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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12) 미소를 머금게 하는 육사생도 ‘하계군사훈련’의 추억
    ▲ 3학년 생도시절 하계 유격훈련 중에 기념촬영을 한 필자(앞 줄 맨 오른쪽)와 동기생들. ⓒ김희철 (안보팩트=김희철 기자) 4년 동안 '이열치열(以熱治熱)' 선택, 여름 더위를 뜨거운 훈련으로 극복 사관학교 생도들은 4년동안 매해 여름이 되면 작렬하는 태양과 몰아치는 소나기와 친구가 되는 하계군사훈련으로 더위를 잊는다. 보통사람들이 찌는 듯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오히려 뜨거운 민어탕이나 보신탕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사관생도들을 포함한 군인들도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선택한다. 가장 더운 한 여름에 치열하고 강하게 훈련을 함으로써 전투력을 강화시킨다. 1학년 '두더지'생도들은 태릉골 육군사관학교에서 동급생으로 지휘부를 편성하여 자치제도를 숙달하며 기초적 훈련을 받고, 2학년 '빈대'생도들은 부사관 학교로 훈련장을 옮겨 부사관 교육과정을 숙달한다. 3학년 'DDT'생도들은 전남 상무대 보병학교로 내려가 소대장 교육과정을 밟으며 동북유격장에서 유격훈련(Ranger)코스를 체험한다. 4학년 '놀부'생도들도 특전사 교육대에 입소하여 정식으로 4주간의 공수훈련을 받는다. 1학년 '두더지'들, 호랑이선배들이 떠난 공백 속에서 '지옥훈련'거듭하며 동기애 쌓아 지금은 없어져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경춘선 화랑대역에서 초여름이 되면 상급생도 환송행사가 열린다. 4학년 생도들은 버스를 타고 특전사로 이동하지만, 2~3학년 생도들은 기차를 타고 원주 부사관학교와 광주 상무대 보병학교로 출발한다. 후배들 앞에서 폼은 잡고 있지만 사실은 호랑이 선배들도 부사관과정 교육과·보병학교의 유격훈련 그리고 특전사 공수훈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 3학년 생도시절 지옥의 유격훈련 와중에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있는 필자. ⓒ김희철 상급 생도들을 떠나보내고 난 뒤 두더지 1학년 생도들은 지난 반년(6개월)동안 선배들의 친절하고 정성스런 지도교육과 이별하는 아쉬움 보다는 빈대·DDT·놀부들에게 시달렸던 구속감에서 해방된 즐거움을 훨씬 더 크게 느낀다. 하지만 동기생들로 편성된 자치지휘제도에 의해 편성된 조직은 오히려 선배들보다도 더 까다롭게 지휘통솔하는 바람에 해방감은 곧 사라진다. 편지·보고서 작성 시 직각으로 BOX화하지 못하면 간부로 편성된 동기들이 검열하여 퇴짜를 놓는 바람에 재작성하게 되고, 시간을 못 지키거나 열외 등 잘못을 저지르면 선배들보다 더 심하게 벌점을 부여하여 자체 얼차려를 받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기초적인 병교육을 받으면서 장차 국가 간성으로 커 나가기 위해 전쟁사, 군법, 제식훈련, 각개전투, 기본전술 등의 교육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동기생들에 의한 통제가 느슨해질 때에는 훈육관·교관들이 곧바로 제재로 들어와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동기생들만 남아있는 해방감은 좋았고 동기애(同期愛)를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하계군사훈련의 꽃은 3학년 'DDT'생도 시절 유격훈련 훈련 직전 식중독 걸려 탈진... 빨간모자에 선글라스 낀 교관, 입맛 다시며 불호령 하계군사훈련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3학년 'DDT'생도들이 경험하는 유격훈련(Ranger)이다. 보병학교에서 소대장 교육과정을 임할 때 소대전술과 화기학, 리더십 등을 배우고, 마지막 2주는 전남 화순에 있는 동복유격장에서 유격훈련을 받는다. ▲ 3학년 생도시절 성공적인 유격훈련을 다짐하기 위해 전남 영광의 해수욕장을 찾았던 필자. ⓒ김희철 선배 생도들이 하도 겁을 주어 두려움도 있었지만 동기생들이 함께 한다는 것에 많은 의지가 되었다. 그래서 유격훈련 떠나기 전 몇몇 친한 동기들과 토·일요일을 이용하여 전남 영광에 있는 가마미 해수욕장을 찾았다. 갯벌에서 회를 곁들이며 성공적 유격훈련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필자는 식중독에 걸려 복통과 설사, 구토만 했던 기억이 난다. 식사도 못하고 탈진한 상태에서 월요일 유격훈련은 시작되었다. 동북유격장 PT교관은 빨간모자에 진한 선글라스를 쓰고 회초리 지휘봉을 들고 사열대에 버티고 서있었고 똑같은 복장의 유격조교들은 모자를 눌러써 눈동자는 보일랑 말랑하지만 사관생도 훈련생이라는 먹이감에 입맛을 다지는 듯 '썩소'를 짓고 있었다. 유난히 자극적인 호각소리에 따르지 못하는 훈련생들의 자세도 지적했지만, 빨간 모자에 진한 선글라스 교관의 불호령은 구령소리가 작다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피(P)가 나고 터(T)지는 PT체조로 시작된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길 첫날 PT체조는 말 그대로 피(P)가 나고 터(T)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가입교 시절 기초군사훈련, 2학년 부사관학교 훈련 등을 겪은 몸이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체력엔 자신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세불량시 지적하는 교관조교에게 불려나와 별도로 얼차려를 받는 등 정말 지옥이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텐트마다 신음소리였고 온몸은 알이 배기고 쑤셔왔다. 첫째 주 PT체조는 기본이고 기초 장애물 코스와 산악 코스의 로프와 레펠... 수직낙하, 하지만 만경대 호수위로 로프를 타고 내려올 때 두려움보다는 상쾌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매 코스를 시작하기 전 두려움을 잊게 하기 위해 조교가 “어머니”를 외치라고 할 때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첫째 주 교육을 마치고 도피 및 탈출 교육으로 이어졌다. 2주차 교육은 한 장의 지도와 나침반으로 다음 집결지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그것도 선착순으로 서열을 부여했다. 일부 동기는 걷기가 힘들고 빨리 도착하기 위해 교관의 눈을 피해 민간 트럭을 탑승하여 이동하다가 발각되어 곤욕을 치루는 경우도 있었다. 간혹 지도정치를 잘못하면 열심히 힘들게 올라간 산봉우리에서 내려와 다시 인접 산봉우리로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독도법 교육도 숙달하게 되었다. ▲ 3학년 생도시절 유격훈련을 받는 필자와 동기생들. ⓒ김희철 주야로 계속된 훈련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에는 가장 좋은 장소가 무덤이었다, 평평하고 푹신한 잔디에 숲이 없어 벌레도 적고 가장 효과적인 휴식 장소였다. 어릴 적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모든 일이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군대 생활을 마친 예비역 병장과 학군(ROTC)장교들에게 군생활의 가장 기억나는 추억을 물어보면 대부분이 유격훈련 이야기를 한다. 어떤 학군장교는 유격훈련을 마치고 동기생끼리 서로 끌어안고서 울면서 말했다고 한다. “절대로 아들은 낳지 말자...” 극한 속에서 여유를 느끼며 인간의 한계까지 악과 깡으로 버티었던 유격훈련(Ranger)과정을 마쳤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했던가.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듯이 훈련을 끝낸 보람과 성취감은 그 무엇보다도 크고 기뻤다. (2부 공수훈련은 다음에 계속)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 소통시대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017-06-19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11) 구보는 생도들에게 잊지 못할 ‘휴식’
    ▲ 서울대 미대 지망생이었던 필자가 생도시절이었던 40여년 전에 그렸던 육사생도들의 구보 모습. ⓒ 그림=김희철 (안보팩트=김희철 기자) 5월 '생도의 날' 축제 앞두고 벌어지는 파트너 조달작전은 아련한 추억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다. 그런데 생도시절 5월은 “생도의 날” 축제가 있어 더 더욱 여왕의 계절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자 친구가 없는 생도들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다. 게다가 더 피곤한 것은 같은 조(분대)의 상급 생도이다. 주로 조(분대)별로 행동을 하게 되는데 4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의 파트너가 없으면 2,3학년 생도들에게 후배 관리 면에서 선배 노릇도 못한다며 심한 핀잔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제 한두 달 전부터 상급 생도들은 외출을 통제 받는 1학년의 파트너를 구해주기 위해 미팅 주선으로 바빠진다. 물론 자신의 파트너도 구해야 하기도 하다. ‘생도의 날’을 앞두고 ‘파트너 조달 작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훗날 임관한 육사출신 장교의 부인들이 서울여대 출신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태릉골 육사의 길 건너편에 있는 서울여대생들과 급하게 미팅을 주선 하다가 눈이 맞아 결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필자가 1학년 생도였던 그해 5월 어느 토요일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2학년 이상 선배들은 생도의 날 축제를 앞두고 모두 외출 외박을 나갔고 1학년 생도들만이 생활관에 남아 육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홀로 남아있는 생활관 창밖의 빗방울 소리는 더 처량하고 외롭게 들려 왔다. 그때 문뜩 몇 일전 화랑대를 떠난 친구들이 생각났다. ‘구보’와 ‘시험’이 쉴틈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사관학교의 교육일정은 초인적인 정신력을 요구한다. 버티지 못하고 어렵게 들어온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입교생 중에 통상 20~30%가 졸업을 못하고 퇴교 당한다. 특히 생도생활은 구보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전투복을 입고 단체로 구보를 한다. 물론 매일 아침 점호 후에도 운동복 복장으로 뛴다. 