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의 국내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루머’로 증시 흔들려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남북관계 속도조절 요구’로 의혹 커져
(시큐리티팩트=김철민 기자)
미국 재무부가 대북제재를 위반한 제3국의 기업 및 은행 등에 대해 적용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3자 제재)을 국내 시중은행 한 곳에 적용한다는 루머로 한국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루머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비핵화 및 북미관계 개선보다 빠르게 남북교류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대북제재를 위반하게 됐다는 관측에 근거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최근 방한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남북관계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의혹은 무성해지고 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 “사실 무근, 작전세력의 유언비어” 강조
그러나 3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 제재를 가하려면 통상적으로 2,3년의 사전 조사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같은 우방국가의 경우 조사를 할 때 사전 통보를 해주는 게 관행인데, 미측에서 아무런 시그널도 보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비건 특사가 이번 방한에서 남북관계 속도조절을 요구했지만 국내 은행이나 기업의 대북제재 위반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오히려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하는 혼란을 틈타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증시작전 세력들의 ‘유언비어’ 살포행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7개 국내 은행에 대한 미 재무부의 지난 달 ‘경고 조치’가 확대 재생산된 듯
둘째, 미 측의 사전경고 사실을 부풀린 내용이라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달 20일, 21일 이틀간 한국의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 총 7개 은행과 전화회의를 열고 대북사업 추진현황을 묻고 대북제재 준수를 요구했던 사실이 확대 재생산된 루머라는 해석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 재무부가 미국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의 서울 본점에 직접 연락해 전화회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미측의 경고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국내 은행들은 미측에 “각종 대북사업은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 진행돼 왔고 앞으로도 제재를 충실히 준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우리 은행들의 해명을 듣고 미측은 오해를 풀었다”고 진단했다.
전례 없던 미 재무부의 사전 경고는 세컨더리 보이콧 위험성 시사
그러나 미 재무부가 한국의 국책 및 시중은행 전체와 전화회의를 열고 대북제재 준수를 요구한 것은 ‘전례 없던 사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정부가 남북관계 속도조절에 나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을 경우 미측에 의한 한국 기업 및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논란은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