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방위사업개혁협의회.png▲ 국내 방산업체들과 경쟁관계인 무기중개상들이 '방산 비리'의 실체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방위사업 개혁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무기중개상은 외국 방산업체의 ‘대리인’, 국내방산업체와 무관

국내 방산업체는 무기 중개상과 경쟁관계, 비리 싹틀 소지 없어

해외 무기체계 도입을 주선하는 무기중개상은 국내 방위산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방산업체와 무기중개상을 모두 정부에 무기체계를 공급하는 대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무기중개상의 비리가 불거지면 방산업체의 비리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무기중개상이 관련된 비리 사건이 발생하면 “방산 비리가 또 터졌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연유로 무기중개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방산업체에 대한 인식으로 연결되어 방산업체 종사자들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조성된다.

사실 국내 방산업체는 외국 방산업체나 무기중개상에 비해 국내법규와 제도, 정부의 강력한 관리 감독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리가 싹틀 소지가 매우 적은 편이다. 

심상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장에 의하면 “무기중개상은 외국 방산업체를 대리하여 무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를 주선하여 성사될 경우 성공에 대한 보수(중개 수수료)를 받는 개인 또는 업체”라고 한다.

따라서 “무기중개상은 외국 방산업체를 대리하여 활동하기 때문에 방위사업(防衛事業)의 영역에는 해당되지만 방위산업(防衛産業)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의 실질적인 경쟁자는 국내 방산업체”라고 서우덕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주장한다. 

국방개혁자문위 관계자에 따르면 “무기중개상의 범주에는 해외 방산업체의 대리인으로 정식 등록된 무역대리점(일명 오퍼상)과 일부 정식 등록 없이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방산 브로커’(일명 컨설턴트 혹은 로비스트)가 있다”고 한다. 방위사업청은 “이들의 중개수수료가 무기구매 대금의 1∼5%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2010년 국회에 보고했다.


김영삼 정부의 포탄도입 사기 및 김대중 정부의 ‘린다 김’ 사건 등 역대급 사건은 모두 무기중개상 비리

대다수 비리는 이들이 군의 무기 소요에 관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획득하거나, 자신들의 무기 정보를 군의 무기 소요에 반영하고자 관련된 기밀을 수집하거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군 고위직위자 및 관계자에게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김영삼 정부의 포탄도입 사기 사건과 김대중 정부의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건(일명 린다김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포탄도입 사기 사건은 1990년 11월 국방부 조달본부와 프랑스 군수업체 EFICO사 간에 북한제 포탄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계약을 중개한 광진무역 대표 주 모씨가 EFICO사 대표와 짜고 물품이 선적된 것처럼 선하증권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모두 4차례에 걸쳐 무기대금 667만 달러를 빼돌렸다. 조달본부는 무기중개상에게 속아서 구매대금을 지불하고도 포탄을 도입하지 못했고, 언론과 국회가 책임을 추궁하자 1993년 12월 권영해 국방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비 2억 944만 달러) 사건은 미국 E시스템사의 로비스트였던 린다 김(무기중개업체 IMCL사 회장)이 사업 수주를 위해 군 고위층 및 정·관계 인사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1998년 10월 정보본부 이 모 대령 등 4명이 IMCL사 전 사장 신 모씨 등 2명에게 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함께 검찰에 구속되었으나, 선고유예 및 집행유예로 모두 풀려났다.

린다 김은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2000년에 자신의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자진 귀국하였다. 당시 검찰이 린다 김을 수사하던 중 5월 3일자 중앙일보에 이양호 국방부 장관이 린다 김에게 연서(戀書)를 보낸 사실이 보도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검찰수사 결과, 린다 김은 뇌물을 주고 2급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으며, 이장관은 처벌 받지 않았다.

포탄도입 사기 사건과 린다 김 사건은 방위사업에서 무기중개상을 로비와 비리의 아이콘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대표적 사건이었다.


무기중개상, 논란 많지만 ‘긍정적 기능’을 잘 살려야

정부, 무기중개상 비리 근절을 위해 ‘방산 브로커’ 양성화 방안 검토 필요

하지만 무기중개상의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방산업체가 외국에 무기를 판매하려면 현지에서 구매 관련 상황과 분위기 파악, 정부 및 군 관계자와 의사소통, 구매정보 획득과 교환, 정부 측의 각종 요구에 대응, 제안서 제출, 시험 평가, 협상, 사업관리 및 대금 지불, 납품 및 배치, 후속 군수지원 등이 필요하다.

이 경우 현지에 직원이 상주하는 사무소를 직접 개설하거나, 무기중개상 같은 대리인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산수출 담당자들은 “통상 회사의 이익과 수주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대리인을 통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한 때 국방부에서는 일반 무역대리점의 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국방부가 직영하는 무역대리점을 설치하기도 했었으나 기능 발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폐지하였다.

최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일부 방산 브로커들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비리 차단을 위해 로비스트 같은 방산 브로커를 등록하여 관리하는 양성화 방안과 비리로 적발된 무역대리점의 등록 취소 및 입찰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방법만으로 무기중개상의 비리가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렵다. 방산 전문가들은 “고위직위자 또는 사업 담당자들이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사업에 필요한 군사기밀은 일정 부분 공개하는 것이 비리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부는 무기중개상들의 건전한 활동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둔 정책 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해외 무기체계 도입 관련 의사 결정이나 정책 판단이 무기중개상의 부정적 영향력으로 인해 편향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한경2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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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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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비리 대해부] ② 방산비리 오해의 원인 제공자 '무기중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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