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미 필리조선소=한화 제공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한화그룹이 미국 내 조선소 추가 인수를 통해 북미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에 인수한 필리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넘어, 미국 해군력 증강 계획에 발맞춘 대규모 인프라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HDUSA) 대표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선 사업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추가 조선소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식화했다. WSJ는 이날 한화가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의 확장뿐만 아니라,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WSJ은 한화가 10년 내 미국에서 매년 2~3척의 핵추진잠수함(SSN)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난해 11월 10일자로 전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한화는 필리 조선소의 연간 생산량을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리고, 신규 인력 채용과 로봇 설비 및 교육 시설 도입 등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가 2024년 1억 달러(약 1380억 원)에 지분 100%를 인수한 필리 조선소는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본토 연안 상선을 건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1997년 미 해군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 내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왔으나, 현재는 도크가 2개에 불과해 급증하는 미 해군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에 따라 신형 호위함들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화는 연방 및 주 정부와 미사용 도크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업 영역 또한 유인 함정을 넘어 무인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HDUSA는 미국의 무인 함정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하보크AI(HavocAI)’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 해군의 무인 수상정 공급 계약 수주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소형 무인 함정에 30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함에 따라, 양사는 약 60m 규모의 무인 함정 개발에 협력할 예정이다. 마이클 쿨터 대표는 “지금은 역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시기”라며 미국 내 조선업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며 필리 조선소를 거점으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한화는 미국과 한국 어디에서든 잠수함을 건조할 역량이 충분하며, 최종 결정은 양국 정부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방위사업 전문가인 마이클 쿨터 사장을 HDUSA CEO로 임명하며 미국 내 방산 총괄 역할을 부여했다. 이번 인터뷰는 한화가 단순한 조선소 운영을 넘어 미국의 해군력 재건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록히드 마틴이 F-35라는 화려한 주연을 내세워 하늘의 주인공을 자처한다면, 그 어둠 너머에서 전장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연출자가 있다. 바로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이다. 이들은 단순히 무기를 파는 상인이 아니다. 미국의 국가 생존이 걸린 '핵 삼축(Nuclear Triad, 지상 발사 미사일·전략 폭격기·잠수함 발사 미사일로 이어지는 3대 핵 투사 체계)'의 핵심이자,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스텔스의 극한을 설계하는 장인들이다. 2026년 현재, 노스롭 그루먼은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6세대 전장(AI와 드론, 위성망이 하나로 결합된 초연결 지능형 전쟁)'의 기준을 독보적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노스롭 그루먼의 위상은 냉정한 장부 위의 숫자로 증명된다. 2025년 상반기 총 매출은 약 2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를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29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수주 잔고다. 2025년 말 기준 노스롭 그루먼이 확보한 일감은 약 9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33조 4000억 원에 육박한다. 6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의 개발 및 생산 비용으로 인해 단기적인 수익성 진통을 겪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위기'라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 안보 지형을 점유하기 위한 필연적인 투자로 평가한다. 