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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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항곡사진의 중앙에 검정색 줄이 좌측 한강으로 흐르는 사천강이며 그 밑에 흰색줄은 전초진지 앞에 있는 도로이고 사천강 위쪽의 개활지는 중공군의 진지, 우측은 이근식 중위의 모습 [사진=해병대]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끝없이 지루한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근식 중위가 작전보좌관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연대본부는 특별히 포병대대에서 발전시킨 ‘Box Means’ 전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일종의 진내사격으로 적을 방어진지 내부로 끌어들이고 우리 해병 전원이 진지 중앙에 파놓은 동굴 속으로 대피하면 포탄에 VT신관을 장착한 포병사격으로 공중에서 폭발시킨 포탄에 의해 진지내에 진입한 중공군을 살상하는 방법이었다.

 

각 대대장과 작전장교를 연대의 관측소(OP)가 있는도라산 155m고지에 집합시켜 이 전법에 대해 사전 회의를 했다. 특히 아군이 대피하는 시간과 적들이 노출되었을 때 포격하는 시간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했다. 자칫 잘못하면 아군의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공군의 공격이 집중되던 전초진지 36m고지에 계획을 했고 어느날 자정무렵 공격해온 적들과 교전을 하던 해병들은 신호에 의해 일제히 대피동굴로 피신했다. 이어 VT신관을 장착한 105mm야포사격으로‘Box Means’ 전법이 시작됐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점검해보니 완전히 집단 도살을 당한 것처럼 진지 주변 일대에는 적들의 시체가 산재해 있었다.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고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그 다음날 인접 전초진지에서도 ‘Box Means’ 전법은 또 적중했다. 연대는 이틀 간 계속된 성과에 만족했고 우리 해병 장병들도 오랜만에 그들의 피로를 풀고 지루함도 달랠 수 있었다.

 

그후 일과 처럼 매일 공격해 오던 적들의 야간 공격이 뜸해졌다. 반면에 우리 해병연대가 이 작전 성공에 만족했고 기뻐하며 방심한 것이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며칠후 중공군은 다시 전초진지로 야간공격을 했는데 종전의 방법대로 응전하다가 전원이 동굴로 대피했을 때 이번에는 포병사격이 지연되었다. 이때 적들은 미리 준비해 온 폭약장치통을 해병 대피호 속에 박고 폭파시켰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함몰된 대피호 속의 해병들은 모두 매몰됐고 중공군들은 포병사격 전에 신속히 철수해 버렸다.

 

그때 연대본부에서는 교신이 두절된 전초진지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이튿날 전초진지에 가보니 진지 중앙부가 함몰되어 있었고 폭파로 매몰돼 전사한해병들을 발굴할 때의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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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전쟁사(150)] 해병대의 '장단·사천강지구 전승'으로 서부전선을 지켜...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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