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02-01(수)
 

이 글은 현역대령이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3명과 함께 배낭을 메고 DMZ를 따라 걸은 이야기다. 이들은 한 걷기 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당시 전역을 앞둔 56세의 안철주 대령과 60대 1명, 70대 2명이다. 2013년 8월 파주 임진각을 출발하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2일 동안 걸으면서 이들이 느낀 6·25 전쟁의 아픈 상처와 평화통일의 염원 그리고 아름다운 산하와 따스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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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12일 간의 DMZ 종주를 무사히 마치면서 통일전망대 위에서 태극기를 들고 북녘 방향을 바라보며 마지막 한 컷. [사진=안철주 박사]

 

[시큐리티팩트=안철주 박사] 8월 30일, 종주를 시작한지 12일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거진읍 반암리에 위치한 행운 민박에서 거진읍, 화진포, 대진리를 거쳐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까지 약 15㎞정도는 걷고 출입신고소부터 통일전망대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오늘 종주하는 지역에는 거진, 대진 등의 마을이 있고 유명한 관광지인 화진포가 있으며 6.25남침전쟁 시 격전지였던 월비산, 351고지 등이 있다.

 

지난 10일 동안 아침 식사를 담당했던 황금철 단원이 오늘은 사발면이 아니라 파도 썰어 넣고 달걀도 넣어 끓인 특별한 라면을 준비했다. 모두들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잘 먹고 6시경 민박집을 나섰다.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는 텃밭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단원들 모두 아주머니가 베풀어준 친절함과 호의에 감사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아주머니와 동갑인 박찬도 단원은 더 다정다감하게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아주머니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해준 사람이 참으로 오랜만이다”라고 감격해 하셨다. 만나는 사람마다 진심어린 말로 힘과 용기와 편안함을 주시는 박찬도 다원이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우리는 바닷가 모래사장을 밟으며 여정을 시작했다.

 

DMZ 종주의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대원들의 걷는 모습은 경쾌했다. 우리는 불가능 할 것 같았던 이번 도전의 마무리 지점에 와있었다. 거진 읍내를 통과하니 화진포 이정표가 보였다. 화진포 호수는 아주 오랜 옛날에는 바다였는데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모래로 바다와 격리돼 지금은 담수와 해수가 교차하는 천연 호수라고 한다.

 

면적은 약 72만평으로 여의도 넓이와 거의 비슷하고 호수 둘레는 10㎞가 넘는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이 호수와 바다 사이의 백사장이 화진포 해수욕장이며 울창한 소나무 숲이 유명하다. 호수 주위에는 고성군의 꽃으로 지정된 해당화가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화진포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화진포의 8경을 읊었고, 그 중 3경이 平沙海棠(평사해당: 호수 주변 넓은 모래밭에 핀 붉은 해당화)이다.

 

이 호수는 바닷물이 들고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통로가 있고 호수 표면에는 담수가, 호수 깊은 곳엔 해수가 있어 민물고기뿐 아니라 바다고기도 살고 있다고 한다. 매년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찾아오고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닷가인데다 경치가 아름다워 산 중턱에는 광복 후 김일성 별장, 한국전쟁 후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이 지어졌다.

 

대진항을 지나 통일안보공원 근처에 명파리 검문소가 있었다. 이 검문소는 민간인통제선  안쪽 지역을 출입하는 민간인을 검문하던 초소였다. 지금은 통행인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CCTV로 감시만 한다고 했다. 임무수행 중인 초병들이 CCTV로 우리를 확인하는 것 같더니 다가와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우리의 여정을 설명하며 현역 신분증도 보여 주었다. 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해안가 경계 철조망을 따라 만들어진 순찰로를 걸었다.

 

대진항을 지나자 마차진 해변과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까지 700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였다. 아침에 출발할 때 출입신고소까지 11㎞를 예상했는데 실제로 걸은 거리는 약 15㎞ 정도였다. 10시쯤 통일전망대 출입 신고를 마친 후 주차장에서 지인이 보낸  분을 만났다. 표정이 밝고 친절한 분이었는데, 그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통일전망대까지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 서쪽 방향 5㎞ 지점에는 6.25전쟁 시 전투가 치열했던 월비산, 351고지 등이 있었다.

