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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501] 누가 뭐래도 우리는 소중한 친구들②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컬럼니스트] 필자가 대대장 취임전에 대형 교통사고로 병상에 누워 있을 때에도 동기생 중에 3, 4학년을 함께한 졸업중대 동기들이 더 많은 위문과 격려를 보내주었고,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지금도 가끔씩 부부동반으로 모여 우정을 나누고 있다. 대대장 근무를 하던 당시에 타 동기들은 대부분 모두가 먼저 대대장을 마치고 참모 보직으로 옮겼지만, 필자는 대대장반 교육과정에서의 교통사고 때문에 후유증 재활치료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뒤늦게 대대장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먼저 대대장을 마치고 여유를 갖게 된 졸업중대 동기들에게서 그들보다 2년 늦게 대대장직을 수행하는 필자의 부대를 부부동반으로 격려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사관생도 시절에 3, 4학년을 함께한 졸업중대 동기들의 부대 방문은 ‘유붕이자원방래(有朋而自遠方來), 불역락호(不亦樂乎)’의 깊이 감춰진 의미인 “술과 밥을 먹는 친구가 아니라, 내가 곤궁한 처지에 있을 때 함께 해줄 수 있는 동지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라는 공자의 논어에 기록된 동지형(同志型) 인간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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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499] 지휘관은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직책(하)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조영호 사단장의 사고예방 최우선 부대운영 지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병사 개개인의 신상파악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여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고예방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대대의 60여명밖에 안되는 현역 전병력의 인적사항을 병원관리(兵員管理)용으로 전산화시켰다. 이는 탁월했던 후배 고(故) 김상철 대위(육사38기)의 포대에서 수년전에 활용했었지만, 당시에는 타부대는 아직 적용을 못하고 있던 상태로 사단에서는 필자가 최초로 시행했었다. 나중에는 일반화된 명암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결손가정 등 필요한 요소을 검색하면 전 대대원중에 해당자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그러나 병원관리 데이터를 입력하려면 수시로 대대원들과 면담이나 소원수리함(대대장만 개봉 가능) 등을 통해 소통할 필요가 있었다. 하루는 화장실에 설치된 소원수리함에 한 병사가 면담을 요청하는 문건을 확인했다. 대대장실에서 아담한 키에 다소곳이 마주 앉아서 차를 한잔하던 00일병은 주저하다가 말문을 열였다. “대대장님, 이것을 차마 중대장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시작하자 흠칫 상관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애로사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쫑긋 세웠다. 교육대학을 다니다가 입대한 그는 제대후에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입대 후에 생활관에서 단체 생활을 하면서 취침시에 모포가 쓸려내려간 동료의 허벅지를 볼 때마다 흥분되고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든다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난감했다. 하지만 00일병의 입장이 되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대장이 이 사실을 알았으니 그런 이상 징후 치료가 가능한지를 우선 알아보고 조치하겠다며 안심하라고 달래주었다. 그를 생활관으로 돌려보내며 걱정이 됐으나 연대 인사과장에게 먼저 상의를 했다. 다음날 연대인사과 선임하사가 대대를 방문해 00일병을 면담하고 병원 진료를 받게 하겠다며 데리고 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병원 치료차 대대를 떠난 병사는 의사 진료 후에 ‘성도착증세’로 확진이 됐고, 바로 전역 조치가 되었다. 한달 뒤에 그의 편지를 받았다. 전역해서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었고, 말미에 병명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는 원망도 적혀있었다. 지휘관은 휘하에 부하들을 지휘통솔하는 직책이다. 질식사 위험의 부하도 살리는 보람도 있었으나, 후자같은 경우에는 많은 타부하들을 위해 지휘관을 믿고 솔직하게 애로사항을 건의했던 부하를 아쉽게 전역시켜야 하는 아픔을 겪게 만드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괴로움을 겪게 만들기도 했다. 어쩔수 없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게 만들었지만 지금도 희생양이 된 00일병에게 미안함이 가슴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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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CrisisM] 인구절벽 시대에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상)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최근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가 혼외자를 출산한 것이 세간에 관심을 끌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 출생아 43만7000명의 전반 수준인 약 23만명이 2023년에 태어났고, 이중의 4.7%인 1만900명이 혼인 외 관계에서 태어난 신생아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혼인 외 출생아는 2013년 9300명에서 2020년 6900명까지 줄었다가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혼외 출생율인 41.5%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계속 이어지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의 위기가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110년만에 최대로 많이 내린 첫눈으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던 그날 저녁에 어릴적 친구와 소주한잔을 들이키며 건배를 하다가 우리가 철없는 강아지처럼 첫눈을 즐기는 삶을 아직도 영위함에 감사드리며 외친 말이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였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60~90세대들이 ‘~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암송문을 56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혼인 외 관계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23년의 1만900명를 포함해서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1968년 12월5일 국민교육헌장 선포의 가치를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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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498] 지휘관은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직책(중)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부대 복귀를 고려해 우선 원거리부터 이동하여 야간순찰을 시작했다. 미원면과 낭성면을 지나 가덕면에 위치한 지파출소 예비군무기고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짚차 출입문 틈으로 혹서기 삭풍을 예는 바람이 매섭게 파고들어 발밑의 히타의 온기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추웠다. 저멀리 가덕면 지팔출소와 예비군 무기고가 시야에 들어오며 경계초소가 보였는데 그 안에 초병이 없었다. 일순간 날이 추워서 경계근무를 안하고 임시 생활관에 들어가 쉬고 있다는 생각이 스치며 경계근무에 소홀한 초병을 어떻게 혼을 내줘야 할지를 생각하며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차를 세우고 경계초소로 들어갔다. 헌데 초병인 상근예비역은 초소 밖을 보며 경계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초소안에 총을 세워놓고 쪼그리고 앉아서 깡통에 피워놓은 장작불을 쬐고있었다. 기습적인 대대장의 방문에 놀란 초병은 옆에 소총을 집어들면서 급하게 일어서서 ‘필...!’하고 경례를 했다. 경례구호도 제대로 하지못한 초병은 백지장처럼 얼굴이 하얗게 변했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며 필자의 품에서 잠시 기절을 했다. 필자는 초병을 안은 채 초소 밖으로 나와 찬바람을 맞히며 등을 두드렸다. 잠시후 표정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초병은 말을 할려고 했는데 그때까지도 제대로 정신이 돌아오지 못했는지 더듬거리고 있었다. 초병은 혹한을 견디기 위해 깡통에 피워놓은 장작불에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장시간을 보냈는지 일산화탄소를 흡입하여 거의 중독되기 직전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필자의 품으로 쓰러졌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는 더듬거리며 죄송하다는 말만 계속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비틀거리는 초병을 생활관 대기실로 옮기고 그곳에서 대기하던 다른 상근예비역으로 초병근무를 교대시켰다. 비록 후방지역 향토사단이지만 대대장으로 근무하는 필자도 당연히 무기고 경계초소 야간순찰을 돌아야 한다는 생각해 지속 감행했던 결과로 질식사 직전의 부하를 살렸다는 부듯한 보람이 엄동설한 속에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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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495] 혹한기훈련과 연대전투단훈련으로 호국충절의 고장임을 증명④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고향이 같은 충청북도인 사단장과 군수는 보자마자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충북 괴산군 청안면 출신인 사단장은 충북 청원군 북이면 출신의 군수와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사단장은 청원군수를 만나자마자 군의회 의장과 함께 훈련장을 방문해서 비행장 방어시에 야간 침투하는 적들을 격멸하기 위해 필요한 탐조등 35셋트(630만원 상당)을 구매하여 기부해준 것과 지난번 낭성면 예비군 무기고 신축 예산(약 2000만원) 지원, 그리고 사단에서 필요한 모래를 미호천에서 채취하도록 승인해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고, 분위기는 상승고도를 탔다. 덕분에 훈련상황실에서의 현황보고는 부드럽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 두사람은 훈련상황실에서 나와 훈련장 텐트 현장을 함께 순시했다. 모두 시간에 쫒기는 중요 직책이었으나 그들은 할 이야기가 남았는지 현장 순시를 함께하다가 대대장 텐트로 다시 들어가 못다한 환담을 지속했다. 다음날 사단 상황실의 아침 상황보고에서 사단장은 청원대대의 훈련 현장지도시 중대장과 병 1인 다역화와 간부화 훈련 백브리핑에 대한 칭찬의 훈시를 쏟아내며 타부대도 참고해서 훈련에 임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발표한 병사는 포상휴가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문도 들렸고, 얼마뒤에 현장지도 결과가 공문으로 각 부대로 하달되어 대대원들의 사기가 최고로 고조되는 영광도 얻었다. 사단장의 동계 혹한기 훈련 현장지도 결과가 각 부대로 하달되자 연대 및 사단 실무자들과 타 부대장들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사단이 들썩들썩하냐?”고 의문의 전화를 필자에게 계속 날려보냈다. 육본으로 전출간 전임 사단 공병대장과 수방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장연석(육사35기) 선배도 소식을 들었다며 축하 전화를 주었다. 과거 최전방 대성산 기슭의 중대장 시절에는 혹한과 폭설 속에서 얼음집을 지어 숙영하며 적응훈련을 했었지만, 향토사단 후방지역인 충청북도는 전방만큼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제대로 혹한기 훈련을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사단장의 극찬으로 이번 혹한기 훈련도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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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CrisisM] 11월의 6‧25남침전쟁영웅,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발도메로 로페즈 미국 해병 중위’ 선정
