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5(화)
 
hel.png▲ 2016년 7월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62해상작전헬기전대에서 해군의 새 해상작전헬기인 AW-159가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업조건 변경 없어 3개 후보기종 중 가장 값싼 1개 기종과 수의계약 가능성 높아져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이 ‘저가 입찰’로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방산기업이 불참한 가운데, 한 차례 유찰된 상태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재공고가 나와 사업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사업예산 부족으로 1차 사업 당시 구입했던 레오나르도의 소형 헬기를 다시 구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돼 사업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방사청은 지난 6월 28일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의 입찰공고를 냈으나 입찰등록 마감일인 9월 28일까지 1개 업체(레오나르도)만 입찰에 참가해 계약은 유찰됐다.

이에 11월 2일 최초 공고와 동일한 조건으로 재공고를 냈고, 입찰등록 마감일은 11월 14일이다. 이날까지도 1개 업체만 입찰에 참가하면 그 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국가계약법상 두 번 유찰되면 조건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찰된 지 2개월 만에 기존에 내세운 조건의 변경 없이 방사청이 사업을 재공고하자, 일각에서는 특정업체와 수의계약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초 해군과 방사청은 해상작전헬기 12대를 도입하는 2차 사업을 경쟁 입찰로 추진하기 위해 3,000억 원 정도의 사업예산 증액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기존에 책정된 8,400억 원의 예산으로는 검토 가능한 기종이 소형 헬기인 AW-159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예산 증액을 거부해 방사청은 기존 책정된 예산 범위에서 이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이 경우 레오나르도의 AW-159, 록히드마틴의 MH-60R, NH인더스트리의 NH-90 등 3개 후보 중 AW-159 외에 2개 기종은 가격 조건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북한 SLBM 및 통일 이후 위협 대비 위해 2시간 이상 작전 가능한 중형급 헬기 필요

지난해 6월 국방연구원은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현재 예산으로는 유찰에 의한 수의계약이 예상되며 경쟁 입찰이 성사되려면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AW-159가 약 534억 원, MH-60R은 약 787억 원, NH-90은 약 668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소형 기종인 AW-159만으로 대잠전을 수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필리핀 정도다. AW-159의 최대 이륙중량은 MH-60R이나 NH-90의 60% 수준에 불과한데다, 잠수함을 탐지하는 디핑소나(Dipping Sonar)와 어뢰 2발을 달면 체공 시간 또한 1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함정 갑판에서 뜨고 내리는 시간과 작전 해역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빼면 실제 대잠 초계임무 시간은 30~40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탐지 장비만 장착하면 체공시간은 늘어나지만 적 잠수함 발견 시 공격할 수 없어 어뢰를 탑재한 다른 헬기나 호위함을 불러야 한다. 결국 실전상황에서 임무수행이 제한되고 비행 쏘티수가 증가하는 등 작전효율성이 저하된다. AW-159를 생산 및 판매하는 영국이 대잠헬기로 AW-159를 쓰지 않고 중형인 AW-101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AW-159는 해군의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해 1차 사업으로 8대가 도입돼 운용 중인데, 지난해 10월 1대가 해상작전 중 오버토크가 발생해 6개월 간 비행하지 못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오버토크는 구동축에 과부하가 걸릴 때 계기판에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오버토크가 발생하면 비행을 중단하고 제작사의 정밀 안전진단을 받아 문제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해상작전 전문가 의견 수렴, 도입 대수 하향 조정해서라도 성능 뛰어난 헬기 확보해야

이런 조치를 하는데 6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2차 사업으로도 같은 종류의 헬기를 도입할 상황이다. 하지만 1차 사업 당시와 2차 사업이 추진되는 안보 환경은 너무 다르다. 언제 어디에서 SLBM을 발사할지 모르는 북한의 전략잠수함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보다 많은 장비를 싣고 오래 작전을 수행하는 중형 체급의 기종이 필요하다. 또 남북이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라면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그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해군작전사령관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은 “2차 사업으로 도입될 해상작전헬기는 30년 이상 사용해야 하며, 북한은 물론 통일 이후 중국·일본의 신형 잠수함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사업은 예산이 부족해 성능이 떨어지는 소형 기종을 선택했지만, 2차 사업은 1차 사업의 취약점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MH-60R, NH-90 등 중형 헬기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디핑소나와 어뢰를 모두 탑재하고 2시간 이상 비행하며 적 잠수함을 찾는 즉시 어뢰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중 MH-60R은 가격은 비싸지만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해상작전헬기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나고 운용 능력도 입증된 헬기로 알려져 있다.

이미 재공고는 되었지만, 통일 이후 한반도 안보를 위해서라도 성능이 뛰어난 헬기를 경쟁 입찰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해상작전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해군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확히 수렴해 중형 헬기가 작전에 꼭 필요하다면 F-35의 사례처럼 도입 대수를 하향 조정해서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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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마틴이 버린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예산 부족으로 부실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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