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 사용설명서(158)] 필동 도로길 한복판에서 구타당한 장교③
복부와 등짝을 패대기치던 정체불명의 취객은 필자를 꽈악 껴안았다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수방사의 추가과업이라 볼 수 있는 다음날 새벽에 집단축구가 기다리고 있고 또 작전과 임무특성상 야간에도 대기를 해야한다는 책무감 때문에 모처럼의 회식이었지만 대취할 수는 없었다.
11시가 넘어가자 특정인이 먼저가 아니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쉽지만 다음 업무를 위해 귀가를 빨리하기 위해서이다.
전방 및 육군대학에 근무할 때 보다는 턱없이 적은 양의 술잔을 기울였지만 오랜만에 음주를 한 탓에 얼큰하게 취기도 올랐다.
식당을 나서 충무로 거리로 들어서자 사람들로 붐비었던 인도가 한산해지기 시작하며 일부 취객들의 비틀거리는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필동 부대로 들어가기 위해 신호등 앞에 도달할 즈음 갑자기 앞에서 다가오던 취객 중에 일부가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는 급하게 퇴근하다보니 사복으로 갈아입지 못하고 군복 차림이었다.
그리고는 취객 두세명이 필자에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급습을 당한 필자를 보던 선배들과 후배는 황당한 상황 속에 잠시 멈칮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필자의 복부와 등짝을 패대기치던 정체불명의 취객은 “야..!희철이 이새끼야..연락도 않하고... ”하며 필자를 꽈악 껴안았다. 그 취객들은 10여년전 고교 졸업과 동시에 헤어진 뒤 연락이 끊어졌던 고등학교 미술부 동창들이었다.
거자필반(去者必返) 즉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법화경의 진리가 실현되는 해후(邂逅) 순간이었지만 당시 당황했던 수방사 작전과 선배와 후배 장교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충무로 한복판에서 구타당한 장교였던 필자는 그 황당한 사건 후, 서울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들과 돈독한 만남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