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국제적 이슈 중 하나는 ‘중국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이다. 즉 한·중 관계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갈등보다 상생의 우호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큐리티팩트는 이런 취지에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군대를 알아보는 [숨은 중국 알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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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무위원회가 북중우호조약 체결(7월 11일) 60주년을 앞두고 기념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7월 1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시큐리티팩트=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인들이 환호하는 독일 통일의 장면을 보면서 통일된 한국이 바로 우리의 미래 모습일 것으로 생각했다. 통일한국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이 시대 한민족의 최대 바램일 테지만 우리는 통일은 고사하고 남북한 대립과 갈등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필자는 ‘통일의 여신이 미소를 보이며 우리 옆을 지나갈 때, 우리는 그 여신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는 어느 통일문제 전문가의 평가에 동의한다. ‘우리는 스스로 통일을 이룰 준비가 되어있는가’라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숨은 중국’을 들여다보았다. 

 

한반도 분단 원인은 두 개의 자물쇠가 잠겨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민족 내부의 이념 갈등이라는 자물쇠, 다른 하나는 민족 외부의 강대국 간 대립이라는 자물쇠다. 한반도가 통일되기 위해서는 이 두 분단의 자물쇠를 풀 수 있는 두 개의 열쇠가 필요하다. 즉, 민족 내부의 이념 갈등을 푸는 열쇠와 민족 외부의 강대국 간 이해 조정이라는 열쇠이다.

 

오늘 이야기는 외부 열쇠 중 한 부분인 중국에 대한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나, 통일과정 및 통일 이후 한국이 과연 자신들에게 유리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다. 우선 한반도 통일과정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공식적 입장은 1992년 8월 24일 채택된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나타나 있다.

 

이 성명 제5항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한반도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염원임을 존중하고,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라고 언급함으로써 한반도의 자주적·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주를 강조하는 이유는 통일과정에서 외세, 특히 미국의 개입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개입해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미국은 한반도를 거점으로 중국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강조하는 이유는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이익이 침해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분쟁 혹은 불안정성의 격화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유도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구실로 작용하며, 미국의 항구적인 동북아 주둔과 개입을 가능케 하는 명분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다음은 통일 후, 통일한국의 모습이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통일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통일 후에는 미국을 위시한 해양세력이 한반도에서 현재의 한미동맹처럼 중국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통일한국이 자국에 도움이 된다’라는 확신이 있을 때, 우리에게 협력할 것이다. 이러한 중국에 대해 다음 3가지 사항을 고려해 협의하고 합의를 해야 통일의 길로 나갈 수 있다.

 

첫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중국이 동의하거나 최소한 방해를 하지 않게 하려면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한미동맹 존속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현재 과도히 의존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점진적이고 쌍방 대등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이어서 남북통일 이후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존속하되 그 임무는 중국 견제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고 유지하는 평화유지 기구로서 변화해야 할 것이며, 이때는 미군보다 UN군 입장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 한미관계에 정통한 정경영 교수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한반도 통일 후에도 계속 유지하되, 이 지역에서 평화체제를 관리하면서 전쟁을 방지하고 외세의 개입과 각축을 차단하는 역할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 이유로 “한반도 통일 후,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는 동북아 지역의 힘의 공백을 초래하여 전쟁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지고, 일본과 러시아 등 외세가 각축을 벌일 수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둘째, 중국이 북한을 완충지역으로 삼았던 지정학적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 통일한국이 해양세력의 거점이 되면 한반도에 진출한 해양세력이 반드시 중국으로 향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중국은 잊지 않고 있어 군사개입 가능성이 높다. 과거 임진왜란, 청일전쟁, 6,25 전쟁 참전이 그 사례이며,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는 북한을 해양세력의 진입을 막아주는 완충지역으로 생각하고 있어, 중국에게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다.

 

셋째, 통일한국은 중국에 우호적이어야 한다. 중국은 주변에 적대적인 통일국가의 출현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통일한국이 중국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도 긴밀하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이해를 조절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통일문제에서 중국을 바라보면 중국이 제일 중요한 것 같고, 미국만 쳐다보면 미국이 절대적 영향력을 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양국이 모두 중요하며,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되 미국과 협의 및 합의가 우선임을 잊어선 안 된다. 서독도 통일 과정에서 미국과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미국이 나서 영국이나 프랑스의 독일 통일 반대 의견을 무마시켰고 소련과 협상을 할 수 있었다. 우리도 다를 바 없다. 

 

필자가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부터 “너의 나라 통일이 언제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중국인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답변을 대신했던 경험이 있다. 合久必分 分久必合(통일된지 오래되면 분열되고, 분열된지 오래되면 통일이 된다). 즉 시간이 지나면 통일이 되는데 아직 충분히 시간이 지나가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氷凍三尺 非一日之寒, 三尺氷解 非一日之暖(하루 추웠다고 빙하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하루 따뜻했다고 빙하가 녹는 것은 아니다). 빙하를 녹이려 하는 우리의 노력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정치 열쇠도 결국 우리의 열망과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임방순 인천대 외래교수 프로필 ▶ 미래문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前 駐중국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대만 지휘참모대 졸업

 

 

김한경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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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중국 알기 (33)] 한반도 통일 위해 중국과 협의 및 합의해야 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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