[시큐리티팩트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국가보훈부는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에서 고(故) 강재구 소령처럼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자신의 목숨을 던져 전우들을 구한 발도메로 로페즈(Baldomero Lopez) 미국 해병 중위를 ‘2024년 11월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했다. 1925년 8월23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태어난 로페즈는 1947년 6월6일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 소위로 임관하였다. 1950년 6월 중위로 진급한 그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파병에 지원했다. 한국에 도착한 로페즈는 미 제1해병사단 5해병연대 1대대 A중대 소대장으로 복무하였으며,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되었다. 소대원들과 함께 해안에 상륙한 로페즈 중위는 선두에서 사다리에 올라 해안 방벽을 넘은 후, 전방의 북한군 벙커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던 중 적의 기관총 사격으로 우측 어깨와 가슴에 총탄을 맞고 쓰러지면서 수류탄을 떨어뜨렸다. 바닥을 기어 수류탄을 다시 집어 던지려고 했지만, 부상으로 멀리 던질 수가 없었던 로페즈 중위는 부하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대신 자신을 희생하기로 선택했고, 결국 수류탄을 끌어안으며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러한 공로로 미국 정부는 1951년 8월 30일 미합중국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대한민국 정부는 2023년 4월25일 대한민국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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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북핵 해결을 위한 미·중 군사당국의 4가지 시나리오 부상
- ▲ 지난 12월 12일, 아틀랜틱 카운슬과 한국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틸러슨 미 국무장관 (안보팩트=송승종 칼럼니스트) 북한 화성-15호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미·중 군부인사들 간의 이례적인 접촉 동향 한반도 유사사태 발생시 대비한 5개 난민수용소 중국 창바이 등에 건설 논의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의 완성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북한 화성-15호 미사일의 시험발사(11월 29일) 직후부터 미·중 고위급 군부인사들 간의 접촉과 아울러,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심상치 않은 일련의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상기 움직임은 △ 미 국방대(NDU)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미·중 군사대화, △ 중국 국경일대 난민수용소에 대한 보도, △ 미·중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모델로 삼은 막후접촉설, 그리고 △ 틸러슨 국무장관의 우발사태 관련 발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클라크(Richard Clarke) 미 합참 기획국장과 중국의 사오위안밍(邵元明)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이 각각 이끄는 양국의 군부 고위급 인사들이 북한 화성-15호 미사일 발사 직후, 워싱턴 DC에 소재한 미 국방대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미 국방부는 동 회의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계획되었음을 강조하고, 대화의 주제가 북한이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 던포드 합참의장은 비공개 회담이 양국간 “위기관리, 오판 방지, 오해의 위험 감소”를 위한 좋은 기회였다고 발언했다. 사실 던포드 의장은 지난 8월 베이징 방문시, 팡펑후이(房峰輝) 당시 중앙군사위 연합참모장과 가진 회담에서 합의했던 사안으로, 원래 최초 회의를 11월중 갖기로 했었는데도 공교롭게 그 시점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일치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회의가 “위기관리 및 상호 신뢰증진을 위해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양국 신뢰관계가 깊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유사사태와 관계된 논의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거부하던 중국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해 12월 초에는 중국 국영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中國通信) 창바이(長白) 분사 명의로 된 내부문건이 인터넷에 유포(현재는 모두 삭제)되어, 소동을 빚기도 하였다. 동 문건에 의하면,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시 창바이 정부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 난민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5개소의 난민 수용소를 짓기로 계획했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수용소의 구체적인 장소도 적시되었다. 창바이는 북한과 불과 300km도 안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난민수용소 건설의 최적지로 꼽힌다. 미 워싱턴포스트지, ‘북한 핵보유국 인정-북핵 수출 금지’ 방안 보도 한편, 워싱턴포스트(WP)지는 “트럼프 클럽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김정은(Kim Jong Un wants to join Trump’s club)”이라는 기고문에서, 11월 29일의 미사일 발사로 오히려 미·북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운을 떼었다. WP에 의하면 특히 러시아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북한의 분명한 목표는 인도·파키스탄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대신, 다른 국가에 핵기술을 팔아먹지 않거나 미국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WP는 미·중 고위급 군부인사들 간에 55년전 핵전쟁을 피한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사례연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정권 붕괴 등 북한 급변사태 시 대비책, 미·중 당국 간 논의 시동 끝으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미나(12월 12일)에서, 국무부 홈페이지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하여 “유사시 미군이 38선을 넘어가더라도, 반드시 남쪽으로 복귀할 것임을 중국에 약속”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는 상황을 상정하고 미·중 간에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그는 “나와 매티스 장관, 던포드 합참의장이 참석하는 중국과의 외교 전략대화”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와 관련된 고위급 대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미·중관계 전문가로 알려진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가 “중국은 한·미와 협력하여, 한반도 전쟁 발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기고했다. 상기 내용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 국무장관이 행정부 각료급 인사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 미군이 38선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포함하여,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트랙-2(민간)나 트랙-1.5(반관반민) 대화에서도 비밀유지를 전제로 이뤄지던 북한 급변사태 관련 대화가 이제는 트랙-1(정부 당국자) 레벨로 격상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것으로, 특히 틸러슨 국무장관이 극비사항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의도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해 고강도 대북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를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거론한 미·중간 ‘빅딜설’, 즉 김정은의 일탈이 계속되면 북한을 건너뛰고 미·중간 대타협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로서도 이는 ‘코리아 패싱’에 해당되는 바, 이와 관련한 한·미·중 대화채널을 구축 및 가동하는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중간 북핵위기로 고조된 상호충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더라도, 북한위협의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남을 것이다. 또한 미국이 유사시 미군을 38선 이북에 주둔시킬 의도가 없음을 밝힌 것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위한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데 기여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중간 전략대화의 심화가 우리의 이익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는 측면에 만반의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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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북핵 해결을 위한 미·중 군사당국의 4가지 시나리오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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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6)미·중전쟁 위기 속에도 사관생도의 보행은 지축을 울려
- ▲육사생도들이 지축을 울리는 ‘화랑 의식’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김희철] (안보팩트=김희철 선임기자) 전 유엔주재 美 대사 볼턴의 대북 군사공격론 속 미·중전쟁 가능성 증대 트럼프 자문역인 대북 강경파 존 볼턴 전 유엔 미국대사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때가 곧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USA Today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2일 “북한과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 와중에 H-6 전략폭격기와 Su-30전투기 등 중국 군용기 5대가 지난 18일 오전 사전통보 없이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무단 진입했다. 이에 맞서 출격한 우리 공군 전투기 10대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 10~20대가 이어도, 대마도, 독도 주변 상공에서 약 3시간 30분 동안 뒤엉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영공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어도 부근이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과 중첩된다는 이유로 사전 통보한 적이 없다. 이날 우리 측 핫라인을 통해 KADIZ 진입 이유를 묻자 중국 측은 “일상적인 훈련일 뿐 한국 영공을 침범할 의도는 없다”고 답했다고 합참은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 직후에 중국이 군사적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굳이 한 배경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때 맞추어 최근 美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중국의 한반도 개입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은 묘한 연관성을 느끼게 한다. 이번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현실화하면서 중국군의 남하 정도를 구분해 중국군의 개입 시나리오를 4개 상정했다. ▲ 자료=랜드연구소/방송화면 캡처 가장 깊게 내려오는 시나리오는 중국군이 평양 남쪽까지 전진해서 영변의 핵 시설을 장악하고 남포~원산을 잇는 동서길이 250Km 구간에서 한·미 연합군과 대치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평양을 포기하고 영변 핵시설 정도로 남하하는 것으로 청천강과 함흥만을 잇는 200Km 구간에서 한·미 연합군과 대치한다. 동서 전선이 비교적 짧아 가장 현실적이다. 그 밖에 완충지대를 형성할 목적만 갖고 북중 국경에서 내륙으로 100Km 진입할 경우에는 500Km, 50Km 진입할 경우에는 550Km로 대치 구간이 길어 부담을 갖게 한다.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와 남쪽 방공식별구역에서의 빈번한 중국군 활동을 볼 때, 고려시대 몽골 침입과 조선시대 임진왜란, 그리고 6.25남침전쟁 때 처럼 주변 강대국이 한반도에서 대리전을 치룰 가능성은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잔치에 쓰이기 위해 잘 길러온 돼지는 전쟁을 대비하는 군대와 같다. 