하늘의 유령, B-21 레이더가 깨어났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 기지에서 날아오른 B-21 '레이더' 2호기의 모습은 전 세계 정보기관들을 경악케 했다. 2023년 말 첫 비행에 성공한 1호기가 기체의 안정성을 증명했다면, 지난해 가을부터 테스트에 투입된 2호기는 실제 전투에 필요한 임무 시스템과 무기 평가를 수행하는 '실전형 모델'이다. 미 공군은 이제 2대의 테스트 기체를 동시에 가동하며 성능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스롭 그루먼은 이를 세계 최초의 '6세대 항공기'로 규정한다. 기존의 스텔스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의 데이터 융합, 무인 드론과의 유기적 협동 제어, 그리고 우주 위성망과의 실시간 연결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스텔스 기술의 핵심은 적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기체 크기를 극한으로 줄이는 데 있다. 노스롭 그루먼은 거대한 폭격기를 레이더상에서 작은 새 한 마리 수준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보이지 않아야 산다. 미 공군이 최소 100대 배치를 공언한 이 기체는 대당 가격이 약 7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를 넘어서는 거대 플랫폼이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미 공군의 척추가 될 것이다. 노스롭 그루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넘어, 적의 대응 자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침묵의 기술'을 현실화하고 있다. 핵 전력과 우주의 지배자 노스롭 그루먼의 손길은 대기권 밖에서도 가장 선명하다. 미국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젝트인 '센티넬(Sentinel)'이 바로 이들 작품이다. 약 1409억 달러(약 204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 거대 사업은 최근 비용 상승이라는 진통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펜타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노스롭 그루먼 외에는 국가 운명을 책임질 핵 억제력을 설계하고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주계약자로서 증명한 우주 공학 능력은 이들을 '전장 관리자'의 지위로 올려놓았다. 이들은 이제 저궤도 위성망을 통해 지상과 하늘, 바다를 하나로 묶는 통합 전투 지휘 체계(IBCS)를 완성하려 한다. 우주는 또 다른 전장이다. IBCS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레이더 정보를 통합하여 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요격하는 전장의 '뇌'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가 곧 무기인 시대에 노스롭 그루먼은 가장 정교한 신경망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수장 캐시 워든의 '디지털 트윈' 리더십 이 거대한 기술 제국을 이끄는 수장은 캐시 워든(Kathy Warden) 회장이다. 그녀는 취임 이후 "우리는 금속을 깎는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짜는 회사다"라고 선언했다. 그녀가 주도하는 '디지털 엔지니어링'은 가상 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무기, 즉 '디지털 트윈'을 먼저 만들어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방식이다. B-21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제 비행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완성형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2030년대를 넘어 2050년의 전장을 향해 있다. 기술적 해자를 깊게 파고 그 안으로 적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워든의 필승 전략이다. 그녀는 정치적 풍향계나 예산 삭감의 파고 속에서도 "우리의 포트폴리오는 대체 불가능하다"며 배짱 있는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기다리지 않는다. 결과로 증명할 뿐이다. K-방산과 운명적 밀월… 단순 고객아닌 핵심 파트너 대한민국 방산과의 접점 역시 2026년 들어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해 6월 한화시스템과 체결한 통합 대공 및 미사일 방어(IAMD) 협력은 그 상징적 사건이다. 인연은 깊고도 질기다. 우리 공군이 운용 중인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RQ-4)'의 유지보수와 성능 개량은 노스롭 그루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최근 노스롭 그루먼은 한국을 단순한 고객이 아닌 '미국 방산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대우하기 시작했다. K-방산이 가진 가공할 제조 속도와 노스롭 그루먼의 원천 기술이 결합한다면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판도는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거인과 거인의 만남은 새로운 시너지를 예고한다. 평화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 전쟁의 공포는 실체가 보일 때보다 보이지 않을 때 더 크다. 노스롭 그루먼은 그 원초적인 공포를 기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기업이다. 이들이 만드는 B-21의 엔진 소리는 2026년 현재, 지구 반대편의 적대 세력들에게 가장 두려운 경고음이 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 화려한 기동으로 적을 제압한다면, 노스롭 그루먼은 적이 대응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상황을 종료시킨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 다빈치가 꿈꿨던 하늘의 기계들을 현대의 디지털 스텔스로 재탄생시킨 노스롭 그루먼.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구름 너머에서 미래 전쟁의 시나리오를 고독하게 집필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진리, 그것이 바로 노스롭 그루먼의 본질이다.
