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3(금)
 
동창리1.png▲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하고 북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박진호 전문기자)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발사대와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용의 표명

9월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3차 남북정상회담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조만간 통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임에도 태극기는 보이지 않고 인공기와 한반도기만 흔들며 ‘조국통일’을 연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에서 “또 속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사로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안보실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성과 점검 및 향후 추진방향을 확인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및 공동번영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비핵화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임을 사전에 발표했기에 정상회담 이후 그 성과를 가늠해 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회담 결과 공식 발표된 선언문에서 남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실질적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며,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에 따라 상응 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이 문구는 4.27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보다 다소 구체화된 표현이어서 비핵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북측이 제시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적 폐기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비밀은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와 개발이 완료된 설계도면

먼저 동창리 엔진시험장 미사일 발사대는 북한이 운용하는 무수단리와 함께 2개의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시험장 중 하나로 북한이 이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행장, 도로 등에서 시험사격을 할 수 있는 이동형 발사대가 있어 향후 시험사격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김정은 시대에만 7년간 96회에 걸쳐 다양한 모델과 운용방법으로 시험사격을 실시해 더 이상 미사일 시험사격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과 협상을 위한 정치적인 조치일 뿐이며, 이미 개발이 완료된 설계도면을 갖고 있다고 추정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감소 조치로 평가할 수 없다.

다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는 핵무기에 사용될 핵물질 생산문제로 귀결된다. 영변 원자로는 사용 후 재처리를 통해 플로토늄을 얻을 수 있고, 2005년 설비를 갖춰 운영 중인 2,000개의 원심분리기로는 농축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방현 비행장에도 1,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있는 추가 핵시설이 존재한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두 번째 비밀은 향후 최대 100발 가까이 확보하게 될 핵탄두 리스트

미국의 북한핵 전문가들은 영변 원자로는 연간 6~8kg정도의 플로토늄을 생산할 수 있고, 원심분리기로는 연간 80kg정도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2017년까지 북한이 생산한 농축우라늄은 250~500kg, 플로토늄은 20~40kg으로 추정하고 있다. 20KT급 원자탄 1발을 생산하려면 기술 수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플로토늄은 3~6kg, 농축우라늄은 5~16kg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북한은 최대 60발 정도의 핵탄두를 이미 생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후 현재까지 흘러온 시간을 고려하면 5~10발이 추가 생산되어 65~70발 정도를 보유하게 된다. 향후 북·미 협상을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가 완전히 결정되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북한은 약 100발 가까이 핵탄두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정도 규모의 핵탄두라면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 수준의 C급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관심을 갖는 것은 핵탄두 생산에 필요한 핵물질을 추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임해야할 부분은 핵물질 생산시설이나 시험시설이 아니라 이미 생산되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핵탄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정상회담에서 “속임수 쓰다간 미 보복을 어떻게 감당하겠나”라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 북한이 정말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미 생산된 핵탄두 수량을 가늠할 수 있도록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의 위치를 제공하고 완전한 사찰을 약속해야 한다.

평양의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비밀 공개돼야

일각에서는 북한을 대변하려는 듯 핵관련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 사찰기구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한 핵관련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제한하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불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은 생산된 핵탄두를 저장·보관하는 시설과 수량을 공개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핵연료 생산시설을 임의로 폐기해서는 안 되며, 국제기구가 사찰을 통해 핵연료 생산량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 신고한 내용과 이견이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은 핵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실질적인 비핵화 과정이 다른 어떤 문제보다 중요한 만큼 정부는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행동은 자제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또한 11차례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해온 나라인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적 시각을 고려해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 입장을 대변하거나 선의에 의존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군사적인 조치를 너무 앞서서 진행하면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입장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사적 조치는 한·미간 충분한 토의와 준비를 거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의 대화 국면이 결국 한미동맹에 의한 군사적 강압과 국제적 경제제재가 이끌어낸 결과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박진호200.png
 
이화여대 안보학 교수(공학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방위사업청 자문위원
前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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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루지 않은 ‘북한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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