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4(금)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국제적 이슈 중 하나는 ‘중국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이다. 즉 한·중 관계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갈등보다 상생의 우호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큐리티팩트는 이런 취지에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군대를 알아보는 [숨은 중국 알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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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출간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판 앞표지(왼쪽)와 뒤표지(오른쪽). [사진=김한경 기자]

 

[시큐리티팩트=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필자는 최근 중국의 한 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참석했다. 현 아태지역 정세에 대한 해외의 여론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로서, 주제는 ‘아태지역 정세에 대한 전략적 대화’였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타국의 내정에 간섭한다는 오해를 피해야 한다”라고 발표하면서 2018년 출간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라는 책을 예로 들었다.

 

이 책은 중국이 자금력을 수단으로 호주의 각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기술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관련국가에서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측 참석자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몽고 참석자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달라. 그리고 한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필자는 “한국은 쉽게 흔들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서 이런 사례는 없다”라고 답변했다.

 

필자는 중국 측 반응에 의문이 들어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확인해 보았다. 중국은 “‘소리 없는 침입, 중국이 어떻게 호주를 괴뢰국가로 만들었는가’(无声的入侵:中国如何把澳大利亚变成木偶国, Silent Invasion : How China Is Turning Australia into a Puppet State)라는 반중서적이 2018년 2월 26일 호주에서 출간됐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은 호주 정·재계, 학계, 언론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하는데다, 저자가 유명해지기 위해 악의적으로 조작했으며, 중국-호주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게다가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은 책의 부제를 “중국이 어떻게 호주를 괴뢰국가로 만들었는가”라고 붙였다. 영향력 행사 정도가 아니라 ‘괴뢰국’ 수준으로 보았던 것이다.

 

다음은 한국어판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겠다. 저자는 중국과 중공을 구분하고 있으며, 1장 ‘조용히 스며드는 영향력’에서는 “중공의 최종목표가 호주와 미국의 동맹을 깨트리고 호주를 속국으로 삼는 것이다. 호주가 주권을 빼앗기는 과정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만이 경제적 번영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며 베이징의 괴롭힘에 맞서길 두려워했기 때문이다”고 기술하고 있다.

 

3장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에서는 “중공은 이주 중국인을 활용해 호주 사회 전체를 중국의 가치에 공감하고 베이징이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장기적으로 한족(중국인)을 유권자 집단으로 동원해 중국을 지지하는 후보를 호주 의회와 고위 공직에 진출키고자 한다는 사실이 문서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있다.

 

4장 ‘밀려들어오는 돈’에서는 “중공이 호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당에 기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듯 중국계 호주인 일부가 호주 정치기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 이 추세대로 가면 베이징 대리인들이 정치를 장악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중국이 호주 정치를 흔드는 중심지는 뉴사우스웨일스주 노동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5장 ‘연구소부터 언론까지’에서는 “호주중국관계연구소의 세미나와 출판물은 중국 공산당 선전물들과 비슷하다. 이 연구소는 합법적인 연구기관이지만 호주에 영향력을 미치고자 베이징의 지원을 받는 위장된 선전집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016년 5월 중공중앙선전부장 류치바오(劉奇葆)가 호주를 방문해 ‘호주의 주요언론사는 신화통신, 인민일보, 중국일보가 제공하는 기사를 싣고, 중국으로부터 거금을 받는다’라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6장 ‘중국에 저당 잡힌 경제’에서는 “중국은 자원과 에너지, 식품산업은 물론 인프라를 겨냥해 전 세계에 수천억 달러를 내보내고 있다. 이런 투자금을 통해 경제를 개방시킨 뒤 점차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호주를 떼어내려고 한다. 굳이 떼어내지 않아도 이 캥거루는 먹을 게 많은 곳으로 뛰어갈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7장 ‘유혹 또는 강압’에서는 “중공이 세계로 영향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호주를 시험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호주의 지정학적 위치,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화교,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다문화 정책 등 3가지”라고 주장한다. 호주를 서구 진영의 약한 고리로 판단했고, 중국 우월주의에 빠진 화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중국의 가치와 전통을 높인다는 핑계로 중공의 입장을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란 얘기다.

 

10장 ‘대학에 들어온 중국’에서는 “2016년을 기준으로 호주 대학이 중국 대학과 공식적으로 체결한 연구협력 계약이 1100여 건, 직원이나 학생 교류 협약도 수백 건이다. 이런 협약이 대학 행정부를 중국에 우호적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한다.

 

11장 ‘문화전쟁’에서는 ①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차이나 머니’와 관련하여 2016년 외국인이 뉴사우스웨일주 신축주택의 25%, 빅토리아주 신규주택의 16%를 사들였는데, 이 중 80%가 중국인이라고 말한다. ⓶ ‘신(神)까지 포섭하라’에서 한 중국인 장로교회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한 중국인 감리교회는 “위대한 나라로 떠오른 중국과 시진핑의 등장도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것”이라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고대 로마의 한 정치인은 공정한지 아닌지 타당한지 불합리한지는 서로 국력이 비슷할 때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약소국 A가 강대국 B와 관계에서, 자국의 정책들이 B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균형을 잃어 자국에게는 손해가 되고 B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정책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호주의 경우처럼 예속되어 간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런 현상을 지적한 클라이브 해밀턴의 문제 제기는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는 올해 4월 출간된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우리나라에게 한 마디 엄중한 경고를 하고 있다. “중국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을 깨닫지 못하면, 한국도 위험하다”라고.

 

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프로필 ▶ 미래문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前 駐중국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대만 지휘참모대 졸업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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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중국 알기 (21)] 중국은 어떻게 호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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