랜드연구소의 선임 연구위원 브루스 베넷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급변 사태 종료 후 한국이 통일을 이룩하고 중국군의 완전 철군을 유도하려면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 능력을 시급히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4가지 시나리오 모두, 미군이 있는 한 중국군은 철군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철수하는 대신 미군도 서울 남쪽까지 혹은 한반도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체제생존 보장 외에도 한반도의 적화통일과 중국의 견제란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 사례로 지난 3월6일 동창리에서 사거리 1000km로 스커트ER 미사일을 동해에 발사한 것은 중국 방향으로 서북쪽 1000km내의 수많은 중국 대도시를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군도 지난 11월 북중 국경선 일대에서 한반도 투입부대로 알려진 북부전구 38집단군이 “연한-2017”훈련을 진행했다. 하와이에서도 매달 핵투발 시 대피훈련을 시작했고 일본도 민방공훈련을 강화 하였다. 그런데 실제 전쟁터가 될 수도 있는 한반도에서는 직접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민방공 대피 훈련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2018년 국방예산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7% 증가한 43조 1581억원으로 확정되었다. 3축체제(Kill-Chain,, KAMD, KMPR) 등 북핵 대응체계 조기 구축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13조 5203억원이나 국방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8-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제시한 목표로 향후 5년간 78조 2000억을 투입할 것에 대비할 때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을 못 입히고 못 먹여 굶어 죽기까지 하면서도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을 하여 앞으로 3개월 뒤면 완성된다고 존 볼턴 전 유엔미국대사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말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 하와이나 일본 도쿄에서도 하는 민방공훈련도 소홀히 하고 3축체계 구축도 걸음마 수준이다. 잔치에 쓰기 위해 평소에 돼지를 잘 먹여 길러야 살찐 돼지를 요리하여 풍족한 잔치가 될 수 있다. 군대도 마찬가지이다.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면 안되지만 유사시 전쟁이 일어날 때 적을 능가할 수 있는 강한 군대가 없으면 그 국가는 패망한다. 고대 로마의 장군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다. 국가안보는 군인만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이 혼연일치가 되어 대비해야 한다. ▲ ⓒ육사생도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절제된 동작을 생명으로 삼고 있다. [사진=김희철] 올해 육사 등 사관학교 응시율 역대 최고 수준...사관생도의 보행은 지축을 울린다.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올해 사관학교 응시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해사 39 : 1, 공사 38.6 : 1, 육사 32.8 : 1 등 우수한 젊은이들이 대거 사관학교로 몰렸다. 현재의 사회를 이끌어 가며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좀더 정신을 차리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질 수 있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 미래의 지도자들에게 보다 행복하고 발전된 국가를 인계할 책임이 기성세대들에게 있다. 새해가 되면 생도대에는 새로운 바람이 분다. 신입생도들이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으면 재학생들의 계급장이 쪼개질 날만 기다리게 된다. 벽돌 하나는 둘이 되고, 셋은 넷이 된다. 근무 생도들도 바뀌어 후배들을 지휘하게 된다. 필자도 학년 진급을 앞두고 임관을 앞둔 선배들의 새로운 각오의 말이 떠오른다. “첫째, 더 명예로워지자. 둘째, 최후의 제복을 사랑하자. 의지가 약한 사나이는 곧 죽은 사나이를 뜻한다. 철학이 없는 군인은 백정과 같고, 우리들이 흘리고 있는 땀방울 하나 하나는 진주가 되어 맺힐 것이다. 초인(超人)답게 의지와 인내로 현실을 극복하자. 화랑대에서 동작동까지..... 지축을 울리는 사관생도의 보행자세..!” 연평도 포격 도발 시 해병대 지원율이 엄청났고 지금도 해병대 입대를 위해 별도로 헬스장 등에서 체력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피끓는 젊은이를 대표하는 사관학교 응시율이 계속 최고점을 찍는 우리 대한민국 전도는 양양할 것이다. 왜냐면 화랑대를 비롯한 각군 사관학교에서 사관생도의 보행으로 지축이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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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역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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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6)미·중전쟁 위기 속에도 사관생도의 보행은 지축을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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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심호흡] 북핵위기 해법은 ‘낭만 외교’ 아닌 ‘김정은체제 내부붕괴’
- (안보팩트=이태희 편집국장)북한의 화성-15형 시험발사에 미국과 국제사회는 ‘말 성토’뿐, 대북제재 못해정부, 북한기관의 남한 내 금융자산 동결하는 ‘귀여운’ 대북제재 발표문재인 정부가 지난 10일 ‘귀여운’ 대북제재방안을 발표했다. 나선국제상업은행 등 북한의 20개 단체와 김수광(주벨라루스 정찰총국 요원)등 개인 12명의 국내 금융자산을 동결한 것이다. 물론 제재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 제재 대상이 된 북한 기관들이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에 예금을 했을 리는 없다. ‘없는 자산’을 동결한 것이다.정부 당국자들도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답답하니 소리라도 한 번 질러보자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의 ‘거친’ 지도자 김정은이 보기에는 ‘재롱’ 수준이다. 준엄한 안보상황에서 정부가 개그맨을 자처한 셈이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급 신형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나, 유엔은 말로 성토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레짐 체인지(regim change.체제교체)와 같은 ‘협박’만 거듭했다. 일각에서 대북 ‘해상 봉쇄’ 주장이 제기됐으나 실없는 소리일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해안에서 만행을 저지르는 중국 어선도 못 막는 정부가 해상봉쇄를 할 능력이 되겠느냐”고 단칼에 잘랐다. 물론 김정은의 북핵 질주에 제동을 걸만한 유일한 실효적 제재방안은 있다.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중국은 턱없는 소리라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 부정이 중국의 속마음이다.유일한 실효적 제재는 ‘대북원유공급 중단’, 칼자루 쥔 중국은 딴청 부리기시진핑 주석을 ‘민주적 리더십’으로 미화한다고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은 없어북핵 위기의 진정한 해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존재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입술(북한)이 없어지면 이(중국)가 시리기 마련이라고 본다. 북한이 망하면, 중국은 한미일 3국과 직접 정치∙군사적 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 지도부의 ‘편가르기’는 어떤 기준에서 비롯된 것인가. 중국과 북한이 한국전쟁의 혈맹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적 현실이 더 중대한 기준이다. 중국과 북한은 공산당 1당 독재국가 혹은 ‘권위주의체제’이다. 한미일 3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분법이 북핵위기 속 한반도 정세의 내면을 지배하는 본질임을 깨달아야 한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결코 정치적 동지인 김정은을 죽음의 절벽으로 내모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시 주석은 김정은과 유사하게 ‘철권’을 키우고 있다. 지난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제왕적 권력’을 공식화했다. 폐막식 즈음에 스스로를 마오쩌둥(毛澤東)을 능가하는 공산당 사상가로 자리매김시킨 것도 ‘권력강화’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 내의 평화적 정권교체 전통을 허무는 최초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김정은도 최근 자신에 대한 호칭을 ‘최고령도자’로 승격시켰다. 지구상 최강의 권력자 2명을 꼽으라면 시 주석과 최고령도자 김정은이다.문 대통령은 14일 시 주석과의 세 번째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왕적인 집권 2기를 이끈다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시 주석은 민주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히 황당한 평가이다. 지구상의 어떤 독립적 지식인이나 언론인도 시 주석이 민주적 리더십을 지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자유’와 ‘정권교체’를 기반으로 하지만, 시주석은 정확하게 역주행중이다. 문 대통령의 수사학은 ‘외교’가 아니라 ‘애교’에 가깝다.물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진심은 아니라고 본다. 정상회담을 앞둔 정치적 수사학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 대통령의 달콤한 립서비스가 췌언에 그치고 시 주석의 태보변화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시 주석은 주변국 지도자의 ‘재롱’쯤으로 여기고 할 말만 할 것이다. 소위 ‘3불(不)원칙’이 철칙임을 문 대통령에게 뼈저리게 확인시킬 것이다. ‘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비추진’ 등이 그것이다.미국에게 ‘상호확증파괴’를 외치는 북한의 핵능력 실체가 해결책의 출발점 돼야따라서 문 대통령은 공연한 립서비스로 시 주석의 환심을 사려할 필요가 없다. 냉철하고도 전략적인 발언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능력을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 평가를 토대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국의 북핵외교가 실체를 갖게 된다. 핵능력은 핵탄두와 발사체인 미사일로 구분된다. 북한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수준급으로 갖췄다. 미국에 맞서 ‘상호확증파괴’의 공포를 부르짖을 수 있는 단계에 진입중이다. 지난 2015년 2월, 워싱턴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지난 2015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 현재 무기급 핵폭탄으로 플루토늄 7기, 우라늄 3~4기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처럼 국제사회가 실효적인 대북제재를 집행하지 못할 경우 북한의 핵능력은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만약 북한이 2018년부터 핵무기를 전부 증폭핵분열탄(수소탄)으로 생산한다고 가정한다면, 2020년경 원자탄(핵분열탄) 최대 88개, 증폭핵분열탄최대 46개등 최대 134기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발사체인 미사일 능력도 ICBM급 화성-15형에서 확인됐다. 정상 발사될 경우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수준이다.김정은 체제의 핵무기 능력과 시진핑 체제의 본질은 한국의 ‘북핵 카드’ 제한해문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 병행은 ‘낭만 외교’ 혹은 ‘애교’에 불과 이러한 김정은 체제의 핵무기 능력과 시 주석 체제의 정치적 본질을 감안할 때, 한국의 카드는 제한적이다. 첫째, 문 대통령의 ‘제재와 대화’를 양축으로 삼은 ‘평화적 북핵 포기’ 방안은 20년쯤 지난 유행가에 불과하다.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 시대에나 그럴싸했던 노래이다. 현재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에 가깝고 제재 수단은 없다. 유일한 실효적 제재인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은 불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원유공급을 중단해 북한의 숨통을 조일 정치적 동기가 없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통제력은 ‘실행되지 않은 카드’를 쥐고 있을 때 확보된다. 원유공급을 중단하고 나면 중국도 손에 쥔 카드가 거의 없다.시 주석 입장에서, 원유공급 중단은 러시아가 틈새를 파고 들 여지를 주는 부작용만 심각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이 송유관은 끊으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해왔다. 유라시아 내 철권 순위를 매기면, ‘김정은-푸틴-시진핑'이다. 그 철권끼리는 분명히 정치적 공감대가 존재한다. 그 사실이 문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낭만적 북핵외교로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다. 