사관생도에게 구보는 생활의 일부, 어떤 시련도 이겨낼 극기 정신 키워 단체 구보는 처음엔 비무장으로, 다음엔 단독군장으로, 그 다음엔 완전군장으로 복장을 바꿔하며, 뛰는 거리도 3km, 5km, 10km씩 계속 변경 반복된다. 20kg에 달하는 완전군장을 메고 10km를 뛸 때에는 거의 반주검 상태가 된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뛰고 난 후이다. 간혹 체력 미달로 또는 배탈이 났거나 등의 이유로 낙오를 한 사람이 생기면 단체 얼차려 기합을 먼저 받고 당사자의 개별 기합도 또 받는다. 게다가 더 더욱 힘든 것은 체력 고갈로 지쳐있지만, 마냥 퍼져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될 때이다. 만약 그 다음날 정기 시험이 있으면 시험 공부도 해야 된다. 매년 전반 학기가 끝나기 전이라 아직 적응이 덜된 1학년들에게는 5월이 계절의 여왕이 아니라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때 즈음이 되면 벌써 10여명의 동기생들이 퇴교를 당한다. 시험에서 한 과목이라도 낙제를 하면 재시험을 치루고 거기에서도 점수가 미달이면 다른 과목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바로 퇴교이다. 중간에 퇴교 당한 친구들은 소위 SKY대학에 바로 합격하기도 한다. 혹독한 육사 생도교육과정을 경험한 사람은 사회에 나가 시련과 도전을 이겨낼 역량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 필자는 고된 훈련을 마치고 땀에 절은 생도들이 서로 찬물을 부어주며 즐거워하는 광경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 그림=김희철 '외로운' 1학년 생도들, 구보할 때 받는 시민들의 박수에 힘얻어 외출 나갔다가 일요일에 복귀하면 바로 옆자리가 비어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재시험을 통과 못해 퇴교 당한 것이다. 간혹 특이한 경우도 있다. 화려하게만 보이던 생도생활이 뛰고 또 뛰고 얼차려 받고 늘 긴장해야하는 생활이 힘들어 스스로 백지 답안지를 제출하고 퇴교한 친구도 있다. 본인이 자퇴를 신청하면 제대로 후배 교육을 못 시켰다고 상급생도가 질책을 받고, 동기생들은 동기애가 없다고 얼차려 받는 경우가 종종 생기니까 이런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퇴교하는 순간에도 전우애를 발휘한 친구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대부분의 생도들은 구보를 즐긴다. 왜냐면 육사 정문을 통과해 시내 도로길에서 군가를 부르면서 뛰고 있을 때, 시민들의 박수도 받고, 민간 버스와 택시도 볼 수 있고, 입교 전 각오와 생활을 회상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든 구보를 하기 전에 선배들은 말한다. “뛰면서 생각해라. 구보는 군인에게 있어서 휴식이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 소통시대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017-05-22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10) 잔인한 달 4월의 노래
    ▲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인민군 창건일 85주년을 맞아 열린 군종합동 타격시위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타격시위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과 리영길, 조남진, 렴철설, 조경철 등 인민군당위원회 집행위원들이 참석했다. [출처=노동신문] (안보팩트=김희철 기자)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던 '4월 위기설'도 역사의 뒤안길로... 4월 25일 북한군 창건일 관련 북의 도발을 대비해서 미국 오하이오급(1만8천톤) 핵잠수함 미시간호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이날 한·미 해군은 서해에서 연합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최강의 전투력을 과시하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캘빈슨함(CVN-70) 항공모함전단은 일본 근해에서 미·일 연합훈련을 해왔다. 한·미 해군은 이번 주말에 갤빈슨함 전단과 동해에서 항모강습단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은 지난 해에도 북한군 창건일 이틀 전에 미국을 압박하고 북한 내부를 통제하기 위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연례행사처럼 호전적 태도를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의례적인 도발로 보기 어렵다. 의도가 다른 것 같다.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은 조선중앙TV가 녹화 방송한 북한군 창건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팰 우리 식의 초정밀화되고 지능화된 위대한 타격수단들이 이미 실전 배치됐다”고 밝히면서 미 캘빈슨 항공모함과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핵공격 수단들이 발사대기 상태에 있으며 6차 핵실험도 감행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중단’과 중국관영매체의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용인’보도 등 전례 없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 영향탓인지 노골적인 도발 대신 강원도 원산에서 화력훈련을 하는 것으로 창건일 행사를 마쳤다. 자신들이 호언해 왔던 전략 무기 도발을 주춤했다고, 북한이 도발 카드를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미·중의 압박이 다소 완화되길 기다렸다가 기습 도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트럼프의 선제타격설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후 대선 기간 중 유발되었던 4월 위기설은 역사의 뒤안길로 잠복하였다. 아무튼 4월은 잔인한 달이다. ▲ [사진=김희철] 사관학교 생도들, 5월 생도의 날 기대하며 ‘잔인한 4월’이겨내 직업군인에게는 왼어깨가 올라가는 고질병이 있다. 각군 사관생도들은 매일 4번의 퍼레이드를 한다. 오전 오후 학과 출장 및 복귀 행진 때문이다. 4시간 분량의 책을 가방에 넣고 왼쪽 팔에 끼우고 오른손을 힘차게 90도씩 올리며 중대별로 대오를 맞추어 15분 정도 퍼레이드를 하며 공부하러 교수부에 간다. 4년 동안 계속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왼어깨가 올라가는 기이한 체형으로 바뀐다. 졸업 후 내 체형이 비뚤어졌구나 하고 돌이켜 생각하니 이 고질병은 바로 책가방을 왼팔에 끼우고 행진했던 것도 원인이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하급생도 입장에서 퍼레이드는 기이 체형 형성을 걱정할 틈조차 없는 지옥 같은 시간이다. 4학년인 분대장 생도가 맨 앞에 그 뒤로 1학년, 2학년, 3학년 순으로 대열을 갖추다 보면 뒤에 따라오는 상급 생도가 “팔다리 높이가 틀리다.”, “열, 오, 대각선이 안맞는다.”며 행진간 잔소리를 계속 듣게 된다. 심지어는 휴식 또는 자유 시간에 상급생도 방으로 호출당하여 심한 질책과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특히 5월 생도의 날 축제 시 예복을 입고 퍼레이드 하는 행사인 화랑의식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습한다는 미명하에 상급생도의 지적 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 [사진=김희철] 키는 작지만 땅달하고 다부졌던 어떤 상급생도가 “군인은 천당과 지옥도 인솔하여 간다. 하물며 사관생도들이 단체의식 없이 발도 틀리고 열도 못 맞추는가?”하며 정신을 차리라고 호되게 교육시키던 일이 기억난다. 그래도 퍼레이드를 하면서 부르던 “4월의 노래(박목월 작사)”는 봄을 느끼게 하며 스트레스를 날려주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차기 대통령, 불임의 4월 딛고 주도적으로 한반도 평화 잉태하길 잔인한 4월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1922년작)에 나오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이하생략)”라는 구절에서 인용된 말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 부정의 의미는 시인 자신의 개인적인 불행을 불임의 숙명에 처한 어부왕의 심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생명의 부활을 약속받는 이 찬란한 봄의 계절에, 죽은 목숨만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것은 잔인한 운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시를 모두 읽고 나면 ‘4월이 잔인하다.’고 말한 것은 역설적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봄의 생명력을 찬양한 문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번 4월 위기설은 미·중·일이 합심하여 북한을 압박한 결과이고 TV의 대선토론회에서도 언급이 있었지만 대북 제제의 성공은 완벽한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로 만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 발표로 알 수 있었다. 손자병법 6편 허실(虛實)의 고선전자 치인이 불치어인(故善戰者 致人而 不致於人)처럼 ‘잘 싸우는 자는 적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지 적에게 조정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이하면서 화랑대의 사관생도들은 생도의 날 축제를 기대하면서 잔인한 4월을 극복한다. 5월 9일 선출될 19대 대통령 당선자는 북한이나 주변 열강에 휘둘리지 말고 위기의 잔인한 4월을 겪으며 북한의 도발을 억지한 미국과 중국처럼 주도권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북한에 조정 당하지 말고 우리가 북한을 조정할 수 있는 외교안보 정책을 구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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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02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9)화랑대에 낯선 ‘미군장군’ 동상이 서있는 이유는?
