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고별 방문한 신말업 군사령관을 영접할 때 사단에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차원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군대는 전투집단이기 때문에 강해야 한다. 군대는 훈련이다”라는 지휘 철학으로 일관했던 전형적인 야전 지휘관인 신말업 장군은 1972년 즈음 무적태풍부대 대대장 근무시에 필승교 부근에서 수류탄 사고로 부하를 잃었다.
백마부대 수색중대장으로 베트남 전쟁에 13개월 동안 참전했을 때에도 한명의 인원 손실없이 부대원 전원이 무사히 귀국하는 등 부하 사랑이 남달랐던 신말업 장군은 대대장 시절의 불의 사고가 항상 가슴속에 아픔으로 남아있었다.
통상 타부대는 사령부에서 사단 참모 및 연대장들과 만나는 정도의 고별방문이었으나 사단은 업무보고를 간단히 마친 후 곧장 필승교로 신 사령관을 안내했다.
필승교 부근 임진강가에 조그마하게 준비한 추모 제사상 앞에 선 신말업 군사령관은 35년간의 군생활을 마감하는 화려한 영광 뒤에 숨겨진 우여곡절(迂餘曲折)과 부하를 잃어 가슴 속에 깊은 아픔을 간직한 회한에 잠시 고개를 숙이며 숙연해졌다.
고별방문을 마치고 복귀하는 신 사령관은 치밀하고 세심하게 배려해 준비한 사단에 감탄하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사령관 고별방문 준비는 대성공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정보참모 김형배 중령이 건의했다고 전해지며 준비지침을 하달한 사단장 이재관 장군의 혜안이 돋보였다.
이를 통해 상급자이던 하급자이던 심지어 적이라도 상대방 입장에서 고려하고 대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가 가슴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