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2월 1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안보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트럼프 행정부, 출범 1년 만에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어전략(NDS)’ 발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된 지 1년 만에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어전략(NDS)’을 발표했다. 이 두 가지 문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안보 및 국방정책의 행보를 제시해 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NSS는 1986년 제정된 「골드워터-니콜스 법안(Goldwater-Nichols Act)」에 의해, 매년 대통령이 의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NSS는 국가안보의 기본 전략 및 방향을 명시한 문서로서, 국방부가 작성하는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 그리고 국무부가 작성하는 ‘4개년 개발검토보고서(QDDR)’에 지침을 제공한다.
작년 12월에 공개된 ‘국가안보전략’은 세 가지 재미있는 특징을 보였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1년차에 NSS를 발표한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 둘째, 역대 행정부가 제출한 총 17건의 NSS 중에서 가장 분량(56쪽)이 많다. 셋째, 2017 NSS는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직접 연설을 통하여 발표한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금년 1월 '국가방어전략'을 공개했다. 이는 NSS가 발표된 지 1개월 만에 작성된 것으로, NSS와 타이밍을 절묘하게 잘 맞추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NDS는 대통령이 작성한 NSS의 지침을 따라, 국방·안보 면에서 구체적 이행방안을 망라하고 있다. 11쪽(표지 제외)에 불과한 2018 NDS는 미 의회에 보고되는 비밀문서 중에서, 일부만을 발취하여 평문으로 처리된 것이다. 그래서 NDS에는 항목별 예산편성이나 부대규모, 특정 무기체계 등에 관한 수치가 모두 삭제되어 있어 밋밋한 인상을 준다.
‘국가안보전략’의 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 ‘국가방어전략’은 강대국간 경쟁 촛점
‘국가안보전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다. 이러한 NSS의 핵심 내용은 ‘4대 기둥(Pillars)’으로 되어 있다. (1) 미국 국민, 본토 및 미국적 생활양식 보호, (2) 미국의 번영 증진, (3) 힘을 통한 평화의 유지, (4) 미국의 영향력 확산 등이 그것이다. ‘1번 기둥’은 북한을 정조준했다. 북한은 “핵무기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대량학살”하기 위해 사거리와 수량·종류 및 효과가 증가된 미사일과 함께, 화학·생물학 무기를 개발 중이다. NSS는 북한이 미국을 겨냥하여 핵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3번 기둥’은 역사의 중심적 논리를 “권력투쟁”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한다. NSS는 미국과 동맹국/우방국을 위협하는 3대 세력을 △ 수정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 △ 불량정권인 북한과 이란, 그리고 △ ISIS 같은 테러조직으로 보았다. 특히 중국·러시아를 가리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미국적 가치 및 이익에 도전하며, 미국의 안전·번영을 잠식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명시했다.
NSS를 국방·군사면 에서 뒷받침하는 NDS는 테러리즘 소탕이 아니라 강대국간 경쟁을 국가안보의 주요 초점으로 삼았다. NDS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제4장의 ‘전략적 접근방법’이다.
특히 4장에 포함된 ‘핵심능력의 현대화’라는 소주제는 군사력 현대화 프로그램의 초점이 핵전력, 우주, 사이버, C4ISR, 미사일방어(MD), 전진배치 전력, 군수, 합동 살상력 강화 등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역동적 전력운용’이나 ‘글로벌 작전 모델’ 같은 새로운 개념도 도입했다.
핵심 쟁점 : “힘을 통한 평화의 유지”,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 공식화,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 등 주장
첫째, NSS와 NDS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는 “힘을 통한 평화의 유지”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를 무려 10%나 증액했다. 이에 따라 육군(+5만명)과 해병대(+13개 대대)의 인력 증원, 해군의 함정(+70척 이상) 및 공군 항공기(+80대 이상) 증가, MD 및 사이버전력 확충, 핵전력 보강 등 군사 분야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둘째, NSS는 ‘인도·태평양’ 지역(인도 서부해안~미국 서부해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공식화했다. ‘인도·태평양’은 ‘아시아·태평양’을 대체하는 용어가 될 것이다. 단, 여기서 ‘인도’는 인도라는 나라가 아니라, ‘Indian Ocean(인도양)’을 줄인 ‘Indo’를 뜻한다.
미국이 인·태를 강조하는 이유는 아·태지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역에서 부각되는 강자는 인도이다. ‘인·태지역’ 구상은 중국이 주창하는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 인·태지역에서 중심축은 미국, 일본, 호주가 될 것이다.
셋째, NSS는 ‘경제안보 = 국가안보’라는 등식을 명기했다. 이는 보호무역을 앞세운 중상주의의 파고가 심각할 것임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의 과실을 적대국 및 경쟁국도 누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무역수지 적자를 ‘경제침략’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불사할 태세다. 북핵 위기가 아직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오랜 동맹국을 겨냥하여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과세’라는 무리수를 들고 나온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익 우선순위가 어디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넷째, NDS는 ‘2개 주요전장 승리’의 개념을 포기하고, ‘1개+(1개 주요 전장 승리 + 다른 전장은 억제)’ 개념으로 뒷걸음질 쳤다. 엄청난 국방비 증액과 대대적인 군비 증강에도 불구하고, 2014 QDR에 제시되었던 ‘승리+거부’가 2018 NDS에서 ‘승리+억제’로 후퇴한 것은 전쟁의 초점이 북한·이란이나 테러리즘이 아니라 중국·러시아 같은 강대국으로 전환되었음을 암시한다. 더 큰 문제는 NSS와 NDS의 어디에도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끝으로, NDS는 거창한 ‘국방개혁’의 구호 대신에 국방 획득·조달 분야에서의 ‘낡은 관행 척결’을 강조했다. 기존 관행은 관료적이고, 무엇보다 위험부담 최소화 및 과도한 완벽성에 집착한다. 이러다 보니 비즈니스 분야에서 달성된 기술혁신이 이런 장벽에 가로막혀 실질적 전투수행 능력에 기여하지 못하고 사장된다.
그래서 펜타곤은 신속한 조달·인도, 지속적 적응 및 개선, 빈번한 모듈의 업그레이드를 강조하고, 그에 따른 신상필벌을 공언했다. 또한 NDS는 신규 및 중소형 방산업체도 핵심능력, 인프라, 연구개발에 장기적 예측가능성을 갖고 획득·조달 과정에 동참하여 최첨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절차의 간소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적 시사점 : 상당기간 대북 압박 지속, 획득·조달 분야의 신속성과 적시성 강조
첫째, NSS와 NDS의 예리한 창끝이 북한을 지향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대북 압박이 지속될 것이다.
둘째, ‘인도·태평양’ 및 ‘1+ 주요전장’ 개념이 한·미동맹과 한반도 유사시 증원계획에 미칠 수 있는 전략적 함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필요시 이에 대한 대책의 강구가 필요하다.
셋째, NDS는 짧은 문서에서 ‘치명적/치명성(lethal/lethality)’이라는 특정 단어를 15회나 사용했다. 이것이 향후 미국의 군사력 현대화 과정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끝으로, NDS는 획득·조달 분야에서 위험기피 성향의 관료적 타성을 질타하며, 완벽성과 과도하게 높은 성능 요구보다는 신속성과 적시성을 강조한다. 신규 및 중소 방산업체를 위한 배려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실정에 부합되도록 벤치마킹하는 방안이 적극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