기술적으로도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은 불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일단 끊으면, 송유 재개는 물건너간다. 대북 송유관은 굵기가 가늘어서 동절기에 2주일만 원유공급을 중단해도 얼어서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트럼프의 ‘선제타격론’ 및 ‘레짐 체인지’ 발언, 일본을 제외한 누구도 원치 않아둘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 타격론’ 및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역시 불가능하다. 동북아 국제정치 속에서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은 한반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한다. 한국의 정치가와 국민들은 평화적 통일이 아니면 현상유지를 선택할 것이다. 오직 일본만이 한반도 전쟁 상황을 ‘자위대 재무장’ 및 ‘전쟁 수행’에 대한 국제적 공인을 받는 계기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절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원한다고 북한에 '죽음의 백조'를 보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내 김정은의 거처 200곳에 무차별 융탄 폭격을 가하는 순간, 미중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말은 거칠지만, ‘절친’ 때문에 중국의 턱을 치는 무모한 인간은 아니다.김정은의 주한미군 철수 후 북미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한국 배제’라는 비현실의 극치 셋째, 김정은의 구상은 한미 양국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를 핵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조건이 실행되면, 김정은은 트럼프와 마주 앉아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수순이 마무리되면 북핵포기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사실상 배제되는 방안이다.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비현실의 극치이다. 더욱이 북한 체제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 철수는 또 다른 전쟁의 불씨를 잉태할 수도 있다.김정은의 폭력적 리더십과 열악한 북한 인권, 내부붕괴 초래하면 북핵 해결돼그의 폭력성은 ‘정치공학’보다 ‘품성의 산물’, 권력투쟁에 유리하지만 지속력 떨어져넷째, ‘북한체제 내부 붕괴’이다. 이는 한미 정부 당국자들 간에서 가장 희소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유력하다. 내부붕괴를 가능케하는 강력한 동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정은이라는 북한의 지도자가 지닌 ‘폭력적 리더십’ 스타일이다. 폭력적 리더십은 초반 권력투쟁의 승기를 잡는 데 유리하지만 지속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점은 논증이 불필요하다. 인류 역사 자체가 그 증거이다. 김일성, 김정일은 독재자이지만 논리적 정치를 펼쳤다. 김정일은 지난 1995년 부친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권력을 승계했다. 아버지의 가신들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하지만 아들인 김정은은 달랐다. 거침없이 자르고 쳐내고 살륙했다. 고모부인 장성택은 기관단총으로 난사해 죽였고, 이복형 김정남은 독살했다. 고모인 김경희는 남편의 비참한 죽음에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장성택과 김정남은 모두 친중국인사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중국을 등에 업는 반란의 싹을 미리 잘라 버린 것이다. 김경희와 장성택은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김정은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후견인’으로 세운 핏줄이었다. 김정은은 부친의 기대와 정반대로 행동했다. 후견인이 아니라 잠재적 반란자로 다뤘다. 부친의 가신인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에 대해서도 숙청과 권력복귀를 되풀이하면서 ‘분할 통치’를 하고 있다. 3년 전에 황병서가 최룡해를, 최근에는 다시 최룡해가 황병서를 숙청했다고 한다. 최와 황은 정적관계이지만, 상대방보다 김정은이 더 무서울 것이다. 김정은 리더십이 지닌 난폭함과 몰인간성이 ‘정치공학적인 결과’가 아니라 ‘품성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내부 붕괴’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을 갔던 청소년 시절, 평양의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김정은은15살, 애인인 A양은 16살 정도로 추정된다. A양은 대화 끝에 김정은에게 “담배 좀 끊어라”라고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순간 김정은은 감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은 A양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풋풋한 청소년이 애인의 걱정에 격노한 것이다. 이러한 난폭한 성정은 최고 권력자가 된 김정은의 리더십 스타일에 직접적으로 투영된 것 같다. 이 같은 절대 권력자의 리더십이 지닌 태생적 결함은 역설적으로 북핵위기 해결을 꿈꾸게 하는 희망적 요소이다. 그 희망의 씨앗에 물을 주고 키워내는 게 정부의 주요한 북핵해법으로 다뤄져야 한다. 그 게 현명한 선택이다. 시 주석을 ‘민주적 가치’의 신봉자로 미화한다고, 중국이 대북원유공급 중단에 동의할지도 모른다는 ‘낭만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김정은 리더십의 폭력성과 지구 최악의 북한 인권이라는 약점을 정공법으로 공격할 때, 북핵 위기를 풀어낼 ‘진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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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심호흡] 북핵위기 해법은 ‘낭만 외교’ 아닌 ‘김정은체제 내부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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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동상이몽 북-중 관계, 중국을 뛰게 하라
- 미국에 맞서는 ‘대항전선’ 구축은 공동 목표, 북한 핵미사일 보유는 다른 계산법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은 “중국을 믿지 말라”, 한중 수교이후 내밀한 불신 커져 우리 정부, 동북아 핵도미노 우려하는 중국을 뛰게 만들어야 (안보팩트=임방순 선임기자) 중국의 시진핑 특사 송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을 못만나고 빈손으로 중국에 돌아갔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게 중국의 외교력인 것이다. 비록 북한이 거부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득권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강대국 중국이 체면을 구겨가면서 약소국 북한에 대화를 요청하였던 형국이다. 최근 외교부 차장급 등 중국측 인사가 2차례 방북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직전 철수한 사례도 있다. 파탄이 나도 벌써 났을 양국관계인데 그런대로 지속대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현재의 국제정세 속에서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에 대항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더욱이 북한은 최전선에서 미국과 맞서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런 구도가 나쁘지는 않다. 북한이 오히려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우려해 왔다. 그래서 북한체제의 유지가 중국에 도움이 되는 구도이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 가치를 대체할 수단은 오직 한반도 전체의 친중화 또는 한국의 한-미 동맹 이탈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대체할 수 없다.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결과물로서 한-미 동맹의 약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을 믿지않는다. 멀리는 김일성의 항일유격대시절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만주지방에서 중국인의 횡포와 배신을 경험했고, 한국전쟁시 펑더화이와 갈등을 겪었다. 그후 8월 종파 사건으로 중국으로부터 내정 간섭을 당했으며 중국의 미국, 일본과 수교를 지켜봐 왔고 최근에는 한-중 국교수립이라는 사태를 겪었다. 김일성도 김정일도 중국을 믿지말라는 유훈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중국이 이를 반대하고 국제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니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도움과 후견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권유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을 수용하기에는 미국의 대응이 너무 거칠다. 그리고 동북아에 핵 도미노도 우려된다. 어느 순간에는 북한은 핵으로 중국에게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거의 전세계가 북한핵개발을 반대한다. 중국은 이쯤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야 한다. 북한과는 다른 속셈인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더 뛰게 만들어야 한다. 3不을 할게 아니고 이런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인천대 외래교수 (북한학 박사) 미래문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前 駐중국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대만 지휘참모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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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동상이몽 북-중 관계, 중국을 뛰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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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칼럼] 한중 사드봉합의 손익계산서 ‘유감’
- 사드 추가배치 불가 등 ‘3불’ 조건은 모두 중국측 요구사항, 한국 목소리는 실종 이익보다 손해가 많은 외교행위, 박수 받기 어려워 (안보팩트=임방순 선임기자) 중국과 사드갈등이 봉합된다고 한다. 그 의미는 한-중 정상회담이 연내에 개최되고, 여행과 한류를 제한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 해제된다는 것이다. 좋은 일이다. 우리 인근의 14억 시장을 놓치면 안된다. 그동안 중국의 한한령으로 고통받고 경제적 손실을 당한 우리 기업들을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외교안보측면에서 살펴보자. 비판을 할 구석이 많다. 첫째, 세가지 조건이 문제이다. ▲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 편입 불가 ▲한미일 안보동맹 불가 등 소위 ‘3불(不)’이다. 이 세가지 조건은 전부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미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미국의 장기전략과 배치되는 사항이다. 미국과 조율했는지 모르겠다. 우리 안보의 근간인 미국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면 이는 신중해야 한다. 둘째, 우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즉 '중국도 사드배치가 필요없도록 북핵 해결에 노력한다' 정도의 문구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측 행동만 통제하는 조치인 것이다. 셋째,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미일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생각이 그렇고, 한미동맹은 미일동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보도 공유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사드 추가 배치를 안하다고 했는데 현재 북한핵 위협과 미사일에 효과적인 대응수단은 사드가 아닌가 ? 중국과 그런 합의를 해놓고 무슨 수단으로 북한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사드봉합은 중국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손실에 대한 고려가 앞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국제정치학 이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경제때문에 안보를 희생할 수 있다’라는 사례로서.... 그리고 이렇게 수정된 룰(rule)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사드 봉합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한-중 정상회담 개최일 것이다. 북한에 메세지를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실제적으로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공간은 좁다. 한미 동맹의 변화를 주제로 한다면 중국 측이 적극적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사나 한류 확산 그리고 수출이 증진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렇게까지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잃는 것은 ? 아마도 미국의 의심과 불신은 커질 수도 있다. 일본도 안보 협력을 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중국이 얻은 것은 크다. 한국을 미국과 일본으로 부터 한발자욱 멀어지게했다. . 그리고 지금은 한발자욱이지만 앞으로는 필요시 언제라도 압력을 가해 두발자욱 세발자욱도 멀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즉 한국 정도는 앞으로 경제적 압력이 통한다는 우리에게는 불리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잃은 것은 ?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거래를 잘못한 것으로 결론이 나온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손해가 실익보다 많았던 외교는 박수를 받은 경우가 드물다. -임방순- · 예비역 육군 대령 · 북한학 박사 · 대만 지휘참모대 수학 ·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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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칼럼] 한중 사드봉합의 손익계산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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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Crisis M] '北핵'의 끝은 김정은 체제 붕괴시킬 백두산 폭발?
