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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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백선엽 장군이 2014년10월, 부대 창설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양양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주민들도 당시 의복을 갖춰입고 재연하여 감동을 주었다.[사진= 국방부/양양군청]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6.25남침전쟁이 한창일 때 밴플리트 미8군사령관은 가칠봉전투에서 승리한 백남권 3사단장에게 항상 수류탄을 앞가슴 양쪽에 차고 다닌다고 ‘한국의 리지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백남권 사단장은 당시 “우리 3사단이 단시일에 1052고지와 가칠봉을 점령한 것은 현리전투 패전 후 유엔군이 주도한 FTC에서의 철저했던 훈련과 미군의 화력 및 항공 지원에 큰 힘을 입었던 겁니다”라고 승리의 원인을 사전 교육훈련과 화력지원 등 유엔군의 공로로 돌렸다.

 

국군의 문제, 능력 있는 장교진의 부재와 훈련이 부족한 보충병 그리고 떨어진 사기


야전훈련사령부 (FTC : Field Training Command)는 백남권 사단장이 ‘가칠봉전투’ 승리 소감에서 말했던 것처럼 6.25남침전쟁 와중에 국군의 전투수행 능력을 월등하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국군 제6사단은 중공군의 제 5차 4월공세(’51.4.22~4.30)시 사창리전투에서 치욕적인 도주를 했고, 국군 3사단이 포함된 3군단은 현리전투의 패배로 부대가 해체되는 치욕을 겪었다. UN군 전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한국군 사단들은 6사단이나 3군단처럼 중공군의 공세를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어 전 전선에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밴플리트 장군은 한국군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라면 정전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각 부대들이 전선에서 계속적으로 훈련을 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방어를 위한 훈련이 강화되어야 하고 특히 대대, 중대, 소대, 분대와 같은 부대단위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군의 진정한 문제는 능력 있는 장교진의 부재와 부족한 훈련을 받은 보충병, 그리고 전반적으로 떨어진 한국군의 사기라고 판단하고 ‘51년 7월에 들면서 전선이 소강상태로 변하자 야전훈련사령부를 설치 운용하여 한국군의 재건을 시작했다. 


목표는 정전 협정 체결을 위한 시간을 버는 것과 중국군의 제한적인 공격에 대해 대비하고 전력이 약해진 부대들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밴플리트를 포함한 한국과 미국의 군 관계자들은 한국군이 인력, 장비, 물자, 전투 효율성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미흡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6사단의 패배와 3군단의 붕괴는 한국군에게 치명타를 가져온 결과였고 이들은 한국군에 필요한 것은 인력과 장비가 아닌, 지휘력과 훈련이라고 이승만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


그와는 달리 리지웨이 장군은 한국군의 문제를 장교단의 리더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밴플리트 장군은 그것은 근본적인 문제였으나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전선이 유동적으로 언제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군의 자신감 회복과 사기 고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군 사단에 대한 훈련은 전선에서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며 9주 훈련 프로그램을 독단적으로 제안했고 이에 따라 전선에 무조건 48시간 내로 복귀할 수 있는 위치마다 야전훈련사령부(FTC)를 4곳 개설하였다. 


부평리는 미 제1군단이, 양양에는 한국군 제1군단이, 양구는 미 제10군단이, 마지막으로 사창리에는 미 제9군단이 책임지고 훈련시켜 한국군의 문제점을 해결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한국군 보충병에 대한 훈련 강화 및 교육훈련체계 재구성

2. 한국군 교육 훈련 기관의 지휘통제 일원화

3. 리더십 프로그램의 강화

4. 미군 병과학교에서 한국군 장교에 대한 교육 훈련 진행

5. 모든 한국군 보병사단에 대한 부대 훈련 프로그램 진행


또한 FTC의 구성 인원들을 한국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이들로 메웠으며 이들의 노력 덕에 한국군만을 위한 강의계획과 교범, 훈련 번역서가 제작됐다. 사실상 이들 모두가 ‘한국군의 아버지들’인 격이다. 그들은 한국군이 다시 한 번 부활하여 전장에서 명성을 떨치기를 기대했다. 


