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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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이 자랑하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여자와 어린이가 먼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버큰헤드(Birkenhead)"정신인을 탄생시킨 장면을 묘사한 그림 (사진=‘버큰헤드호 침몰사건’)

 

[시큐리티팩트=유철상 칼럼니스트] 아프리카 해안을 항해하던 버큰헤드 호의 조난은 백 오십년도 넘은 일이지만 영국 사람들은 이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1852년 2월 27일 버큰헤드 호는 472명의 군인과 162명의 부녀자 그리고 아이들을 태우고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항해하고 있었다. 


새벽 2시, 모든 사람들이 곤히 잠든 시간에 절망적인 일이 벌어졌다. 남아프리카 희망봉 앞바다에서 암초에 부딪혀 바닥에 구멍이 나 바닷물이 솟구쳐 배가 침몰 직전에 이른 것이다. 


사방에서 북을 두드렸다. 군인들은 갑판 위에 집합했다. 


순식간에 열병식이라도 벌이듯이 갑판에 질서정연하게 집합한 이들에게 “서둘러 부녀자와 아이들을 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상어가 우글거리는 밤바다에서 풍랑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배는 자꾸만 가라앉아 갔다. 배의 뒷쪽에 보트가 세 척 있었다. 한 척에 탈 수 있는 사람은 60명이니 다 해야 180명밖에 탈 수 없었다. 


군인들은 신속히 배 밑으로 달려가 대부분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부녀자와 아이들을 끌어올려 갑판 위의 보트에 태워 바다로 띄워 보냈다. 


거의 모든 부녀자와 아이들이 구출되었다. 이때 선장은 군인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대들도 헤엄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바다로 뛰어내려 저 보트에 타라!” 그러나 제91스코틀랜드 연대의 라이트 대위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진정한 군인이면 내 말을 들어라! 너희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보트에 매달리면 혼란이 일어난다. 보트는 가라앉고 말 것이다. 국민을 아끼고 지키는 군인이라면 이 자리에 서 있어라!”라고 명령했다. 


이 용감한 대위는 꼼짝도 않은 채 그대로 서있었다. 바닷물은 어느새 갑판 위로 올라와 무릎을 적시고 있었으며 남아 있는 보트도 없고 어떤 희망도 없었다. 


병사들은 대위의 말을 따랐다. 배가 가라앉는 순간까지 불평하는 군인, 몸부림치는 군인은 한사람도 없었다. 한 생존자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배는 마지막 순간에 축포를 울리면서 이들 군인과 함께 바닷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고.....


군인은 끝까지 신사여야 한다. 신사는 기사도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기사도는 곧 용기와 의협심과 사랑을 말한다. 


위험을 외면하지 않고, 적 앞에 비굴하지 않으며, 부하와 전우에게 친절하고, 이웃을 따뜻하게 보호하며···,신사다운 군인은 바로 이런 기사도를 가진 사람이다. 


신사는 계급이나 돈과는 상관없다. 가난한 사람도 계급이 낮은 사람도 얼마든지 신사가 될 수 있다. 


정직하고, 정중하고 침착한 사람, 그에게 용기와 의로움이 있으면 그는 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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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상 프로필▶ 現시큐리티팩트 칼럼니스트, 군인공제회 대외협력팀장, 육군 군수사령부·훈련소·소말리아·이라크파견부대·9군단 정훈공보참모, 한미연합사령부 공보실장 / 주요저서 : ‘향기로운 삶의 지혜’(2011년, 플래닛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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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상의 동서양 전사에서 배우는 교훈] ⑥용기와 의로움이 있는 신사 라이트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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