- ▲ 국립방재연구원이 지난 2011년 실시한 백두산 화산폭발 모의실험 자료 화면. 당시 국립방재연구원은 백두산의 화산폭발 가능성에 대비해 모의실험을 통해 한반도 및 주변국가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사진출처=ytn 뉴스 화면 캡쳐] ⓒ뉴스투데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두 차례의 지진 관측돼 한미 정보당국 긴장 해외과학자들 “지난 3일 북핵실험의 여파로 발생” 분석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요란스러웠던 휴일이었다. 2017년 9월 23일 토요일 오후 1시 43분과 5시 24분에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6km지점에서 각각 2.6과 3.2진도의 지진이 관측되었다. 다음날 새벽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전략 폭격기 B-1B 랜서가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발진한 F-15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동해 NLL을 넘어 북한 동해상 국제 공역까지 올라가 무력시위를 펼쳤다. 같은 날인 24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연설을 통해 “참수·군사공격 기미 보이면 선제 행동으로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국제 사회를 향한 전례 없는 협박과 위협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병자, 거짓말 왕초, 악의 대통령”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냈다. ▲ 백두산 화산 폭발을 가속화 시키는 북한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와 백두산간의 '지표면상' 거리는 불과 113km이다. 더욱이 지하의 마그마층 간의 거리로 따지면 고작 8km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출처=YTN싸이언스 캡처] 풍계리 핵실험장 위치는 백두산 마그마 본층 간의 실제 거리는 불과 8km내외? 해동성국 발해의 926년 멸망도 백두산의 대폭발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23일 풍계리 인근 자연지진을 분석한 해외 과학자들은 지난 9월 3일 북한의 핵실험 도발의 여파로 발생한 지진이라고 했다. 이번 핵실험 위치에서 백두산 마그마 본층과 연결된 위치와의 거리가 113km인 것을 감안하면 더 큰 대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 이유로 풍계리와 백두산 마그마층의 실제 거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짧다는 사실을 꼽는다. 풍계리 지표면에서 지하로 2km를 굴토하여 핵실험을 하면 그 아래 백두산 마그마 층과 연결된 마그마 층이 지하10km 지점에 있고 다시 그 아래 2층 마그마 층이 20km 내외에 존재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불과 8km 내외의 거리에 백두산과 연결된 마그마 층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해동성국으로 불리던 발해가 926년에 멸망한 이유가 백두산의 대폭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폭발 당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일본까지 날아갈 정도로 엄청났으므로 농경지 등에 피해를 입은 발해 사람들이 나라를 버리고 망명길에 올라 발해 세자 대광현이 수만 명을 이끌고 고려에 투항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세가」,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발해가 멸망한 이후인 938년과 939년 그리고 946년과 947년에 백두산 화산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엔 백두산은 1403년, 1654년, 1668년, 1702년에 중국 기록에 따르면 1903년에도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중 1702년에는 함경도 부령과 경성지역에서 “연기와 안개 같은 기운이 서북쪽으로부터 갑자기 밀려오면서 하늘과 땅이 캄캄해지고…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 같이 사방으로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약 3cm)쯤 되었다.”는 일이 벌어졌다는 기록도 있다. 약 1000년 전 즈음에는 백두산 폭발로 뿜어져 나온 화산재 높이가 25km이상 솟구쳤으며, 상층기류에 따라 이동해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에 비처럼 내렸고 이곳에는 화산재가 5cm이상 쌓인 곳이 지금도 남아있다. ▲ 백두산 화산 폭발의 위력은? [사진출처=YTN싸이언스 캡처] 영국의 지진학자 제임스 해먼드, 2013년 백두산 용암의 활동성 주장 위험한 북핵 놀음 고집하는 김정은 체제, 선제공격 이전에 백두산 폭발로 붕괴할 수도 2013년 영국의 지진학자 제임스 해먼드를 비롯한 조사팀이 백두산에서 60km에 이르는 거리에 총 6기의 지진관측기를 설치하고 구체적으로 관측한 결과가 있다. 백두산 아래에는 부분적으로 녹은(부분용암) 암석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액체, 가스, 크리스털, 바위가 섞인 상태로 부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런 데이터는 백두산 용암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라고 조사에 참여한 미국의 지질조사국 이아코비노씨가 말했다. 김정일 정권 아래에서 고난의 행군으로 300만명의 아사자를 양산시켰고,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과 형 김정남을 살해하는 등 정권유지를 위해 인명존중 정신을 완전 말살시킨 북정권의 말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대재앙’의 발생 징후를 설명하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300번의 사소한 징후, 29번의 작은 사고 발생 끝에 1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백두산에서는 이미 사소한 징후 끝에 이번 연속된 자연지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로켓맨 김정은의 인명무시 정책의 끝은 참수 및 Kill-chain작전의 선제공격에 의한 북정권 소멸이 아니라 그러한 만행에 분노한 하늘이 직접 분노의 지팡이를 휘둘러 그것은 막지 못한 김정은 일가와 하수인까지도 일거에 처벌할 ‘백두산 폭발’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로켓맨’ 김정은은 이제 정신을 차리고 평화와 인류번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아닌가?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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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Crisis M] '北핵'의 끝은 김정은 체제 붕괴시킬 백두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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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실험, 개미 놀음 구경에 도끼자루 썩은 격
- ▲ 그래픽=뉴스투데이 (안보팩트=김희철 기자) 북한의 제 6차 핵실험 도발은 김정은의 내부통제 및 대미협상 카드용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3일 13시 30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당일 12시 29분에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NSC 전체회의에는 정의용 안보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송영무 국방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전부 참석했다. 그 와중인 15시30분에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오랜만에 재등장한 고령의 이춘희 인민방송원이 “6차 핵실험은 대륙간탄도로켓(ICBM)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다.”라고 발표했다. 74세의 이춘희 북한 간판 앵커는 김정은 일가의 입으로 불리면서 노동당 간부와 불륜도 있었지만 김일성·김정일의 연이은 신뢰를 받아 각종 도발 등 중요 이슈에 꼭 등장한 인물이다. 9.9절(인민군 창건일)을 맞이하여 중요 도발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김정은은 6차 핵실험을 통해 트럼프를 위시한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미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의도가 분명하였다. 또한 북한 인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춘희 인민방송원의 발표로 전 인민들을 단합시키는 내부 통제용 목적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상단 그래픽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은 2005년에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선언했다. 6.25남침전쟁이 끝난 후 1970년대부터 김일성은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였고 실제로 김정일 정권에서 핵실험은 시작되었으며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완성단계에 돌입했다. 미온적 대처가 더 큰 화(禍)를 불러...역대 정부의 천문학적인 '대북 송금액' 용처 불투명 북한의 대륙간 탄도로켓(ICBM)과 6차례 핵실험은 주민들의 생활상은 최악의 상태에서 모든 자금을 끌어 모아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자금을 만들기는 어려운 경제환경이다. 그런데 과거자료를 검사하다가 너무도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바로 우리나라 역대 정부별 대북 지원 금액이었다. 국회 외교통상부에서 통일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북송금액은 김영삼정부 12억2,027만달러(12%), 김대중정부 24억7,065만달러(24%), 노무현정부 43억5,632만달러(42%), 이명박정부 19억7,645만달러(19%), 박근혜정부 3억3,727만 달러(3%)로 집계되었다. 또한 핵개발 포기목적의 경수로 차관으로는 김대중정부 9,271억원, 노무현정부 4,473억원등 총 1조 4000억원을 지원해 주었다고 한다. 대북지원금에는 식량과 물품이 포함되어 핵개발에 투입되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원된 현금들의 사용출처는 우리가 확인할 수 없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우리 돈으로 북한이 핵과 수소폭탄을 개발하여 그것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한 일이다. 1955년 6.25남침전쟁 휴전 후 64년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북의 2,3차 핵실험 당시 자료를 보면 핵무기 개발에 쏟아 보은 돈은 66억 달러라는 기록이 있다. 게다가 1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이를 중국산 옥수수 구매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1,940만t을 구입할 수 있고, 북한 주민의 약 8년치 배급량에 해당된다고 한다. 북한의 핵개발 비용은 채광·정련시설·농축시설 등을 포함한 핵시설 건립에 약 20억1천만달러, 핵기술 연구개발에 3억1천만달러, 핵시설(원지로, 재처리농축시설)가동에 27억2천만달러, 핵무기 개발에 13억4천만달러, 핵실험에 2억달러 정도가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내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과 이이제이(以夷制夷) 이제 휴전 이후 64년 동안의 대북 관계 경험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북한의 전략은 분명하다. 