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이 글은 현역대령이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3명과 함께 배낭을 메고 DMZ를 따라 걸은 이야기다. 이들은 한 걷기 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당시 전역을 앞둔 56세의 안철주 대령과 60대 1명, 70대 2명이다. 2013년 8월 파주 임진각을 출발하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2일 동안 걸으면서 이들이 느낀 6·25 전쟁의 아픈 상처와 평화통일의 염원 그리고 아름다운 산하와 따스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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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노동당사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DMZ 종주단원들. [사진=안철주 박사]

 

[시큐리티팩트=안철주 박사] 종주 4일째인 8월 22일이다. 오늘은 연천군 신탄리 역 근처의 고대산 가든을 출발하여 철원군에 있는 백마고지 입구, 노동당사, 고석정을 지나 한탄 대교를 건너 철원군 문혜리에 있는 승포회관까지 약 32㎞를 걸었다.

 

오전 5시 10분에 어제 저녁 남겨둔 오리백숙과 찰밥으로 든든한 아침 식사를 했다. 신탄리 역에서 백마고지 역까지 걸어갈 수도 있었지만 기차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기차 출발시간이 7시 46분이어서 커피도 한 잔 마신 후 여유롭게 숙소를 떠났다. 약 7분 만에 8㎞ 떨어진 백마고지 역까지 1,000원(경로 500원)의 요금만 내면 데려다 주는 기차가 신기했다.

 

백마고지 역부터 걷기 시작했다. 백마고지로 가는 길 입구의 월정리 초소에서 근무 중인 초병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단원들끼리 백마고지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었다. 백마고지(白馬高地)는 강원도 철원군 묘장면 산명리에 있는 야산이다. 백마가 누워 있는 형상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6·25전쟁 휴전협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백마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다. 해발 395미터의 고지는 열흘 동안 주인이 스물네 번이나 바뀌었고 사상자도 14,000명에 달했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9사단은 이때부터 백마부대라고 불리게 됐다.

 

백마고지와 관련 있는 ‘철의 삼각지대(Iron Triangle Zone)’라는 말은 6·25전쟁 당시 미 8군 사령관이던 제임스 밴플리트가 ‘적이 전선의 생명선으로 사수하려는 아이언 트라이앵글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한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철의 삼각지대는 철원, 평강, 김화를 잇는 축을 말하는데 중부전선의 핵심으로 철원평야가 그 가운데 위치한다.
 
월정리 입구 초소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철원 학 저수지 옆을 걸었다. 길을 따라 좌우측에 설치된 철조망에는 빨강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의 ‘미확인 지뢰’라는 경고판이 걸려 있고 대전차 장애물도 남아 있어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백마고지 입구를 지나 ‘금강산 가는 길’을 따라 약 30분 걸어가니 노동당사가 나왔다.

 

철원 지역은 8·15일 광복 후부터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북한 땅이었다. 노동당사는 1946년 초 철원군 노동당이 시공하여 그해 말 완공한 러시아식 건물이다. 노동당사는 공산치하에서 반공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잡혀와 고문과 무자비한 학살을 당했던 곳이어서 당사 뒤편에 설치된 방공호에서 사람의 유골과 실탄, 철사 줄 등이 발견되고 있다.

 

지금은 건물이 낡고 붕괴 위험이 있어 밖에서만 볼 수 있다. 건물 곳곳마다 6·25전쟁 당시 새겨진 총탄과 포탄 자국이 남아 있어 전쟁이 주는 상처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노동당사  앞에서 휴식 중에 재활용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는 분들이 잘 익은 수박과 시원한 캔 음료를 주었다. 그분들의 훈훈한 마음이 느껴져 잠시나마 목마름과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정오쯤 동송읍을 향해 걷고 있었는데, 어제 발바닥에 문제가 생긴 단원 때문에 신발 구매를 부탁드렸던 지인이 보낸 일행과 만났다. 새 신발과 함께 치료약까지 덤으로 보내줘 너무 고마웠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동송읍 입구에서는 한사모 회장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모임’(약칭 한사모)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모여서 걷는 모임으로 남·여 회원 100여명의 평균 나이는 70이 넘는다. 당시 필자는 55세였는데, 100세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할지 보여주는 선구자 같은 분들로 생각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약 10여분을 함께 걸어 근사한 식당으로 갔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폭염에 주의하라는 TV 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인데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낮 시간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고 있을 뿐 아니라 한 단원은 발바닥 때문에 절뚝거리며 걷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사모 회장님은 “자네는 현역 대령이고 나이도 젊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일 모래 면 80살이 될 사람들인데 이렇게 강행군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면서 안전을 신신당부하셨다. 그리고 “오늘만은 특별히 배낭을 숙소에 미리 갖다 놓겠다”며 우리들의 배낭을 자신의 차에 싣고 오늘 저녁 묵을 숙소를 향해 떠나셨다.

 

우리는 식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배낭 없이 가볍게 한탄강을 바라보며 걸었다. 한탄강은 평균 하폭 약 60미터에 길이가 110㎞에 이르며, 강 유역이 현무암지대로서 다른 하천과 달리 깊이 20-30m의 협곡이 형성돼 있다. 굽이굽이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천연의 비경을 갖고 있고 사시사철 맑은 물과 풍부한 수량으로 각종 민물고기의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철원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젖줄이기도하다.

