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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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동설한의 추위와 싸우며 동부전선 GP에서 경계근무중인 국군용사들 [사진제공=국방부]
전방 부대근무시 노루에 얽힌 신비한 징크스와 트라우마

직속 상관을 내쫓은 GP부대원들과의 동거는 '위기 상황'

군 생활에서 危機를 好機로 전환시키는 지혜는 필수 덕목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軍간부는 통상 1~2년 단위로 보직이 바뀐다. 일반 사회보다 보직이동이 빠른 편이다. 수평이동도 있지만 승진 또는 강등일때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대성산에서 근무한지 1년이 다되어 갈 즈음 필자가 소속된 연대가 전방 GOP연대와 교대하기 위해 전방으로 이동했고 대대는 DMZ작전을 전담하는 전초대대로 개편되어 철책선 지역에 배치됐다.

기존 GP소대들까지도 그대로 인수받아 전초대대는 일반 대대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다. 전성수 대대장(갑종출신)은 사단에서 최전방 작전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대대를 책임지게 되어 의욕이 넘쳐났다.

부대가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자 필자도 곧 GP장으로 투입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대성산 앞에는 광활한 평야가 펼쳐있고 그곳에 거주하는 민촌, 재건촌 주민들은 민통선 내에 있지만 자유롭게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알부자들이었다.

그곳에서 수색작전을 하다보면 간혹 넓은 들판에 한가롭게 뛰어노는 노루/고라니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펄떡 펄떡 뛰어가는 노루/고라니들은 꼭 곡예를 하는 듯 멋져 보였다.

어느날 수색에서 복귀한 인접 소대가 다쳐 쓰러져 있는 노루를 잡아온 적이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대대장은 잡아온 노루를 보고 노발대발하며 그 소대장을 꾸짖고 놓아주라고 했으나 그 노루는 곧 죽고 말았다.

바로 그때 요란한 총소리가 한발 울렸다.

작전 후 복귀한 소대에서 총기 안전검사 중 오발을 한 것이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약간 경사진 차고에서 정차되어 있던 5분대기조 차량이 기어가 풀리며 스스로 움직이다가 막사를 들이 받고서 멈추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그후로는 노루를 보면 사고위험을 알리는 징크스 트라우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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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는 들판을 뛰노는 고라니(노루) [동영상 캡쳐]

부대 이동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무렵, 중대장이 대대장 호출이라며 가보라고 말했다. 중대장의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면서, 아마도 전방에 급한 일이 있어 GP로 투입될 수도 있겠다싶어 단독군장으로 복장을 갖추고 대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어...! 김중위 왜 단독군장으로 들어 왔어? 편한 복장으로 오지...”하면서 대대장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였다. GP장 중 한명이 소대 지휘에 문제가 발생하여 지금 바로 GP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기무부대의 조언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른 연대장의 지시를 받은 대대장은 필자를 교대하는 GP장으로 보내기 위해 호출한 것이었다.

GP를 담당한 다른 중대로 보직을 이동하기 위해 그동안 정들었던 중대장에게 전출신고를 하고, 기존 GP장을 안전하게 복귀시키라는 임무를 받은 기무부대장의 짚차에 올랐다.

산길을 털털거리며 약 한시간 가까이 이동했다. 산 능선을 따라 형성된 산길에서 바라보는 주변은 모두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드디어 GOP철책 통문을 통과하여 GP에 도착했다.

아무런 예고 없이 기무부대장이 적과 마주한 DMZ내 GP를 방문하자 기존 GP장은 무척 놀란 모습이었다.

이동하는 짚차 안에서 기무부대장은 불시에 교체 투입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기존 GP장의 성격이 괴팍하여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소대원들이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소원수리를 하였고 심지어는 탈영하여 북으로 갈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기무부대장은 기존 GP장에게 연대장 면담이 있기 때문에 임시로 대리 GP장을 긴급히 배치하고 연대본부로 이동한다며 GOP통문 밖 후방으로 함께 나갔다.

당장은 명목상으로 대리 GP장이었지만 직속상관을 내쫓은 소대원들과 함께 앞으로 적과 대치한 가운데 작전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니 소대원들이 괘씸하기도 했다.

전임자가 실질적으로는 보직해임되어 GP밖을 나간 뒤에 전 소대원들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첫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희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쫓아낸 배은망덕한 놈들이다”라며 후임인 필자는 “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을 준수할 것이며, 명령을 불복종하는 대원들에게는 가차없는 처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배신자들을 단결되고 강한 나의 부하로 육성하고, 새로운 위기(危機)를 최선(最善)의 노력으로 호기(好機)로 만들어 앞으로 부여될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야 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때마침 들려오는 북한의 대남 방송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DMZ 자연속에 살고 있는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만이 필자를 반기면서 DMZ내의 외로운 GP장 근무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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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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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 (30) GOP부대의 ‘노루’ 트라우마와 GP의 '배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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