미 해군 7함대 화물보급함 'USNS 세사르 차베즈'함 운항 모습/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제공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지난해 8월 수주한 'USNS 앨런 셰퍼드' 함에 이어 두 번 째로 추가 수주하며 기술력을 확인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1천t급 화물보급함 'USNS 세사르 차베즈(Cesar Chavez)' 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7일 밝혔다. ‘세사르 차베즈’ 함은 길이 210m, 너비 32m, 높이 9.4m 규모다. 지난 2012년 취역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19일부터 울산 중형선사업부 인근 안벽에서 정비를 시작한다. 선체 및 구조물, 추진, 전기, 보기 계통 등 100여개 항목에 대한 정밀 정비를 수행한다. 올해 3월 미 해군에 인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미 해군으로부터 처음 수주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USNS 앨런 셰퍼드' 함 MRO를 지난해 말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지난 6일 미 해군 측에 인도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선박은 길이 210m, 너비 32m, 높이 9.4m 규모로 2007년 취역했다. 앨런 셰퍼드함은 최초 계약 시 60여개 항목에 대한 작업을 요청받았다. 하지만 작업 수행 과정에서 100여개 항목이 추가로 발굴되면서 정비 기간이 늘고 계약 금액도 대폭 증가했다. 그럼에도 HD현대중공업과 미 해군간 긴밀한 협조 속에 MRO 전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 관계자는 "적기에 뛰어난 품질의 함정으로 새롭게 탄생한 앨런 셰퍼드함을 인도받게 돼 매우 만족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MRO를 수행해 본 결과 HD현대중공업이 가장 훌륭한 파트너"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함정·중형선사업부 대표) 역시 "독보적인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첫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함정·중형선사업부 발족 이후 더욱 내실과 효율을 갖춰 MRO 사업을 수행해 미 함정 MRO 사업 분야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지난 해 26일 필리핀 국방부와 5억7800만 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필리핀 해군 호위함 2차 획득사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은 필리핀 해군 현대화 계획(Horizon 3)의 일환이다. HD현대중공업은 3200t급 최신형 호위함 2척을 2029년까지 필리핀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방위산업 세계에서 '프랑스'는 독보적이며 때로는 고집스러울 정도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그들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지만, 결코 자국 운명을 미국 무기 체계에 온전히 맡기지 않는다. 샤를 드골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른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의 정신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존심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며 프랑스의 '홀로서기'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둥이 바로 탈레스(Thales)다. 다쏘(Dassault)가 전투기의 유려한 몸체를 만들고 네이벌 그룹(Naval Group)이 함정의 외형을 빚어낸다면, 탈레스는 그 모든 플랫폼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레이더, 소나, 전자전 시스템, 그리고 위성 통신에 이르기까지 탈레스가 없는 프랑스 방산은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팔 전세계 수출행진, 탈레스의 숨은 공헌 탈레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는 어떤 화려한 수사보다 단호하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 성장한 약 105억 유로를 기록했다. 이를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17조 7500억 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수주 잔고의 흐름은 더욱 위협적이다. 역대 최고치인 450억 유로(약 76조 원)에 육박하는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라팔 전투기의 기록적인 수출 행진이 탈레스의 전자 장비 수주로 이어진 결과이며, 동시에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증한 무기 수요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우크라 전쟁, 영국 공장 24시간 가동 탈레스는 단순히 '전자전의 브레인'에 머물지 않고 현대전의 최전선에서 파괴력을 실체화하고 있다. 