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7(토)
 
지도.png▲ 북한의 ‘례성강 1호’가 대북 제재조치를 위반한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사진출처=미국 재무부 공식 사이트
 

(안보팩트=송승종 칼럼니스트)

WSJ, 지난 해 12월 중국 반대로 유엔 제재 위반대상 목록에서 제외된 중국 선박 6척의 밀거래 경위 상세 보도

트럼프 미 행정부, 중국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실 우회적으로 비판

대북 압박 위한 중국 역할을 강조하는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부임 앞두고 민감한 기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 언론을 통해 중국 선박 6척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면서 북한산 석탄을 밀거래한 정황 증거를 폭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 주로 중국인(홍콩 포함)이 소유하거나 운영해온 선박 6척의 대북 불법 거래 행태를 소개했다.

문제의 밀거래 행위들은 지난 해 8월 5일 북한에 대한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안 2371호가 통과된 직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해 12월 중국 선박 10척의 밀거래 행위를 포착해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제재 위반대상 목록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측의 반대로 4척만 블랙리스트에 포함되고 나머지 6척은 기각됐다. 미 측은 이번에 WSJ를 통해 중국이 밀거래 행위를 부인했던 6척의 북한산 석탄 밀거래 행위를 상세히 공개함으로써 중국 측의 대북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WSJ의 보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와 이를 위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지닌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의 부임을 앞두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는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정책을 병행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글로리 호프 등 중국 선박 6척, 북한 항구 드나들 때 자동선박식별장치(AIS) 끄고 잠행

중국 연안 등에서 AIS켜고 1주일 동안 운항하는 등 북한 입항 사실 은폐 시도

미 정보당국 위성, 북한 석탄 밀거래 동선 상세하게 포착해 중국 당국에게 ‘한 방’ 먹인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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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ichael R. Gordon and Chun Han Wong, “Six Chinese Ships Covertly Aided North Korea. The U.S. Was Watching,” Wall Street Journal, January 19, 2018.)


WSJ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안보리에 블랙리스트 지정을 요청했던 10척 가운데 중국의 반대로 제재대상에서 제외된 중국 선박은 글로리 호프 1, 카이샹(Kai Xiang), 신성하이(Xin Sheng Hai), 위위안(Yu Yuan),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삼정 2호 등이다”고 보도했다.

이 선박들은 국제사회의 감시 눈길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여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켜면 선박의 위치가 노출됨을 우려하여 북한을 입출항하면서 AIS를 끄고 잠행하였으나, 미국 정보당국의 위성에 포착돼 결국 꼬리가 잡혔다.

AIS는 선박이 자신의 위치를 외부에 알리는 장치로,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해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AIS를 항상 켜둔 상태로 운항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반해도 마땅한 처벌조항은 없으며, 해상에서 AIS를 끄면 사실상 그 배는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어 선박의 명칭이나 화물, 목적지 같은 것을 알 수 없게 된다.

국제해상지침에 따르면, 해적과 조우하는 등 위급한 상황에서는 위치를 숨기기 위해 선장이 AIS를 끌 수 있지만 다른 배와 충돌 위험이 있어 위험한 순간만 지나면 즉시 켜야 한다.

미 재무부 소속의 해외자산통제실이 공개한 위성사진에 의하면, 조선 금별무역회사가 소유한 ‘례성강 1(Rye Song Gang 1)’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는 등 북한 선박이 대북 제재 조치를 위반하는 정황이 포착되어 있다. 

중국인이 소유한 글로리 호프 1호는 지난해 8월 5일 북한에 대한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 2371호가 통과된 직후 파나마 깃발을 달고 서해-대동강을 거쳐 북한 송림 항에 입항했다. 8월 7일 송림 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중국 쪽 해안으로 나왔다. 북한을 드나들면서 AIS를 껐다.

이어 같은 달 15일 중국 롄윈(連雲) 항에 접근하면서 AIS를 켠 뒤 항구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주변 해역을 맴돌았다. 미 정보당국은 글로리 호프 1호가 마치 중국 항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고 WSJ은 전했다.

롄윈항 주변 해역에서 1주일 이상을 배회하던 글로리 호프 1호는 베트남 깜빠(Cam Hpa)항으로 이동, 북한에서 실었던 석탄을 하역했다. 베트남 항으로 진입하면서 다시 AIS를 껐다.

역시 중국인 소유의 카이샹호는 지난해 8월 31일 AIS를 끈 채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었다. 이틀 뒤 홍콩을 거친 뒤 베트남 깜빠항에서 석탄을 하역했다.

중국 등록 선박인 신성하이호는 지난해 8월 10일 중국에서 출발한 뒤 한반도 해역을 거쳐 같은 달 18~1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주변에 진입, 항구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인근을 배회했다. 이때는 AIS를 켠 상태였다. 러시아산 석탄을 선적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위치를 일부러 노출 시킨 것이다.

신성하이호는 이틀 뒤 AIS를 끈 뒤 북한으로 향했고 같은 달 31일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어 9월 말 베트남에서 석탄을 하역했다.

위위안호는 8월 12일 북한 원산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남부의 항구도시 나홋카 주변 해역으로 이동, 엿새간을 배회하다 같은 해 9월 5일 사할린 홀름스크에 석탄을 하역했다.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여수항을 출발한 뒤인 10월 19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인 삼정 2호에 정유제품을 선박 간 이전(ship to ship) 방식으로 이전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 정부는 11월 여수항에 다시 입항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를 안보리 결의에 따라 억류했다. 또한 12월에는 북한과의 유류밀수 혐의로 파나마 국적의 코티호를 당진항에 억류했다.

코티 호의 소유주는 중국인이나, 파나마 소유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중국회사들이 자사 운영 선박의 선적(船籍, 배의 국적)을 제3국에 두는 ‘깃발 바꿔달기’ 수법으로 안보리 제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법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밀수행위에 가담한 회사의 선박들은 그런 불법 선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한 선박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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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송승종 대전대 교수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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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트럼프 미 행정부, WSJ 통해 중국선박 6척 북한 석탄 밀거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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