    ▲ 2015년 3월 20일, ‘한국 육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밴플리트 장군의 후손인 콜린 패트릭 맥클로이(Collin Patrick McCloy)가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했다. 콜린은 밴플리트 장군의 고손자(4대손)로 현재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3학년 사관생도이다. 육사를 방문한 콜린이 밴플리트 장군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안보팩트=김희철 기자) 대통령 탄핵인용 뒤 재점화된 사드배치 논쟁이 놓친 사실은? 중국은 6년전부터 사드보다 3,4배 강력한 레이더로 한국·일본 등 감시 중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의 입에서 박근혜 전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는 발표가 나오자 헤드라인뉴스(Headline News)로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대통령 탄핵인용 하루 전인 3월 9일 용산 국방컨벤션 충무홀에서는 한국안보협업연구소(KSCI) 창립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제1세션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한미동맹’, 제2세션 ‘김정은 체제전망과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대학교수들과 국방전문기자들의 토론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특히 세미나 진행 중에 진보성향의 양무진, 김용현 박사와 극우성향의 김태우, 남성욱 박사의 논쟁은 플로어 자리를 끝까지 꽉 채운 350명의 참가자들의 박수와 탄성이 어우러져 의미있고 가치있는 세미나로 한국안보협업연구소의 새 출발을 알렸다. 최근 라디오와 TV를 통해 대선후보들의 토론회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국의 안보전략에 대해 각자의 정책방향에 대해 뜨거운 열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도 가장 뜨거운 전투현장은 사드배치의 ‘찬반양론’이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서 비관세장벽(통관, 위생검사 등)을 강화하고 중국인의 한국관광을 통제하며, 롯데 등 한국기업 이미지를 깎아내리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표적삼아 집중적 단속을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한 중국자본을 철수시키는 등 경제 제재를 통한 보복을 하고 있다. 중국은 웃기는 나라이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말처럼 중국은 이미 한반도와 일본전역까지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설치해놓고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9일 동북 흑룡강성 솽야산시에 미국의 레이더를 본뜬 초대형 레이더 건물이 TV로 방송되었다. 이 레이더는 5,500km까지 감시할 수 있는 초대형 최신 레이더로 2011년부터 운용해 왔다고 한다. 또한 이곳뿐만 아니고 내몽고에도 초지평선(OTH.Over The Horizon) 레이더를 설치했는데 이 레이더가 쏘는 전파(파장 10-6m)는 높이 100-450km의 전리층에서 꺾이기 때문에 둥근 지표면을 따라가면서 지평선 너머 3,000km 밖의 목표물도 탐지할 수 있다. 사드의 탐지거리보다 3-4배 강력한 레이더인 셈이다. 3월 중에 실시되는 키리졸브훈련에 따라 이미 미국 사드발사기 2기와 X-밴드 레이더 2대가 오산에 전개되었다. 그런데도 자주국방을 외치는 대선주자 중 일부가 사드배치 연기와 반대를 주장한다는 것은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이라고 여겨진다. ▲ 1952년 4월 14일 밴 플리트 장군이 미 육군 3군에서 기증한 옷가지와 먹을거리를 6.25전쟁 고아들에게 나눠주는 모습. ⓒ월드피스자유연합 화랑대에 있는 낯선 밴플리트 장군 동상, 국군의 성장역사를 상징 6.25남침 전쟁 당시 중공군과의 혈전을 통해 국군의 전투력 강화돼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공고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동맹을 해치려는 주장을 서슴없이 뱉어낸다. '뜨거운 얼음'이자 '차가운 온돌'같은 모순이다. 6.25 남침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월 11일 압록강 이북 중공군의 거점타격을 주장했던 맥아더 장군이 美극동군 및 유엔군 사령관에서 전격 해임되었다. 후임으로 임명된 리지웨이 장군은 밴플리트 장군에게 美 8군사령부 지휘권을 물려주고 ‘한국내의 국지적 군사행동’이라는 제한 목표를 재강조하게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이 문제이다. 밴플리트 장군은 소수의 병력으로 중공군과 어려운 전투를 계속하면서도 한국군 사단을 9주간씩 교대로 재훈련시킬 만큼 한국군의 전력향상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신병훈련소 설립을 지시했다. 훈련소는 51년 8월에 설립된 후 확대·개편되고 나중에 보병학교·포병학교, 그리고 통신학교로 재편됨에 따라 점점 증가하고 있던 美 군사고문단 장교들이 이런 교육훈련기관으로 발령됐다. 특히 한국군을 10개 사단에서 20개 사단으로 증편하려는 이승만 대통령의 계획은 당시 미국 내에서도 많은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밴플리트 장군은 웨스트포인트 동기생으로 1952년 말 대통령에 당선된 아이젠하워에게 간곡히 건의해 이 대통령의 계획을 관철시켰다. 한국군이 20개 사단으로 증편되자 그는 한국군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장교단을 양성하기 위해 웨스트포인트를 모델 삼아 4년제 육군사관학교를 설립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그는 4년제 육사 설립 및 지원을 추진해 허가를 얻어낸 후 美 육사가 한국 육사를 위해 교육과정을 제공하도록 끈질기게 요청, 美 육사에 재직 중인 사위 조지프 매크리스천 중령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았다. 1952년 1월 20일 이승만 대통령을 수행, 진해에서 열린 육사 개교식에 참석, 따뜻한 박수를 받은 그는 전역 후에도 모금활동을 전개해 육사 도서관을 지어 기증할 정도로 한국군 발전에 끝없는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군은 밴플리트 장군을 기념해 그의 동상을 육사 교정에 세우고 ‘대한민국 육사 아버지’라고 칭송했다. 필자가 육사 1학년 시절 화랑연병장 앞 사열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강재구 소령 동상’ 아래에 맥아더나 아이젠하워 같은 유명한 인물도 아닌 낯선 미군장군의 동상이 서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면회온 고교동창생들은 젊은 대학생답게 “어떻게 미군의 동상을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육사에 들 수 있느냐?” 하고 호되게 따질 때에는 대답을 못하고 당황하기도 했었다. 그때까지는 그저 미군 장군이 초창기 한국군과 육사 창설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정도밖에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Freedom is not free 한국전쟁 당시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참전을 했다. 그들 중 35명이 전사, 실종 혹은 부상을 당했는데 이는 참전한 일반 병사들의 전사·실종 부상자 비율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었다. 아들을 전쟁터로 보낸 장군들은 “군인으로서의 명예도 중요했지만, 지도자로서의 사회적, 정치적 판단과 책임이 더 중요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당연한 조치라고 했다. 한국전쟁을 총 지휘했던 밴플리트 美 8군사령관의 외아들 지미플리터 중위도 공군조종사로 B-26폭격기를 몰고 북한 순천지역에서 실종되어 시신마저 찾지 못하고 전사했다.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해 수색 및 구출 작전을 시도하는 예하부하들에게 “내 아들을 찾기 위해 다른 이들의 아들들을 그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없다. ‘지미플리트’ 공군 조종사에 대한 수색은 여기서 중단한다”고 말했다. ▲ 밴플리트 장군이 100세로 별세하기 2개월 전(1992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보낸 편지 ⓒ육군사관학교 미국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90%의 일반국민들을 비교하면 한국이 미국보다 결코 뒤떨어지지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한국계 미국인들의 말처럼 “여기는 한국처럼 일확천금은 불가능해도 한국사람처럼 머리 좋은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만 하면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 땅이다. 하지만 상위 10% 지도층들의 실력 국가관 도덕관을 비교해보면 딱 두 나라간의 그 엄청난 국력차이만큼 벌어져있다는 생각을 떨칠 길이 없다. 미국 워싱턴에는 한국전쟁참전용사 기념비와 조형물이 있다. 그곳에서 4개의 영어단어가 주제로 제시되어 있다.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거져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으로 피를 흘려야 자유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밴플리트 장군이 100세로 별세하기 2개월 전(1992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보낸 편지가 육사기념관에 보관되어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려고 하는 대선후보들에게 밴플리트 장군의 편지를 제시하니, 반드시 읽고 정책에 반영하여 국가안보가 더 튼튼해지길 기대해본다. “인내심과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는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은 그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자유란 소중한 것이지만 또한 소멸되기 쉬운 것이기도 합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은 그들의 ‘자유’를 수호할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들은 군대가 필요하며 그 군대는 국민의 의사에 응해야 하고 그 군대의 전문성과 모범은 시민들로부터 높은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미 육군대장 밴플리트)”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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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3-16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8)미생들은 자신의 ‘특기·강점’을 최대 활용하라
