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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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동설한의 추위 싸우며 동계훈련 중인 국군용사들 [사진제공=국방부]
동계 간부교육시 지독한 감기(危機)로 각종 회식에 불참, 교육 평가는 1등

인간사의 어려움, '처신'하기에 따라 좋은 결실을 맺는 호기(好機)로 전환 

대대장을 기만했던 '완벽한 매복'으로 포상휴가를 떠난 분대원들

'작은 성공담' 통해 깨달은  '바른 직업(군인)관'...正直, 誠實, 最善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은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문구로서 학문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날마다 진보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각 군의 부대도 동계에 간부교육을 통해 진보한다.

대성산(1175고지)은 주변의 적근산, 복주산, 화악산과 더불어 한겨울에 항상 최저점의 기온을 기록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전방부대들의 동계 작전준비는 유사시 적 도발 및 남침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보내기 위한 준비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보온을 위해 창문에 문풍지와 비닐을 추가로 설치하고 눈 내린 도로가 얼면 식량보급 등 이동에 문제가 생겨 고립될 우려가 있어 격오지를 포함한 높은 고지는 헬기로 미리 식량과 연료를 수송하여 저장해 놓는다.

기온이 내려가 입술과 코에 고드름이 달리고 소변을 보면 얼음이 되어 떨어지는 한겨울 동안은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 교육훈련과 작전에는 지장이 많다. 그래서 병사들은 경계근무와 눈 덮힌 도로 제설작업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가 된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각 부대는 제대별로 간부교육에 집중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그해 겨울에도 사단은 장교와 부사관들을 사단 교육대에 집합시켜 부족하고 취약한 부분에 대한 재교육과 새롭게 변경되는 교리, 규정, 방침 등을 가르치고 지휘관의 의도와 방침을 숙지 시킨다.

긴장했던 소대장근무에서 벗어난 탓인지 간부교육에 입소했을 때, 필자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 매일 주간교육 후 야간이 되면 오랜만에 만나는 선후배나 동기들과 소주를 기울이며 회포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고열에 기침까지 심해 즐거운 모임에 참석할 수 없었다.

어느 조직이나 경쟁은 존재하고, 일주간의 간부교육도 마지막날 평가가 있었다. 마지막날 시험이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1등을 했다. 아마도 남보다 성적이 조금 좋았던 것은 감기 때문에 매일 저녁 회식을 참석 못했던 덕택인 것 같았다.

일주일간의 간부교육을 마치고 복귀하자 새로이 취임한 대대장은 부대 명예를 높혔다며 바로 포상휴가를 출발하라고 해서 소대에 들려 중대장에게 신고하고 전방 배치 후 첫 휴가를 나갈 수 있었다.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하고 소대로 돌아오자 생활관이 텅 비어 있었다. 1개 분대 전원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이유를 알고  '감동'과 '기쁨'을 만끽했다.

DMZ 매복작전 오인사격 후, 매복시 철저한 교리 및 규정 준수가 강조되어 수시로 점검이 나왔다. 사실 GOP후방 FEBA지역에서의 매복작전은 침투한 적을 잡기 보다는 훈련에 가깝고 실탄도 장전하지 않고 공포탄만 장전해서 근무를 한다. 왜냐면 6~70년보다 무장공비의 활동이 급격히 감소되었고, 오히려 야간에 활동하던 아군 및 민간인에게 오발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포상휴가를 떠난 뒤, 상급부대 계획에 의해 종심지역(deep area) 매복작전을 우리 소대에서 나갔고 대리근무 중인 선임하사가 군장검사 후 분대장이 인솔하여 매복진지에 배치했는데 그날 대대장이 직접 매복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급습하였다.

대대장이 매복 지점에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이놈들 매복작전을 지시했더니 정확한 지점도 모르고 어디 구석에 들어가서 쉬고 있겠구만…ㅊㅊ”하며 “소대장이 휴가를 가버려 군기가 해이해진 모양이군, 복귀 후 문책을 해야 겠다”고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바로 옆 숲에서 분대장이 불쑥 일어난 것이었다.

대대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이 어두워져 짚차 해트라이트로 비추어 찾았는데도 완벽한 위장으로 매복작전중인 병사들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지 3개소와 크레모아 설치도 완벽했고 특히 배치된 화기까지도 위장이 되어있었다고 했다. 대대장은 “용장(勇將)밑에 약졸(弱卒)은 없어 그 소대장에 그 소대원들이다”며 극찬을 했고 매복 복귀후 분대원 전원이 포상휴가를 간 것이었다.

직업군인으로 취업을 하려는 취준생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는 자기가 자리를 비웠을 때에 그 진가가 발휘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남들이 안볼 때 더 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실(誠實)한 근무자세이다.

이처럼 군 생활에서  겪었던 '작은 성공담'들은 3가지 교훈을 깨닫게 해준다.

필자는 3가지를 인생관과 직업관으로 살고 있다. 취준생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한다.

그 첫째는 정직(正直)이다. 정직한 것은 거짓말을 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욕심에 큰 것을 잃어 버리는 실수(小貪大失)를 하면 안된다. 안중근 장군도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라고 했다.

둘째는 바로 성실(誠實)이다, 대해불기청탁(大海不忌淸濁)이라는 명언처럼 모든 것을 품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타인이 안볼 때, 남들이 귀찮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로는 최선(最善)이다. 좋은 여건과 충분한 지원이 가능할 때에는 누구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투로 손실이 생겨 소대원들이 부족하고 장비도 망가진 상황에서 중대장이 공격을 지시할 때에도 소대장은 불비한 조건에서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것이 최선이다. 즉, 도전정신으로 임하면 위기(危機)는 호기(好機)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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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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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9) 취준생들에게 들려주는 '작은 성공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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