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타곤의 고위인사인 셀바 미 합참차장, 북학의 핵 및 ICBM 보유가 미국 안보 위협임을 강조
선제공격 가능성 시사하면서도 '핵보유 적대국' 방식과의 차별성 강조해 대북 유화 제스처도
(안보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셀바(Paul J. Selva) 미 합참차장은 “미군은 필요하다면 북한이 보유한 핵미사일 인프라의 대부분을 파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30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의하면, 공군 대장인 셀바 차장은 워싱턴 주재 기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 대화를 가진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프라의 대부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사행동에 들어갈 경우 미군이 파괴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의 비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뿐만 아니라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시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셀바 차장은 북한의 ICBM이 ‘종말유도체계(terminal guidance system)’와 ‘재진입 운반체(reentry vehicle)’ 같은 2가지의 핵심적 기술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종말유도체계’는 미사일로 특정한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고, ‘재진입 운반체’는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난 다음 표적을 향해 핵탄두를 탑재한 상태에서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 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미 그런 능력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런 평가는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아직 미 본토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 작년 12월 매티스(Jim Mattis) 국방장관의 발언과 일치한다.
폼페오 CIA 국장도 1월 29일(현지 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수개월 내에(in a matter of handful of months) 미 본토에 핵미사일을 날릴 수도 있다고 예상하면서 미 정보당국은 북한 핵능력에 관해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저명한 군축 전문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라이트(David Wright) 박사는 작년에 북한이 실시한 3회의 ICBM 시험 발사가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8천마일(약 1만 3천 킬로미터)을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미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고 경고했다.
셀바 차장은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을 은폐하고 미국의 첩보위성을 회피하는 능력이 제고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의하면, 북한은 거의 탐지되지 않는 발사대로 미사일을 신속히 움직이는 새로운 수법을 포함하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장하는 은폐 및 기만술을 대폭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북한 탄도미사일 능력을 아무리 정밀하게 감시하더라도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나 경고를 포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운이 좋으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10여분 전에 발사준비 징후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셀바 차장은 미사일이 발사되면 즉시 첩보위성과 레이더가 이를 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사일 발사 직후 불과 몇 초 만에 그것이 미 본토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 위치한 지상배치 요격미사일 체계에 발사준비 상태에 돌입하도록 명령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셀바 차장은 무기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선제공격은 미국이 ‘핵보유 적대국(nuclear-armed adversaries)’에 대응하는 일반적 방식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방식은 “그들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외교적 책임을 맡고 있지 않음을 전제하면서, 현재는 북한이 아직 결승선(the finish line)을 통과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대화의 문은 아직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셀바 차장 같은 펜타곤의 고위급 인사가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관해 발언하는 이유는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에 근접했다는 사실이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최대의 국가안보 위협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옵션이 빈번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온 셀바 차장의 발언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첫째, 여러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셀바 차장을 통해 아직 북한이 그런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정권에게 아직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셀바 차장은 명시적으로 대북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이는 “핵보유 적대국”을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고 언급함으로써, 선제공격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과 의구심을 완화시키려는 제스처를 보였다.
아무튼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 공개된 셀바 미 합참차장의 발언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간 접촉과 대화 분위기, 한·미 연합훈련의 잠정적 연기 등과 맞물려 미묘한 여운과 파장을 남기고 있다.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