 잠수함 중심에는 스페인 국영 조선소의 자존심을 넘어 유럽 해군 방산 '설계국'이라 불리는 나방티아(Navantia)가 있다. 영국 BAE 시스템즈가 거대한 시스템의 판을 짜고 독일 라인메탈이 지상 화력을 독점한다면, 나방티아는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바다 패권을 재설계한다. 단순히 배를 건조하는 조선소를 넘어 함정 설계, 전투 체계 통합, 수명 주기 관리(LCC)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해군 솔루션' 기업으로의 진화. 이것이 나방티아가 전 세계 해군력 경쟁의 한복판에서 던지는 승부수다. 안정적 '캐시카우', 10년 이상 수주 잔고 확보 나방티아의 현재 위상은 냉정한 지표가 증명한다. 2025년 상반기 실적은 이들이 왜 유럽 해군 방산의 '실질적 지배자'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실적 궤적은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2025년 상반기 매출액은 약 18억 유로(약 3조 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전년 대비 15% 이상 고성장을 이뤄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수주 잔고다. 현재 나방티아가 확보한 확정 물량은 110억 유로(약 18조 5900억 원)를 넘어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호위함 추가 건조 계약과 스페인 해군의 차세대 스마트 호위함(F-110)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10년 이상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한 셈이다. 나방티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영리하다. 단순히 쇳덩이를 용접해 배를 넘기는 1차원적 방식에서 벗어났다. 설계 지식재산권(IP)을 수출하고 현지 조선소 건조를 통제하는 '엔지니어링 수출'을 통해 막대한 로열티와 핵심 기자재 공급권을 독점한다. 이는 고용 리스크는 줄이면서 수익성은 극대화하는 '지식 기반 방산'의 정점이다. S-80 플러스의 반전 드라마… "심해의 고독한 사냥꾼" 나방티아를 거론할 때 'S-80 플러스(아이작 페랄, Isaac Peral급)' 잠수함은 기술적 자존심의 상징이다. '아이작 페랄(Isaac Peral)급'은 스페인 나방티아가 건조한 S-80 플러스 잠수함의 1번함(첫 번째 배) 이름이자, 그 함급 전체를 부르는 명칭이다. 이 배의 탄생은 순탄치 않았다. 실패는 가장 값비싼 수업료였다. 개발 초기 설계 오류로 인한 중량 초과 문제는 전 세계 방산업계의 비웃음을 샀다. "잠수하지 못하는 잠수함"이라는 오명은 나방티아에게 뼈아픈 굴욕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선체를 절단해 부력을 확보하고, 독자 개발한 'BEST(Bio-Ethanol Stealth Technology)' AIP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대반전을 일궈냈다. 2025년 현재, S-80 플러스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시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원자력 잠수함에 육박하는 장기 잠항 능력과 정밀 타격 능력은 스페인 해군을 넘어 인도 P75(I) 사업과 캐나다, 필리핀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굴욕을 혁신으로 바꾼 끈기가 심해의 게임 체인저를 탄생시킨 것이다. 호주 시장 독점… 주력 함정들 나방티어 설계도로 제작 나방티아의 전략적 치밀함이 가장 빛나는 곳은 지구 반대편 호주다. 호주 해군의 혈관에는 스페인 피가 흐른다. 호주 해군 주력인 이지스 구축함(호바트급), 대형 강습상륙함(캔버라급), 군수지원함(서플라이급)은 모두 나방티아 설계도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보수적인 영연방 국가인 호주가 영국과 미국 설계를 제쳐두고 스페인 손을 잡은 것은 해군 방산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다. 이들은 배만 판 것이 아니라 '표준'을 팔았다. 현지 법인인 '나방티아 오스트레일리아'를 통해 호주 함정 유지보수(MRO)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했다. 최근 호주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호위함(Tier 2) 경쟁에서도 나방티아 '타스만(Tasman)급'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한 번 심겨진 '나방티아 DNA'는 수십 년간 끊이지 않는 부품 공급과 성능 개량 사업으로 이어지며 거대한 독점 성벽을 구축하고 있다. 리카르도 도밍게스 회장의 '나방티아 4.0' 나방티아 조타수를 잡은 리카르도 도밍게스(Ricardo Domínguez) 회장의 경영 철학은 단호하다. "우리는 강철을 깎는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흐르게 하는 회사"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디지털 트윈으로 바다를 시뮬레이션한다. 도밍게스 회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나방티아 4.0'은 함정 건조 전 과정을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것이다. 실제 함정과 똑같은 '디지털 트윈'을 통해 설계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고, 배가 바다에 나간 뒤에도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고장을 진단한다. 또한 그는 '그린 네이비(Green Navy)' 전략을 통해 수소 연료전지 추진 시스템과 친환경 조선 공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가 아니다. 탄소 국경세와 환경 규제를 새로운 진입 장벽으로 삼아, 기술력이 부족한 후발 주자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이다. K-방산과 숙명적 대결… 가장 까다로운 적수 한국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게 나방티아는 가장 까다로운 적수이자 냉정한 거울이다.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 한국 조선소들은 압도적인 건조 속도와 납기 준수, 가성비를 무기로 전 세계를 공략한다. 