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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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추위와 졸림과 싸우며 GOP경계근무중인 초병. [사진제공=국방부]
청송감호소 이송 앞둔 연대장 교육은 그들의 '반항'으로 난장판 돼

흉악범죄자들이 떠나간 침상에서 발견된 소녀 기도상과 기도 문구, 깊은 슬픔 느껴

[시큐리티팩트=김희철 칼럼니스트]

 손자병법 10.지형편의 ‘視卒如愛子故 可與之俱死(시졸여애자고 가여지구사)는 부하를 사랑하기를 자식과 같이함으로써 생사를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전 2작전사령관을 지냈던 이철휘 대장(학군13기)은 ‘4방향 리더십’을 강조 했었다. 아래는 부하, 좌우 옆으로는 동료, 위로는 상관까지도 관리하는 리더십이다.

직업군인 뿐만 아니라 조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부하에 대한 視卒如愛子(시졸여애자)도 중요하지만 상급자에 대한 진정한 충성심과 관리도 반드시 필요하다.

군생활시 GOP근무 경험했던 남자들은 회식자리에서 과거 경계근무 중 졸린 눈을 부릅뜨고 적 방향 감시보다는 후방으로부터 불시에 다가오는 순찰간부에 더 관심을 갖고 보초근무를 했다는 등 당시 상관의 흉을 안주삼아 소주 한잔 들이키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하지만 “상급자는 우리의 잘못을 지적하고 혼내 주기만 하는 또다른 적이다?”라는 인식으로 초급장교시절을 시작했을 때, 선배의 따끔한 충고로 근무자세를 바꾸었고 그 덕에 오늘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부대는 야간에 그 날의 당직사관을 남겨두곤 다른 간부들은 퇴근한다. 당시에는 주번근무제로 월화수목요일 당직을 하면 금토일요일은 다른 간부가 담당을 했었다.

마침 대대장 이취임식 전날 필자가 당직근무로 야간 점호를 취하던 중이었다. 소대별로 각개 병사 건강상태와 취침 준비를 점검하던 중 중대행정병이 내게 다가와 대대장님이 중대 막사에 오셨다는 전달을 해주어 잠시 점호를 중단하고 행정반으로 갔다.

대대장은 이임식 전날이라 각중대를 사모님과 함께 돌아보고 계셨다. 난 지금 점호 중이라고 보고 드리고 다시 돌아가 점호를 계속 취했다. 생도시절 점호는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신성한 행사라고 귀따갑게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점호를 철저히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을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점호를 마치고 중대 행정반에 돌아오니 대대장님은 복귀하셨고 인접부대의 사관학교 선배인 김형배대위(육사34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선배는 행정반의 병사들에게 잠깐 나가 있으라고 지시하시고는 나와 마주 앉았다.

“김소위, 방금 대대장님은 이임 전날 그동안 지휘했던 부대에 애착이 있어 돌아보시는 것인데 자네는 상급자의 의도를 모르고 계속 점호를 하면 어떻게 하나?”하면서 “상급자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만은 아니다. 오히려 삼촌이나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상급자를 모셔야 한다네..”하고 충고를 해주었다.

돌이켜 보면 40년 가까운 군생활을 통해 모시던 상급자들의 조언과 도움이 없었으면 업무를 잘한다는 인정을 받거나 진급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여된 임무가 어렵고 까다로워도 과거 모시던 상급자에게 조언과 협조를 부탁하고 추진하면 완벽히 추진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소대장 근무시절 인접부대 선배의 따끔한 충고 덕택에 근무자세가 바뀌며 가능했던 일이다. 비록 지금은 자주 뵙지 못하지만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점호 당일에 필자가 오히려 지적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대대장님을 모시고 함께 점호를 취하며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는 식의 행사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 막급이다.

역시 상급자는 하급자를 지적을 통해 혼을 내며 가르치지만 하급자는 그 지적을 오히려 감사하며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설 때 상하가 일치되며 上下同欲者勝(상하동욕자승)의 길에 이르는 첩경이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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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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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 (26) 상급자는 우리의 또다른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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