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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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방사 마크와 1990년즈음 가장 인기 있었던 이문열의 소설책 표지 (사진=김희철)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인기 작가 이문열이 70년대에 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소설은 1989년 상영된 강수연, 손창민 주연의 영화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또한 영화를 관람하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그들의 아버지가 생각나서 울었지만 아름다운 비상으로 여겨지는 스무 살의 사랑이 끝없는 추락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욱 서글프게 한다.  


하지만 이것을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청춘의 한 토막도 낭만이라는 허울로 위장하지 못하고 사는 것에 내몰려 평생을 쫓기듯 살아온 사람들... 그런 사람을 아버지로 가졌기에 주인공 임형빈(손창민 분)이 더 없이 가여웠다.  


영화 줄거리 중에 마지막 부분에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만나 파티나 여행의 쾌락에 젖어있는 서윤주(강수연 분)와 임형빈은 행복의 시간을 보냈지만 얼마 후에 윤주는 형빈을 귀찮아 하며 쪽지를 남기고 떠났다.  


그의 추적 끝에 몇 년전 같이 여행했던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또다시 만났지만 그녀는 형빈에게 쏘아붙인다. 결국 참지 못한 형빈은 미리 준비해 온 권총으로 윤주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총에 맞은 윤주는 안간힘을 다해 형빈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며 “왜 일찌감치 자신에게서 도망가지 않았냐?”, “함께 추락하는 것이 두렵다...”는 등의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둔다.  


그리고 형빈 또한 그녀를 사랑했기에 살인자가 되는 비극적인 종말로 영화의 막이 내렸다. 


선택의 한끝에서 지독한 사랑에 빠진 것치고는 그에게 내려진 형벌을 너무 무거웠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사랑의 댓가라고 한다면, 사랑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필자가 수방사에 근무하던 시절에 전무후무한 매진 기록을 세우며 대히트했던 이영화는 1990년에 11회 청룡영화제 각본상도 받았다. 


그런데 당시 필자도 사무실에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려고 했는데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배처럼 추락하는 내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한없이 초라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며 필자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소설과 영화처럼 그래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끝까지 한번 버텨 보자”하는 오기도 발동했다.(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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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사용설명서(173)] 애환·비참·처절한 추락이 성공의 밑거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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