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최된 ‘획득제도 및 정비지원체계 혁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
“민·군 융합 가능한 한국형 획득체계 필요...청와대 방산비서관 신설도”
참석자들, “국회 세미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김 의원이 보여줘”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군 정비비가 8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조만간 연간 5조원의 정비시장이 생기는데, 국가가 아무런 산업 대책도 수립하지 않아 국내 방산업체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획득제도 및 정비지원체계 혁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해 이같이 밝히면서 “국가 차원에서 정비체계를 효율화하고 산업화함으로써 국내 업체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육군협회 김영환 박사는 ‘군 정비지원체계 효율화 방안’ 제하로 발표하면서 “미국의 경우 군의 직접정비와 민간외주의 비율을 연방법 10조에 50/50으로 정해 운영하고, 독일·캐나다·일본은 창정비를 100% 민간업체에 위탁한다”면서 “중·단기적으로 야전정비능력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민간자원 활용 및 아웃소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창 효율화 방안으로 “민·군 협력을 확대하면서 단계적으로 민영화 정비체계를 구축하되, 신규도입 무기체계의 경우 국산무기체계는 제작업체에서, 해외무기체계는 국내 민간업체가 창정비를 위탁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위산업학회가 주관하고 김종대 의원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형식적인 축사, 환영사 등을 대폭 줄이고 전문가들과 김 의원이 직접 참여하며 주제발표와 토론에 집중함으로써 2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또 다른 발표자인 국방대 김경수 교수는 ‘무기체계 획득(연구개발) 절차의 혁신적 개선방안’ 제하의 발표에서 “미국의 경우 다양한 획득경로를 마련해 소요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 “선진국들은 방산업체를 국방의 파트너로 인식, 소요제기부터 업체 참여를 공식화하고 의사결정은 최대한 단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소요제기 활동에 방산업체를 포함시키고, 소요 특성에 따라 유연하고 다양한 획득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사업추진전략을 진화적으로 단계화시켜 나가는 등 획득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관 중심의 국가방위 틀을 국민의 모든 역량이 참여하는 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은 유용원 조선일보 기자가 좌장을 맡았고, 충남대 길병옥 교수와 국방안보포럼 양욱 연구위원, 합참대 최기일 박사, 국방부 하헌철 대령 등이 김종대 의원과 함께 토론자로 참여했다.
길 교수와 양 위원은 현재 군이 당면한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민·관·군·산·학·연이 힘을 모아 혁신적인 국산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소요기획부터 모두 함께 참여해 고민하고 도움을 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 박사는 ‘스마트 팩토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방산도 다품종 대량생산 시대로 전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비지원체계 실무를 관장하는 하 대령은 “국내 개발한 무기는 자체 정비가 가능하지만 해외 도입하거나 구형 장비는 외주정비조차 쉽지 않다”며 애로를 토로했다. 또 “미국이 50/50을 법에 명시한 이유는 군이 핵심 정비능력을 갖기 위한 것”이라며, “외주정비의 효율화를 추진 중인데, 안보 불안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김종대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토론자로 나서 “군에서 외주정비가 많아졌지만 대부분 해외정비 증가로 국내 방산업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비가 매년 증가해 불과 8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조만간 연간 5조원의 정비시장이 생기는데 국가가 아무런 산업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김영환 박사의 외주정비 활성화에 동의한다면서 “외주업체가 정비 산업화뿐만 아니라 부품 개발에 대한 기술 축적도 겸해 산업을 일으키는 관점이 있다”며 “국방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정비체계를 효율화하고 산업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김경수 교수의 업체가 소요단계부터 참여하자는데 적극 공감하고, “갑·을의 권력관계로 생긴 현 제도의 뿌리를 흔들어야 한다”면서 “민·군이 융합할 수 있는 한국형 획득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4000억 수준인 핵심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1조원까지 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방사청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종속돼 연구소가 아니라 관리소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 기관들이 자체 혁신은 했지만 안 바뀌는 이유는 각자 따로 보여주기식 개혁만 했기 때문”이라며 “정치가 지원하고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하려면 방산비서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세미나는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축사 릴레이도 없었고, 엄선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에 모든 시간이 집중됐으며, 행사를 주최한 김종대 의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직접 토론자로 참여해 가장 의미 있는 주장과 질의를 했다. 이를 지켜본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종대 의원이 국회 세미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생히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