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대령의 DMZ 종주기(5)] 2일차, 길 잘못 들어서는 우여곡절 겪으며 장거리 걸어
비룡대교를 건너 구미교, 숭의전, 당포성, 주사절리, 임진교, 왕정리, 무등리까지 35㎞ 종주
이 글은 현역대령이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3명과 함께 배낭을 메고 DMZ를 따라 걸은 이야기다. 이들은 한 걷기 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당시 전역을 앞둔 56세의 안철주 대령과 60대 1명, 70대 2명이다. 2013년 8월 파주 임진각을 출발하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2일 동안 걸으면서 이들이 느낀 6·25 전쟁의 아픈 상처와 평화통일의 염원 그리고 아름다운 산하와 따스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시큐리티팩트=안철주 박사] 기상 알람을 4시 반에 맞추어 놓았지만 책임감과 긴장감 때문인지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어났다. 아침은 전 회원들이 방바닥에 둘러앉아 컵라면과 오곡 가루를 물에 타서 마셨다. 하루 종일 걷는 운동량에 비해서 먹는 것이 너무 부실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황포돛배 마을을 출발하여 비룡대교를 건너 평화누리길을 따라서 구미교, 숭의전, 당포성, 주사절리, 임진교, 군남 홍수조절지 그리고 왕정리를 지나 무등리까지 걷는다. 총 거리는 약 35Km로 첫날 걸었던 24㎞보다 비교적 장거리이다. 중간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 종주 코스를 이렇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침 6시에 출발했다. 안개가 끼어있는 날씨이지만 주변이 잠들어 있는 이른 시간에 활동하는 느낌은 왠지 좋다. 어둠이 걷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밝아오는 햇살을 마중하는 것도 좋으며 대지의 힘을 두 발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도 좋다. 4명이 숙박한 첫 숙소를 떠나는 것이어서 출발하기 전에 기념사진도 한 장 남겼다.
비룡대교를 건너 평화누리길로 접어들었다. 평화누리길은 임진강 뚝 그리고 임진강 물길 옆으로 걷는 소로가 연결되어 있는 길이다. 물길 옆 소로의 일부 지역은 장마철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면 도로 위로 물이 흐르듯이 강물이 넘어와 흐르는 곳도 있었다. 한 단원이 앞에서 길을 개척했는데 평화누리길 표지를 찾지 못해 되돌아오기도 했다. 어떤 곳에는 이정표가 거꾸로 매달려있어 이정표를 바로 세워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섰고 1시간 정도 걷기 꾼들이 말하는 알바(다른 길로 헤매다가 계획된 길로 되돌아오는 행위)를 했다. 조기에 인지해 다행스러웠지만 다시 되돌아 올 때까지 시간과 체력을 허비하여 심리적으로도 상쾌하지 않았다. 나는 단원들에게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앞섰다. 오늘 걷는 코스가 장거리인데다 기온도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무그늘에서 쉬거나 햇볕 쨍쨍 내리쬐는 강 뚝에서 쉬기도 하고 지나는 축대 옆에 만들어진 그늘에서 쉬기도 했다. 뚝 길가에 있는 밭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식물들이 무성했다. 밭에는 탐스런 호박도 보였다. 한 단원이 강 뚝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그 호박 참 먹음직스럽게 잘 자랐네’라고 혼자 말을 했다.
그때 바로 뚝 아래에서 ‘그 호박, 임자 있으니 따가지 말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단원이 그 말을 듣고 ‘우리는 배낭이 무거워 호박을 주셔도 가져갈 수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런 후 서로 얼굴을 보고 정황을 좀 더 이야기하며 오해가 풀렸다.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연천지역은 오랜 한반도 역사의 발자취가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는 곳이다. 70만 년 전인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있는가 하면 학곡리 고인돌처럼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있고 당포성, 호로고루, 은대리성, 무등리 보루 등 고구려 시대에 만들어진 성들도 있다. 또 신라 시대의 경순왕릉이 있고,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숭의전도 있다.
구석기 시대의 유물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미국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다가 군에 입대하여 동두천에서 근무하던 미군 ‘그레그 보웬’ 에 의해 1978년 전곡리에서 발견됐다. 아슐 문화(Acheulean culture)는 인류의 선사시대인 전기 구석기 시대 석기를 만드는 고고학적 공법으로 약 백만년 전 인류의 주요한 석기 제작 기술이었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란 이름은 프랑스의 생뜨 아슐(St. Acheul) 유적지에서 주먹도끼가 많이 발견돼 붙여진 이름이다. 전곡리에서 이 주먹도끼가 발견된 것은 동아시아 지역 최초의 사건이어서 발견 당시 세계 고고학계가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전곡리 유적지에서는 여러 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6000점 이상의 석기가 출토됐다.