    ▲ 육군사관학교에서는 봄에 “생도의 날”, 가을에는 “화랑제”가 열린다. 이 때 생도들운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이성친구 또는 여자친구를 축제의 꽃인 쌍쌍파티에 초청한다. 위 사진은 “생도의 날”을 맞이해 쌍쌍파티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과 파트너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김희철 (안보팩트=김희철 기자) 미생이 알아야 할 무능함·유능함·탁월함의 차이점 갓 입사한 ‘미생’이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당면하는 업무들이 그동안 학업을 통해 쌓아온 스펙(학력, 자격증 등)이 활용될 수 있는 기회를 늘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입사 초기에는 보편타당한 상식을 적용하는 것이 용이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한 달, 6개월, 1년 정도가 지나고 나면 신입동기들은 상급자와 동료들에 의해 무능·유능·탁월한 직원으로 구분되면서 그 결과가 앞으로의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럼, 유·무능을 구별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필자는 4가지 특성을 통해 구분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 그 첫 번째는 ‘전문성’이다. 신입직원은 아무리 정신없고 바쁘더라도 그 회사조직에 관한 법규를 숙지해야 한다. 법규를 숙지하지 않고 선배의 관례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본인에게 화(禍)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회사의 정관과 규정 규칙을 빠른 시일 내 숙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본인의 스펙은 그 다음 순서이다. 두 번째는 ‘적시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으로 법규를 숙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든 리포트(Report)를 작성한다고 해도 그 업무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 기획서와 보고서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적시적으로 방안을 제시할 때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창의성’이다. 전문성과 적시성을 갖고 있는 직원은 단지 유능한 직원일 뿐이다. 탁월한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창의란 모방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발명가 에디슨과 같은 세계를 놀라게 할 발명품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타회사나 타부서에서 적용되고 있는 방안을 벤치마킹해서 본인 것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더 용이하게 창의성을 인정받아 탁월한 직원으로 평가될 수 있다. 네 번째는 ‘현장성’이다. 아무리 전문성, 적시성, 창의성을 갖추었어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이 안 되면 탁상공론(卓上空論)이 되고 만다. 따라서 실제상황에 꾸준히 적용·시행할 수 있는 업무를 위해서는 현장성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보편타당한 기본상식과 도덕성을 견지한 가운데 전문·적시·창의·현장성 등을 견지한 직원은 탁월성을 인정받고 승승장구 할 것이다. 워크샵·축제 등은 미생들의 자기 PR 기회 새로운 조직에서 신입사원의 존재는 극히 미미하다. 그래서 한동안 인기 방영된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비정규직과 인턴 등 초보사원들의 처지를 대마의 삶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인 바둑용어 “미생”에 빗대어 표현하며 2014년에 돌풍을 일으키는 드라마가 되었다. 회사별로 임원·부서·직책별·신입사원 등 다양한 워크숍을 개회한다. 사관학교도 유사하지만 특별히 춘·추계 축제가 마련되어 있다. 이런 행사들은 조직원들 간의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지만 사기양양과 그 조직이 한뜻으로 지향하여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 수 있다. ▲ 생도시절 필자(김희철)의 작품들 ⓒ김희철 육군사관학교에서는 봄에 “생도의 날”, 가을에는 “화랑제”가 열린다. 학술세미나와 미술작품전시회, 음악발표회, 웅변대회, 육체미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운동을 좋아하는 생도들은 중대별 대항 축구, 배구, 농구, 격투기, 마라톤 등에 도전하고 또 예술에 재능 있는 생도들은 색소폰, 기타 연주회 등에 참가한다. 그래도 각 축제의 꽃은 쌍쌍파티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친교를 갖던 이성 친구를 초청할 수도 있고 싱글인 생도는 쌍쌍파티를 위해 사전에 미팅에서 짝을 만나 초청한다. 개중에는 졸업 후 결혼까지 성공한 생도들도 있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많은 상도 받아보았다. 그래서 육사입교 전에는 미대를 지원할 생각도 잠시 했었다. 덕분에 이러한 봄가을 축제를 통해 필자의 특기를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림을 단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은 몹시 제한된다. 설사 완성했다 하더라도 수준이 떨어지면 전시하기를 포기하게 된다. 필자는 생도 4년 생활동안 계속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축제기간 전시회를 통해 상도 받았다. 이렇게 4년을 미술실에서 살다보니 선후배 동료들에게는 그림을 잘 그리는 생도로 알려졌고 종국에는 그림실력도 늘었지만 그 덕도 톡톡히 보았다. 축제를 앞두고는 자유시간, 과외활동시간 등 모든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나의 특기도 살리고 인정도 받으면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미생들은 워크샵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워크샵 기간 중 회사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건의사항을 준비하거나 본인의 예능적 장기를 발표함으로써 상하동료들에게 본인을 알리면 워크샵 이후 업무추진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음지 속 인재 발탁”은 이상...“Ount of sight, out of mind”가 현실 반영 물론 많은 CEO와 임원들이 “음지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숨은 인재를 발굴하여 승진시키겠다.”라는 말을 한다. 이 같은 성과위주의 인사제도는 당연한 진리이고 이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때 결코 그렇지는 않다. “Out of sight, out of mind(안보면 잊혀진다)”는 격언이 더 현실적이다. 묵묵히 일하는 숨은 인재는 끝내 '잊혀진 보석'이 될 수도 있다. 조선시대 역사에 길이 남는 이순신 장군(1545~1598)도 늦깎이로 32세 나이에 무과 급제하여 군관이 되었고, 미관말직으로 지내다 쉰살이 다되어 정읍현감이 되었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곱 단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사로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었다. 그것도 어린 시절 서울 한양에서 이웃에 살던 유성룡이 임진왜란 총지휘를 맡았고 그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진왜란을 통해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 장군도 함경 녹둔도에서 여진오랑캐를 무찌르는 공도 많이 세웠지만 쉰살이 다되도록 미관말직에서 능력을 인정 못 받다가 유성룡에 의해 발탁되어 23전 23승의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 시대는 자기 PR시대이다. 음지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승진을 하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려야 한다. CEO와의 친분에 따라 또는 학·혈·지(學․血․地)연에 의해 승진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축제, 워크숍, 위원회, 각종회의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려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4가지 특성을 바탕으로 전문화된 지식을 통해 업무를 분석하고 창의성과 현장성을 견지한 가운데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명하거나 워크숍 축제를 통해 예능을 발휘하여 적시적으로 자기 자신을 알려야한다. 이때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자신의 특기와 강점을 최대 활용하여 준비하고 적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손자병법 허실편의 무소불비 무소불과(無所不備 無所不寡)처럼 모든 것을 지키려 할 때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때 버릴 것은 과감히 내려놓고 나의 특기와 강점을 최대로 활용하여 성공하는 “미생”이 되길 기원한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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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3-12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7) ‘성매매’ 육사생도의 졸업 하루 전 퇴교조치의 의미