화전양면(和戰兩面)과 피실격허(避實擊虛)전술 및 전략이 기본이면서 이제는 미국에는 “경고”, 일본엔 “과시”, 한국과 중국에 “무시”하는 전략으로 발전했다. 이번 9월3일 6차 핵실험처럼 7차례의 UN안보리결의와 트럼프의 강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계획대로 계속 진행하였다. 6차 핵실험을 통해 핵개발 소형화가 거의 완성된 작금에 북한의 다음 단계는 하와이와 미 본토 사이의 태평양에 실거리에 준하는 대륙간탄도로켓(ICBM)을 발사 실험하는 것만 남았다. 북한의 2016년 4차 핵실험 후속조치로 “한미 공조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한미 맞춤형 억제 전략으로 탐지(Detect), 방어(Defense), 교란(Disturb), 파괴(Destroy)의 4D작전 개념과 KAMD체제, 30분 내에 선제타격 할 수 있는 강력한 대응을 강조하였다. 사기(史記)에는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라는 명언이 있다. 즉 당연히 처단해야 할 것을 주저하여 처단하지 않으면 훗날 그로 말미암아 도리어 재화를 입게 된다는 말이다. 그 동안의 5차에 걸친 핵실험과 연평도 포격도발 천안함폭침, 무인기 영공침공 등에도 엄벌보다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개념으로 대북 경제지원 9조원이라는 당근을 제공함으로써 이번에 6차 핵실험으로 도리어 우리와 전 세계를 위협하게 되었다. 마치 중국 역사상 경제 문화적으로 가장 융성했던 슈퍼부국 송나라가 자기의 100분의 1도 안되는 금나라와 전쟁을 회피하기 위해 화친에만 몰두하였던 상황과 비슷하다. 심지어 재상 진회는 금나라와 전투만 하면 승리하는 명장 악비를 전투 중에 소환하여 죽이는 등 비겁한 평화를 구걸하다가 결국 금에게 멸망당하고 말았다. 결의안 채택이나 비난성명 약발 없어...외교채널 동원한 '레짐 체인지' 등 검토할 시점 개미 노는 것 구경하다가 도끼자루 썩어버린 격이다. 결의안 채택, 비난, 무력시위 등 구경만 하면서 말로만 위협하는 것보다는 이제는 도끼자루 썩기 전에 개미를 잡는 따끔한 채찍이 필요한 시기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9.11테러의 주역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제로니모 G 제지작전”과 이란의 후세인, 시리아의 카다피를 처리했던 참수작전(Decapitation strike) 을 통해 레짐체인지(Regime Change)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때문에 섣불리 시도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방법을 제시해 본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세력 견제를 위해 북한을 내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중·러와 협상을 하여 참수작전을 중국 또는 러시아의 힘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전력이 전개하여 전쟁 발발 일보 직전에 우리는 중·러와 긴밀한 협상으로 북한의 레짐체인지(Regime Change)가 달성되면 그들의 정치 목적에 부합되게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안이 채택될 때에는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방책이 시행되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유사시 외부 도움 없이도 우리 스스로가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전술핵 배치 등 자주국방 구현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북한을 정확하게 인지하여 전 국민을 한뜻으로 일치단결시키고, 전술핵 배치 등 한미공조 방안을 실행하는 가운데 더욱 강화시킨 우리의 자주국방력이 바탕이 된다면 조국통일의 길은 한걸음 빨라지지 않을까? 위기(危機)는 기회 (機會)이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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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군인
- 안보·국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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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실험, 개미 놀음 구경에 도끼자루 썩은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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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5)육사생도의 휴가 여행, 그 추억의 위력
- ▲ 필자(왼쪽)가 육사 생도 1학년 때 동기생과 함께 했던 설악산 여행모습 [사진=김희철] (시큐리티팩트=김희철 기자) 로버트 테일러의 ‘애수(哀愁)’, 전쟁 중 휴가로 만난 비비안 리와의 아픈 추억(哀愁) 6·25전쟁 중에 피난지인 부산과 대구에서 개봉되어 많은 관객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영화 애수(哀愁)에서는 25세의 로이(로버트 테일러) 대위가 제1차 세계대전 이 진행 중일 때 런던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연인 마리아(비비안 리)를 만나 사랑의 꽃을 피웠다는 줄거리로 시작된다. 로이 대위는 다시 전쟁터로 나갔다. 그러나 마리아는 얼마 뒤에 전사자 명단에서 로이의 이름을 발견하고 좌절한다. 그녀는 전쟁 중 어려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거리의 여자가 되었다. 1년 뒤 거리에서 로이 대위를 다시 만났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마리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야 만다. 훗날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중년이 된 로이 대령이 마리아를 처음 만난 워털루 다리 위에서 슬픈 과거를 회상한다는 이야기이다. 영화에서와 같이 전쟁 중에도 휴가는 시행되고 그 여행 중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평소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힐링과 에너지 충전을 위한 휴가 여행은 꼭 필요하다.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지만 함께 여행을 하면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여름) 정복’을 입은 하룻강아지의 단순·무모한 도전, 설악산 등반 필자는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생도 1학년 때의 설악산 여행이다. 화랑대에서 하계군사훈련을 받는 1학년 생도들의 수영교육시간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갔다. 중·고교시절 적십자에서 운용하는 수영교실을 다녔지만 당시 수영실력은 맥주병이었다. 그래서 학급 편성은 테스트를 통해 수준별로 구분한다. 그 때 유난히도 힘들게 교육을 받으면서 한 동기생과 친해져 불현 듯 하계휴가기간에 설악산 등반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첫 휴가를 출발하기 전에 2학년 상급생도에게 휴가교육을 받았다. 휴가도 생도대 생활의 연장이기 때문에 생도 명예에 손상되는 언행을 철저히 금하라는 교육이었다. 삼금(금연, 금주, 금혼)제도를 철저히 지키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기 집밖을 나와 외출 할 때는 생도신분임을 잊지 않도록 하얀 '하(여름)정복'을 입어야 한다는 강조사항엔 마음이 걸렸다. 상급생도의 강조사항은 학교정문을 나오자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 갔지만 하정복을 입으라는 상급생의 지시는 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집 밖을 나올 때부터 한여름에 정복을 입는다는 것은 참으로 제약이 많았다. 며칠 뒤 설악산 등반을 위해 약속장소인 청량리역으로 나갔다. 물론 새하얀 하정복을 입고 있었다. 수영장에서 친해진 귄oo 동기와 춘천행 열차에 올랐다. ▲ 선배의 조언을 받고 간편한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필자(왼쪽)[사진=김희철] 소양댐에서 배를 타고 양구 선착장에 내렸다. 원통행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갔을 때 타 중대 소속 2학년 생도를 만났다. 경례를 하고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당황하는 상급 생도의 눈빛을 느꼈다. 그 때 그 상급 생도는 전투복 차림이었다. 그는 “아니, 하정복을 입고 설악산을 넘겠다고?”라고 어이없다는 듯 질문을 하였다. 필자는 분대 2학년 선임에게 집 밖을 나올 때에는 반드시 정복을 착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자 그 선배는 아무튼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자신의 여행길로 떠났다. 백담사 입구에 도착했을 때 등산복을 입은 키가 큰 청년이 “어이, 두 생도”하고 불렀다. 만나보니 타 중대 4학년 생도였다. 그 선배도 마찬가지로 혀를 끌끌 차면서 “2학년 상급생도가 강조를 했어도 어떻게 하정복을 입고 설악산을 넘느냐?”하고 한심한 듯 나무라며 따라오라고 했다. 하룻강아지 '리스크'를 해결하는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연륜 전쟁 중에 휴가도 꿀맛이지만 그 선배의 4년 생도생활 마무리를 앞두고 떠나는 휴가여행의 의미와 소중함은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헌데, 골칫덩이 미꾸라지가 끼였다. 그것도 산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정복차림으로 설악산을 넘겠다고 한다. 사계절 무수한 조난자가 발생하고 심지어 사망사고도 일어나는데... ▲ 가운데 키 큰 생도가 서길원 전 6군단장(육군중장) 맨 앞이 필자[사진=김희철] 4학년 선배인 서길원 생도(훗날 6군단장(중장)역임)의 얼굴에서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무모한 1학년 두더지 두 명을 무사히 설악산을 넘게 도와줘야 한다는 선배로서의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발걸음이 빨라졌다. 시야가 확보될 때 우선 수렴동 대피소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등산화였지만 필자는 하얀 정복에 단화를 신고 있어 산길 오르기에 무척 힘이 들었다. 드디어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다. 필자는 007백 안에 운동화와 편히 입을 수 있는 생도셔츠 그리고 양말, 세면도구를 담아왔기에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정모와 하얀 정복 상의를 곱게 접어 백에 넣었다. 우린 음료수나 간식거리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는데 4학년 선배는 등산백 안에 준비한 것이 꽤 있었다. 결국 1학년 후배는 4학년 선배의 간식을 얻어먹는 웃지 못 할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창문 밖의 수많은 별들은 유난히도 빛을 발하고 있었고 떠오른 밝은 달은 설악산 방문을 환영하면서도 무모한 도전에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선배 생도들과의 짧은 만남에서 얻은 강렬한 추억 생도대 교육장이 아니라 설악산 수렴대피소 주변의 밤새와 벌레 그리고 요란한 계곡 물소리의 화음이 배경이 된 가운데 아스라한 별빛과 달빛 아래에서 선배의 생도생활과 앞으로의 군 생활에 대한 비전을 들으니 또 다른 깊은 감동이 와 닿았다. 밤은 깊어간 것 같은데 아침 태양빛이 창문을 두드렸다. 우린 휴대를 못했는데 선배의 배낭에는 간이 취사도구가 있었고 선배들이 조리한 아침을 얻어먹고 간편한 생도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007백을 들고 드디어 마등령으로 출발했다. 산 속에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친구가 된다. 약 6시간의 산행 길에 반대쪽에서 오는 등산인을 만나면 반갑게 안부를 묻고 화이팅을 외치며 교행한다. 체력이 좋은 생도들이라 빠른 걸음으로 추월할 때에도 인사를 나눈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만경대·오세암을 지나 마등령 기점에 도달하니 벌써 2시간 가까이 지났다. 험하다는 마등령을 타고 금강문과 금강굴을 통과해 비선대 계곡에 도달하니 4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 생도 1학년 때 강원도 망상 해수욕장에서 수영교육 증 촬영한 사진. 맨 앞이 필자. [사진=김희철] 신흥사 입구를 지나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하자 허기도 지고 매우 지쳐있었다. 그 때 4학년 선배들은 버스비까지 챙기며 우리를 쫒아내듯 버스에 태우고 그들만의 세계로 돌아갔다. 아마도 골칫덩어리 막무가내 아우들을 무사히 데리고 험한 설악산을 넘었다는 안도감과 책임감에서 해방되는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인간관계의 친밀도는 만난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1차 대령 진급심사에서 낙방한 필자, 25년만에 '설악산의 추억'을 만나 소중한 조언 얻어 최근 유행하는 건배사 중 하나가 “짧은 만남, 긴 인연...!” 이다. 양구 소양강 선착장에서 만난 2학년 선배생도나 백담사 입구에서 만난 4학년 선배 생도와는 휴가를 마치고 화랑대에 복귀했을 때에 다시 부딪히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고 기억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데 25년 지나 필자가 용산 합동참모부에 근무할 때 짧은 만남, 긴 인연 사건이 발생했다. 필자는 능력과 인품이 부족하여 당시 대령 1차 진급 심사에서 낙방하여 실망해있을 때, 설악산 등산길에 만났던 2학년 선배를 다시 만났다. 마침 그 선배는 국방부에 파견 나온 기무부대에 있었고 그해 진급을 해서 진급 축하 회식을 하다가 같은 식당 화장실에서 만났다. “김 중령, 오랜만이야. 그 때 그 설악산 등반길에 하정복을 입고...” 그 선배는 산행길 짧은 만남에 가졌던 첫인상을 25년이 지난 후에도 그대로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내년 진급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 보직에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고는 본인이 직접 가능성이 있는 자리에 추천을 해주었다. 