반면 나방티아는 NATO 표준과 완벽한 호환성, 그리고 '기술 이전'을 전제로 한 정치적 유연함으로 맞선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폴란드, 필리핀 등에서 한국과 나방티아는 매번 단 한 장의 계약서를 놓고 사투를 벌이는 숙적이다.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나방티아의 '지식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단순히 배를 잘 만드는 '최고 조선소'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 해군이 사용하는 설계의 표준을 장악하는 '아키텍처'가 될 것인가. 나방티아의 성공 사례는 한국 방산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묵직한 질문으로 던지고 있다. 대항해 시대 모험가 정신을 디지털로 재해석 나방티아는 과거 영광을 먹고 사는 박제된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500년 전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선조들의 모험가 정신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하는 젊은 거인에 가깝다. 전쟁 형태가 드론과 AI로 변모해도, 결국 국가 의지를 가장 강력하게 투사하는 플랫폼은 대양을 가르는 함정이다. 나방티아는 그 본질을 꿰뚫고 있다. 지중해 따뜻한 햇살 아래서 다듬어진 이들의 강철 요새들은 이제 대서양과 태평양을 넘어 전 세계 모든 바다의 '디지털 표준'이 되고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나방티아 독크에서 울려 퍼지는 망치 소리는 이제 AI 코딩 소리로 치환되었다. 무적함대의 돛은 꺾이지 않았다. 다만 더 견고하고 영리한 '디지털 엔진'으로 갈아 끼웠을 뿐이다.
    • 방산기업
    2025.12.30 08:47
  • [세계의 방산기업⑤: 라인메탈] 전차 명가, 독일 재무장의 '강철 심장'을 두드리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영국 BAE 시스템즈가 '보이지 않는 신경망'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지휘자라면, 지상의 중력과 화약 냄새를 가장 정직하게 내뿜으며 전장의 물리적 실체를 규정하는 기업이 있다. 전차 포신 끝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증명하는 역설의 주인공, 독일의 라인메탈(Rheinmetall)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의 군사력 강화는 유럽 내에서 일종의 '금기'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비극은 그 봉인을 단숨에 깨뜨렸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선언한 ‘시대전환(Zeitenwende)’의 최전선에서 라인메탈은 단순한 무기 제조사를 넘어, 껍데기만 남았던 유럽 안보를 다시 철갑으로 무장시키는 거대한 ‘방산 엔진’으로 부활했다. 쇳물에서 나오는 '돈'… 방산 성장주의 새 역사 쓰다 라인메탈의 실적표를 보면 이것이 과연 130년 된 제조업체인가 싶을 정도로 가파르다. 이제 라인메탈은 전통적인 굴뚝산업을 넘어 시장의 '초우량 성장주'로 군림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H1) 확정 실적에 따르면, 라인메탈의 매출은 약 72억 유로(약 12조 27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0%를 상회하는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더 경이로운 것은 장부에 기록된 수주 잔고다. 무려 600억 유로(약 102조 원)라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정부가 편성한 1000억 유로(약 170조 원) 규모의 특별 방위 기금(Sondervermögen)이 라인메탈 공장을 24시간 가동시키는 유동성 공급원이 된 결과다. 그들은 단순히 공장을 돌려 물건을 파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현지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링스(Lynx)' 장갑차 생산 라인을 직접 구축하는 ‘도박’에 가까운 결단력을 보였다. 지정학적 위기를 수익과 영향력으로 치환하는 대담함, 그것이 현재 라인메탈을 움직이는 진짜 연료다. 전차의 왕 '레오파르트', 그리고 미래를 쏘는 '판터' 라인메탈의 정체성은 결국 포신(Gun Barrel)의 금속음에서 완성된다. 전 세계 서방제 주력 전차(MBT)의 표준인 120mm 활강포는 이들 손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 영광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하늘과 땅을 동시에 장악한다. KNDS와 협력 생산하는 베스트셀러 '레오파르트 2'가 유럽 전역을 지키는 방패라면, 라인메탈이 독자 개발한 차세대 전차 'KF51 판터'는 미래전의 창이다. 130mm라는 압도적인 주포 화력은 물론,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장전 시스템과 자폭 드론 사출 장치까지 갖췄다. 여기에 '스카이레인저(Skyranger)'로 대표되는 단거리 방공 시스템을 결합해, 지상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드론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완벽히 보호하는 '지상전 토탈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는 한국 K-2 흑표 전차와 세계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을 예고한다. 폴란드 시장에서 한국에 일격을 당한 이후, 라인메탈은 헝가리를 거점으로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파격적인 '현지 생산 및 공동 개발' 카드를 던지며 잃어버린 영토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파퍼거의 '닥공' 경영… "유럽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이 거대한 공룡을 지휘하는 아르민 파퍼거(Armin Papperger) 회장은 전형적인 ‘전투적 리더’다. 