    ▲ 2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3기 육사 졸업식'에서 졸업성적 1등을 기록한 이은애 생도(왼쪽 두 번째부터)와 2등 김미소 생도, 3등 이효진 생도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각각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국방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여생도로 육사에 여생도가 입학하기 시작한 1998년 이래 1등이 여생도에 돌아간 경우는 그간 2차례 있었지만, 1∼3등을 모두 여생도가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사진제공=연합뉴스] 2만 명을 배출한 육사도 여성 상위시대 도래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24일 태릉골 화랑대에서 육군사관생도 73기 248명의 졸업식이 거행되었다. 그동안 육사에서는 1998년에 여생도가 첫 입학한 이래 여생도가 1등으로 졸업한 경우는 두 차례(2012, 2013년) 있었지만 이번에는 1등 대통령상에 이은애(24) 생도가 2등 국무총리상에 김미소(22)생도, 3등인 국방부장관상에 이효진(23) 생도가 각각 수상하여 육사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생도가 졸업성적 1~3등을 휩쓸었다. 이번에 졸업생중 여생도는 모두 24명으로 전체의 10% 정도이다. 지난 1946년 5월 1일 육사의 전신인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가 태릉에서 개교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올해로 2만 번째 졸업생이 탄생했다. 육사 1~10기 졸업인원은 5180명이며, 1951년 경남 진해에서 정규 4년제 학교로 재개교 이후 현재까지 졸업인원은 1만4656명이다.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부여된 군번에 따라 2만 번째 졸업의 주인공이 된 이하연(25) 생도는 “육군 장교의 꿈을 이루게 된 오늘 큰 선물을 받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하는 73기 생도들은 다음 달 8일 계룡대에서 열리는 합동 임관식에서 소위로 임관하며, 각 병과학교에서 초등군사교육을 이수한 뒤 야전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계약직인 생도시절을 끝내고 정규직인 장교로 임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2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제73기 졸업식에서 사관생도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육사생도 3명 성매매 형사입건, 졸업 하루 전 퇴교 그런데 졸업식 하루 전인 지난 23일 육군사관학교는 ‘육사생도 3명이 성매매 혐의로 형사입건 됐으며 이와 별개로 오늘 사관학교 교육위원회에서 퇴교를 심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육사 4학년 생도 3명 중 일부가 지난 4일 정기외박을 나간 후, 강남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3명의 생도 중 A씨는 성매매를 인정했으며, B씨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C씨는 B씨에게 계좌이체로 돈만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육사 측은 성매매를 인정한 A씨 외에 2명에 대해서도 상황 증거, 진술 등을 토대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형사입건했다. 아울러 육사 자체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퇴교’ 조치를 했다. 성매매 정황 포착은 지난 17일(금요일) 국방망 인트라넷의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장만 볼 수 있는 무기명 게시판에 제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월요일) 제보를 접한 육사 측은 제보 내용에 생도 3명의 인적사항과 성매매 일시, 장소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시돼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판의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퇴교’ 조치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육사 측이 20일 제보 인지 이후 이날 퇴교를 결정할 최종 징계위원회 개최까지 3일 남짓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육사 측이 제시한 증거 또한 3명 생도의 엇갈린 진술에 의존해 있다. 성매매 업자와의 대면조사 등은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 진술이 번복될 수 있고, 유죄가 아닌 무죄로 드러날 경우 '퇴교' 조치를 되돌릴 방법이 제한적이다. 사실상 퇴교 결정을 내린 육사 측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하는 생도 졸업생으로서는 결격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국방부는 “육사는 2월 23일 성매매 및 비용제공 혐의로 금년 졸업예정인 4학년 생도 3명을 형사입건하고, 오후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퇴교조치 할 예정”이라며 “생도훈육과 관련한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규정에 의해 엄정처리하고 있으며,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하에 ‘one out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관생도신조와 3금제도 현재 개정된 사관생도신조는 다음과 같다. 하나, 우리는 조국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다. 둘,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킨다. 셋, 우리는 인내와 용기로 책임을 다한다. 매일 아침 저녁 점호 시 전생도는 머리와 가슴 속 깊이 새겨놓기 위해서 늘 암송을 한다. 이번에 3명의 성매매 생도 퇴교 결정을 내린 육사는 사관생도 신조에 명시된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한다.”고 강조하며 졸업 즉 장교 임관결격 사유라고 밝혔다. 또한 사관학교에는 3금제도가 있다. 금주, 금연, 금혼(禁酒, 禁煙, 禁婚)이다. 이중 금주는 학교 밖에서 사복 착용 시에는 가능하다고 완화되었으나 그대로 3금제도는 존재한다. 필자가 ‘81년도에 육사 37기로 졸업할 때에도 졸업을 며칠 앞두고 동기생 1명이 퇴교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기초군사훈련이 시작되면 4학년 졸업예정자들은 ‘양로원’이라고 불리는 별도 공간에 모여 장교임관 전 교육을 받고 졸업준비를 한다. 그 시절에도 마지막까지 인내하지 못한 A동기생은 흡연을 했고, 그것을 야간에 순찰을 돌던 선배교수에게 적발되었는데 A동기생은 흡연을 안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종국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고 3금제도 위반과 거짓말을 한 것이 생도명예에 저축된다고 퇴교로 결정되었다. 그 사실을 인지 못한 A동기생의 부모님과 친지들은 졸업식 당일 행사에 참석했는데 아들이 퇴교 당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황당한 상황이 벌어져 애통해했다고 한다. 당시 동기생들의 의견도 양분되었었다. 장교 임관 후에는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사항이고 졸업을 며칠 앞둔 상황인데 퇴교 조치는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과 인내와 용기로 책임을 다하고 명예와 신의를 매일 암송했는데도 위반한 것은 장교자질에 저해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 81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필자의 제37기 졸업식에서 사관생도들이 분열하고 있다. [사진=김희철] 육군사관학교의 ‘엄격함’은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풀어갈 해법의 방향 사관생도 신조와 3금제도는 타 일반 대학교에는 없다.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쳐 헌신하는 국가 간성이 될 사람은 반드시 견지해야할 사항이다. 신조와 3금제도를 위반한 사관생도에 대한 조치 결과는 1951년 진해에서 정규 4년제 육군사관학교로 개교한 이래 변함이 없다. 필자가 졸업한 81년도이나 36년이 지난 2017년 육사 73기 졸업생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퇴교를 당했다. 어쩌면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성매매 금지법을 위반한 범법 사항이었으나 필자의 A동기생의 흡연과 거짓말에 대한 퇴교는 더 더욱 가혹한 것이었다. 손자병법 시계(時計)편에 장군의 덕목이 나온다. 바로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이다. 전문지식을 포함한 지혜가 우선이지만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신뢰와 인자함과 용기 그리고 엄격함을 갖추고 있어야 장군 등 국가의 간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엄격함이 있어야 작금의 정치 사회적 혼란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끝.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소통시대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017-02-27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6) 계약직을 떼고 나니 ‘빈대와 놀부’가 득실