특히 탈레스 영국 법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무기 생산량을 이전보다 두 배로 늘렸으며, 다시 두 배의 추가 증산이 예고되어 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와 크로스가 지역의 공장들은 현재 쉴 틈 없이 가동 중이다. 공장은 24시간 돌아간다. 이곳에서 설계되고 생산되는 스타스트릭(Starstreak) 미사일과 경량 다목적 미사일(LMM) 시스템, 그리고 사브(Saab)가 설계하고 탈레스가 조립하는 차세대 대전차 미사일(NLAW)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적의 기갑 부대와 항공 전력을 저지하는 핵심 억제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탈레스의 무기 체계는 이미 수십 년에 걸친 전쟁사에서 그 신뢰성을 입증해왔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부터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르기까지 탈레스의 정밀 타격 기술은 전장 판도를 바꾸는 열쇠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기술이 전쟁뿐만 아니라 평화 상징인 올림픽 보안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상공을 지켰던 스타스트릭 미사일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테러 위협으로부터 하늘을 방어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러한 실전 경험과 상징성은 탈레스가 전 세계 68개국에 사업장을 둔 글로벌 거인으로 성장한 토대가 되었다. 라팔 전투기의 눈과 보이지 않는 방패 프랑스 국방의 핵심 자산인 라팔 전투기가 세계 시장에서 미국의 F-35를 위협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의 절반은 탈레스가 주도해 개발한 전자전 체계 '스펙트라(SPECTRA)'가 있다. 이 시스템은 적의 레이더 신호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분석하며, 이를 무력화하는 방해 전파를 쏘아 보내는 라팔의 '보이지 않는 방패'다. 덕분에 라팔은 별도의 전자전기 지원 없이도 적의 고도화된 방공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독보적인 생존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탈레스의 AESA 레이더 'RBE2'는 수십 개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하며 정밀 타격을 지원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장비가 미국제 부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ITAR-Free' 기술로 구현되었다는 점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제3국 국가들에게 탈레스를 매력적인 파트너로 만들고 있다. 심해에서 우주까지, 지배할 수 없는 공간은 없다 탈레스의 영토는 심해와 우주 끝까지 뻗어 있다.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탈레스는 세계 최고의 소나(Sonar, 음파탐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과 호주, 인도 등 전 세계 50개국이 넘는 해군이 채택하고 있다. 바다는 깊고 냉혹하다. 우주 공간에서도 자회사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를 통해 군사 통신 및 지구 관측 위성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024년 말 쏘아 올린 차세대 군사 위성은 전 세계 어디서든 암호화된 실시간 전장 데이터를 제공하며 프랑스의 독립적 작전 수행 능력을 완성시켰다. 파트리스 케인 회장의 '디지털 퍼스트' 리더십 2014년 12월부터 탈레스를 이끌어온 파트리스 케인(Patrice Caine) 회장은 엔지니어 특유 정교함과 경영자의 과감함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다. 그는 취임 이후 탈레스를 단순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딥테크(Deep Tech) 기업'으로 완벽히 탈바꿈시켰다. "데이터가 미래의 화약이다." 케인 회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2023년 말 완료된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 '임퍼바(Imperva)' 인수에 약 33억 유로(약 5조 5800억 원)를 쏟아부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리적인 미사일 방어만큼이나 '데이터 방어'가 중요하다는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제 탈레스는 위성 보안, 금융 보안, 그리고 전장 네트워크 보안을 아우르는 글로벌 '디지털 요새'를 구축했다. 그는 또한 정치적으로도 매우 영민하다. "유럽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클라우드와 AI 생태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탈레스를 유럽 '주권 기술'의 상징으로 격상시켰다. K-방산과 인연, 스승에서 라이벌로 한국 방산 역사에서 탈레스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과거 삼성그룹, 한화그룹과 합작사인 '삼성탈레스'와 '한화탈레스'를 통해 한국 방산 전자 및 레이더 기술의 기틀을 닦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인연은 깊고도 질기다. 이제 한국은 탈레스의 기술을 배우던 학생에서, 세계 시장을 놓고 다투는 강력한 라이벌로 성장했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형 AESA 레이더와 탈레스의 제품은 매번 피할 수 없는 수주전을 벌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협력의 여지가 크다고 분석한다. 