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4(금)
 
강경화.png▲ 강경화 외교부 장관(앞줄 오른쪽 네번째) 등 각국 외교 장관들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관한 외교장관회의'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보팩트=김철민 기자)

강경화 외교장관 지난 16일 20개국 외교장관 회담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피력, 미·영·일 반대로 좌절?

북핵 문제 해결 논의 시작도 못하고 인도적 지원하면 한국사회 내 ‘찬반 논쟁’ 격화 예상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조성된 남북화해 국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중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대북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의사를 밝혔으나 북핵 해결을 위한 제재와 압박 국면이 지속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반대에 직면했던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간 논의는 전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추진될 경우, 우리 사회내의 찬반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강경화 외무장관은 지난 16일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20개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에 강한 의욕을 표명하면서 “지원 실시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영국, 일본 등  3개국이 "시기상조"라며 단호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면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대북 제재에 대한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강 장관의 의사에 찬성해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 필요성을 주장한 외교 장관도 다수 존재했지만, 미·영·일 3개국의 주장에 찬성하는 국가가 더 많았다”면서 “결국 밴쿠버 회담의 공동 의장성명에는 대북 인도지원과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밴쿠버 회담에는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콜롬비아, 그리스,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태국,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인도, 일본 등 20개국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해 9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대북 인도지원 사업에 800만달러(약 90억원)를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북핵 위기 등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집행 시기 및 규모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강 장관은 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지원방안의 집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남북고위급 회담 합의문에 ‘남북 당사자 원칙’ 강조, 남한 주도 지원 근거될 수 있어

고위급 회담 북측 대표단인 황충성 조평통 부장, 남북경협 및 인도적 지원 전담하는 민경련 출신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및 남북화해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개최됐던 남북고위급 회담의 합의문에 남한 주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겨냥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총 3개 조항으로 구성된 남북고위급 회담 합의문의 3항에는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북한이 이 조항을 근거로 삼아 대북인도적 지원이 국제사회와 무관하게 당사자간 문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남북고위급 회담은 우리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삼아 개최됐다.

따라서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기자와 만나 “고위급 회담 북측 대표단 중의 한 명이었던 황충성 조평통 부장은 북한의 대남 협력 사업을 총괄해온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의 참사를 역임했다”면서 “유엔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돈줄이 막힌 김정은 정권이 남북경협 및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기 위한 실무 총잭으로 황부장을 대표단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황 부장에 조평통에 오기 전에 근무했던 민경련은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설립된 기구로 알려져 있다”면서 “강경화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북인도적 지원 문제가 의외로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23일 정례 브리핑서 대북제재와 무관한 대북 인도적 지원 강조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에 대해 북측 후속 반응 없어, 그 의도 두고 다양한 분석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이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외무성이 중국 측 제재로 인도주의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북한 외무성 측 주장에 대해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집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대북제재가 인도주의적 지원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가 북한에서 인도주의 지원 업무를 펼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원칙적으로 합의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개최와 관련, 북측이 후속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회담 개최와 인도적 지원 재개를 연관시키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에 관한 질문에 "저희가 (북측의) 대답을 계속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는 진행되는 사항은 없지만, 실시된다면 곧바로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작년 7월 북측에 대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이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군사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아직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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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분석] 북핵 건너뛰고 ‘대북 인도적 지원’ 중대 이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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