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비리 프레임’ 주역인 김종대,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인물
이번 위기론에서도 국내방산업체의 무기 국산화 노력 및 성과를 일언지하에 폄하
국내 방산업계의 구조적 문제점 짚어냈다는 평가도 제기돼
(시큐리티팩트=전승혁 기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29일 한국 방위산업체 ‘위기론’을 제기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좌파적 이념적 성향에서 국방과 방위산업 문제를 접근해온 김종대 의원은 그동안 국내 방위산업과 관련해 ‘방산비리’ 프레임을 주도해온 인물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때문에 방산업체들은 김 의원에 대해 “무기체계 수입 비리를 국내 방산업체의 비리로 변질시켜 국내 기업을 죽이는 세력”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위기론도 한국 방산업체들의 국산무기 개발 노력 및 성과에 대해 한 마디로 ‘부실 덩어리’라는 식의 과격한 도식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계가 처해있는 구조적 요인에 대해서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필요한 이야기를 했다”는 평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첫째 위기 구조는 ‘방위산업체의 난립과 비효율성’
KAI, 한화 등 국내 대표적 방산업체들을 겨냥해 직격탄
김종대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위기의 구조적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방위산업체의 난립과 비효율성’을 꼽았다. 김 의원은 “국방예산이 600조 원이 넘는 미국은 대형 방산 체계종합 업체가 4개로 통합됐고, 이에 맞서 유럽연합(EU)의 대형방산업체는 1990년대에 4개로 통합되었다”면서 “하지만 국방비가 40조원대인 우리나라는 14개의 체계 종합업체가 난립한 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로 자원을 낭비하면서 사실상 죽음의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비 및 방위력 개선비가 매년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방산업체의 수출 및 영업 이익이 감소하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국내 방산업체는 이미 ‘파산상태’라는 극한 용어도 동원했다.
국내 업체들은 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식별하지 못한 채 ‘수주 우선주의’에 매몰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그는 "무분별한 국산화 정책이 뒤섞인 차기 전차(K-2)의 개발은 시간과 예산을 낭비한 재난이었다"며 "그러한 기술 미식별로 개발이 난항을 격고 있는 사업은 차기 위성사업, 중고도 무인기, 군단·사단·대대급 무인기, 한국형전투기(KF-X), 수리온·마린온 헬기, K-11 복합소총, 공군 장거리 레이다, 소부대 무전기 사업 등으로 앞으로 재앙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한화 등 국내 대표적인 방산업체들을 사실상 줄줄이 거명하면서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둘째, 방산업체 비효율성의 뿌리는 정부와 방산업체간의 ‘갑-을관계’에 있어
방산업체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 및 고도화가 해법
둘째, 김 의원은 이 같은 난립과 비효율성의 1차적 책임소재지로 ‘정부’를 지목했다. 그는 이 같은 “재앙은 정부라는 ‘갑’에 방산업체라는 ‘을’이 비위를 맞추는 ‘갑-을’관계로 압축되는 전근대적인 산업구조 속에서 무분별한 사업이 난무하는 난개발로 인해 초래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와 방산업체간의 갑을관계에 대한 해결책도 간접적으로 제시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 정부 이후 중단된 방위산업을 구조조정하여 핵심 역량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업체를 대형화, 고도화함으로써 방위산업의 주도권을 기업에게 넘겨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럴 경우 막강한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방산업체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 되는 셈이다.
셋째 위기 구조는 한국 방위산업의 ‘피상적인 4차산업혁명’
방위산업 의사결정 구조를 실무자급에서 국방장관급으로 격상시켜야
셋째, 국내 방위산업체들의 ‘피상적인 4차산업혁명’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을 확보, 스마트한 군대를 설계하고 있고 해군과 공군도 드론, 무인 수상함, 무인 잠수정 등 도약적 기술을 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플랫폼(무기체계) 도입을 주종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스마트 무기체계의 성패를 좌우하는 위성체계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 육군의 헬기나 지상군의 기동장비 등에는 그 흔한 위성항법장치(GPS)조차 장착되어 있지 않다”면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 군대에 기회가 아니라 재앙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현재 실무자들이 주도하는 방위산업 분야의 의사결정 구조를 국방부와 합참 등 군 수뇌부가 직접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해법이다.
그는 “4차 산업 혁명에 관한 업무가 하부의 실무진에 대부분 위임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과 구상과 계획을 논하지 못한다”면서 “국방장관 산하에 가칭 ‘21세기 국방 기술전략 통합위원회’를 신설해 국방장관, 각 군 총장 등 군사 지도자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