    ▲ [사진=김희철] 기업의 계약직과 육사의 가입교 생도는 모두 괴로워!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거의 모든 사업체는 직원을 채용하면 바로 정규직으로 임용하지 않고 일정기간 계약직으로 운용하다가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정규직원으로 정식 채용한다. 최근 금융기관의 신입직원들 중 20~40% 정도는 1~3년 근무하다가 다른 직장으로 재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회사에 큰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스펙이 뛰어난 직원은 타회사에서 눈독을 들이고 좋은 조건으로 전직을 제시할 때 그것을 거부할 직원은 많지 않다. 올챙이시절을 개구리가 잊어버리듯이 채용 시 “애사심(愛社心)을 갖고 평생직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던 다짐은 잊어버리고 눈앞의 이익을 쫓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약직 신입사원들은 이러한 생각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이리저리 채이면서 업무를 숙달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관학교 입교 시 가입교생으로 정식 사관생도가 되기 위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기간은 어쩌면 일반 회사의 계약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도 기초군사훈련 교관생도로 경험을 했지만 우수한 학업성적과 높은 지능지수를 갖고 있는 후배들을 교육시키다보면 어쩔 때는 "이렇게도 한심한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한 언행을 하는 가입교생도들을 볼 수 있었다. 계약직, 가입교생도 시절은 힘들고 괴로운 것이다. ▲ [사진=김희철] 정규직 선발의 기쁨은 잠깐…? 통상 1년 정도 계약직으로 불안하게 근무하다가 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일부는 능력을 인정받아 6개월만에 되는 경우도 있고 능력 검증이 미흡할 때는 6개월 또는 1년씩 연장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무튼 정규직으로 선발되면 정식 직원이 되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쁨에 날아갈 듯 기쁘지만 잠깐이고 산 너머에 더 큰 산이 있는 법이다. 가입교생들도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3월 초에는 정식사관생도가 된다. 입교식에서는 부모님을 초청해 생활관까지 개방을 한다. 모든 피복은 가입교 초기에 체촌을 하고 기초군사훈련이 끝나면 개인에게 지급되는데 일부생도들은 훈련기간 체중이 10kg이상 줄어든 경우가 있어 정복을 착용하면 헐렁하게 몸보다 큰 옷을 입게 되는 우스운 광경도 벌어진다. 1학년 생도의 별명은 “두더지”이다. 힘들고 고생도 많이 하면서 빛도 못 보며 땅굴을 파고 다니며 겨우 생존하는 시절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생도의 별명은 “빈대”이다. 하급생도로서 힘들게 인내하는 두더지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 빈대로 칭하는 뜻이다. 왜냐면 1학년생도의 학업, 군사학, 내무생활 등을 모두 지도하는 책임이 2학년에게 있기 때문이다. 3학년 생도는 “DDT”라고 한다. 두더지에 기생하는 빈대를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4학년 생도의 별명은 재미있게도 “놀부”이다. 흥부를 괴롭히는 놀부처럼 하급생도들을 갖고 놀며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규직으로 선발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책임지고 업무를 추진해야한다. 그때가 되면 무시는 했지만 친절했던 대리, 과장, 본부장은 돌연 안색을 바꾸고 호통을 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선발의 기쁨은 잠깐뿐이고 고난의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빈대’와 ‘놀부’와 같은 존재들은 육사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일반 기업내에서도 많은 상사나 선배들은 후배 직원들에게 ‘빈대’나 ‘놀부’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태는 인간사회의 숙명이다. ▲ [사진=김희철] Carpe Diem,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렇다면 ‘빈대’나 ‘놀부’에게 시달리는 직장 초년병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년 30만 명 가까운 인원이 군에 입대 한다. 신병훈련소에서 조교를 통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바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하이얀 백지와 같은 신입생들에게 국가관과 인생관을 올바르게 심어주기 위해서 선배들은 자기 시간을 쪼개가며 후배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명예심에 가득 찬 군인다운 군인을 만들기 위해 퍼붓는 잔소리와 얼차려 속에 선후배간의 관계가 형성되고, 공동체 의식을 갖게 만든다. 일반 기업체도 마찬가지이다. 직업군인은 전쟁의 승리를 목적으로 또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더욱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훈련을 하기 위한 담금질이라면, 일반 기업체에서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리스크Risk를 최소화시키면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배와 상급자의 잔소리는 가중되고 신입사원들의 원성도 듣게 된다. 그들에게는 빈대, DDT, ‘놀부’라는 호칭이 붙혀진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허나, 신입생과 하급자에게 퍼부어지는 잔소리와 스트레스는 결정적인 상황 직면시에 보약의 효과를 발휘하게 되고 잔소리의 주인은 훌륭한 멘토로 재탄생한다.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보약이다. 이 보약은 쓰기 때문에 거부감은 있으나 잘 먹어야 한다. “Carpe Diem(오늘을 즐겨라)”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병훈련소에서 자주 들었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명심하며 선배들로부터 가해지는 절차탁마(切磋琢磨 : 업무와 덕행 등을 배우고 닦음을 이르는 말)를 달게 받아먹어야한다. 끝.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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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017-02-22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5) 바보가 된 신입사원(Recruit) 인재들과 ‘직각식사’의 공통점
    ▲ 필자(김희철)의 육군사관학교 입학식 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김희철] 신입사원이 잔심부름에 익숙해지는 바보 인재가 되는 이유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100: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Recruit)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인재'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참으로 놀랍다. 필자가 군인공제회에서 2년 동안 선발한 12명의 인재들은 모두 국내 회계사·세무사, 미 CFA, 영 ACCA, 국제 FRM, 증권분석사, 투자자산운용사, 건축기사, 도시계획사 등과 같은 자격증을 기본적으로 한 두개씩 갖고 있었다. 대학 졸업성적도 A급이다. 게다가 SKY대 출신이 4명, 시립대, 한양·홍익·중앙·경희대 등 수도권 대학과 기타 한동대, 영남대 등으로 지방대학교도 명문대이다. 한마디로 스펙, 학벌, 학점의 3박자를 빠짐없이 갖춘 인재들이다. 최종입사는 못했지만 예비합격자 4명도 SKY대 출신들이다. 물론 자격증은 모두 갖고 있었다. 그런데 산 너머 더 큰 산이 있다고 하듯이, 인재 신입사원들이 입사 후에 수행하는 업무를 살펴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각 팀에 배치 받은 이 인재들은 적어도 6개월에서 1년까지는 바보가 된다. 그동안 쌓아 온 스팩은 발휘를 못하고 문서전달, 복사, 자료수집, 발표내용 기술 등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업무 관련 토론 시 한마디도 못하는 벙어리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아무것도 못하고 잔심부름에 익숙한 바보 인재가 되어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그 인재들이 실제로는 바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직장에서 필요한 통과의례이다. ▲ [사진=김희철] 갓 입사한 인재들이 섯부른 판단으로 투자사업을 직접 주도하다가는 선배들이 앞서 겪었던 리스크(Risk)에 대응 못하고 큰 손실을 초래 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선배들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단순 심부름을 하는 바보로 전락되는 견습생 과정을 겪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본'을 제대로 익힌 신입사원들은 진정한 인재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이 정말 필요한가? 육군사관학교에도 비슷한 풍경이 존재한다. 기초군사훈련(Beast Training)을 통과하고 정식으로 사관학교에 입교한 1학년 사관생도들은 1학기 중반까지는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을 하도록 통제한다. TV예능프로에 부사관학교에서의 직각식사가 방영되자 불필요한 일종의 얼차려(기합)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사람도 많았다. 군 간부 초년생의 직각에 관한 개념은 신세대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비합리적인 교육통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관학교 입교 전까지 책상에 구부리고 앉아 공부하던 습관이 배어있는 일부 생도들에게 가슴과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는 쉽게 숙달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직각 보행과 직각 식사 행동은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한 인재들을 바보로 만드는 측면이 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신입 생도는 직각보행을 요구받으면서 어떤 시간·장소에서 어떠한 언행을 하더라도 이것이 바른 것인지 맞는 것인지 판단을 못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바보가 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 (좌측)생도들의 직각식사와 (오른쪽)필자의 육군사관학교 1학년 때 직각보행 모습 [사진=김희철,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을 통해 항상 휘지 말고 꼿꼿한 심신(心身)을 견지하여 판단이 어려울 때에는 기본에 충실하여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원칙을 교육한다는 의미가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에는 담겨 있다. 