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4(금)
 
pr.png▲ 방산원가 산정 구성도. [자료제공=최기일 국방대 교수]
 
독·과점적 공급자인 방산업체, 독점적 수요자인 정부 주문으로 제품 생산
  
[시큐리티팩트=최기일 국방대 교수] 올해 국방예산 47조 원 가운데 무기체계를 구입하거나 개발하는 예산인 방위력개선비는 15조원으로서 이를 통해 대한민국 방위산업 시장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국내 방위산업 수출 규모는 31억불로 세계 15위권이며, 기술 수준은 세계 9위권에 이르러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방산업체들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국가 방위산업을 이해하는데 민간의 시장논리를 단순 적용하여 접근하기는 무리가 있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특수한 분야로서 독점(獨占)적 수요자인 정부와 소수의 과점(寡占) 형태 또는 독점적 공급자인 방산업체로 구성되며, 일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특수한 사양의 제품을 정부의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공급한다.
 
방산비리 진단 시 방산원가의 특성과 본질에 대한 진지한 접근 했을지 의문
 이로 인해 방산물자 계약은 대부분 경쟁보다 수의계약 및 개산계약 위주로 이루어져 실제 발생하는 원가자료를 근거로 협상에 의해 계약금액을 결정한다. 따라서 정교한 원가계산이 매우 중요하며, 방산원가는 군이 수요자인 각종 무기체계의 구매가격을 결정해주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한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급파된 구조함인 통영함의 수중음파탐지기(SONA) 납품 비리를 발단으로 이른바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후 주요 무기체계 획득사업에서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방산비리 수사와 감사가 진행됐다. 필자는 이를 대한민국 방위산업 45년의 역사 속에 기록될 ‘방위산업 암흑기’이자 ‘방위산업 흑역사’라고도 표현한다.
 
이러한 방산비리의 주요 원인과 유형 중 반복 지적되고 있는 방산원가 부정과 관련해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 및 분석한 경우가 얼마나 될까?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방위사업 업무추진 절차 및 과정을 이해하고, 방산원가의 특성과 본질에 대한 진지한 접근, 심도 있는 고민이 과연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방위산업은 민간 영역과 달라 원가가 절감되면 업체의 매출과 이윤 감소돼
 

먼저, 방산원가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과 방향에 대해 짚고 싶다. 방산원가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방위사업 특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면서 접근하지 않으면 원가 자체에 매몰되어 왜곡된 판단을 하게 된다. 즉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제대로 알고 다가가야 비로소 방산원가의 문제와 원인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간영역에서 원가는 절감 대상으로 인식된다. 원가 절감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달성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산영역에서는 원가가 절감되면 업체의 매출과 이윤이 감소하는 일종의 ‘역진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방산업체는 원가 절감에 대한 하등의 동기 유인이 없는 상태에서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한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기업의 이윤 창출을 보장하지만, 방위산업의 현실은 기업의 이윤 추구를 비리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윤 창출을 통해 영속성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므로 이윤이 없으면 기업은 유지될 수 없다. 방위산업도 마찬가지인데, 정부는 유독 방산업체에게만 가혹하리만큼 과도한 규제와 애국심을 요구하는 것 같다.
 
방산업체, 정부 요구로 만든 제품의 원가조차 온전히 보전 받지 못하는 현실
 

방산업체가 이윤 창출은 고사하고 정부의 주문으로 생산한 제품의 원가조차 온전히 보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아무도 말 못하는 방산업계의 속사정이다.
 
방산원가 산정의 첫 단계이자 중요한 과정이 바로 ‘시부인 과정’을 거쳐 원가성과 비원가성 항목으로 원가를 구분하는 절차다. 제품 생산과정에 소요된 비용 중 직접적 인과관계와 기여도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해 제조원가를 산정한다. 이 과정에서 방산업체가 비원가성 항목에 대한 비용을 원가로 인정받지 못하면 결국 ‘매몰비용(Sunk Cost)’으로 처리하게 된다.
 
정부로부터 원가성 항목으로 인정받은 금액도 예정가격 산정절차로서 예가율을 적용해 통상 -3% 이내에서 임의 조정된다. 즉, 정부가 실제 발생비용을 보상한다는 대전제와 현실은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더욱이 예가율이 적용된 예정가격은 계약 및 협상단계에서 계약 사정율을 적용하여 계약담당공무원의 직권으로 -1% 이내에서 강제 삭감돼 계약금액으로 결정된다.
 
그러면, 실제 발생비용을 원가로 보상 받지 못한 방산업체가 진정 애국심만으로 기업의 주머니에서 제조비용을 일방적으로 모두 부담할까? 당연히 의구심이 들며, 이 부분에서 일종의 ‘풍선효과(Balloon Effect)’ 또는 방산원가 ‘ABC’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다는 미심쩍은 생각도 든다.
 
방산원가와 관련해 정부와 방산업계 간 법적 쟁점이 됐던 이슈 많아
 

그동안 방산원가와 관련해 정부와 방산업계 간에 법적 쟁점이 됐던 이슈는 많았다. 앞서 방산원가 ‘ABC’처럼 A급, B급, C급 원가자료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법리적으로는 원가를 영업비밀로서 ‘사외비(Confidential)’로 간주해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방산원가 풍선효과 같은 과도한 이윤 추구에 대해서도 ‘위험 감수(Risk Taking)’ 대가라는 측면에서 법원이 인정한 판례가 있었다.
 
최근에는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례들이 늘어나 방산원가에 대한 여러 가지 법 해석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체계업체와 협력업체 간 발생하는 협력업체 원가검증과 관련해 민법 제391조에 따른 ‘이행보조자’ 책임 쟁점이 최대 화두다.
 
또 방산수출 증대에 따라 국내 납품가와 해외 수출가 괴리에 대한 인식 차이, 방산업체 회계 처리기준 적용 문제, 행정상 처분성 유효 여부, 방산업체 인증 관련 소급 및 제재조항 일사부재리 견해 충돌 등 수많은 방산원가 관련 송무 및 송사 문제가 산적해있다.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새롭게 시행...상생과 협업 위한 BATNA 필요
 
이와 같이 방산원가에 지나치게 의존해 구매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계약 형태가 신설돼 주목된다. 작년 12월 4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3조의 3항에 근거하여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제417호에서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이 마련됐다.
 
기존 ‘협상에 의한 계약’의 진보된 형태로서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제도가 새롭게 시행된 것이다. 동 제도는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과 구매를 위해 최적의 제안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입찰가격보다 제안기술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첨단 무기체계 소요 관련 방위사업 분야에 최적화된 계약방법으로 보여 진다.
 
방위사업청 원가회계검증단의 목표는 ‘정확한 원가 산정’이 아닌 ‘적정한 원가 산정’이다. 적정가격의 사전적 정의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합치점이다. 협상 전문용어인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는 가장 좋은 조건의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자신이 가진 최선의 대안이자 최후의 마지노선을 뜻하는데, 궁극적으로 상호 Win-Win을 도모한다. 바로 지금이 정부와 방산업계 간 상생과 협업을 위한 BATNA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기일 국방대 교수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96005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최기일 칼럼]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방산원가의 불편한 진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