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중국 알기 (6)] 북한에 묻힌 마오쩌둥 아들과 한국의 중공군 유해 송환 ‘착시’
전사한 지역에 조성된 묘지 관리가 더 효과적…유해 송환에 따른 우호 기억은 오래가지 않아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국제적 이슈 중 하나는 ‘중국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이다. 즉 한·중 관계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갈등보다 상생의 우호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큐리티팩트는 이런 취지에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군대를 알아보는 [숨은 중국 알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시큐리티팩트=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우리 정부는 중공군 유해를 중국으로 송환하고 있다. 2014년 4월 청명절을 기해 437구를 인도한 이래, 2020년 9월 27일 7차 송환 117구를 포함하여 총 716구를 중국에 돌려보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을 배려한 인도적 행위이면서 중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공군 유해 송환의식을 볼 때마다 필자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오쩌둥 큰아들인 마오안잉이 북한에 묻혀있다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숨은 중국 알기 (5)] 북한에 묻혀있는 마오쩌둥 아들과 중공군 묘지의 의미’ 참조)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말이다. 중공군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보다 우리 땅에서 잘 관리하는 것이 한중 우호에 더 큰 외교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의 오랜 전통은 전사자를 그 지역에 남겨놓는 것이다. 한(漢)나라 흉노 정벌부터 6·25 전쟁까지 대부분의 전사자들을 그 지역에 묻어왔다. 북한지역에 산재한 중공군 묘지가 이를 말해준다. 북한지역에는 평양 형제산, 강동군 및 순안, 개성 방직동, 평남 안주, 회창군 등지에 지원군 열사능이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유해를 송환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즉 유해 송환은 우리만의 선의인 것이다.
둘째, 엄숙한 의식을 거쳐 중국으로 돌아간 유해는 선양(瀋陽)의 '항미원조열사능원(抗美援朝烈士陵園)'에 안장된다. 우리처럼 DNA 감식을 통해 유가족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송환 사실보다도 우리가 어떻게 유해를 발굴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유가족에 인도되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
따라서 송환의식 현장에서 부각되는 한중 우호는 그 기억이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바램과 달리 송환의식 행사 후 우리가 보여준 진심과 호의는 점차 흐릿해질 것이며, 세월이 더 흐르면 아무 감동도 없이 송환되었다는 단순 사실만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에게 계속 감동을 주기 위해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북한처럼 중공군 전사자 묘지를 별도로 조성하여 정성껏 관리하는 것이다. 중국군 국방부장이나 정부 및 군사 방문단이 이 묘지를 방문했을 때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마오안잉의 묘소가 북한과 중국을 이어주고 있는 것 같이 이 중공군 묘지는 한국과 중국을 이어줄 것이다. 그리고 일반 중국 관광객들에게도 반드시 들러야 하는 참배지이면서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유사한 사례가 있다. 전남 진도에 가면 왜덕산(倭德山)이란 자그마한 산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이 끝난 뒤 주민들이 파도에 밀려온 왜군의 시신을 수습해 이 산에 무덤을 만들었다. “워매 징한거, 저 이들도 불쌍한 사람들... 양지바른데 묻어 줘야제” 하는 마음이었다. 오늘날 이 산을 찾는 일본인들은 큰 감동을 받는다고 하며, 왜덕산이 있는 한 이 감동은 지속될 것이다.
◀ 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프로필 ▶ 미래문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前 駐중국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대만 지휘참모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