더욱이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은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요구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보장하므로 필요한 훈련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이 바로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세수를 할 때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얼굴에 물을 묻혔는데 이를 이상히 여긴 사람들이 “아니 선생님 어찌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세수를 하십니까? 그러면 옷이 다 젖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옷이 젖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어디를 봐도 일본땅이니 다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을 따름이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 허리를 곧게 펴는 바른 자세와 머리를 비겁하게 조아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직각보행을 통해서 쉽게 지름길로 굽어서 가기보다는 직각과 직선으로 나아가는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기 위한 마음자세를 갖기 위한 일련의 훈련 과정이라 생각한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말이 있다. ‘기본이 바로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요즈음 정치·경제 상황도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개인과 집단의 이기적 판단이 앞서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여겨진다. 위정자들이 꼭 귀담아 들어야 할 고사성어이다. 끝.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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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2-10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4) 험난한 정의의 길에는 Beast Training이 있었다
    ▲ [사진제공=김희철] 입사 첫날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Beast Training(짐승훈련)'이 기다려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각 군 사관학교는 정식입교 한달 전부터 기업체의 신입사원 위크숍 처럼 기초군사훈련을 한다. 3·4학년 생도들을 주축으로 교관편성을 하고 4주 동안 신입생도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군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을 시키는데, 일명 'Beast Training(짐승훈련)'이라고 불린다. 각자의 성장과정은 상이하겠지만 20년 전후 가정과 학교에서 누적된 사회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로 심신을 정화시킨 뒤, 사관학교에 정식으로 입교하여 자신의 멋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통상 신입생들은 이 기초군사훈련에서 체력부족과 의지박약으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문에 “가입교 생도”라고도 불리운다.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대부분 신입생들은 국가를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질 각오가 된 상태로 정식 입교식을 치르게 된다. 그런데 모 동기생은 입교 첫날은 등록만 하고 정식 입교식에 다시 오는 것으로 알고 슬리퍼를 끌고 등록하려 했다가 급하게 집에 다시 가서 준비를 하고 재입교했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입교 첫날은 정신을 바짝 차려 입교안내서를 숙지하고 행동해야한다. ▲ [사진제공=김희철] 벼랑에 떨어진 새끼사자 중 기어올라 온 새끼만 키운다 필자는 절차에 맞춰 등록하고 생활관에 들어서자 하얀 백색줄이 선명한 화이버(철모)를 쓴 군인들이 친절하게 설명하며 사복을 갈아입도록 안내를 해주었다.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너무 친절하여 마음을 잠시 풀어놓았다. 몸에 잘 맞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입어보는 군복에 신입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군복으로 갈아입고 생활관을 나오자, 그 친절한 백테 화이버의 군인들은 성난 짐승들로 변해있었다.(그들은 군인이 아니라 선배 생도로 신입생을 지도하는 교관들이었다.) 정신이 없었다. 처음부터 존대말을 하면서 자상하게 안내하던 모습은 언제그랬냐는 듯 없어지고,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하더니 잡아먹을 듯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닌가?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면서 열과 오를 맞추고 고함지르고… 저녁을 먹고 광장에 집합했다. 당시에도 구타는 불허했으나 양손으로 가슴을 치는 풋싱은 허용이 되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라며 여기서 퍽.. 저기서 퍽.. 가슴에 충격을 못이겨 뒤로 밀리면 의지가 약하다고 힐책을 하니 오히려 앞으로 튕겨 나가도록 버티다보니 가슴이 얼얼할 정도가 되었다. 석양이 떨어지고 칠흑같이 어두워지자 가로등이 켜지면서 사열대에는 사관생도 예복을 입은 선배 생도들이 열을 맞춰 부동자세로 서 있었고, 그 밑에 대열을 갖춰 모여있던 신입생들은 바짝 긴장을 하게 되었다. 가장 높은 것 같은 선배 생도가 매서운 눈매로 내려다보면서 카랑카랑한 쇳소리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포효해 댄다. “어미사자는 새끼를 벼랑 아래로 떨어뜨린 후, 혼자 힘으로 기어올라 온 새끼 사자만 키운다… 참아라, 참아라, 그리고 또 참아라..!” Beast Training(짐승훈련)에서 살아남는 신입생 만 정식 입교가 가능하다는 뜻인 줄 알았지만 힘든 기초군사훈련을 앞두고 장엄한 분위기에서 선배 생도들의 당부를 들으며 강인한 각오를 다지게 하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 [사진제공=김희철] 지성·인격 등이 모두 빠져나간 백지상태가 되다 2월 늦겨울의 눈보라와 삭풍은 볼을 때리고 손발은 꽁꽁 얼지만 등줄기와 이마에 송송 맺히는 땀방울은 추위를 녹여버렸다. 군인이 되기 위한 제식훈련과 집단생활을 위해 열과 오를 맞추고 하는 단체적인 것에만 신경쓰다보니 나 개인은 없었다. 동트기 전 새벽 기상 나팔소리와 함께 문을 차고 들어오는 교관생도의 고함소리에 혼이 나간 몽롱한 상태로 군복을 입고, 침구와 신발들을 정렬한 뒤 광장에 나와 애국가를 제창할 때는 이미 목이 쉬어있었다. 아침 세면시간도 통제해서 비누도 제대로 씻지 못하고, 집합하여 식당에 가면 처음 해보는 직각식사 때문에 흘린 밥알과 국물이 군복을 적시고, 직각보행을 하다 발을 못 맞추면 연병장을 구르고 선착순을 하다 보니 다리에는 알이 배기고…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는가 싶었는데 피곤함에 기회만 되면 졸고, 계속된 체력단련속에 식사 때만 되면 정신없이 배고픔을 채우다보니 고교시절 지성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것, 심지어 종교생활하며 쌓아온 인격 등은 모두 심신에서 빠져나가고 오직 교관생도들에게 지적을 받지 안으려고 노력하는 잘 훈련된 짐승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얀 백지가 되어버린 머릿속에 교관생도들은 국가관, 군인관을 심어주고 있었다. ▲ [사진제공=김희철]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란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이 끝나 갈 즈음, 신입생도들은 어엿한 군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소총사격, 수류탄 투척, 각개전투…이러한 과정이 지나가면서 신입생도들은 국가가 지금 당장 북한으로 침투해 김일성의 목을 따오라하면 무모하지만 거침없이 달려나갈 마음가짐이 되새김질되며 굳어졌다. 또한 군복과 총기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것이므로 내 생명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것임을 각인시켰다. 교관생도가 소총을 빼앗으려고 하면 젖먹던 힘까지 발휘해 소총을 지켰다. 총기 관리를 소홀이하여 빼앗기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것을 빼앗겼기 때문에 매국노로 취급되었으며 엄청난 얼차려(기합)를 받아야 했다. 또한 취침할 때도 껴안고 자야하는 벌을 받기까지 했다. 함께 입소한 신입생도 중에는 이러한 과정들을 너무 힘들어 했고, 멋있게만 보였던 사관생도 생활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 두명씩 탈락하여 집에 가는 생도들이 생겼다. 탈락자가 생기면 동기생을 떠나게 만든 단결심이 결여되어 동기애(同期愛)가 부족하다고 하여 남은 생도들은 또 얼차려(기함)을 받았다. 이때 생사고락을 함께한 관계로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초 군사훈련과 같은 생활관을 함께 했던 동기들은 생명을 나눈 친구처럼 되어있다. 하얀 캔버스 위에 국가(國家)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말로만 외치던 애국(愛國)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서는 이 생명을 초개와 같이 던질 수 있는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험란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며 멋있게만 보였던 사관생도가 되려고 왔다가, 1차적 욕구만을 생각할 정도의 짐승(자연적이며 순수해진 동물)으로 변하면서 오히려 진정한 국가관을 갖게 만들었던 Beast Training(짐승훈련) 덕택에 가입교 생도들은 안중근 장군의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 각인되어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진정으로 택하게 된 것이다. 끝.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 소통시대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017-01-13
  • [직업군인 사용설명서](3) 채용시험 합격 후 입사준비는 어떻게?