 

6.25전쟁 초기인 1951년 10월 중순부터 휴전 직전까지 7차례에 걸쳐 고지 쟁탈전이 있었다. 당시 1군단 예하 수도사단과 11사단 등은 월비산과 351고지 탈환을 위해 작전을 수행했다. 육·해·공군이 합동작전을 수행한 이 전투에서 해군은 지속적인 함포사격을 했고 공군은 총 1500여 회 출격해 적 핵심시설 및 진지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휴전 협정 시 월비산과 351고지는 북한 땅이 됐다.

 

월비산과 351고지 전투 기념비는 통일전망대에 위치해 있었다. 이 기념비에는 “이 전투에서 호국의 신이 되신 전몰장병의 전공을 기리고자 1957년 7월 15일 제3군단에서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에 전투기념비를 건립하고 관리해 오던 중 통일전망대가 설치돼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에게 민족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조국 수호의 증표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그날의 격전지가 바라다 보이는 이곳으로 이전하였음. 1988. 12. 26”이라고 적혀 있었다.

 

통일전망대에 도착하니 해금강을 비롯하여 북한지역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고성군 홈페이지에는 분단 현실이 발아래 펼쳐있는 곳으로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되새기고자 1984년에 통일전망대를 지었다고 설명돼 있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 해발 70m 고지 위에 위치한 이 전망대에서는 16∼25㎞ 거리 떨어진 금강산을 볼 수 있으며, 해금강 대부분이 한눈에 보였다.

 

우리 넷은 함께 만세 삼창을 외쳤다. 우리 대한민국의 평화가 유지되기를 기원하며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지금은 갈 수 없지만 언젠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그날을 기원하면서 감사기도를 올리고 성모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차량 지원을 나온 분이 사진을 찍어줘 오랜만에 단원 넷이 모두 나오는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1년 중에 해금강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데, 오늘은 잘 보여서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박찬도, 이창조 단원은 통일전망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두 분은 2008년 4월 초에 이곳을 출발하여 5년여 동안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을 돌고 돌아 4개월 전인 지난 2013년 4월에 임진각까지 도착해 ‘대한민국 U자 걷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걸어서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돌아온 셈이다. 그 걷기에는 총 26명이 참여했고 필자도 2012년 서해안 구간 걷기에는 함께 했었다.

 

단원들 모두 이 곳에서 장시간 머물면서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12일 간의 여정을 정리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었고, 차량 지원을 나온 분을 생각하니 지체 없이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돼 곧장 속초로 이동했다. 버스터미널 근처의 ‘아바이 마을 식당’에서 모둠 순대와 함흥냉면으로 식사하면서 지난 12일을 되돌아보고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걷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했고 지친 우리는 많은 도움을 받고 힘을 얻었다. 장거리를 잘 걸으려면 배낭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는 것과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면 고통스럽다는 것도 경험했다. 다리 근육의 힘은 걸을수록 강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물 한잔을 대접받으면서 감동했고, 아무리 좋은 비옷도 오랜 시간 비를 맞으면 속옷까지 젖는 것과 잠깐 쉬는 나무그늘이 얼마나 시원한 지도 경험했다.

 

우리는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도 “아는 것만큼 보인다. 내 주변 사람에게서 항상 배울 거리가 있다. 모든 사람이 다르고, 다름을 인정해야한다. 걸을수록 성취감이 커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고통을 겪으며 선열들께 감사한다”라는 좋은 말도 나누었다. 또 “우리가 왜 걷는 거지?”라는 질문도 했고, “살아 있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기 위해, 삶의 의욕과 활기를 높이기 위해”라고 답했다. “가능하면 우리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라는 말도 했다.

 

이렇게 우리는 12일간의 대장정이었던 DMZ 종주를 마감했다. 함께했던 5670 단원들께 이 지면을 빌려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기도와 전화, 문자, 직접 방문 등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DMZ 종주 완주를 축하합니다.

 

안철주 심리경영학 박사 프로필 ▶ 예비역 육군대령. 대한민국 걷기지도자로 100㎞ 걷기대회를 7회 완보한 ‘그랜드슬래머’이며, 스페인 순례길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완주한 걷기 애호가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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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항상 건강하시고 즐겁게 사시니 존경합니다
저는 대전 군수로 이동 하였습니다
집은 지족동 열매마을 4단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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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대령의 DMZ 종주기(15)] 통일전망대에서 대한민국 평화 기원하며 완주 기념 ‘만세삼창’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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