그 선배의 결정적 도움으로 다음해 대령 진급할 수 있는 고생하지만 진급희망이 있는 보직을 얻을 수 있었다. 하룻강아지의 단순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선배들의 노마지지(老馬之智) 연륜으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었고, 휴가 출발 전 직속 선배의 강조사항을 지키기 위해 새하얀 하정복을 입고 설악산을 넘으려고 했던 필자의 원칙을 준수하려는 무모한 모자람을 좋게 읽어준 덕택이었다. ▲ 생도시절 필자가 그린 백두산 천지 ⓒ김희철 상무정신(常武精神)은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정신이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계 수영훈련장에서 만난 친구와의 설악산 등반 약속을 지켜야했지만, 외출 시 정복을 반드시 입고 다니라고 강조했던 선배의 지시사항도 어길 수 없어 원칙을 지킬려고 감행했던 그 무모한 순수함이 25년 뒤 효과를 발생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바뀔 수가 없다. 현 문재인대통령은 합참의장 이취임식을 직접 주관하는 등 잘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율로 얻고 있다. 안보(安保)에는 여야, 보수·진보가 없다. 최근 군 수뇌부가 모두 교체되었다. 그들에게도 임전무퇴의 상무정신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의 위기에 현명하고도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당부하면서 국가와 군을 위해 큰 업적을 남기길 기대해본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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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5)육사생도의 휴가 여행, 그 추억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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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4) ‘노예 공관병’ 논란의 해법, 남재준과 이기식
- ▲ (위쪽)지난 9일 오전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이 열린 청와대 충무실에서 진급 장성들이 신고식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군 장성 진급자들과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시큐리티팩트=김희철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군 수뇌부 인사는 군대문화 혁신의 신호탄 정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를 열고 첫 군 인사에서 8개자리 중 7개가 바뀌는 대장급 인사를 의결했다. 합참의장을 제외한 여섯 자리 모두는 진급인사였다. 정경두 40대 합참의장(前공군총장)은 이양호 의장(25대, 공군), 최윤희(38대, 해군)에 이어 세 번째 비 육군 합참의장이 되어 해군장관, 공군의장 군 지휘부 라인업은 1948년 창군 이후 6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육사 37기와 38기는 이번 인사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는 전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사건과 38기 진급 대상자에 대한 갖은 투서 남발에 대한 후유증이라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아무튼 해·공군의 진급에 비해 적체되어 있던 육군 장성 진급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동아일보 이철희 논설위원은 “8.8육치일”이라고 사설에 게재했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진급 보직 신고식에서 “軍중심은 육군, 육사가 근간이란 것을 국민이 안다”며 “육군·육사 섭섭해 하지 말라”고 말하며 군 인권 침해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군대 문화 혁신을 기대했다. ▲ 그래픽=뉴스투데이 노무현 정부 시절 남재준 총장의 실질적인 군대문화 혁신이 귀감돼야 생일선물도 되돌려 보내는 '청렴결백'을 실천한 남재준식 솔선수범이 필요할 때 군 개혁, 군대문화 혁신은 창군 이래 70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잘 써먹는 정책기조였다. 김영삼 정부가 군 개혁이란 미명으로 “하나회”를 척결하면서 국민과 군의 호응을 얻어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도 군 개혁을 위해 유임시켜 임명한 첫 번째 육군참모총장은 전 국정원장인 남재준 대장이었다. 필자도 40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체감한 군 개혁을 손꼽으라면 남재준 총장이 솔선수범하면서 시행한 군대 문화 개선이었다. 남 총장은 초급 장교 시절부터 「원칙주의자」로 소문이 난 선비였다. “군 장교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신적, 도덕적 용기이지 요령 있는 처세를 의미하는 융통성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전형적인 야전군인으로서 자신의 생일날 부하 장교가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선물을 준비해오자 그는 그것을 돌려보냈다. 청렴결백한 그는 현재까지도 단 한 칸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총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대대급 이상 주둔지에 간부체력단련을 위해 설치된 테니스장에 근무하는 사병을 없앴다. “볼을 전투를 위한 사병들이 주우면 안 되고 간부들이 직접 주어라, 심판도 간부들이 봐라.”라고 했으며, 전출입하는 간부들이 지휘관 숙소를 방문하는 것과 본부대장과 군인 가족이 공관에 출입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이것을 어길 시에는 사단장이라도 보직해임을 공헌하여 군내 잘못된 관행을 일소 시키고 군 본연의 임무수행에 전념토록 기풍을 조성하였다. 필자가 참모로 근무할 시절, 인사참모가 지휘관에게 전입 인사 갈 것을 충고할 때 몹시 당황했었다. 지휘관 공관으로 인사갈 때 선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또한 남재준 총장은 인사 청탁하는 자에게는 불이익을 부여하도록 강조했고 군대 내의 학연·지연·혈연 등을 없애는데 주력하였다. 그런 그에게 2004년 국방부 앞에는 ‘남재준 총장이 자기 사조직 인사들을 지난 10월 인사 때 대거 장성으로 진급시켰다’는 괴문서가 뿌려졌다. 군 검찰은 진급심사를 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를 사상 처음으로 압수수색했다. 이에 반발한 남 총장은 전역 지원서를 냈으나 반려됐다. 괴문서 사건은 결국 그가 개입한 정황이 없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군 내부에서는 당시 군 인사, 군 사법개혁 정도를 걷던 남 총장에 대해 일부 세력이 그를 흔들기 위한 공작을 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그 당시 윤광웅 국방장관이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문구를 완전히 삭제할 방침을 세웠을 때도 남 총장은 ‘북한 주적론’을 고수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런 그가 참모총장 시절 남긴 이 말은 지금까지도 유명하게 회자되고 있다. “나는 군에 복무하는 사람이다. 나는 조국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나는 조국에 대한 헌신과 봉사가 나의 최고의 가치가 아닌 순간, 조국을 위해 과감히 군복을 벗겠다.” 또한 2003년 육군 장교들을 대상으로 ‘장교의 도’를 강연하며 다음 같이 강조한 바 있다. “장교는 절대적 자유혼을 지닌 자유인으로서 스스로 선택한 장교의 책무를 다해야 하며, 이것이 장교가 갖추어야 할 가치관이다.” 남재준 대장은 2005년 4월 육군참모총장 이임식을 마치고 전직 총장에게 관행적으로 제공되는 관용차를 마다하고, 본인이 직접 20년된 소형 승용차를 운전하여 떠났던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뜻은 이러했다. “국가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사용할 수 없다.” 총장 재직 시절 그는 군의 정치적 중립과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의 삶을 실천하여 '참군인'으로 후배장교의 존경을 받았다. 또한 전략과 전술을 연구하고 부하들과 동거동락을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골프를 배우지 않고 달리기로 체력을 유지했다. 그리고 회식 때에는 군가를 즐겨 부르며 군인임을 잊지 않았다. 그는 군을 떠났지만 강직하고 소신껏 참 군인의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 얽힌 에피소드들은 과거 “한신”, “채명신”장군과 함께 참군인의 표상으로 후배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 (왼쪽)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과 이기식 전 25대 해군작전사령관 [사진-해군작전사] ‘천안함 최후의 종결자’ 이기식 제독을 휴일 방문했던 추억이 남긴 교훈 지휘관 승용차 반납하고 소형 개인 승용차 사용 … 공사(公私) 구분으로 해군 전투력 강화 이기식 前해군작전사령관(중장)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직후부터 약 두 달간 천안함 브리핑을 맡았다. 당시 합참 정보작전처장(준장)으로 재직 중 대잠수함 작전 전문가였기에 가장 적임자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천안함 브리핑 당시 그는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천안함이 침몰돼 바닷속에 있는 것만 확인 됐을 뿐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는 40년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좌초설, 기뢰 충돌설, 미군 잠수함 충돌설부터 자작극이라는 말까지 천안함 괴담이 확산됐을 때라고 고백한다. 가짜뉴스가 언론에 도배돼 괴담이 확산되고 남남갈등이 초래된 때문이다. 훗날 중앙일보의 천안함 폭침사건 7주기 대담 취재에서 그는 “북한이 어뢰로 공격하기로 결정한 것은 기존처럼 수상전을 반복해서는 한국 해군을 이겨 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며 “잠수정 어뢰로 은밀하게 공격해 물증을 남기지 않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이유에 대해 이 제독은 두 차례의 연평해전(1999년·2002년)과 대청해전(2009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기습 공격을 했지만 한국보다 더 큰 피해를 보고 패전했다”며 “그 때부터 복수를 다짐하고 다양하게 준비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제독은 “천안함 폭침사건의 경우도 끈질긴 수색작전을 통해 우리가 어뢰를 찾아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며 “북한은 우리가 어뢰를 찾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희생 장병과 유족을 생각하면 너무나 미안하고 또한 감사하다”며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한 한주호 준위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이들의 투철한 희생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한동안 말을 잊었다. 그러곤 눈물을 쏟아 급히 손으로 닦았다. “천안함 생존자들이 아직도 심리적 충격으로 고통 받고 있다. 국가는 희생자 유족과 생존 장병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폭침사건 발생 2년 뒤인 2012년 천안함이 소속된 2함대사령관(해군소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한 일간지에서는 그의 2함대 발령을 두고 “천안함 최후의 종결자 부임”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2함대사령관 재직 시 필자는 사관학교 동기생인 이 제독을 격려하기 위해 2함대사령부를 방문했었다. 사적인 방문이라 휴일을 택해 이 제독과 고교동창인 학군장교출신 친구와 함께 그를 찾았다. 부대 정문앞에 도착하여 초병에게 사령관을 만나러 왔다하자 초병은 연락을 받았다며 정문 밖에 있는 사령관 공관 방향을 안내해 주었다. 공관에 도착하자 이 제독 부부는 반갑게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런데 주차장에 조그마한 소형차가 서있었고, 이 제독은 그 차를 타라는 것이었다. 당시는 휴일이기 때문에 운전병도 휴식을 취해야 하고 사적 방문이기 때문에 부대 지휘관 승용차를 쓸 수 없다며 양해를 구해왔다. 필자와 같이 방문한 친구들은 몽둥이로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공관병의 노예사병 사건은 이런 군인이 있는데 왜 발생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사령관이 직접 운전을 해서 전시된 천안함을 관람하고 연평해전 전사자들의 추모비에서 묵념도 했다. 부대 소개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정문 옆에 있는 복지회관에 도착했다. 그 때 복지회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서실장과 부관에게 이 제독은 점잖게 타이르는 것이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매우 화난 표정이었다. 공식행사가 아닌데 휴일 날 비서실장과 부관이 왜 나왔냐고 질책을 하며 바로 복귀하여 가족과 함께 휴무를 즐기라는 엄명이었다. 잘 준비하기 위해 성의를 표한 비서실장을 질책하는 이 제독이 얄미웠지만(?)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는 이제독이 한편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 제독은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을 거쳐 1차로 3성장군이 되어 해군사관학교장으로 부임했고 그곳에서도 공사(公私)를 명확히 구분하며 부하를 한결같이 아꼈다고 한다. 