啐啄同時(줄탁동시)란 놓쳐서는 안 될 좋은 시기를 선택함을 비유
결혼 날자를 택해 청첩장도 돌렸는데 상급부대훈련이 변경되어 난감한 처지됨
결혼도 B(birth)와 D(death) 사이에 있는 C(choice)인 인생의 선택 중 중요한 하나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啐啄同時(줄탁동시)란 병아리 우는 소리를 啐, 깨뜨리는 것을 啄이라 하는데, 어미 닭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는 순간 주둥이로 탁 쪼아 깨뜨려서 쉽게 나오게 한다는 의미로 놓쳐서는 안 될 좋은 시기를 비유한 사자성어이다.
엄동설한의 추위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따사한 봄이 되어 꽃이 피자 언제 삭풍을 몰아쳤냐고 되물으며 모습을 감추었다. 그 화사한 봄날에 인접 GP장의 여동생을 처음 만났다.
다시 옷깃을 여미는 가을이 되자 그 만남은 열매를 맺어 결혼식을 올리는 날짜를 잡았다. 평범한 시민들은 길일을 찾아 혼인 날짜를 정하지만 군인들은 길일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상급부대 훈련, 검열 등의 고려요소를 참고하여 가능한 날을 선정해야 한다.
필자는 대대교육장교 근무시절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연대 전투단 훈련 겸 평가일과 대대 전슬흔련 평가를 모두 마치고 여유있게 결혼 날짜를 선택했다. .
그러나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에 있는 C(choice)라고 이야기 한다. 선택을 잘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시련을 만나게 된다. ‘군단 동계작전준비 시범’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연대 전투단(RCT)훈련을 받은 뒤에 대대 전술훈련 평가(ATT)가 계획 되어 있었는데 상급부대 일정이 변경되어 연대 전투단(RCT)훈련이 대대 전술훈련 평가(ATT) 시기로 연기되어 뒤로 미루어진 대대훈련평가와 결혼 날짜가 중복 되었다.
결혼식을 한달 앞두고 이미 청첩장을 모두 발송했는데 난감했다. 고민에 말도 못하고 있는데 송영근 대대장이 호출했다.
“교육장교, 니 결혼이 상급부대 일정 변경으로 대대 전술훈련 평가(ATT)와 중복되어 고민이지…..?” 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픈 곳을 콕 찌르는 질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어서 대대장은 “송영근이 육군 중위 한명 없다고 대대 전술훈련 평가(ATT)를 못 받을 것 같으냐?”라며 “개의치 말고 계획대로 결혼하고 휴가까지 충분하게 갔다 와라”하자 필자가 계획하고 협조한 ‘항공정찰과 연막작전’은 누가하냐고 반문했으나 막무가내로 기간에 맞추어 출발하라며 지시임을 강조했다.
대대장실을 나오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본인의 대대장 근무를 평가받는 훈련을 앞두고 부하들을 배려하는 도량에 감동의 연속이었다. 생도시절 훈육관으로 인연도 맺었지만 직속 상관으로 모시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결국 다음주 있는 대대전술훈련 평가 전인 토요일 결혼식을 앞두고 목요일까지 훈련 준비를 한 뒤에 야간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인생에 한번 밖에 없는 결혼식도 소속된 부대훈련평가의 부담을 안고 치루게 되었다. 인생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장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선의 해결방법은 필자 본인이 선택해야 했다.
서울에 도착한 야밤에 처갓집 대문을 두드려 한밤자고 새벽에 다시 고향집에 내려가 부모님께 인사드린 후, 바로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때마침 다른 동기도 결혼 날짜가 중복되어 걱정했는데 성남 행정학교에서 교육받던 동기들이 많이 찾아와 풍성하고 행복한 인생 출발 행사가 되었다.
제주도 신혼여행도 간단히 마치고 월요일 밤에 부대에 도착하니 이미 전부대원은 주둔지 준비태세 평가를 마치고 야외 훈련장으로 나가 부대는 텅 비어 있었다. 복장을 준비하여 다음날 새벽에 훈련장 상황실 텐트에 도착하니 작전장교는 너무도 반가워하며 맞아 주었다.
상황실 텐트애서 필자가 떠드는 소리를 들은 송 대대장이 지휘관 텐트로 호출을 했다. 들어가자 대대장은 화를 내며 본인의 평가를 위해 부하의 인륜지 대사인 결혼을 망치게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민망하다며 꾸중을 했지만 입가에 숨은 미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는 결혼식은 성황리에 잘 끝냈고 제주도 신혼여행도 다녀와서 행사는 잘 치루었다고 말씀드리고 바로 항공 정찰 시간이 되어 사단 항공대로 출발해야 된다며 급하게 대대장 텐트를 빠져나와 짚차에 올랐다.
항공대로 이동하는 짚차의 스치는 바람도 미소 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항공대에는 지금은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O-2기가 있었다. 고정익 항공기를 타고 공격 대기중인 적지역을 정찰하며 집결해 있는 적군의 위치도 파악하고 좌표를 불러주며 화력 요청한 뒤 부대로 복귀했다.
곧 통제관실에서 대항군의 항의를 접수했다고 한다. 항공기가 적군의 상공을 날자 사전 항공기 사용을 협조 안했다며 본인들이 요청 못한 것을 오히려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해 필자가 한달전에 요청한 항공정찰 중 한건을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것으로 마루리 했다.
공격간에는 대대원이 도로를 횡단하게 되어 사전에 사단화학대와 협조한 연막통을 도로에 피워 아군의 위치도 기만하면서 은폐 기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정신없이 작전항공장교의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어느덧 대대전술훈련평가(ATT)도 막을 내렸다. 이번 훈련에서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여 꼭 필요한 시기에 항공정찰과 연막을 활용한 것과 대대장의 창의적인 전술 능력이 돋보이는 훈련이었다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수는 부하의 입장에서 배려하여 지휘해야 한다. 또한 적시에 어미 닭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는 순간 주둥이로 탁 쪼아 깨뜨려서 쉽게 나오게 한다는 의미의 啐啄同時(줄탁동시)가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중요한 교훈임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