백선엽 장군은 이 당시를 회고하면서 ‘야전훈련사령부에서 받았던 훈련이 오늘날 육군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기초가 되었다’ 고 기술했다. 52년 6월을 기해 수도사단을 제외한 9개 한국군 사단들이 훈련을 수료했으며 밴플리트는 FTC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국군 사단에 대한 훈련 임무를 중지하고 이들을 각 군단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FTC는 부대훈련소인 UTC로 전환되어 차후 신설될 한국군 2개 사단 및 한국군 보충병 연대에 대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한국군의 기반 재건을 확실하게 지원했다.


보병 뿐만이 아니라 포병, 공병 등 지원부대에 대한 훈련도 엄격하게 진행되었다. 또한 훈련은 유동적으로 진행되었으며 훈련에 참여하는 장병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발생하면 인력을 순환식으로 운용하여 전체 훈련과정에서 장병들이 열외되는 상황을 최소화시켰다. 또한 훈련 기간 중 경계병을 최소화시켜 최대한 많은 병사들이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지막 9주차에는 지금까지 진행한 훈련에 대해 검토한 후 연대 및 사단 참모들이 사단급 지휘소 훈련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훈련은 한국군 사단들의 전투력 재건이라는 화려한 부활로 화답했다. 모든 사단들이 물자와 병력을 제대로 보충받아 상당한 전투력을 발휘했다.


특히 1사단은 전투 효율성이 70%까지 증가했고, 6사단의 경우는 85%까지 상승했다. 11사단의 경우는 100% 완편 체제를 갖췄으며 대대급 이하 전투에서 맹활약을 했다. 이 같이 사기가 고양된 한국군 9개 사단은 순차적으로 전선에 복귀했으며 ‘51년 후반기부터 실시된 고지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백남권 3사단장의 ‘가칠봉전투’ 승리는 물론, 영웅적인 ‘백마고지 전투’나 ‘베티고지’의 혈전 등은 FTC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한국군 장교와 부사관, 병사들의 높은 전투력으로 이룩해낸 승전이었으며 공산군에게 힘없이 밀리던 ‘51년 초와는 달리 ‘52년부터 한국군은 UN군 전선 주축을 담당하며 공산군의 맹렬한 파도 같은 공격에도 끄떡없는 단단한 방벽처럼 버티었다.


특히 ‘52년 8~10월 사이에 이뤄진 ‘중공군의 7차’ 맹공세를 한국군이 스스로 버텨냈고 끝내 격퇴시켰다는 점은 확실히 FTC의 존재가 어떠했는지 말없이 반증하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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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 대통령과 밴플리트 8군 사령관이 강원도 양양 FTC를 통해 철저한 훈련을 마치고 창설된 부대원에게 화기를 수여하는 장면과 2014년10월, 6.25남침전쟁을 전후해 양양 지역에서 창설된 12개 부대의 창설기념행사 모습 [사진 = 국방부/양양군청]

  

FTC에서 시작된 재충전과 교육훈련은 성공하는 인생과 승리하는 전쟁의 필요충분 조건


미군 수뇌부는 한국군에 대해 높게 평가를 했고, 이들이 현대 기계화 전장에 대한 인식도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지지부진하던 한국군 20개 사단 증강 계획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FTC가 운용된 양양에서는 총 12개 부대가 창설됐다. 그중 8사단만이 1949년 6월20일 강릉에서 전쟁 발발 전에 창설됐다. 전쟁 중에는 12·15사단(1952년 11월8일)이 양양 전진리에서 창설됐고 21사단(1953년 1월15일)은 양양 조산리, 20사단(1953년 2월9일)은 양양 주청리에서 각각 창설됐다. 22·25사단(1953년 4월21일)은 현재 102기갑여단이 위치한 장산리에서 창설됐다.


정전협정 이후에는 27사단(1953년 9월18일)이 양양 송암리에서 창설됐다. 7군단(1969년 1월18일)과 23사단(1975년 8월1일), 8군단(1987년 4월1일)은 모두 양양 장산리에서 창설됐다. 102보병여단(1988년 6월1일)은 삼척에서 창설됐다.


결과적으로 한국군의 재건은 미 8군 사령관 밴플리트 장군과 그가 만든 FTC에서 시작되었으며, 밴플리트 장군과 FTC의 구성 인원들은 궁극적으로 '한국군의 아버지들' 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닌 성과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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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전쟁사 (35)] 밴플리트 장군과 FTC의 구성원들은 '한국군의 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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