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중인 천지급보다 기동속력, 적재능력, 장거리 수송능력 등이 크게 향상
기동전단의 전투력 보장하는 주력 군수지원함으로 활약, PKO 활동에도 참여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총괄 에디터)
중세 시대에는 해군의 작전기간이 길지 않아 비스킷 같은 보존식량을 싣고 가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동력은 인력이나 돛을 사용했기에 연료 보급도 필요 없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규모 전쟁엔 보급이 필요했지만 그럴 경우에는 함대 자체를 입항시켜 보급을 받게 했다. 따라서 군수지원함의 수요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근세로 들어오면서 해안봉쇄가 시작되며 문제가 생겼다. 해안봉쇄는 함대를 적 항구 근처에 해상 요새처럼 배치시키고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반영구적으로 대기해야 했다. 당연히 식량과 식수가 바닥나 종종 함대에 전투와 관계없는 소형함을 배속시키거나 아예 상선을 징발해 식량, 탄약 등을 정기적으로 보급했는데 이것이 군수지원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군수지원함이 많이 활용됐다. 특히 미국 해군은 모항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다 위에서 수리와 보급을 전부 할 수 있어 작전에 큰 도움을 주었다. 현대에 이르러 원해 작전을 수행하는 대양해군을 육성하려면 군함의 장기적인 작전능력이 요구돼 군수지원함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군수지원함은 유류를 지원하는 급유함, 청수 및 식량을 지급하는 급양함, 탄약을 지급하는 급탄함 등이 있다. 또 손상된 배를 수리해주는 수리함, 가라앉은 배에서 승무원을 구출하는 구난함도 포함된다. 급유함은 해상에서 다른 배에 바로 연료를 보급할 수 있는 기능이 특히 중요하다. 현대 군수지원함은 급유, 급양, 급탄 등 모든 기능을 하나의 배로 통합하는 추세다.
군수지원함은 물자의 보급능력이 우선이기 때문에 함정 크기에 비해 무장은 빈약하다. 또한 한 번에 많은 보급품을 실어야 함으로 구축함보다 규모와 만재배수량이 더 크다. 따라서 해군의 천지급 군수지원함은 광개토대왕급 구축함보다 크고 만재배수량도 약 2배에 달한다. 통상 함정 자체 무게인 경하배수량과 보급품을 가득 실은 만재배수량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우리 해군은 1971년 일본 상선을 인수해 개조한 청평함을 사용하다가, 1982년에 미국으로부터 영구임대 형식으로 인수한 소양급을 군수지원함 용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함정이 노후 되고 현대화된 해군의 보급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본격적인 군수지원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985년 12월 국내 건조로 군수지원함 획득방법이 결정된 후, 1988년 현대 중공업에서 초도함인 천지함을 착공해 1990년 취역하게 된다. 천지급 군수지원함은 독도함 취역 이전까지 해군에서 가장 크고 무거우며 오래 항해할 수 있는 함정이었다. 만재배수량이 9,200톤으로 연료만 4,200톤 이상 탑재할 수 있어 그 연료로 항해하면 지구를 5바퀴 반 돌 수 있다고 한다.
천지급에는 지게차 4대, 화물 트럭 4대, 화물용 엘리베이터 3대가 있고, 상부 갑판에는 재보급 장치 4개와 대형 데크 크레인이 있다. 또, 헬기를 이용해 물자를 옮길 수 있도록 헬리콥터용 비행갑판도 마련되어 있다. 단, 헬기 격납고는 구비되지 않았다. 천지급의 취역으로 한국해군의 원양 작전능력은 크게 향상됐다.
지난 9월 7일 해군기동전단의 작전 지속능력을 한층 끌어올릴 1만 톤급의 차기 군수지원함인 ‘소양함’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해군에 인도됐다. 소양함은 해군이 운영 중인 천지급보다 기동속력, 적재 능력, 장거리 수송지원 능력 등이 크게 향상된 최신 기종이다.
길이 190m, 너비 25m로 길이 133m, 너비 18m인 천지급보다 덩치가 크며 14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최대 속력도 24노트(약 44㎞/h)로 20노트(약 37㎞/h)인 천지급보다 더 날쌔졌다. 이뿐만 아니라 유류, 탄약, 주·부식 등 보급물자를 1만1,050톤이나 적재할 수 있다.
이는 4,800톤을 실을 수 있는 천지급보다 2.3배 이상의 적재 용량이다. 전기모터와 디젤 엔진을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추진 체계를 적용했기 때문에 디젤 엔진만 사용하는 천지급보다 경제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헬기를 이용한 보급을 할 수 있도록 비행갑판과 헬기 격납고를 갖춘 것도 장점이다.
소양함은 승조원 숙달 과정 등을 거친 뒤 금년 연말부터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문기정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소양함은 기동전단의 전투력을 보장하는 주력 군수지원함으로 활약할 것”이라며 “평화유지활동(PKO) 등 비군사적·인도주의적 작전 수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 시큐리티팩트 & securityfac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