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군사합의.png▲ 지난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보수 정파, “남북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한국군의 북한 정찰능력 무력화 조치”

(시큐리티팩트=전승혁 기자)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남북군사합의서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 정당 및 보수진보 세력 간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남북이 군사합의를 계기로 새로운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자유한국당 및 보수 여론은 사실상 ‘항복 문서’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남북 간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과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있다. 남북군사합의서는 “쌍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기로 하였다”면서 “고정익항공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동부지역(군사분계선표식물 제0646호부터 제1292호 까지의 구간)은 40km, 서부지역(군사분계선표식물 제0001호부터 제0646호까지의 구간)은 20km를 적용하여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회전익항공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km로,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km, 서부지역에서 10km로, 기구는 25km로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7일 의원 총회에서 “군사합의라는 이름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일방적으로 무력화시켰다”면서 “이처럼 안보 무장해제를 감행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제기하는 야당의 목소리 자체를 냉전 수구로 내몰고 있는 민주당의 인식이 큰 문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측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NLL 무력화 등으로 규정하게 된 데에는 신원식 전 합참차장의 주장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원식 전 차장은 지난 21일 ‘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제하의 문화일보 기고문을 통해 남북군사합의서 비판 여론에 불을 질렀다. 신 전차장은 “북한군은 재래식 전력, 병력·무기 측면에서 한국군에 비해 2∼3배 많아 양적 우위에 있고 우리는 질적 우위로 전력 균형을 맞춰왔다”면서 “북한군의 양적 우위를 상쇄시키는 도구인 한국군의 우수한 감시정찰 수단과 정밀타격 능력을 작전 현장에서 운용되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게 바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다”고 말했다.

신 전차장은 “이번 합의서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각각 서부 20㎞, 동부 40㎞까지 전투기, 정찰기 등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면서 “전방부대의 군단급 이하 사단 연대 대대급 부대가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는 핵심 전력이 손발이 묶여 한국군은 전방지역 정보력에서 ‘깜깜이군’이 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군 정찰능력 일부만 제외되고, 북한군도 상응하는 정찰능력 포기

그러나 국방부는 “금강 정찰기 등 일부 전력만 제외되므로 정찰활동에 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도 27일 성명을 발표, "이번 합의는 우발적 충돌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합의로, 우리의 군사력에 미칠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면서 "일각에서 군사훈련 약화나 정찰능력 제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만, 이는 국군의 군사훈련이 주로 이뤄지는 지역이나 현재 운용 중인 중첩적 정찰자산의 역량을 고의로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유한국당 및 신 전 차장 등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한국군의 정찰능력만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군도 비슷한 수준으로 대남 정찰능력을 포기한다는 점을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논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보수 정파, “JSA 비무장화 및 GP 철수 합의는 유엔사를 핫바지로 만든 것”

둘째, 한미군사동맹 및 유엔사 체제의 균열 위험도 논란거리이다. 신 전 차장은 21일 기고문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철수를 통해 정전협정 체제에 의한 관리가 아니라 평화체제로 가겠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의 유엔군사령부를 ‘핫바지’로 만든 것이다”면서 “유엔사를 곧 해체하라고 남북이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역할을 분담하는 연합방위체계에도 심각한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신 전 차장의 주장이 수일이 지나지 않아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 “GP 철수는 유엔사 소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육군 대장)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비무장지대(DMZ)는 유엔군사령부 관할이기 때문에 GP 철수는 유엔군사령부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언급, 남북군사합의서내의 ‘DMZ 내 GP 시범 철수’ 조항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에이브럼스 대장은 이날 미 상원 청문회에서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 관할이기 때문에 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관련 사항은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이 이끄는 유엔사에 의해 중개·판단되고, 준수·집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직하게 된다. 따라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은 남북군사합의서 내용이 한미동맹 및 유엔사 체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DMZ이 유엔사 관할 구역이라는 에이브럼스의 발언은 GP 철수 뿐만 아니라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유엔사의 합의가 없으면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따라서 비행금지구역의 설정이 한국군의 북한 정찰능력을 무력화시킨다는 주장은 논박의 소지가 크지만, 정부가 주한미군 및 유엔사와의 사전 협의 절차없이 북측과 일방적으로 군사 합의를 진행했다는 비판은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음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전문이다.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이행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포괄적으로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① 쌍방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였다. 쌍방은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해결하며,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쌍방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쌍방은 군사적 긴장 해소 및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한 판문점선언 을 구현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실행 대책들을 계속 협의하기로 하였다.

② 쌍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하였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 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 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③ 쌍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기로 하였다. 고정익항공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동부지역(군사분계선표식물 제0646호부터 제1292호 까지의 구간)은 40km, 서부지역(군사분계선표식물 제0001호부터 제0646호까지의 구간)은 20km를 적용하여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 회전익항공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km로,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km, 서부지역에서 10km로, 기구는 25km로 적용한다.

다만, 산불 진화, 지 해상 조난 구조, 환자 후송, 기상 관측, 영농지원 등으로 비행기 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상대측에 사전 통보하고 비행할 수 있도록 한다. 민간 여객기(화물기 포함)에 대해서는 상기 비행금지구역을 적용하지 않는다.

④ 쌍방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발적인 무력충돌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취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지상과 해상에서는 경고방송 → 2차 경고방송 → 경고사격 → 2차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5개 단계로, 공중에서는 경교신 및 신호 → 차단비행 →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4개 단계의 절차를 적용하기로 하였다.

쌍방은 수정된 절차를 2018년 1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⑤ 쌍방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시 연락체계를 가동하며,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통보하는 등 모든 군사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협의하여 해결하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① 쌍방은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들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하였다.

② 쌍방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기로 하였다.

③ 쌍방은 비무장지대내에서 시범적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④ 쌍방은 비무장지대 안의 역사유적에 대한 공동조사 및 발굴과 관련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계속 협의하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

① 쌍방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서명한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관련 합의를 재확인하고, 전면적으로 복원 이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쌍방은 서해 해상에서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하였다.

③ 쌍방은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에 출입하는 인원 및 선박에 대한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로 하였다.

④ 쌍방은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내에서 불법어로 차단 및 남북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하여 남북 공동순찰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교류협력 및 접촉 왕래 활성화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① 쌍방은 남북관리구역에서의 통행 통신 통관(3통)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② 쌍방은 동 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③ 쌍방은 북측 선박들의 해주직항로 이용과 제주해협 통과 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여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④ 쌍방은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해 나가기로 하였다.

① 쌍방은 남북군사당국자사이에 직통전화 설치 및 운영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쌍방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③ 쌍방은 남북군사당국간 채택한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 하며, 그 이행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 평가해 나가기로 하였다.

6. 이 합의서는 쌍방이 서명하고 각기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 문본을 교환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① 합의서는 쌍방의 합의에 따라 수정 및 보충할 수 있다.

② 합의서는 2부 작성되었으며, 같은 효력을 가진다.

2018년 9월 19일

 대 한 민 국 국 방 부 장 관 송 영 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 민 무 력 상 조선인민군 대장 노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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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남북군사합의서 속 뜨거운 감자, 비행금지구역과 GP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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