그는 독일 특유 관료주의나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의사결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파퍼거 회장은 "유럽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상실했다"는 독설을 서슴지 않으며 정치권을 압박해왔다. 2023년 스페인 탄약 제조사 '엑스팔(Expal)'을 12억 유로에 인수한 결정은 신의 한 수로 증명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 탄약 부족 사태 속에서, 그는 유럽 내 탄약 공급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됐다. 그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탄약부터 장갑차, 전차, 대공포에 이르기까지 지상전의 모든 포트폴리오를 수직 계열화하여 "주문 즉시 인도한다"는 속도전을 구현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독일 제조업계에서 그가 보여주는 파격적인 M&A와 확장 전략은 경쟁사들에게 공포스러울 만큼 치밀하다. K-방산, '최강 적'을 통해 '최고의 미래'를 보다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 라인메탈은 가장 까다로운 상대이자, 동시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기술력은 대등하거나 일부 분야에선 라인메탈이 앞서고, 유럽 내에서의 정치적·지정학적 영향력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경쟁과 협력, 그 묘한 경계선. 흥미로운 지점도 존재한다. 호주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과 라인메탈 '링스'가 맞붙었을 때, 라인메탈은 한국의 가공할 생산 속도와 가격 경쟁력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그들은 한국을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경계해야 할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라인메탈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만 해서는 승산이 낮다. 그들이 구축한 유럽 내 공급망에 'K-부품'과 'K-시스템'을 이식하는 전략적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거대한 공룡과 싸우기 위해서는 때로 그 공룡의 등 위에 올라타는 영리함이 요구되는 시대다. 녹슬지 않는 제국의 자존심, 평화의 무게를 감당하다 전쟁은 인류의 비극이지만, 그 비극은 기술의 진보를 가장 잔혹하고 빠르게 강요한다. 라인메탈은 지난 130년간 독일 군수산업의 뿌리를 지켜왔다. 한때 전범 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기도 했고, 냉전 종식 후 '평화의 배당금' 시대에는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그들이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라인메탈은 유럽에서 가장 '귀하신 몸'이 됐다. 그들이 만드는 궤도의 굉음은 유럽이 오랜 잠에서 깨어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라인메탈 공장 벽에 걸린 보이지 않는 격언이다. 지상전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독일의 자존심, 그 강철 심장은 이제 막 최대 출력으로 고동치기 시작했다.
    • 방산기업
    2025.12.26 12:34
  • 한화시스템, AI기반 ‘연합지휘통제체계’ 구축사업자 선정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한화시스템이 AI(인공지능) 기반 연합지휘통제체계 구축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화시스템은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937억 규모의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 Allied Korea Joint Command Control System) 성능개량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했다고 26일 밝혔다. 지휘통제체계는 군 지휘관이 임무에 따라 부대의 운용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데 필요한 시설 및 장비를 의미한다. 2015년 전력화된 AKJCCS는 한반도 전역에서 한미 연합작전에 대한 지휘·통제를 수행하는 핵심 체계다. 하지만 한미 전작권 전환과 연합 지휘구조 변화에 따른 기술 고도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대폭적인 성능 개량이 제기됐다. 새롭게 구축될 AKJCCS는 AI를 적용하는 국내 첫 사례다. 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신속하게 수집·처리함으로써 운용자의 업무 수행 시간을 크게 단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보 분석부터 계획 수립에 이르기까지 지휘 결심의 전 과정에 AI 기반 지능형 서비스가 제공돼 지휘관의 보다 정확한 판단을 지원한다. 한마디로 AI를 통해 상황 분석과 자동화 의사결정 지원이 가능해진다. 보안성도 대폭 강화된다.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 서버 구축과 데스크톱 가상화(VDI) 적용 등 다양한 최신 ICT 기술을 폭넓게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40여 년 동안 AI 기반 지능형 지휘결심지원 시스템, 중앙방공통제소(MCRC) 성능개량, 한미 연합군사정보처리체계(MIMS-C), 한국형 탄도탄 작전통제소(KAMDOC),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 등 국방 특화 AI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노하우와 기술력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방 AI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전장을 선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방산기업
    2025.12.26 11:01
