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4(금)
 
통영함.png▲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 부각된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의진수식 광경
 
 
통영함 음파탐지기 불량 문제, 청와대와 대립한 황기철 전 해군총장의 세월호 현장 출동 지시 이후 '표적 수사'로 변질
 
황 전 총장 2016년 대법원 최종심서 무죄 확정, 방산비리의 본질을 흐리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정치권력의 부도덕성 
 
(안보팩트=김한경기자) 

통영함 사건은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 재직 시 통영함의 음파탐지기 납품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성능미달 장비가 납품되도록 허위보고서를 작성하여 국가에 38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2015년 4월 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고, 당시 투입 준비 지시를 받았던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이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군은 2013년 12월 음파탐지기 불량을 문제 삼아 통영함의 인수를 거부한 상태여서, 통영함을 현장에 투입시키려면 방위사업청 및 대우조선해양과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어야 했다. 인수를 하더라도 작전에 투입하려면 6개월 정도 훈련기간이 필요하나, 위험을 무릅쓰고 투입 준비를 시킨 것이었다.

통영함은 잠수사 여러 명이 동시에 감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챔버를 갖고 있는데, 당시 투입 준비 지시는 현장에 투입된 다른 함정들의 챔버가 고장 나거나 추가로 필요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 함정들의 챔버가 잘 가동되어 통영함이 출동할 필요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통영함이 사고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음모론이 제기되었다. 해군참모총장이 2차례나 출동명령을 내렸는데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다가 통영함의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감사를 실시하였고,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 시절 업무를 태만히 한 책임이 있다”며 그 해 12월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국방장관에게 감사 결과를 통보하였다. 도의적 책임을 느낀 황 총장은 2차례의 사의 표명 끝에 2015년 2월 전역 조치되었다.

현직 해군참모총장이 비리에 연루되어 물러나면서 통영함 문제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 방산비리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면서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2015년 3월 검찰의 발표로 기사화된 언론 보도만 600건이 넘었고, 아직 어떠한 혐의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황 전 총장은 이미 비리의 주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방위사업청이 제출한 자료와 복수의 공익제보자의 내용을 분석한 후, “통영함 비리의 핵심은 무기중개상”이라고 주장하였다.

비리연루 의혹 업체, "검찰 수사서 회사와 무관한 K모 부사장의 개인적 일탈로 확인돼" 해명  

공익제보자에 의하면 통영함의 핵심 부품을 계약한 ‘하켄코’는 형식적으로 체계 종합만 담당하는 회사이고, 비리의 핵심은 국내에서 이를 중개한 특정 업체와 이 업체의 미국 파트너인 군수업체 ‘ITT’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해당 업체는 "통영함 관련 비리연루 의혹은 회사와 무관한 K모 부사장의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면서 "이 점은 이미 종결된 검찰 수사를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회사 입장에서는 임원의 잘못된 행동으로 신뢰도 하락 등을 겪어 피해가 크다"며 "회사가 비리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언론이 비중있게 보도해주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방위사업청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통영함에 음파탐지기를 납품한 하켄코와 총 4건 7,199만 달러(약 760억)를 계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영함 사건은 이 중 38억 원 상당의 음파탐지기 납품에만 관련이 있다.

2015년 9월 SBS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술을 토대로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 황 전 총장의 죄를 키워 4성 장군이라는 ‘전리품’을 얻기 위해 비합리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일으키는 정황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10월 1심 재판에서 황 전 총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2016년 9월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황 전 총장이 “문제점을 인식했다거나 별도 지시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통영함과 별개로 소해함 장비 도입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모 중령은 법정에서 “검찰이 황 총장을 엮으려 수개월간 회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장비 선정 및 구매 절차보다 계약 이후 제조사가 애초 제시한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음파탐지기를 납품하면서 비리가 발생하여 사업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황 전 총장은 2017년 5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감사원 감사부터 잘못되었고, 감사 과정에서 이미 ‘오로지 총장이 목표’라는 얘기가 나돌았다”며, “만약 내가 청탁 받아 부정을 저질렀다면 뒷날 총장 재임 중에 통영함 인수를 거부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2017년 1월 정부는 황 전 총장에게 보국훈장을 수여했으나, 37년 동안 쌓아온 명예를 무너뜨려놓고 훈장으로 ‘퉁 치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황 전 총장이 구금돼 있었던 기간은 199일에 달했고, 재판부가 지난 해 10월 형사보상 책임으로 결정한 금액은 5,216만원이었다.

그 사이 옥바라지와 송사 비용을 대느라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 5억 원에 가까운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내야 했고, 황 전 총장의 딸은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후 그 퇴직금을 받아 송사비용을 보태야 했다. 부인은 학원 강사를 하면서 옥바라지를 했다고 하며, 황 전 총장은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한다.

황 전 총장이 작전사령관(중장) 시절 모셨던 운전병은 “가끔 주말에 사모님이 내려오셔도 나랏돈 함부로 쓸 수 없다며 한여름 뙤약볕에 버스타고 공관으로 오라던 분”이셨다며, “그런 분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구속되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황 전 총장을 죄인으로 만들었던 검찰은 무죄 판결 이후 유감 표명조차 없었고, 혐의도 밝혀지기 전에 그를 죄인처럼 보도했던 대다수 언론들 또한 이에 대해 침묵했다.

황 전 총장 사례를 보면서 나라를 위해 정당하게 일한 것이 오해를 받고, 스스로 무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죄인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희생해야만 겨우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이 나라를 과연 누가 나서서 지키려고 할지 의문이 든다.

방위사업 비리는 반드시 척결해야 하지만, 다시는 황 전 총장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명예를 먹고사는 군인들이 어느 한 순간 특별한 잘못도 없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고, 언론은 먹이를 찾은 하이에나처럼 물고 뜯는 분위기는 정말로 달라져야 한다.


김한경200.png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 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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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대해부] ④ ‘통영함’비리와 황기철 전 해군총장의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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