위성 통신이나 차세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탈레스의 원천 기술과 한국의 빠른 상용화 능력은 훌륭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경쟁할 땐 경쟁하되, 핵심 자산에서는 손을 잡는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길은 열려 있다. '주권=독자적인 힘'을 파는 기업 탈레스가 시장에 내놓는 상품의 본질은 레이더나 위성 같은 개별 무기가 아니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을 권리', 즉 국가의 주권을 판다. 전쟁은 비극적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 독자적인 힘이 필요하다. 프랑스가 국제 사회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전략을 관철할 수 있는 배경에는 탈레스가 구축한 정교한 전자적 방패와 위성의 눈, 그리고 최전선에서 신뢰받는 미사일 전력이 존재한다. 기술이 곧 주권이다. 탈레스의 신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그들의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파 신호와 미사일의 궤적은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유럽이 나아가야 할 독립적 미래의 이정표다. 2026년 현재, 미래의 전장은 이제 탈레스가 설계한 디지털 그리드 위에서 소리 없이 재편되고 있으며, 이 거대한 공룡은 이미 미래 전쟁의 표준을 자신의 언어로 써 내려가고 있다.
[시큐리티팩트=최석윤 기자] 이름부터가 남다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Leonardo S.p.A.)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정교한 기술력을 무기로 전 세계 방산 시장의 상단에 군림하고 있다. 영국의 BAE 시스템즈가 거대한 플랫폼의 판을 짜고, 독일의 라인메탈이 지상의 강철 화력을 상징한다면, 레오나르도는 현대전의 '오감(五感)'이자 '중추신경'을 담당한다. 적을 먼저 보고, 가장 먼저 판단하며, 한 치의 오차 없이 타격하는 기술. 이탈리아 특유의 감각적인 설계와 첨단 공학이 결합한 이들의 무기 체계는 이제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안보 지형의 필수적인 '디지털 신경망'이 되었다. 이탈리아 정부의 든든한 자산, 유럽 방산 핵심 엔진 레오나르도의 2025년은 그야말로 '르네상스'의 재현이었다. 유럽 재무장 흐름과 중동, 아시아 시장의 수요 폭발은 금고를 유례없이 가득 채웠다. 장부 위에 새겨진 수치는 기업 위상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2025년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레오나르도는 약 85억 유로(약 13조 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기록한 수치다. 더 주목할 것은 수주 잔고다. 무려 430억 유로(약 66조 9000억 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단순히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다. 과거 핀메카니카(Finmeccanica, 기계부문 국영투자공사) 시절 방만했던 사업 구조를 털어내고, 헬기와 전자전, 항공우주라는 '고부가가치 핵심 자산' 위주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한 결과다. 이제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 정부의 가장 든든한 전략적 자산이자, 유럽 방산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장의 눈과 뇌, '전자전 절대 강자' 현대전은 더 이상 단순한 화력 대결이 아니다. 누가 먼저 전자기파 바다를 장악하느냐의 싸움이다. 레오나르도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패를 가른다. 레오나르도 레이더와 센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눈이라 불리는 '캡터-E(Captor-E)' AESA 레이더부터, 스텔스기까지 포착하는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까지 이들의 기술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영국, 일본과 공동 추진 중인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에서 레오나르도는 두뇌에 해당하는 '통합 감지 및 비운동성 효과(ISAN)' 시스템을 전담하며 미래 하늘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 그들은 단순한 부품 공급사가 아니다. 전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지휘관에게 최적 답안을 제시하는 '지능형 플랫폼' 설계자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레이더 화면 위에서 이미 전쟁은 종료된다"는 자신감은 탄탄한 기술력이라는 배경에서 나온다. '명품 헬기' 혈통, 하늘의 리무진이자 포식자 레오나르도의 또 다른 강력한 기둥은 헬기 부문이다. 과거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명성을 계승한 이들의 헬기 라인업은 민수와 군수를 막론하고 전 세계 하늘의 표준이 되었다. 아름다움 속에 치명적인 발톱을 숨겼다. 베스트셀러인 AW139는 전 세계 해상 구조와 VIP 수송 시장을 석권했고, 대한민국 해군도 운용 중인 AW159 '와일드캣'은 대잠수함 작전의 명수로 통한다. 