  • [세계의 방산기업④: BAE 시스템즈] 대영제국 '철갑'에 미래 '인공지능'을 입히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RTX가 현대전의 '눈'과 '심장'이라는 미시적 부품을 장악했다면,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거대한 '그릇'이자 전장의 '지휘자'인 기업이 있다. 영국의 자존심, BAE 시스템즈(BAE Systems)다. 방산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일지 모른다. 체급은 압도적이다. 록히드 마틴, RTX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미국 이외 국가 중 유일하게 전 세계 방산 매출 '톱 5'를 위협하는 거인이다. 육·해·공은 물론이고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이들의 로고가 박히지 않은 곳은 없다. 단순한 무기 제조사가 아니다. 안보의 '판'을 짠다. "지는 해는 없다"… 조선소에서 IT 기업으로 변신 BAE 역사는 대영제국의 영광과 궤를 같이한다. 16세기부터 영국 해군을 지탱했던 조선소들이 이들의 뿌리다. 과거엔 무거운 철갑과 함포가 전부였다. 지금의 BAE는 완전히 다르다. 1999년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PLC(BAe)는 영국 제너럴 일렉트릭(GEC) 산하의 마르코니 일렉트로닉 시스템즈와 합병했다. 합병은 신의 한 수였다. 쇳덩이를 만드던 회사에 '전자 장비'라는 뇌를 심었다. 이제 이들은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직접 건조하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초정밀 전투 체계까지 직접 설계한다. 지난 7월 발표된 2025년 상반기 실적은 경이롭다. 매출은 146억 파운드(약 29조 20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 급증한 수치다. 수주 잔고는 더 놀랍다. 무려 754억 파운드(약 150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인 재무장 흐름 속에서 공장은 24시간 쉴 틈 없이 돌아간다. 거인은 멈추지 않는다. 44% 매출이 미국 시장서 나오는 '펜타곤 파트너' BAE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영국 기업이면서 미국 시장의 '안방마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매출 44%가 미국에서 나온다. 본진인 영국(27%)보다 높다. 펜타곤(미 국방부)은 이들을 외국 기업이 아닌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로 대우한다. 미국 육군의 주력인 '브래들리(Bradley)' 장갑차가 BAE 자회사인 BAE 시스템즈 Inc.(미국 법인)에서 나온다. F-35 전투기 개발에도 주요 파트너로 참여한다. 꼬리 날개와 전자전 시스템을 공급한다. 록히드 마틴 성공 뒤에는 항상 BAE의 조력이 있었다. 영국 국기를 달고 있지만 실상은 미군 전력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다국적 괴물이다. 동맹은 견고하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만 수만 명의 고용을 책임진다. 펜타곤이 예산을 짤 때 BAE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영국 기업이라는 꼬리표는 이미 의미가 없다. 미국 방산 생태계의 거대한 일부분으로 완전히 녹아들었다. 심해의 포식자, 오커스(AUKUS)의 주인공 최근 BAE가 가장 주목받는 곳은 바다 밑이다.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프로젝트의 핵심 플레이어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핵잠수함은 기술의 결정체다. BAE는 영국 차세대 핵잠수함인 '어스튜트급'을 건조해온 노하우를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호주가 갖게 될 사상 첫 핵잠수함(SSN-AUKUS)의 설계를 도맡았다. 바다 패권을 결정짓는 게임 체인저다. 수십 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다.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이 거대 사업은 BAE 시스템즈의 향후 50년 먹거리를 책임질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단순히 배를 파는 것이 아니다. 유지 보수와 교육, 시스템 업데이트까지 통제한다. 치밀한 전략이다. 한 번 맺은 계약은 반세기 동안 끊이지 않는 현금 흐름을 만든다. 이것이 플랫폼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압도적인 권력이다.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미래 하늘을 설계하다 하늘에서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F-35가 현재를 지배한다면 BAE는 미래를 본다. 바로 6세대 스텔스 전투기 '템페스트(Tempest)'다. 조종사는 이제 데이터와 싸운다. 템페스트는 단순한 비행기가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조종사를 보조한다. 수십 대 무인 드론을 지휘하는 '하늘의 서버' 역할을 한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이 손잡은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의 중심에 BAE가 있다. 자존심을 건 승부다. 미국을 제외하고 독자적인 최첨단 전투기 생태계를 유지하겠다는 유럽의 마지막 의지다. 록히드 마틴 F-35에 주도권을 내줬던 유럽이 6세대에서는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선언이다. BAE 어깨에 유럽 방산의 운명이 걸려 있다. 찰스 우드번 CEO '기술 우선' 강조 현재 BAE 시스템즈를 이끄는 찰스 우드번(Charles Woodburn) CEO는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 리더다. 그는 취임 이후 "우리는 기술 기업이다"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2024년 초 완료된 볼 에어로스페이스(Ball Aerospace) 인수는 그 정점이었다. 55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우주와 위성 분야의 눈(Sensors)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베팅이었다. 이제 BAE는 지상과 해상을 넘어 우주 궤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전장으로 쏘아 올린다. 