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중국 알기 (3)] 중국의 감추어진 속마음 ‘모략(謀略)’
사려 깊고 고상한 공자나 노자에 현혹되지 말고 내면에 숨겨진 손자의 모습 주의 깊게 살펴야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국제적 이슈 중 하나는 ‘중국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이다. 즉 한·중 관계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갈등보다 상생의 우호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큐리티팩트는 이런 취지에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군대를 알아보는 [숨은 중국 알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시큐리티팩트=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유광종 소장(前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은 그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중국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인용하고 있다. “중국인은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공자(孔子)의 얼굴이요, 두 번째는 노자(老子)의 얼굴이며, 세 번째는 도적의 얼굴이다.”
이 표현은 19세기 중국에 장기 체류한 독일인 의사 ‘웨일즈’의 인상기에 나온다고 한다. 나는 그의 통찰에 동의하면서, 세 번째 도적의 얼굴을 손자(孫子)의 얼굴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적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자의 ‘모략(謀略)’ 사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중국과 중국인에 드리워져 있는 손자의 얼굴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중국인들이 겉으로 나타내는 공자와 노자의 얼굴과 달리 그들의 내면에 숨겨진 모습은 도적 즉 손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는 병법의 대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가 저술한 손자병법의 핵심 사상 중 하나가 ‘모략’이다.
손자는 손자병법 첫머리 시계편(始計篇)에서 ‘병자 궤도야’(兵者詭道也)라고 설파하고 있다. 즉 ‘전쟁 또는 작전은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모략이란 단어에서 중상모략(中傷謀略)이 떠올려져 부정적이지만 ‘지략(智略)’으로 바꾸어 보면 전혀 의미가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모략을 지략 즉 ‘전략적 사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면 중국인의 얼굴에 왜 손자의 모습인 모략이 숨겨져 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유광종 소장은 중국의 역사적 배경에서 그 답을 찾았다. 다음은 그의 견해를 요약한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시와 문학 등 문화가 꽃피고 인문이 발달한 문명국가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우아한 모습은 사실 중국이 스스로 만들어 낸 역사관에 불과하다. 중국은 자신들의 좋은 역사를 부각시킬 목적으로 역사를 미화시켰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각색된 중국의 역사를 보고 있다.
중국에는 우리를 매혹시키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문화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전쟁과 재난이 수시로 휘몰아쳤던 비극의 모습도 있다. 전란을 살펴보자.
전쟁은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 500년 간 지속되었고,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한(漢)나라 말기 삼국 시기 약 100년, 수(隋)나라 통일 전 오호십육국(五胡十六國) 시대 약 140년, 당(唐)나라 이후 송(宋)나라 건국까지의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 약 60년, 그리고 흉노, 몽고, 거란, 여진족 등 북방민족의 침략, 내란과 민란, 왕권교체기의 혼란으로 중국 땅은 크고 작은 싸움이 항상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청(淸)나라 멸망 후 신 중국 건립 이전 약 100여 년 기간도 군벌 할거와 북벌, 국공내전으로 편안할 날이 없는 시기였다. 통계에 의하면 4천년도 채 되지 않는 중국 역사 속에서 대규모 싸움의 횟수는 약 3,700여 회에 이른다.
재난은 어떤가. 역사적으로 황하 강이 약 1600회 범람하였고 강줄기 흐름도 26차례 바뀌었다. 1117년 북송 휘종(徽宗) 때는 약 100만 명이 사망한 기록이 있다. 가뭄도 중국인에 고통과 비극을 안겨주었다. 1942년 하남(河南) 가뭄으로 사망자는 15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또 새까맣게 몰려오는 메뚜기 떼들도 있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재난이 연속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전란과 재난의 환경 속에서 왕조와 개인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한가롭게 유교의 관점에서 ‘정당한 방법인가, 도(道)에 맞는가’를 고민하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상의 흐름은 왕조와 개인으로 구분하여 각각 발전하여 왔다.
우선 왕조 측면에서는, 자신의 왕조는 살리고 경쟁 왕조는 멸망시키기 위해서 병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중국의 병법은 손자병법을 포함하여 약 3000 종에 이른다. 필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의미 있는 토종 국산판 ‘K 병법’을 발견할 수 없다. 이를 보더라고 중국은 병법의 나라, 손자의 나라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필자는 중국 역사를 통해 명멸했던 크고 작은 왕조의 흥망성쇠와 그들이 존속하기 위해 사용했던 병법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주변 왕조와 공존하는 것은 필요에 의해서 잠시 숨을 고르는 것에 불과할 뿐이지 내가 멸망당하느냐 상대를 멸망시키느냐의 죽고 사는 문제는 어느 한쪽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중국 역대 왕조의 전통은 오늘날 국가안보와 외교의 영역으로 이어져 깊게 스며들어 있다.
개인적인 경험담을 예로 들면, 필자가 군사외교관으로 베이징에서 근무할 때였다. 중국 정부에서 개최한 공식적인 외교 행사에서 북한 외교관이 내게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당신 중국에 처음 온 것 같은데, 중국에 대해서 뭘 좀 알고 왔는가? 중국 애들 조심해야 된다”라면서 약간 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럽게 “나는 중국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지금도 중국 애들 뱃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뱃속에 주머니 몇 개는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뱃속의 주머니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런데 중국어에 복안(腹案)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뱃속의 계획’ 정도의 의미다. 머리속의 구상 또는 계획이라면 몰라도 뱃속에 계획을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주머니 몇 개는 또 뭔가, 아마도 삼국지연의에서 제갈공명이 조자룡에게 위기에 닥치면 열어보라고 전해준 3개의 비단 주머니(금낭묘계 : 錦囊妙計)를 의미하는 것 같다.
북한 외교관의 말이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첫째, 중국인과 국가적인 과제를 논할 때, 중국인이 보이는 사려 깊고 고상한 공자의 모습이나 노자의 모습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내면에 숨겨져 있는 손자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손자의 모습이 본심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인이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며 뱃속에서 주머니 한 개를 꺼냈다고 하자. 이게 그들이 말하는 전부는 아니다. 뱃속에 뭔가 또 들어있다. 그게 몇 개인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즉 뱃속에는 여러 개의 대안을 마련해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며 상대를 현혹시킨 다음, 준비된 주머니에서 하나씩 상대의 대응을 보아가며 꺼내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제안한다. 중국을 상대하려면 ’부처님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자비를 베풀라는 말이 아니다. 손오공이 재주를 부리고 아무리 하늘 끝까지 갔다고 의기양양해도 결국 부처님 손바닥이다. 중국이 아무리 손자 아니라 증손자 모습을 보여도 우리는 그들을 꿰뚫어 보고 예측하고 대비하면 된다.
중국이 3개의 주머니를 뱃속에 숨겨 나오면 우리는 4개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주머니를 한 개씩 열면서 대결을 펼치다가 마지막 남은 우리의 주머니 1개가 결국 중국을 제압하고 국익을 관철시킬 것이다. 모략, 즉 전략적 사고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중국을 능가하려면 중국보다 더 철저하게 모략적이어야 한다.
◀ 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 미래문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前 駐중국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대만 지휘참모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