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팩트=송승종 칼럼니스트)
북한 화성-15호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미·중 군부인사들 간의 이례적인 접촉 동향
한반도 유사사태 발생시 대비한 5개 난민수용소 중국 창바이 등에 건설 논의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의 완성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북한 화성-15호 미사일의 시험발사(11월 29일) 직후부터 미·중 고위급 군부인사들 간의 접촉과 아울러,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심상치 않은 일련의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상기 움직임은 △ 미 국방대(NDU)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미·중 군사대화, △ 중국 국경일대 난민수용소에 대한 보도, △ 미·중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모델로 삼은 막후접촉설, 그리고 △ 틸러슨 국무장관의 우발사태 관련 발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클라크(Richard Clarke) 미 합참 기획국장과 중국의 사오위안밍(邵元明)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이 각각 이끄는 양국의 군부 고위급 인사들이 북한 화성-15호 미사일 발사 직후, 워싱턴 DC에 소재한 미 국방대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미 국방부는 동 회의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계획되었음을 강조하고, 대화의 주제가 북한이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 던포드 합참의장은 비공개 회담이 양국간 “위기관리, 오판 방지, 오해의 위험 감소”를 위한 좋은 기회였다고 발언했다. 사실 던포드 의장은 지난 8월 베이징 방문시, 팡펑후이(房峰輝) 당시 중앙군사위 연합참모장과 가진 회담에서 합의했던 사안으로, 원래 최초 회의를 11월중 갖기로 했었는데도 공교롭게 그 시점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일치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회의가 “위기관리 및 상호 신뢰증진을 위해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양국 신뢰관계가 깊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유사사태와 관계된 논의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거부하던 중국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해 12월 초에는 중국 국영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中國通信) 창바이(長白) 분사 명의로 된 내부문건이 인터넷에 유포(현재는 모두 삭제)되어, 소동을 빚기도 하였다. 동 문건에 의하면,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시 창바이 정부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 난민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5개소의 난민 수용소를 짓기로 계획했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수용소의 구체적인 장소도 적시되었다. 창바이는 북한과 불과 300km도 안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난민수용소 건설의 최적지로 꼽힌다.
미 워싱턴포스트지, ‘북한 핵보유국 인정-북핵 수출 금지’ 방안 보도
한편, 워싱턴포스트(WP)지는 “트럼프 클럽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김정은(Kim Jong Un wants to join Trump’s club)”이라는 기고문에서, 11월 29일의 미사일 발사로 오히려 미·북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운을 떼었다. WP에 의하면 특히 러시아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북한의 분명한 목표는 인도·파키스탄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대신, 다른 국가에 핵기술을 팔아먹지 않거나 미국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WP는 미·중 고위급 군부인사들 간에 55년전 핵전쟁을 피한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사례연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정권 붕괴 등 북한 급변사태 시 대비책, 미·중 당국 간 논의 시동
끝으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미나(12월 12일)에서, 국무부 홈페이지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하여 “유사시 미군이 38선을 넘어가더라도, 반드시 남쪽으로 복귀할 것임을 중국에 약속”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는 상황을 상정하고 미·중 간에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그는 “나와 매티스 장관, 던포드 합참의장이 참석하는 중국과의 외교 전략대화”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와 관련된 고위급 대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미나(12월 12일)에서, 국무부 홈페이지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하여 “유사시 미군이 38선을 넘어가더라도, 반드시 남쪽으로 복귀할 것임을 중국에 약속”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는 상황을 상정하고 미·중 간에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그는 “나와 매티스 장관, 던포드 합참의장이 참석하는 중국과의 외교 전략대화”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와 관련된 고위급 대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미·중관계 전문가로 알려진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가 “중국은 한·미와 협력하여, 한반도 전쟁 발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기고했다.
상기 내용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 국무장관이 행정부 각료급 인사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 미군이 38선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포함하여,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트랙-2(민간)나 트랙-1.5(반관반민) 대화에서도 비밀유지를 전제로 이뤄지던 북한 급변사태 관련 대화가 이제는 트랙-1(정부 당국자) 레벨로 격상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것으로, 특히 틸러슨 국무장관이 극비사항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의도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해 고강도 대북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를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거론한 미·중간 ‘빅딜설’, 즉 김정은의 일탈이 계속되면 북한을 건너뛰고 미·중간 대타협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로서도 이는 ‘코리아 패싱’에 해당되는 바, 이와 관련한 한·미·중 대화채널을 구축 및 가동하는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중간 북핵위기로 고조된 상호충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더라도, 북한위협의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남을 것이다. 또한 미국이 유사시 미군을 38선 이북에 주둔시킬 의도가 없음을 밝힌 것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위한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데 기여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중간 전략대화의 심화가 우리의 이익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는 측면에 만반의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