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국제적 이슈 중 하나는 ‘중국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이다. 즉 한·중 관계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갈등보다 상생의 우호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큐리티팩트는 이런 취지에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군대를 알아보는 [숨은 중국 알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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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해상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최근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상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거의 매년 시행되는 육·해·공군의 연합훈련이 대표적이다. 육군은 올해 8월 9일부터 13일까지 중국의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 칭퉁샤(靑銅峽) 전술훈련기지에서 사상 최대의 ‘서부연합-2021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명칭은 연합훈련이었지만 과거에는 각각의 지휘체계와 장비로 단독 훈련을 실시한 이후, 훈련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수준이었다. NATO와 같이 단일 지휘통제 체계와 무기, 장비가 하나로 통합된 연합훈련이 아닌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훈련은 중·러 양국군을 NATO와 같이 혼합 편성했고, 특히 연합지휘본부를 편성해 양국 언어로 지휘정보시스템을 공동 사용했다.

 

또한 초청을 받은 쪽인 러시아군이 작전회의에 참가해 훈련 전 과정을 함께 했으며, 연락체계를 구축해 필요시 수시로 임무조정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번 훈련에서 각종 데이터를 공유하고, 작전 규칙을 통일한 것은 향후 있을 수 있는 양국군의 연합작전에 기초를 수립하는 것이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 해군은 2012년 4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靑島) 일대에서 ‘해상연합-2012’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처음 실시한 후 최근까지 매년 1∼2회씩 대양에서 전투수행 능력을 배양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지휘부를 편성해 공군 지원 하에 해상 및 공중에서 적 격멸, 잠수함 사고 구조훈련, 해군육전대(해병대)의 상륙훈련 등 훈련내용은 다양하다.

 

양국 해군의 연합훈련에서 주목할 사항은 첫째, 중국 해군이 지중해(2015년)와 발트해(2017년)까지 진출하는 등 활동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양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고, 러시아가 유럽에서 NATO군과 충돌 시 중국군의 지원 가능성을 과시한다는 점이다.

 

둘째,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 연합훈련은 해당 지역에서 영토분쟁 발생 시 중·러 연합작전의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올해 중국과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 부근 해역에서 3일간 해상연합훈련을 하고 일본 쓰가루 해협을 통과한 후 일본 열도를 따라 남하하여 일본을 긴장시킨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 공군도 2019년 7월과 2020년 12월, 한반도 부근에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면서 연합훈련을 했다. 2020년 12월에는 러시아가 Tu-95MS 전략 폭격기, A-500 공중조기경보기(AEW&C)와 Su-35 전투기 등 15대와 중국은 H-6K 제트형 전략 폭격기 4대 등 총 19대가 참가해 동해의 독도 상공과 남해의 이어도 상공을 왕복했다. 러시아 Su-27 전투기가 중국 H-6K 폭격기를 호위하는 훈련도 했다.

 

이러한 중·러의 공중정찰 활동은 한·미·일 안보태세 또는 결속력을 시험하고, 양국의 군사협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러 국방부는 “비행 중 양국 군용기는 국제법 규정을 엄격히 준수했으며 타국 영공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양군의 전략협력 수준 및 연합행동 능력을 높이며 전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위한 훈련”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군의 연례협력계획에 포함된 프로젝트로 제삼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무기와 군사과학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상하이 협력기구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관련 국가들과 다자안보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양국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미국 견제’에 국익이 일치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미국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가장 위험한 도전 세력으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억제하고 있고,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손잡고 함께 미국에 대항하고 있는 국면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019년 양국 수교 70주년 행사에서 중·러 관계를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新时代中俄全面战略协作伙伴关系)로 격상하고, 최상의 관계임을 과시했다. 중·러의 군사 협력은 ‘미국 견제’라는 양국의 공동목표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우리에게 이 의미는 한반도 주변 공중과 해상에서 중·러의 공군기와 군함들을 더 자주 마주칠 것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중·러 양국은 이와 같은 군사협력은 물론이고 각종 국제정치 문제에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의 사드 배치 문제. 북한 핵 문제, 미국의 한국이나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미·중 패권 경쟁보다 잘 보이지 않는 다른 흐름을 간파해야 한다. 그 흐름은 중국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이 일본 및 NATO와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일·NATO 對 중·러 구도가 대립하는 첨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전략적 모호성도 하나의 방법은 되겠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프로필 ▶ 미래문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前 駐중국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대만 지휘참모대 졸업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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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중국 알기 (32)] 중국, 미국 견제 위해 러시아와 연합훈련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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