우드번은 과거 군함·탱크 제조 공정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3D 프린팅으로 부품을 찍어낸다. 디지털 트윈 기술로 가상 공간에서 무기를 미리 조립해본다. "실수 없는 생산"이 그의 철학이다. 미국 정부 셧다운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견고하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배짱은 두둑하다.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K-방산,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라 한국 방산과 접점도 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시장에서 BAE의 지상 무기들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협업할 지점도 많다. 잠수함 기술이나 차세대 장갑차 분야에서 BAE는 한국 기업들에게 넘어야 할 벽이자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길은 열려 있다.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이 거대 공룡들과의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BAE가 구축한 영미 동맹의 방산 생태계를 연구해야 한다.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파트너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을 준비해야 한다. 전쟁은 참혹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기술은 진보한다. BAE 시스템즈는 수백 년 전 범선을 만들던 망치 소리를 이제 AI 코딩 소리로 바꿨다. 록히드 마틴이 화려한 기동으로 적을 압도한다면 BAE는 거대한 체급과 치밀한 신경망으로 전장을 통제한다. 전 세계 바다 밑부터 우주 끝까지 영국의 이 조용한 공룡은 이미 미래 전쟁의 표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지배자'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방산 기업이다. 그것이 바로 BAE 시스템즈의 본질이다.
    • 방산기업
    2025.12.23 16:32
  • 한화오션, 미국 ‘새 프리깃함 사업’ 협력자로…트럼프 황금함대 구축 구상 발표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한화오션이 미국이 추진하는 ‘황금함대’ 구축의 주요 사업인 신예 프리킷함(호위함) 건조에 협력자로 나설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구상을 발표하면서 새 호위함들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주 해군은 새로운 급의 호위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의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사가 “한화라는 좋은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화가)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4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가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이 한화의 도움을 얻어 새로 도입하려는 호위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황금함대’에 편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황금함대의 특징은 냉전시대 이후 퇴장한 ‘거대 전함(Battle Ship)’의 재도입이다. 전함의 함포가 공격 반경 측면에서 항공모함 함재기와 구축함의 미사일에 밀려나면서 육중한 전함 건조는 1994년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함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배수량 약 9천500t)이다. 황금함대는 3만~4만t의 가장 크고, 가장 견고하며, 가장 중무장한 함정을 기함으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트럼프급 전함에는 함포뿐 아니라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그리고 핵무기(핵탄두를 실은 해상발사 크루즈 미사일)까지 탑재될 예정이다. 트럼프가 밝힌 전함 규모는 일단 2척을 먼저 건조하고 궁극적으로는 20~25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새롭게 건조하는 전함의 이름은 ‘USS 디파이언트(Defiant·도전 또는 반항의 의미)’로 정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이번 황금함대 구상은 날로 커지는 중국의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차세대 방공 시스템인 ‘골든 돔’처럼 황금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반영해 명명됐다고 한다. 한편 트럼프의 황금함대 구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일부 있다. 규모에만 신경 쓰고 비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대표적으로 마크 몽고메리 전 해군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새 전함의 경우 수직발사 시스템이나 이지스 방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전술적 활용도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 방산기업
    2025.12.23 10:41
