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중국 알기 (12)] 중국의 북한 다루기…사고 치면 달래고 회유하며 두둔
중국은 자신의 국가이익에 우선해 판단…한반도 긴장 상황, 옳고 그름 앞서 사태 ‘안정’ 중요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국제적 이슈 중 하나는 ‘중국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이다. 즉 한·중 관계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갈등보다 상생의 우호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큐리티팩트는 이런 취지에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군대를 알아보는 [숨은 중국 알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시큐리티팩트=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 후, 필자는 우리 외교안보부서 관련자의 언급을 듣고 실망한 적이 있었다. 그는 “중국이 이럴 줄은 몰랐다. 북한의 소행이 명백한데도 왜 북한을 비난하지 않고 두둔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그가 이 자리에 만일 있다면 나는 “중국이 북한 편일까 아니면 한국 편일까”라고 물었을 것 같다. 그가 머뭇거리면 나는 “중국은 중국 편”이라고 말했을 게다.
중국은 동북아의 경찰이나 재판관이 아니다. 더욱이 한반도에서 누가 옳은가를 판단하고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벌을 주며 착한 국가에 혜택을 주는 국가는 더욱 아니다. 판단의 기준은 오직 자기 국가이익인 것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선과 행동이 따른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국가이익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해양세력이 진출해 중국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고, 둘째는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현상유지 정책인 것이다.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중국은 수수방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자칫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았지만 소련과 함께 6.25 전쟁 당시 북한에게 끌려 들어와 오랫동안 미국과 적대하면서 서방으로부터 고립당한 쓰라린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또다시 북한이 일으킨 도발로 인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여 미국 및 서구와 대립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숨은 중국 알기 (11)]에서 필자는 북한이 1960년대 중·소 분쟁 때에는 소련 카드로 중국을 압박했고, 최근 미·중 패권경쟁 시대를 맞이해서는 미국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러한 카드가 유용하지 않을 때, 북한이 중국을 압박하는 또 다른 제3의 카드가 있다. 바로 ‘대남도발 카드’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도발을 일으키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중국의 반응으로 주제를 한정하겠다. 최근 북한 도발에 대한 중국의 공식 논평과 반응을 보자.
①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우리의 합동조사 결과 발표 이후 5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누구든, 어떤 조치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는) 결연히 반대한다”라고 남북한을 모두 견제했다, 이어서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천안함 사건 원인 조사 발표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와 이에 따른 북한의 반발 조치로 한반도의 긴장이 순식간에 급격히 고조됐다”고 언급했다.
친강(秦剛) 대변인은 6월 22일 “현재 상황에서 유관 당사국들은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 정세가 한층 더 긴장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천안함 사건 처리에 대한 중국의 출발점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이며, 중국은 이를 출발점 삼아 유관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중국은 도발 주체인 북한에 대한 비난이나 제재보다 오로지 한반도 안정만 강조하고 있다.
② 같은 해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서도 중국의 대응은 달라진 게 없다. 11월 29일 첫 공식 논평에서 홍레이(洪磊) 대변인은 “유관 국가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평화를 해치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 남북한이 냉정과 자제를 견지하고 되도록 빨리 대화와 접촉을 해서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인 사상은 북한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연평도 포격 사건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북한의 도발이 명백함에도 중국 관영 매체들은 남북한 교전으로 규정하고, 양쪽의 주장을 동시에 소개하면서도 ‘한국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하여 북한이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을 했으며 앞으로 한국이 도발할 경우 반격하겠다’는 북한 측 주장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도발을 하면 중국은 신속하게 북한을 대변한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중국은 김정일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김정일은 2010년 5월과 8월 2차례 중국을 방문하여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총서기와 회담했고,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인 2011년 5월에도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양국의 우호와 경제협력을 강조했다고 한다.
북한이 역대로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요구했던 것은 경제원조였다. 김정일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은 북한에게 ‘너희들 편을 들어주고 경제원조를 해줄 테니 앞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지 마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북한의 존재감은 대남도발 카드로 건재함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③ 북한 핵개발 문제이다. 이 문제는 중국안보에 부정적 사안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에게 핵개발의 빌미를 줘 핵도미노가 발생할 경우 중국은 다수의 핵보유국과 국경을 맞대는 불편한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UN 제재에 동참했지만 오히려 북한의 반발에 한발 물러났다.
이때에 중국이 북한 핵개발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했을 상황은 북한이 반중노선으로 전환하여 미국 및 소련 등 외세를 끌어 들이는 상황과 북한이 붕괴해서 북한에 한미연합군 등이 진주하는 상황 등이다. 즉 중국은 북한을 굴복시켜 비핵화시킬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이 치러야 할 부담과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달한 결론이 ‘북한 핵개발보다 친중국 북한’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중국으로 향하지 않는 한, 중국은 북한 핵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역시 북한을 달래고 회유해서 함께 가는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우리 외교안보부서 관련자는 당연히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중국이 그럴 줄 알았다. 중국이 그렇게 나오면 우리는 UN 등 국제기구에서 중국을 비난할 것이며, 동시에 중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나 중간재 수출을 고려하겠다. 이번에는 이대로 안 넘어 간다. 중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라고.
최근에 어느 정치인은 문 대통령이 초청국 정상으로 참석한 G7 정상회담에서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일본의 버릇을 고쳐놓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 여부는 둘째 치고 그 기개는 좋다고 본다. 이러한 기개가 동일하게 중국에도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 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프로필 ▶ 미래문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前 駐중국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대만 지휘참모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