    ▲ 육사 입교 후 생도들은 승마수업을 받는다. 오른쪽은 필자의 육사 1차합격 통지서 ⓒ육군사관학교/김희철 (시큐리티팩트=김희철 기자) 요즘 세태, 취업에 성공한 '화려한 백수'는 과로사(死)한다? 필자가 육군사관학교 합격 후 보냈던 한 달 정도의 준비기간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그들이 원하던 기업의 공채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은 뒤 입사하기 전까지 어떻게 보냈는지를 조사해보았다. 취준생 중에 취업이 확정된 화려한 “백수는 과로사 한다.”는 말이 꼭 맞았다. 주로 같이 취업 준비를 했던 친구들을 만나 축하와 위로주를 마셨다고 한다.혹, 이미 취업한 친구와는 점심시간에 만나 취업 후 노하우를 듣다가 저녁에는 시험에 탈락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로 매일 계속이었다. 특히 점심미팅 후 저녁까지 짜투리 시간이 애매해 찜질방, 영화관 등으로 시간을 때운 후 저녁모임에 참석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숙취가 남아 고생하였다가 점심미팅에 또 나가는 일정을 반복하다보니 화려한 백수의 과로사(死) 위기를 느꼈다고 한다.사관학교 합격자 발표는 조간신문에 게재되다.필자는 1977년 1월 6일(목요일) 조간신문에 합격자명단을 보았다. 하루 전날 TV에는 육사·공사 수석 합격자 발표는 있었지만 병무청에도 합격자 명단은 없었다. 밤새 잠을 설치면서 새벽5시, 6시 라디오 뉴스를 틀어도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헌데, 아침밥을 먹으려고 준비하는 때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가 방문을 두드리며 부산말투로 말씀하셨다.“희철아, 니 합격했데이...”라며 한국일보를 들고 오셨다.신문을 펼쳐보니 주인 아저씨가 내 이름에 파란볼펜으로 네모를 그려 넣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과 친지들의 기대서렸던 얼굴들이 스쳐갔다. 또 1차 필기시험 전날 학교 운동장 스탠드로 불러내어 큰 엿을 주면서 합격을 기원했던 고3짝꿍 친구 일성이 얼굴도 떠올랐다.그런데 걱정이 또 생겼다. 선생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다.약속을 못 지킨 학생이 '수제자' 되다담임선생님이 육사시험 응시를 허락하실 때 조건을 서울대학교 미술대 원서를 내고 응시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당연히 대학 입시원서를 들고 학교로 향했다. 교실에 모여 있던 동창들은 모두 축하를 해주었다. 하지만 대입시험의 지옥 속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선생님과의 약속보다는 합격한 육사에 들어가 그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고 싶었다.헌데 교실에 들어오신 담임선생님(故이경은)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당해년도 입시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올린 필자에게 “오, 수제자 왔어!…” 하시면서 육사응시 전 약속했던 것을 잠깐 잊어버리시고 즐거워하시는 것이 아닌가?필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학입시원서를 몰래 꾸겨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선생님과 약속을 어긴 학생이 졸지에 “수제자”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 필자는 육사합격 후 교회선생님의 조언으로 세브란스병원 재활원에서 지체부자유아동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가장 보람 있고 유익한 입사 준비는 무엇인가?음주가무보다는 봉사활동과 사전지식 구축에 힘써야그해 1월 31일(월요일)이 육사에 입교하는 날이고 그때부터 4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신병교육)을 받는다는 통지가 왔다. 합격자 발표 후 입교까지는 25일간의 시간이 있었다.요즈음 기업에서도 채용발표 후 짧게는 3일에서 약 한달 가까이 입사준비기간이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입사 후 적응시간을 단축시키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을 키우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필자는 교회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다. 교회선생님은 사회공헌 봉사활동을 추천해 주셨고 세브란스병원 재활원까지 동행하여 수간호사를 소개시켜주셨다.그때부터 지체부자유아동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전신마비가 되어 손발은 따로 놀아 걷지 못하고 굴러다니면서도 항상 다른 곳을 보고 웃는 이성우가 내가 도와줄 대상으로 지정되었다.물리치료 받을 때 보좌를 하며 책을 읽어주고, 식사시간에 밥을 먹여주고, 세수도 시켜주며 같이 놀아주는 것을 통해 그들이 위로를 받는 것보다는 오히려 내 자신에 안식과 보람이 차고 넘치며 엔돌핀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오줌을 싸고 옷에 똥을 지릴 때에는 직접 갈아입혀야 한다. 처음에는 속이 불편해 구역질을 느꼈으나 하루 이틀이 지나자 능숙해진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앞으로 사관학교에 입교하여 어떤 힘든 훈련을 받더라도 재활원 친구들을 생각하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각오와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사지가 멀쩡한 내 자신에 대해 신(神)께 감사드렸다.요즘 취준생이 합격이 되면 그 즐거움에 입사 전까지 화려한 박수로 과로사 직전까지 간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그 과로가 '음주가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봉사활동'과 입사할 회사의 정보를 미리 알고 '사전 지식'을 넓히는 기회로 삼을 때, 보람 있는 입사준비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즉 입사 준비 기간은 정신무장과 직무지식으로 사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먼저 이겨놓고 싸운다손자병법 군형(軍形) 편에 승병선승이후구전, 패병선전이후구승(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이라고 했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겨놓고 싸움을 구하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시작해놓고 나서 승리를 구하려고 한다는 뜻이다.채용시험 합격 후 활용할 수 있는 입사준비기간은 그 회사원으로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취준생으로 힘들게 버티다가 얻은 취업의 기회를 자신의 취약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어공부, 체력단련, 혹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정신무장 등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하는 직장인이 될 것이다.많은 취준생들에게 선승구전(先勝求戰)을 기대해본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3군사령부 감찰참모- 8군단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안보팩트 발행인
    • 전역군인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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