 

고석정은 한탄강 중류에 있는데 철원 8경의 하나로 정자와 그 일대의 현무암 계곡을 총칭한다. 강 중앙에 위치한 10미터 높이의 기암봉 동굴에는 임꺽정이 은신했었다고 전해진다. 승일교는 한탄강 중류 지점에 있는 폭 6m, 길이 120m의 다리로 이름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6·25전쟁 전에 김일성이 만들기 시작했으나 그 후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완성돼 이승만 대통령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자를 합친 승일교란 얘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6·25전쟁 당시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다가 전사한 박승일 대령을 기리기 위하여 명명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 현재는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오늘은 기차도 타고 신발도 바꾸고 격려도 받은 특별한 날이었다. 멀리 서울에서 방문해 주신 한사모 함수곤 회장님과 박현자·김영신·윤정자 회원님께 특히 감사했다. 덕분에 좋은 음식 잘 먹고 잘 쉬었으며, 무거운 배낭을 숙소까지 운반해 주셔서 쉽게 걸었다. 그리고 숙소인 군 복지회관 근무자에게 다음 날 숙소(육단리 승리회관)까지 배낭 운반을 당부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오늘 하루동안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여정에 관심을 갖는 분들의 우려도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DMZ 종주는 지금 진행 중이고 기온, 나이, 피로도 축적 등을 포함해서 여러 난관이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단장으로서 무사히 목적지까지 걸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되 새겼다.

 

안철주 심리경영학 박사 프로필 ▶ 예비역 육군대령. 대한민국 걷기지도자로 100㎞ 걷기대회를 7회 완보한 ‘그랜드슬래머’이며, 스페인 순례길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완주한 걷기 애호가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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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

  • 50563
자을이

★걷는게 보약보다 좋다.★

인생100 - 걷지못하면 끝장이고
비참한 인생 종말을 맞게 된다.


걷고 달리는 활동력을 잃는 것은
생명 유지능력의 마지막 기능을 잃는 것이 아닌가.




걷지 않으면 모든 걸 잃어 버리듯
다리가 무너지면 건강이 무너진다.




무릅은 100개의 관절 중에서
가장 많은 체중의 영향을 받는다.




평지를 걸을 때도 4-7배의 몸무개가
무릅에 가해지며 부담을 준다.




따라서 이 부담을 줄이고 잘 걷기 위해서는
많이 걷고 자주 걷고 즐겁게 걷는 방법 밖에 없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되라 !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언제 어디서든 시간이 나면 무조건 걷자.




동의보감에서도 약보다는 식보요,
식보보다는 행보(行補) 라 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일흔 나이




누우면 약해지고 병 들게 되고
걸으면 건강해지고 즐거워진다.




질병, 절망감, 스트래스, 모두 걷기가 다스리고
병이란 내가 내 몸에 저지른 죄의 산물이다.




일어나기 몇시간 전에 잠이 깨어
죽은 듯이 누워 무슨 근심 걱정에 가슴 아파하나




박차고 일어나라 !
운동화 하나 신으면 준비는 끝이다.




뒷산도 좋고 강가도 좋고 동내 한바퀴
어디를 가도 부지런 한 사람들과 만난다.




처음에는 30분 정도 천천히 걷지만
열흘이면 한시간에 20리를 걸을 수 있다.




몸과 마음 가뿐해지고 자신감과 즐거움
당신은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인생80 - 걷지못하면 끝장이고
비참한 인생 종말을 맞게 된다.


걷고 달리는 활동력을 잃는 것은
생명 유지능력의 마지막 기능을 잃는 것이 아닌가.




걷지 않으면 모든 걸 잃어 버리듯
다리가 무너지면 건강이 무너진다.




무릅은 100개의 관절 중에서
가장 많은 체중의 영향을 받는다.




평지를 걸을 때도 4-7배의 몸무개가
무릅에 가해지며 부담을 준다.




따라서 이 부담을 줄이고 잘 걷기 위해서는
많이 걷고 자주 걷고 즐겁게 걷는 방법 밖에 없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되라 !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언제 어디서든 시간이 나면 무조건 걷자.




동의보감에서도 약보다는 식보요,
식보보다는 행보(行補) 라 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일흔 나이




누우면 약해지고 병 들게 되고
걸으면 건강해지고 즐거워진다.




질병, 절망감, 스트래스, 모두 걷기가 다스리고
병이란 내가 내 몸에 저지른 죄의 산물이다.




일어나기 몇시간 전에 잠이 깨어
죽은 듯이 누워 무슨 근심 걱정에 가슴 아파하나




박차고 일어나라 !
운동화 하나 신으면 준비는 끝이다.




뒷산도 좋고 강가도 좋고 동내 한바퀴
어디를 가도 부지런 한 사람들과 만난다.

DMZ를 걸으시는 안대장님외 제위임 최고
십니다..건강하십시요~★♡★

댓글댓글 (0)
박미숙

슬프고 부끄러운 전쟁의 역사!..
이 땅에 전쟁은 다시는 없어야하지요!
안대장님의 세상과 사물을 보는 시야가 남다르십니다^^

걷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요~
열심히 안대장님 따라다녀야겠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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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대령의 DMZ 종주기(7)] 4일차, 전쟁의 상흔 느끼며 지인들의 도움으로 발바닥 상처와 폭염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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