그리고 “천안함 최후의 종결자” 역할을 위해 25대 해군작전사령관으로 보직을 옮겨 “상비필승”의 기치아래 최고도의 전투태세 확립을 추진하고 엄정한 작전기강 유지 및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부대운영을 통해 해군 전투력 강화에 기여했다. 화랑대에서 동작동까지 명예롭게…지휘관은 ‘어항속의 금붕어’임을 깨달아야 지난 11일엔 육군 및 공군참모총장 이·취임식이 계룡대에서 거행됐고 그 전날까지 신임 1·2·3군사령관이 취임을 하였다. 노예사병 논란으로 4성 장군이 전역도 연기된 채 군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매스컴에서는 계속적으로 기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 간부들은 한신, 채명신, 남재준 장군과 이기식 제독처럼 참군인으로 군 명예를 위해 노심초사하면서 국가와 군을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15년 계룡대 해군간부들을 대상으로 ‘군인의 길’이란 강연을 했던 남재준 장군은 41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두려워했던 세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나 자신이 두려웠다. 사소한 이익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경계했다. 둘째, 내가 부하들도 믿고 따를 수 있는 상관인지 성찰했다. 끝으로 내 자식들이 두려웠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서 내 자식이 손가락질을 받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에 대한 이런 일화를 보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은 군 지휘관을 위한 것이 아닐까 미소 짓게 한다. 특히, 모든 조직사회에서 상관은 속일 수 있어도 부하를 속일 수는 없다. 가장 측근에 있는 공관병 같은 부하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다. 그래서 지휘관은 ‘어항속의 금붕어’에 비유되기도 한다. 손자병법에도 ‘시졸여애자 고가여지구사(視卒如愛子 故可與之俱死)’ 라며 병사보기를 사랑하는 자식같이 해야 한다. 그러면 함께 죽을 수 있다. 라고 장수의 지휘통솔기법을 알려주었다. 이를 실천한 많은 지휘관들은 이런 자세로 근무한 결과 현직 및 전역한 후에도 부하 장병의 결혼 주례를 도맡아 하기도 한다. 그렇다. 사관생도들은 4년 동안 귀가 따갑도록 국가관과 리더십을 교육받고 체험한다. 그래서 많은 장군 및 군 간부들은 “화랑대에서 동작동까지 명예롭게…” 라는 구호를 마음속에 다지며 군 생활이 끝나고 전역 후에도 애국하는 자세로 살아간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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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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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4) ‘노예 공관병’ 논란의 해법, 남재준과 이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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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3)육사 37기 ‘박지만 특혜’ 오해 산 ‘꽃향수’ 공수훈련의 추억
- ▲ 훈련 도중의 휴식 시간에 박지만 생도(왼 쪽에서 다섯 번째) 등 동기들과 필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희철] (안보팩트=김희철 기자) 박정희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과 동기인 육사 37기, 이런 저런 비애와 구설수 많아 언젠가 어느 월간지에 “박지만의 육사37기, 비운의 황태자 기수인가, 특혜 받은 기수인가?”라는 집중해부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었다. 기사 내용 중에 이런 글이 나온다. “박지만 생도와 그의 동기인 육사37기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었을까?” 동기생들은 입을 모아 ‘특혜는커녕 대통령 아들과 동기생이라는 이유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더 많았다’고 했다. 1년 후배인 육사38기의 한 대령은 ‘당시 37기의 선배기수들은 박지만 선배가 포함된 37기에 편견을 갖고, 다른 기수라면 그냥 넘어갈 일도 더 엄격하게 얼차려를 줬다’며 ‘특히 시골에서 올라온 선배들은 정의감에 불타 유명인사 자제들의 잘못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영웅심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안되면 되게하라!” 구호를 즐기차게 외치는 특전사 공수훈련 기간에도 또 한번 37기 특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 특전사 공수훈련을 받고 있는 육사37기 생도들. [사진=김희철] ‘안되면 되게 하는’ 특전 공수훈련 기간 중 문제의 사건 발생 그 웃지못할 특혜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건은 공수훈련 기간 중에 발생했다. 특전사로 배치되면 이병부터 장군까지는 누구나 공수훈련 4주를 받아야 한다. 1주차에는 매일 아침 5~7km 구보로 시작되는 체력강화훈련과 착지훈련, 모형기체 내에서 수신호와 수신호에 따른 행동요령과 주의사항을 교육받고 각 항공기별 이탈 자세를 취하면서 비행기를 묘사한 콘크리트 모형문에서 실제로 뛰어 내리는 훈련 등을 한다. 2~3주차에는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기체탑승에서 실제 강하까지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종합평가와 최종숙달 훈련 및 야간강하를 대비한 야간 모형탑훈련을 한다. 모형탑(막타워)훈련은 실제 낙하 전 훈련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많이 느끼는 약 11m높이의 모형탑에서 손으로 예비 낙하산을 꼭잡아 고정시키고 얼굴과 허리를 숙이며 다리를 모으고 L자형으로 하여 실제 강하 시와 동일한 자세로 최대한 멀리 뛰어 내리면서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훈련이다. 막타워훈련 시에는 ‘자격강하’를 위한 최종종합평가를 하게 된다. ▲ 완전군장을 한 채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공수 낙하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37기 생도들. [사진=김희철] 구령부터 비상낙하산을 펴는 시늉까지의 동작을 평균 10~15회 중 3회 이상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막타워 밑에서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앞서 뛰어내린 동기생의 자세를 보면서 파안대소를 짓기도 했다. 만약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뛰어내리지 못하거나 자세나 동작이 불량한 경우 퇴교조치를 받을 수 있지만 통상 5~8회 정도에서 대부분 합격한다. 마지막으로 착륙 시 강풍으로 인해 낙하산이 끌려갈 때 신속히 몸을 뒤집고 일어나 자세를 전환하여 바람 부는 방향으로 뛰어가 낙하산을 수거해야 하는 송풍 및 낙하산 수거 훈련을 받게 된다. 종합숙달훈련이 끝난 4주차에는 실제 낙하훈련을 받게 된다. 처음엔 단독군장, 완전군장, 야간강하 등 총 4회를 점프해야 수료증과 자격증이 주어진다. ▲ 1980년 세계 미스유니버스선발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미인들이 육군사관학교를 찾아 37기 생도80명이 동원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김희철] 신군부 세력의 문화정치 '미스유니버스 본선'에 공수훈련 중인 37기 생도 80명 동원돼 훈련장에 남은 37기 생도들은 더욱 혹독한 훈련 받으면서 '특혜' 구설수로 가슴앓이 40년 가까이 지난 요즈음도 육사37기생들은 모이면 어김없이 1980년 세계 미스유니버스대회 이야기를 꺼낸다. 1980년 7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미스유니버스 본선 대회가 열렸다. 본선은 이 날 하루였지만 사전 행사와 예선은 6월 말부터 시작돼 3주에 걸쳐 열렸다. 본선은 美 CBS방송을 통해 위성중계 됐다. 69개국에서 온 ‘미(美)의 사절’은 신군부 세력의 ‘문화정치’, ‘스펙터클 정치’에 소도구로 동원됐다. 미녀들은 말 그대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경복궁, 불국사 같은 관광지를 찾고, 육군사관학교도 찾았다. 한 예비역 장성(37기)은 “37기 생도들은 제식훈련과 분열 시범을 보였다”며 “당시 언론은 ‘미녀들이 원더풀을 연호했다’고 보도했다”고 했다. 또한 어떤 동기생에게 홀딱 빠져버린 미녀가 호텔키를 넘겨주기까지 하여 국제결혼 사례가 될 뻔 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37기생들은 거여동 공수훈련장에서 점프훈련을 받다가 ‘신장173cm이상 생도 열외하라’는 지시를 받고 80명의 생도들이 화랑대 예복을 입고 7월 8일 열린 본선(세종문화회관)에 직접 나가 참가자들을 에스코트했다”고 했다. 그는 “화랑대 예복을 입고 롯데호텔 파티장까지 가서 미녀들과 즉석 댄스도 추었다”며 “행사가 끝나자마자 점프훈련장인 거여동으로 복귀해 철모를 쓰고 다시 공수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공수훈련장에서는 25%동기생이 세종문화회관으로 빠져나가자 훈련 교관들과 조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공수훈련 역사상 중간에 열외하여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도 수료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녀선발대회에 참석한 동기생들은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하지만 생도교육 일정상 불가능 했고 국책사업이다 보니 상부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훈련장에 남아있는 동기생들은 오히려 더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했지만, 꽃향기 나는 미의 제전에 차출된 80명의 동기생들로 인해 특별대우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37기 생도들은 가슴앓이를 했던 것 같다. ▲ 훈련장에 남은 37기 생도들은 더욱 혹독한 훈련 받으면서 '특혜' 구설수로 가슴앓이를 하여야 했다. [사진=김희철] 하계훈련을 마친 4학년 생도들이 다는 공수휘장(Wing)의 각별한 의미 하계군사훈련이 끝나고 생도대에 복귀할 때의 각 학년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4학년 생도는 가슴과 전투모에 공수휘장을 달고 3학년 생도는 가슴에 유격(Ranger)휘장을 달고 후배들의 어깨를 한 번 툭 쳐본다. 공수휘장은 5개 종류가 있다. 공수훈련 4회를 이수하면 기본공수휘장을, 20회 이상 또는 강하조장훈련 이수 시에는 은성, 40회 이상 또는 고공기본훈련 이수 시에는 월계공수휘장을 단다. 100회 이상 시에는 휘장 안에 100회에 1개씩 금별이 추가되고, 1000회 이상 휘장은 금색(골드윙)으로 금성공수휘장이라 칭한다. 필자는 4회 기본 점프 시 특별한 추억이 있다. 당시 점프를 위해 탑승한 C-123수송기는 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강하조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점등신호 불빛과 조장의 수하에 의해 행동이 이루어진다. 막상 1200피트 상공에서 문이 열리고 조장의 낙하 신호를 보면 몇 초 안에 탑승자 전원은 모두 뛰어내린다. 만약 앞선 대기자가 머뭇거리면 낙하지점을 지나 엉뚱한 곳에 떨어져 위험해 질 수도 있다. ▲ c-123 수송기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펼친 채 강하하고 있는 37기 생도들. [사진=김희철] 그래서 공포에 의해 문 앞에서 머뭇거리면 조장이 강제로 떠밀어 버린다. 심지어는 발로 차기도 한다. 그래야 나머지 인원들도 안전하게 강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이불착(樂而不着)이라 했던가? 집착을 버리고 즐기기로 마음을 다지자 고소공포증은 사라졌다.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내가 머뭇거리면 뒤에 따라오는 동기가 어려워진다. 살신성인(殺身成仁)까지는 아니지만 조직과 단체를 위해 몸을 창공으로 던졌다. L자로 굽어진 채 수직낙하하고 있었고 무릎 사이 전투복이 바람에 파르르 떠는 모습을 보았다. “덜컥” 낙하산이 펴지는 충격에 출렁거렸다. 이제부터는 방향을 잘 잡아 인접 동료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착지 지점을 찾았다. 마침 배수로 공사장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골도 파여 있고 배관도 있고 그곳으로 떨어지면 최소 발목 골절을 각오해야 했다. 힘차게 낙하산을 당기며 방향을 조정하다보니 그만 발끝이 배수로 바로 옆 땅에 닿았다. 교관이 가르쳐 준대로 구를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서 버렸다. 교관이 위험하니 압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지면에 가능하면 많이 닿게 낙법을 하라고 했는데... 마침 방향조정을 위해 낙하산을 당기고 놓고 하다 보니 월계공수휘장 받은 고공낙하 이수자가 하는 방법을 나도 모르게 한 것이었고 덕분에 난 말짱했다. 강풍이라도 불었으면 발목이 부러졌을 것이다. ▲ 공수훈련을 마친 생도들이 특전사 교관을 행거래를 치고있다. [사진=김희철]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마지막 점프가 끝나자 낙하지점에서 파티가 이루어졌다. 철모에 받아먹는 막걸리는 처음 마셔보지만 꿀맛이었고 새보다 자유로운 특전사 교관과 강하조장은 존경스럽게 보여 졌다. 훗날 졸업 무렵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를 가르쳤던 강하조장이 고공낙하 중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순직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의 정신으로 청춘을 붙태우는 특전사 요원들에게 한없는 존경과 ‘받들어 총’을 보낸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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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3)육사 37기 ‘박지만 특혜’ 오해 산 ‘꽃향수’ 공수훈련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