임진강 서안 무등리에 해발 100m 정도의 봉우리 2개가 남북으로 위치하고 있다. 나지막한 봉우리들이지만 주변에서는 가장 높다. 무등리 보루는 이 봉우리들에 구축된 성으로 남쪽 봉우리에 1보루, 북쪽 봉우리에 2보루가 있다. 동쪽으로는 임진강이 접해있고 강 건너편의 움직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군사적으로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1999년 홍수로 성벽 5∼6m가 노출되어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조사에서 기와와 화살 촉, 탄화 곡물이 수집됐고 탄화 곡물의 연대측정 결과 6∼9세기 사이의 쌀과 좁쌀로 밝혀졌다. 또 약 1500여년 전으로 추정되는 장수의 갑옷도 발견돼 고구려 유적지로 추정하고 있다. <블로그 way & story: 산성과 읍성이야기>
숭의전은 태조가 고려 왕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고려시대의 왕들과 공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받들게 했던 곳으로 1399년 건물을 짓고 고려 8왕의 위패를 봉안했다. 이후 1425년에 이르러 이 중 태조, 현종, 문종, 원종 등 4위만 받들게 했다. 1451년에는 전대의 왕조를 예우하여 숭의전으로 명명했고 4왕과 더불어 고려조의 충신 16명을 제사지내게 했다.
오늘 걸으면서 연천이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플래카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로를 지나는 군용차량과 일렬로 행군하는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전방지역임을 실감했다. 북일가든에서 점심을 먹고 왕정 파출소, 임진농협 왕산지점을 거쳐 임진강의 아름다운 전경이 보이는 숙소인 해돋이 팬션에 도착했다. 이미 옷과 신발은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 안철주 심리경영학 박사 프로필 ▶ 예비역 육군대령. 대한민국 걷기지도자로 100㎞ 걷기대회를 7회 완보한 ‘그랜드슬래머’이며, 스페인 순례길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완주한 걷기 애호가
전체댓글 1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60이 넘은 한 여성은 등산하기 좋은 나이가 됐다고 생각했고, 산을 오르기 시작 했습니다.
66살에 그녀는 북미에서 가장 높은山 4,797m의 휘트니
산을 올랐고, 91살에 일본의 후지산 (4,955m)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녀는 81~90세 까지 10년 동안 97개의 봉우리를 올랐습니다.
이러한 그녀를 기려 캘리포니아 주 입법부는 1991년 휘트니산 봉우리 하나를 그녀의 이름을 따서 '크룩스 봉' 이라고 명명 하였습니다. 94세였을 때 18세 소녀의 심장과 폐를 가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던 그녀는 그녀의 자서전 인생의 산을 정복하다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쇠퇴합니다. 힘을 받지 않는 뼈는 미네랄을 잃게 되어 약해 지게됩니다. 둔해졌다는 것은 그대의 몸이 민첩한 관리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였던 김형석 교수는 2019년 6월 29일자 일간 신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로 100세가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고생이 많았는데 사람들은 나보고 복받은 사람 이라고 그럽니다.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는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뭔 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지나고 보니 인생의 절정기는 철없던 청년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인생의 매운 맛, 쓴 맛을 다 보고 나서야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무엇이 소중한 지를 진정으로 느낄 수있었던 시기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60세 정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몇 살 정도 살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대답 하겠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나 자신과 내 소유를 위해 살았던 것은 다 없어집니다. 남을 위해 살았던 것만이 보람으로 남습니다. 사랑이 있는 고생만큼 행복한 것은 없습니다. 가장 불행한 것은 사랑이 없는 고생입니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건강, 경제적 능력, 친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친구를 너무 가까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들이 하나 둘 먼저 떠나가게 된다면 몸과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친구를 가까이 하고 싶다면 친구를 잃는 슬픔까지도 이겨낼 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은 100세까지 무슨 재미로 살고 싶으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나이가 너무 많아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남은 시간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생각을 하나 바꾸면 인생이 달라지듯이 아무리 늦게 시작해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멋진인생..내가 만듭니다.♩♪♬하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