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4(수)
 
빅.png▲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지난 달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에서 빅터 차(Victor Cha)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석좌교수 겸 조지타운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대북 강경파 분류된 빅터 차, 백악관 반대로 지명철회 배경 두고 다양한 해석

빅터 차, 낙마사실 공개 직후 WP 기고문서 "대북 선제공격 반대해 트럼프가 지명철회" 요지로 해명

빅터 차 "북한에 대한 제한적 군사공격, 사태 해결 못하고 수백만 한국인과 수십만 미국인의 목숨 위협" 주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 반대, 인사검증 과정서 추가 문제점 노출,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 갈등설 등도 제기돼 

(안보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되었던 빅터 차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가 백악관의 반대로 지명이 철회되었다. 이는 주재국인 한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까지 받고 도중에 지명이 철회된 초유의 사건이다.

빅터 차는 작년 6~8월경부터 철저한 검증작업(특히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 포함)을 거쳤고, 현 정부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어 그의 도중하차는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의 낙마가 언론에 공개된 직후, “북한에 대한 ‘제한적 군사작전‘은 미국에게 엄청난 위험(Giving North Korea a ‘bloody nose’ carries a huge risk to Americans)”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시론이 워싱턴포스트(WP)지에 실렸다는 점이다. 그 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만일 북한을 누군가가 중단시키지 못하면, 북한은 미 본토를 위협하고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포기하도록 협박할 수 있는 다수의 핵무기를 제조할 것이다. 북한 독재자 김정은은 핵무기를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들에게 판매하고, 불량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의 뒷받침을 받는 전후(戰後) 세계질서를 훼손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하지만 그 해답은 일부의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주장하는 군사적 선제공격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북핵 문제에)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만큼, 그런 위험을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군사적 타격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단지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다. 군사공격은 북한으로 하여금 돈벌이를 노리고 우리에게 분풀이하려는 다른 악당들에게 핵무기를 제공하게 만들어, 핵확산 위협을 차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모든 옵션’을 추구하려는 미국의 결의를 과시하려면 김정은에게 ‘제한적 군사공격(코피전략. bloody nose)’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러한 군사공격만이 김정은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어째서 그가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만일 김정은이 예측 불가하고 충동적이며 비이성적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확전의 위기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에는 23만 명, 그리고 일본에는 9만 명의 미국인들이 살고 있다. 대북 군사공격을 감행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력이 정신 나간 독재자를 합리적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피츠버그나 신시내티 규모의 중소도시에 사는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군사작전 이외의 ‘강압전략’이라는 대안이 존재한다. 이 전략은 △ 유엔 회원국들과의 국제적 연대 강화, △ 미사일방어망 통합, 정보공유 등을 비롯한 한·미동맹 강화, △ 대북 해상봉쇄망 준비, △ 군사적 옵션의 지속적인 준비 등의 4가지 요소들로 구성될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장기적인 전략은 미국의 강점을 보완하고 적의 약점을 이용하며, 수십만 명의 미국인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빅터 차의 중도하차 사유는 ①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 ② 인사검증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추가적인 문제점 노출, ③ 기타 요인 등이다.

백악관과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앞서 정리한 WP 기고문에 그 핵심이 잘 드러나 있다. 요약해 보면, 빅터 차는 ‘bloody nose’로 알려진 제한적 군사공격에는 반대한다. 빅터 차가 반대한 이유는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연시킬 뿐이며 이 과정에서 수백만의 한국인은 물론이고, 수십만에 달하는 미국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국제사회-동맹국-우방국들과의 연대에 기초한 지속적·장기적인 대북 압박정책(해상봉쇄 등 포함)이다. 만일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라면 그의 낙마는 자신의 소신과 다른 백악관의 정책수정 요구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무리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를 위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에 반대하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 사유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노출되지 않은 추가적인 문제점이 발견되었을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확인되지 않은(확인할 수도 없는) 여러 루머성 주장이 나올 수 있다. △ 최근의 배경조사에서 그가 대사직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적신호(red flag)’, △ 빅터 차 부인이 관여했던 한국 업체와 사업상 거래에서의 문제점 등을 둘러싼 의혹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빅터 차의 후견인 격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그의 앙숙으로 알려진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의 갈등이 거론된다. 일례로 ‘bloody nose’에 대해서는 오직 백악관(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만이 찬성할 뿐, 미 국무부와 펜타곤도 반대한다.

틸러슨-맥매스터의 불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12월 중순, 틸러슨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시도하자 맥매스터는 ‘철저한 비핵화’를 강조하며 국무부의 대북협상 시도를 무력화시켰다.

때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틸러슨에게 면박을 주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빅터 차가 틸러슨-맥매스터 간에 벌어지고 있는 뿌리 깊은 갈등의 유탄을 맞은 피해자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빅터 차의 도중하차가 대북정책의 향배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차기 주한미국대사는 누가 되었건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에 앞장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핵무기로 미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을 예고했다. 아마도 빅터 차의 낙마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차기 주한미국대사가 부임한 이후라야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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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
송승종 대전대 교수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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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 낙마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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