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남북고위급 회담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 합의
북측 구간 공동조사 위해선 유엔사 승인 필요
(시큐리티팩트=전승혁 기자)
남북이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이 다음 달 말 착공식을 갖기고 합의했지만 미국 측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경제제재에 따른 ‘속도조절론’의 영향을 받게 될지 여부가 최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남북은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다음달 말에서 오는 12월 초 사이에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서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한데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남북은 이미 4·27 정상회담 때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과 동해선 등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데 합의하고 후속 조치를 추진해 왔다.
남북은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를 이달 하순부터 진행하고, 동해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다음 달 초 착수한다.
그러나 남측 인원과 열차를 투입하는 북측 구간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지난 8월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 통행계획을 승인하지 않아 불발된 상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5일 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유엔사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남북이 합의된 일정이 차질이 없도록 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유엔사의 승인이 외교 채널을 통해 진행 중인 만큼 큰 장애물을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위기이다.
한미관계 소식통, “이번 합의의 대북제재 위반 여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 중대변수”
한미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15일 시큐리티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간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대북제재와 무관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의 판단을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 행정부 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 합의사항을 존중할지 여부에 따라 남북철도 연결사업의 착공시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공사는 일단 남측 구간에서 먼저 시작돼
남북 철도·도로 연결 공사는 일단 남한 지역에서 주로 이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미 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이 이런 논란을 피하면서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려면 가장 안전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동해선 남측 단절 구간인 강릉∼제진(104.6㎞) 구간과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 구간인 문산∼개성(11.8㎞) 구간 연결 사업을 진행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총사업비는 동해선 철도 남측 구간은 2조3490억원, 경의선 도로 남측 구간은 5179억원으로 추산됐다.
AP, AFP등 주요 외신들, “남북의 야심찬 계획은 대북제재 해제 없이 진전 어려워”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이 같은 남북고위급 회담 합의사항이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 속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대북제재 해제 이전의 남북경협재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남북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의 착공식을 연내에 개최하는 계획을 포함, 고위급회담으로 평화 추구 노력을 이어갔다"면서도 “이번 합의가 남북한의 관계 개선 속도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우려 속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외국의 많은 인사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핵미사일 제거 노력이 수십 년의 적대 관계를 넘어서려는 남북한의 노력에 뒤처져 있다고 본다”면서 “철도·도로 프로젝트에 대한 팡파르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큰 진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통신은 “한국이 북한과 관계를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동맹인 미국과는 견해차가 더 커지는 모습을 노출했다”면서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빠른 해빙 속도를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