  • HD현대중공업-페루, ‘페루형 차세대 잠수함’ 공동 개발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HD현대중공업이 페루와 함께 현지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페루형 차세대 잠수함’ 개발에 나선다. 이번 프로젝트가 실제 건조로 이어질 경우 HD현대중공업의 첫 잠수함 수출 사례가 된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페루와 함정 4척(호위함 1척, 원해경비함 1척, 상륙함 2척) 건조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국영 시마조선소에서 페루 해군 및 시마조선소와 함께 ‘차세대 잠수함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체결된 ‘잠수함 공동개발·공동건조 관련 의향서’의 후속 조치다. 페루 정부는 해군력 현대화와 자국 조선산업 육성을 위해 잠수함 국산화 프로젝트를 중점 추진 중이며, HD현대중공업을 핵심 파트너로 낙점했다. 양측은 HD현대중공업의 설계 기술력과 페루 해군의 작전 요구사항을 결합한 맞춤형 잠수함을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태평양 연안의 깊은 수심(3000m 이상)과 복잡한 해저 지형 등 페루 해역의 특수성을 설계에 반영한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설계에 착수하며 최신 무장 및 통신 체계 패키지를 적용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 잠수함 사업이 향후 K-잠수함 수출 확대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 고객의 요구조건을 구체적으로 수용한 맞춤형 잠수함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호세 헤리 페루 대통령은 축사에서“시마조선소와 HD현대중공업과의 계약은 페루 조선 산업 강화뿐 아니라 페루와 한국 간 실질적, 전략적 협력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HD현대중공업 주원호 사장은 “이번 계약으로 한국 잠수함 수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HD현대중공업이 가진 모든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페루 해군의 작전환경과 수요를 반영한 최적의 잠수함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방산기업
    2025.12.22 12:48
  • 한화시스템 “미국 전투기 항전장비 시장 뚫었다”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한화시스템이 미국 전투기 항전장비 시장을 처음으로 뚫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방산기업 보잉과 항전 장비인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한화시스템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로, 보잉이 생산하는 한국 공군의 최신형 전투기 F-15K 및 미 공군의 F-15EX에 항전 장비를 공급하는 것이다. 한화시스템의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는 여러 계기판으로 분산된 정보를 하나의 대형 화면으로 통합해 조종석의 핵심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전자 장비다. 최신 전투기의 조종석 환경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장비의 성능에 따라 조종사의 상황인식 능력과 임무 수행 효율이 영향을 받는다. 조종사는 필요한 정보를 한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임무 컴퓨터(MC)로 명령을 전달할 수도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공급 계약에 대해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를 비롯한 정부 주도의 산업 협력·세일즈 외교와 한화시스템이 축적해 온 항전 장비 기술력이 뒷받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보잉에 수출할 항전 장비를 F-15EX 기체 특성과 조종석 배치를 고려해 임무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로 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에 탑재된 다기능 전시기(MFD) 개발 역량도 반영하겠다는 게 한화 측 방침이다. F-15EX는 F-15 시리즈의 최신 모델로 높은 무장 탑재량과 항속거리,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의 확장성을 갖춘 전투기다. F-15 계열 전투기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싱가포르·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조종석 현대화가 지속 추진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자사 장비가 적용되면서 한국 기술이 F-15 업그레이드 과정에 본격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한화시스템은 한국 공군의 F-15K 성능개량 사업을 포함해 차후 미국의 F-15 업그레이드 및 글로벌 신형 전투기 사업 등에서 자사의 ELAD가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 방산기업
    2025.12.18 13:23
  • [세계의 방산기업③: RTX] F-35 '심장'과 패트리어트 '창'을 독점하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록히드 마틴이 화려한 무대의 주연 배우라면, 이들은 무대 그 자체이자 조명이며, 배우가 숨을 쉬게 하는 공기다. 전투기 형상을 만드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육중한 쇳덩이를 음속으로 밀어붙이는 엔진, 수백 킬로미터 밖 적을 찾아내는 레이더, 그리고 적 심장에 정확히 꽂히는 미사일. 이 모든 핵심 기능을 장악한 기업이 있다. 바로 RTX(구 레이시온 테크놀러지)다. 대중은 록히드 마틴과 보잉이 제작한 미국 공군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의 날렵한 외형에 환호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안을 채운 센서와 엔진에 주목한다. RTX는 현대전의 '눈'과 '창', 그리고 '심장'을 만드는 기업이다. 2020년, 미사일 명가 '레이시온'과 항공 엔진의 제왕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UTC)'가 합쳐졌다. 단순한 합병이 아니었다. 항공우주와 방산의 경계를 무너뜨린 '메가 딜'이었다. 이제 그들은 RTX라는 이름으로, 전쟁의 문법을 새로 쓰고 있다. "우리는 쏘지 않는다, 타격할 뿐이다"… 미사일의 제왕 우크라이나 전쟁은 RTX에게 거대한 쇼케이스였다. 러시아가 자랑하던 극초음속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킨잘'. 