여기에 최근 개발을 마치고 실전 배치를 앞둔 차세대 공격 헬기 'AW249 페니체(Fenice)'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AI를 결합하여 드론과 협동 작전(MUM-T)이 가능한 미래형 공격 헬기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헬기는 '이탈리아제'답게 유려한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그 내면에는 고성능 엔진과 최첨단 항전 장비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전 세계 지휘관들이 레오나르도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가장 정밀한 임무 수행과 높은 생존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CEO의 '디지털 르네상스' 현재 레오나르도를 이끄는 로베르토 친골라니(Roberto Cingolani) 회장은 물리학자이자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을 지낸 독보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레오나르도에 '디지털 유전자'를 이식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는 금속을 깎는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짜는 회사다." 2023년 5월 친골라니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의 전장 관리 시스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주 분야 자회사인 '텔레스파지오(Telespazio)'를 통해 위성 통신과 지구 관측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는 물리적인 미사일 공격만큼이나 위험한 사이버 테러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는 '사이버 보안'을 방산의 핵심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전장을 통제하는 것, 그것이 친골라니가 구상하는 '레오나르도 2.0'의 본질이다. K-방산의 동맹이자 가장 까다로운 적수 대한민국 방산 기업들에게 레오나르도는 매우 특별하고도 복잡한 존재다. 때로는 시장을 놓고 다투는 적수로, 때로는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만난다. 경쟁은 치열하고 협력은 긴밀하다. 한국의 경공격기 FA-50은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레오나르도의 M-346 훈련기/경공격기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우리 해군의 와일드캣 도입 사례나 항공기 부품 제작 분야에서는 끈끈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형 전투기 KF-21 고도화 과정에서 레오나르도 항전 기술은 매우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된다. 전문가들은 "레오나르도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표"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6세대 전투기 개발이나 첨단 센서 분야에서 레오나르도가 보유한 방대한 특허와 노하우는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영역이다. 다빈치의 꿈, 디지털 전장에서 실현되다 500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하늘을 나는 기계와 장갑차를 상상하며 스케치를 남겼다. 그 위대한 상상은 21세기 이탈리아에서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으로 현실이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보의 예술'을 창조한다. 정교한 센서로 적을 꿰뚫어 보고, 스마트한 시스템으로 전장을 제어하며,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기술." 이것이 레오나르도의 본질이다. 전 세계 전장의 모든 데이터가 이들 센서를 거쳐 흐르는 시대, 레오나르도는 디지털 전장의 가장 영리한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의 진격은 이제 지상을 넘어 우주 궤도로 향하고 있다.
[시큐리티팩트=안도남 기자] 한화시스템이 5번째로 필리핀에 함정의 두뇌인 ‘전투체계(CMS)’를 수출한다.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해군의 3200톤급 차기 호위함(Frigate) 2척에 약 400억원 규모의 전투체계와 전술데이터링크(TDL)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공급될 전투체계와 전술데이터링크는 7600여개의 도서지역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의 복잡한 작전환경과 특수한 해양 안보 상황에 맞춰 제공될 예정이다. ‘함정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된 각종 센서로 다양한 위협을 실시간으로 탐지·분석하고, 함포 및 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체계에 명령을 내려 최적의 전투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핵심 무기체계다. 한화시스템은 2000년 이후 전투체계를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구축함·호위함·고속정·잠수함 등 대한민국 해군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수상∙수중 함정에 이를 납품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그간 필리핀의 13척 함정에 전투체계를 공급했다. 2017년 2600톤급 호위함 2척을 시작으로, 2019년 필리핀 3000톤급 호위함 3척, 2022년 3100톤급 초계함 2척에 이어 2023년 2400톤급 원해경비함 6척에 전투체계를 제공했다. 이번에 전투체계와 함께 공급하는‘전술데이터링크’는 해상 전력이 전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 전투 효율성을 높이는 통신체계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국산 함정 전투체계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중동·동남아·미국·남미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라며 “대한민국 해양 안보 기여를 넘어 글로벌 해양 솔루션을 선도하는 K-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시스템은 함정 전투체계 외에도 미국·이탈리아·노르웨이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던 무인 함정의 핵심 기술인 통합기관제어체계(ECS) 및 상태기반진단체계(CBMS)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