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35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태영호, ‘북한의 식량공작 전술’ 주장...백악관, 식량지원 빼고 FFVD만 언급
정부가 '사실'을 근거로 불필요한 '정치 논쟁' 종식시켜야
[시큐리티팩트=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여·야가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도발이냐 아니냐를 놓고 연일 싸우고 있다. 한 쪽은 도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도발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7일 “도발로 보느냐”고 묻는 기자 질문에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답해 도발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냐”고 묻자 “위반은 아니나, 한반도 긴장완화가 필요하다는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부연 설명했다.
탄도미사일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김준략 합참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는 답변만 했다. 이미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요격이 힘든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평을 냈고, CNN이 지난 5일 미들버리 국제연구소로부터 입수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도발 여부와 관련, 해군작전사령관을 역임한 한 예비역 장성은 “도발이란 정전협정 또는 정전 시 교전규칙을 위반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라면서 “이번처럼 공해상에 떨어졌을 경우 도발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무력시위 또는 무력위협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7일 국방부의 보고를 받은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발 의도라기보다는 화력 타격훈련이었다”고 개인 의견을 설명했다. 또 전략무기가 아니라 전술무기를 시험하는 단계로 추정하는 언급도 했다.
한편, 군사전문가로 알려진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7일 JTBC 뉴스에 출연해 “미사일이 맞다”고 언급하면서 “국방부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하면 현재 축소된 형태로 진행하는 한·미 연합훈련 모두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국방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8일 조선일보 칼럼에서 이번 발사가 김정은의 치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북한의 식량공작 전술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상황을 보면서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김정일이 ‘선군정치’로 식량지원이란 ‘전리품’을 끌어들이던 식량공작 방법이 떠오른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정일은 북한의 재원으로 핵과 미사일을 만들면서 부족한 식량은 ‘외부세계에 호소해서 끌어들이라’고 했고, 국제 공동체가 지원하는 식량이 도착하면 북한은 주민들에게 ‘장군님의 선군정치가 가져온 전리품’이라고 선전했다는 것이다. 즉 식량지원을 조속히 받기 위해 이번 발사를 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태 전 공사의 주장은 이번 발사로 인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오히려 적신호가 켜졌다고 우려하는 국내외 목소리와 배치돼 설득력이 떨어진다. 7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북한 식량지원 언급 없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인도적 차원의 식량 제공을 지지했다”고 발표해 관점의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북한이 내부 선전용으로 식량지원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발사는 궁극적으로 북미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던 우리는 김정은의 속셈도 제대로 모르면서 여·야간 엉뚱한 도발 논란만 빚고 있어 김정은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또한 이번 발사가 어떤 국경도 넘지 않아 한·미·일 모두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언급함으로써 김정은의 의도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한이 도발한 것은 아니지만 ‘탄도미사일이 맞다’고 명확히 밝혀 김정은의 의도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또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식의 표현으로 우리 훈련도 제한하는 자충수를 둬서는 안 된다. 여·야 정치권도 정략적 이익에 따라 근거 없는 주장을 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이므로 확실한 사실을 근거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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