푸틴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 신화는 깨졌다. RTX가 만든 'MIM-104 패트리어트' 앞에서다. 패트리어트는 늙지 않았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스커드 미사일을 잡으며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데뷔했던 이 노장은 끊임없는 개량을 통해 21세기에도 가장 신뢰받는 방패가 됐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에서 킨잘을 격추하는 순간, 전 세계 군 관계자들은 다시금 계산기를 두드렸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주문이 쇄도했다. RTX의 미사일 방어 부문은 공장이 쉴 틈이 없다. 방어만 하는 게 아니다. 공격의 대명사 '토마호크(Tomahawk)' 역시 이들 작품이다. 미군이 전쟁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토마호크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 적 지휘부를 외과 수술하듯 도려낸다. 'SM-6', '암람(AMRAAM)' 등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유도무기 태반이 RTX 로고를 달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 발사대(플랫폼)를 만든다면, 적을 죽이는 건 결국 RTX 미사일이다. 자회사 프랫 & 휘트니(P&W), 세계 3대 항공 엔진 제작사 RTX가 다른 방산 공룡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엔진'이다. 자회사인 '프랫 & 휘트니(P&W)'는 제너럴 일렉트릭(GE), 롤스로이스와 함께 세계 3대 항공 엔진 제작사다.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 II. 미 공군의 최강 전력인 이 두 기체 모두 P&W 엔진을 단다. 특히 F-35에 들어가는 F135 엔진은 전투기 엔진 기술의 정점이다. 수직 이착륙을 가능케 하고, 막대한 전력을 생산해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를 돌린다. 하지만 '진짜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민간 여객기 시장이다. 에어버스 A320네오 등에 들어가는 GTF(Geared Turbofan) 엔진이 이들의 효자다. 방산은 국제 정세에 따라 등락이 있다. 반면 민항기 수요는 꾸준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지금, 여행 수요 폭발은 곧 RTX의 매출 폭발이다. 군수와 민수, 두 개의 심장을 가진 RTX는 불황을 모른다. "이름 빼고 다 바꿨다"… RTX로의 재탄생과 조직 재편 2023년 6월, 회사는 사명을 'Raytheon Technologies'에서 'RTX'로 변경했다. 100년 역사의 '레이시온'이라는 이름을 기업 전체 간판에서 내린 것이다. 이는 상징적이다. 과거 영광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티커(종목 코드)로 쓰이던 세 글자, RTX. 심플하고 강력하다. 조직도 군살을 뺐다. 기존 4개 사업부를 3개로 통합했다. ▲항공기 부품과 시스템을 만드는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엔진을 만드는 '프랫 & 휘트니' ▲미사일과 레이더, 방어 시스템을 통합한 '레이시온'. 그렉 헤이즈 전 회장의 의도는 명확했다. "중복을 없애고, 반응 속도를 높여라." 공급망 위기가 닥쳤을 때, 덩치 큰 공룡은 굶어 죽기 딱 좋다. RTX는 덩치는 유지하되, 신경망을 단순화해 민첩한 맹수로 거듭났다. 그렉 헤이즈의 유산, 그리고 크리스 칼리오의 등판 RTX의 오늘을 만든 건 그렉 헤이즈(Gregory J. Hayes)다. 그는 승부사였다. 2020년 레이시온과의 합병을 주도하며 방산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 전에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TC)에서 오티스(엘리베이터)와 캐리어(에어컨)를 과감히 떼어냈다. 돈은 되지만 항공우주와 결이 다른 사업들은 잘라내고, 오직 '하늘과 우주'에 집중했다. 선택과 집중의 교과서다. 이제 바통은 크리스토퍼 칼리오(Christopher T. Calio)에게 넘어갔다. 2024년 5월, 칼리오는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엔진 맨'이다. 프랫 & 휘트니 사장 출신으로, 엔지니어링과 운영의 디테일을 아는 리더다. 헤이즈가 큰 그림을 그리는 건축가였다면, 칼리오는 그 집을 튼튼하게 관리하고 효율을 높이는 시공 소장이다. 칼리오 체제의 RTX는 더 실용적이고, 더 기술 집약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는 이미 18만 5000 명의 직원을 이끌며 연 매출 800억 달러(약 117조 원) 시대를 예고했다. 이지스함의 눈, SPY-6… 바다를 지배하는 레이더 기술 미 해군의 최신 이지스함에는 육각형 모양의 거대한 레이더가 붙는다. RTX가 만드는 'AN/SPY-6'다. 기존 레이더보다 감도가 30배 높다. "보이지 않으면 싸울 수 없다." 스텔스기가 날아다니고, 극초음속 미사일이 떨어지는 세상이다. 먼저 보는 쪽이 이긴다. RTX는 갈륨 나이트라이드(GaN) 기반의 AESA 레이더 기술에서 독보적이다. 미 해군 함정들이 전 세계 바다에서 작전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이 '눈'에서 나온다. 한국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함(정조대왕함)이 국산 레이더와 미국 록히드 마틴의 전투체계를 채택했지만, 그 기반 기술과 연관 무기 체계에서 RTX의 영향력은 여전히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 K-방산의 파트너이자 넘어야 할 산 한국 방산 기업들이 잘 나간다지만, RTX는 여전히 거대한 산이다. 우리가 KF-21 전투기를 개발했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공대공 미사일이나 핵심 센서 기술은 여전히 RTX와 협력하거나 경쟁해야 한다. 동시에 그들은 우리의 파트너다. 