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문화사업 일환으로 군부대 공연을 지원하는 예술단 ‘군락’의 단원들과 공연 장면.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뉴스투데이는 군에서 장기간 복무 후 전역한 직업 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역 예정 장병들의 미래 설계는 물론 다른 직종에서 퇴직한 분들의 인생 후반부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역군인 인생 2막’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국군아리랑, 대한국군 등 전통 국악 ‘軍歌’ 창작해 교육 활용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변상문 이사장은 최근 뉴스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 소리 즉 국악이 대한민국의 정신이며 얼이고 혼”이라면서 “그럼에도 일본 요나누키 음계의 노래가 마치 우리 것 인양 사회에서 불리고 심지어 군가(軍歌)마저도 70% 이상이 일본풍”이라고 말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그는 전통 국악으로 창작한 군가인 국군아리랑, 대한국군, 탈북아리랑, 통일아리랑 등을 만들어 장병 교육 및 공연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가 많이 훼손된 데다, 그 이후 학교교육을 통해서도 이를 회복시키지 못해 우리 것보다 외국 가곡 중심의 음악교육을 하는 등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변 이사장은 군의 기상나팔도 미국의 남북전쟁에 악상을 둔 트럼펫 연주라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남북전쟁 악상에 근원을 둔 나팔 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잠을 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팔 소리 대신 우리나라 북 소리를 들려주면 긍정·도전·적극적 심리를 자극해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트럼펫 연주곡을 북소리로 바꿀 것을 정책 제안하여 국방부가 검토 중에 있다.
군 특성에 맞는 ‘풍물놀이’ 개발해 문체부와 군부대 교육사업 진행
변 이사장은 “2014년 10월 유네스코에 세계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풍물놀이가 군사훈련 모습을 전통 놀이 형식의 종합 국악으로 표현한 예술”이라면서 “군에서 풍물놀이를 생활화하면 전통문화 보존과 함께 부대 단합을 도모하고 전우애도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 특성에 맞는 풍물놀이 상품을 이미 개발해 2015년부터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군부대를 대상으로 풍물 교육 사업을 진행 중이다.
▲ 국방국악문화진흥회는 2015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군부대를 대상으로 풍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2016년에는 서울시 주최로 일반 시민 및 학생을 대상으로 역사문화 탐방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변 이사장은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아리랑과 뽕짝, 100년을 노래하다’란 교육공연 상품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세종연구소에서 연수 중인 고위공무원단, 국제대학교 재학생, 서울시 종로구 골목 해설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 안보교육 위주였던 민방위 교육이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인문학 교육으로 대치되자 이에 맞는 찾아가는 인문학 공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일제 강점기 의열투쟁사를 그린 ‘음악극 뉴스 스페셜’과 의병·독립군·광복군 이야기인 ‘주파수 1919’ 등으로 2017년부터 서울시 광진구·양천구 등을 대상으로 공연을 곁들인 민방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의병·독립군·광복군 이야기인 ‘주파수 1919’의 첫 장면. 12가지 인문학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다음 달 새롭게 시작하는 창작극 공연에선 ‘辯士’로 직접 출연
그는 오는 5월 11일 돈화문 국악당에서 ‘작금(昨今)의 소리, 나(我), 성(聲), 사(史)’를 공연 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공연이다. ‘소리’를 의인화 하여 우주가 열린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소리’라는 주인공을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출연진, 관객이 ‘소리’라는 나로 변신한 배우가 돼 함께 진행하며, 변 이사장은 변사(辯士)로 공연을 이끌어 간다.
또한 변 이사장은 평양 기생 왕수복 공연을 기획하며 통일 대한민국을 설계하고 있다. 왕수복은 1930년대 서도소리를 하는 기생이었으나 우리 소리가 대중가요에 밀리면서 대중가수로 변신한다. 요즘 말로 10대 가수왕에 등극한 인물이다. 광복 후 월북하여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 교수 김광진과 결혼했고 북한 공훈배우로 대접 받다가 2004년에 이승을 떠났다.
그의 삶 속에 우리의 근·현대사가 농축돼 있다. 그녀의 삶을 통해 남과 북의 같은 문화가 무엇인지 조명하면서 오랜 분단의 시기를 극복하는 것이 공연 의도이다. “무대 위에 올린 사연과 풍류는 통일을 향한 민족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 금년 5월부터 공연하는 ‘작금의 소리, 나, 성, 사’의 출연진. 좌로부터 변 이사장, 판소리꾼 최한이, 경기민요 김보성, 해금연주 윤세비. [사진제공=국방국악문화진흥회]
한반도 전쟁 역사에서 희생된 군인들 위무하는 ‘굿판’ 무대 추진
변 이사장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 역사에서 죽은 군인들의 넋을 달래는 굿판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6·25전쟁 때 죽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군인들을 위무하는 민속 문화 행사를 전쟁기념관 마당에서 개최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이자 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서울 굿(국가 무형문화재 104호)을 비롯한 12개 굿판을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는 “굿이 문화재로 보일 때 유·무형 문화재의 본질이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사무실을 나올 때, 인터뷰 도중 그가 던진 한 마디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마음을 흔들었다. “모두가 대중가요를 따라갈 때, 누군가는 국악의 길을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우리의 역사가, 우리의 문화가 살아서 숨 쉬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