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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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포천시에 있는 노후된 군인아파트와 비교되는 뒤편의 민간 아파트 모습, 우측은 전방 부대임무 교대시에 군인가족 이사를 지원했던 군용트럭 [사진=포천시/김희철]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최전방 험지이자 전국 최저 기온을 기록하던 동토의 왕국에서 장장 7시간 넘는 이동을 하여 당시 따뜻한 남쪽나라 진해에 있던 육군대학에 도착했다.(현재는 육군대학이 대전시에 위치) 그곳에는 먼저 도착한 육사 동기 및 선배들이 환영을 해주었다. 그들의 설명을 듣고 아파트 관리실에 들려 필자의 숙소 열쇠를 받아 배정된 아파트를 확인했다.


위의 사진 속에 아파트는 선배들과 군번이 빠른 동기들이 입주하는 비교적 양호한 18평형 아파트였다. 필자에게 배정된 곳은 사진속의 비교적 양호한 아파트 뒤쪽에 위치했고 1960년대에 연탄 보일러식으로 건축한 매우 낡은 9평짜리 구형 아파트 였다. 그것도 제일 높은 4층이었다.


육군대학에서는 매년 4~6백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 학생장교들의 숙소 관리도 중요한 업무였다. 당시 육군대학의 아파트와 관사는 구형과 신형으로 구분되어 있고 크기도 상이하여 입주자 선정시 공평하게 군번순으로 좋은 아파트부터 배정했다.


사관학교 졸업시 부여된 군번은 최종 졸업성적 순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군번이 빠른 사람들이 사관학교 공부도 잘했다는 것이고 학생장교들이 배정받은 아파트의 위치로 최종 졸업성적도 식별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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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1988년 입주했던 창원시 진해구 옛 육군대학부지의 노후된 군인아파트 모습 [사진=동영상캡쳐]

 

흙먼지 없는 아스팔트 도로와 네온싸인 불빛으로 대낮 같은 도심의 첫날 밤이 좋아


‘밤을 낮같이, 산악을 평지같이’라는 구호에 익숙해 있던 필자 부부는 전방 격오지의 동토에서의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가 아닌 아스팔트 도로와 야간에는 네온싸인 불빛으로 대낮 같은 따뜻한 도심의 첫날이 너무도 좋았다. 


하지만 군번순으로 아파트를 배정함에 따라 들통난 사관학교 졸업성적에 필자는 가족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배정받은 숙소가 제일 오래됐고 좁은 아파트인데 그것도 제일 높은 층이었다. 반면에 졸업성적이 월등하여 넓고 좋은 아파트의 로얄층에 입주한 사관학교 동기생의 가족과는 너무도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4년전인 1983년 대위급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군사반(OAC) 교육을 위해 전라남도 광주의 상무대로 첫 이사를 했을 때, 교육생 부부들을 위해 준비된 ‘백일아파트’로 입주하게 되었다. 그때에도 9평밖에 안되는 연탄 아궁이 아파트였지만 쥐가 왔다갔다했던 산간벽지의 낡은 관사 보다는 너무도 좋았고 아내는 “시집 잘 왔네”하며 너스레도 떨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교되는 사관학교 졸업성적 때문에 비좁고 낡으면서도 제일 높은 층의 육군대학 아파트를 배당받게 되자 아내는 연예 및 신혼시절에 느꼈던 필자에 대한 화려한 기대감이 허상이 되는 것 같은 생각에 실망을 했을지도 모른다.(하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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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94)] 최전방 격오지였던 동토의 왕국에서 따뜻한 남쪽나라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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