한국의 한화시스템이나 LIG넥스원 같은 기업들이 RTX와 공급망 협력을 논의한다. RTX의 거대한 생태계에 들어간다는 건, 곧 전 세계 시장으로 통하는 고속도로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AI와 극초음속의 결합 RTX는 지금 6세대 전투기용 적응형 엔진과 AI 기반의 군집 드론 방어 체계,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활공체 요격기(GP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활공체(Glider)는 탄도 미사일처럼 대기권 밖으로 발사된 후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며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활강(활공)하면서 목표물을 공격하는 비행체다. 기존 미사일과 달리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움직인다. 피하는 능력이 뛰어난 차세대 무기다.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이 화려한 기체를 뽐낼 때, RTX는 그 기체 안에서 조용히 승패를 결정짓는다. 레이더로 적을 찾고, 엔진으로 추격하며, 미사일로 끝낸다. 껍데기만으로는 전쟁을 할 수 없다. 현대전의 승패는 소프트웨어와 센서, 그리고 정밀 타격 능력에서 갈린다. RTX가 '방산 업계의 절대 반지'를 끼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전쟁 양상이 바뀔수록 RTX 가치는 올라간다. 재래식 전면전이든, 최첨단 전자전이든 상관없다. 그들은 모든 옵션을 가지고 있다. 100년 전 진공관을 만들던 회사는 이제 인류가 만든 가장 치명적이고도 정교한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 세계는 불안하지만, RTX의 주가는 견고하다. 이것이 냉혹한 방산 시장의 진실이다.
    • 방산기업
    2025.12.17 08:49
  • 한화, 국내외 방산 인프라 확충…방산시장 공략 ‘고삐’더욱 쥔다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한화그룹의 주요 방산기업들이 국내외에서 방산 인프라 확충에 나서며 방산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에 지상 방산 생산거점을 구축한다. 해당 공장은 내년 초 착공해 2027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와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축 공장을 통해 K9자주포를 생산, 유럽 시장 공략과 현지화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1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국영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루마니아가 단순한 사용자를 넘어 해당 체계의 산업적 소유자가 돼 방위 역량과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는 “공장 부지 승인과 토지 선정 등 행정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내년 1월 말 착공 목표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가 노후 소련제 장갑차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 중인 보병 전투장갑차량(IFV) 298대 도입 사업에서도 현지 생산과 빠른 납기를 앞세워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즈,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등과 경쟁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또 다른 한화의 방산기업 한화시스템의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일 제주우주센터를 준공했다. 제주우주센터는 축구장 4개 크기에 달하는 3만㎡(약 9075평) 부지에 연면적 1만1400㎡(약 3450평) 규모다. 이곳에서 내년부터 연간 최대 100기의 위성이 생산된다. 한화 제주우주센터는 지구관측 위성으로 활용되는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 중심으로 생산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SAR 위성은 기후 및 환경 변화 예측, 재난 감시, 자원탐사 및 안보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3년 1m급 해상도 SAR 위성의 성공적 발사 이후 0.5m와 0.25m급을 개발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구미에 최첨단 방산제조 인프라도 구축했다. 약 2800억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2만7000평(8만9000㎡) 부지의 신사업장으로,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전진기지’이자 ‘기술혁신 거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시설에는 방산 업계 최대 규모인 약 1500평의 클린룸을 갖췄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전자광학 제품과 레이다 핵심부품이 생산된다. 지난 40여년 간 대한민국 해군 함정 대부분에 공급해온 전투체계(CMS)를 탄생시킨 해양연구소의 명성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전투체계 고도화를 바탕으로 자동교전·자율항해 및 지능형 추진제어 등 함정 무인화, 무인체계 모함(母艦) 등 미래 해상전력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술 허브’의 역할을 맡게 된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구미공장에서 자사의 대표 수출 품목인 다기능 레이다(MFR)와 전투체계도 생산한다. 회사는 22년 아랍에미리트(UAE), 24년 사우디아라비아, 올해는 이라크에 조단위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를, 필리핀에는 해군 함정 13척에 탑재되는 순수 국산 전투체계를 수출했다. 공장 준공 당시 손재일 대표이사는 “한화시스템 구미 사업장은 단순히 확장된 생산공장이 아니라, K-방산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첨단 방산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수준의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 방산기업
    2025.12.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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