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펜타곤 불화설관련 트럼프 김정일 삽화(출처: Globe Gazette)
‘제한적 대북 군사작전’을 둘러싼 백악관-펜타곤 불화설의 심화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 대북 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코피 작전'의 위험성 강조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 '정교하게 개발된 군사적 옵션' 강조하며 트럼프 '말폭탄' 지원사격
(안보팩트=송승종 대전대 교수)
조지타운대 교수인 빅터 차가 주한미대사 후보에서 탈락된 사건을 계기로 백악관과 펜타곤 간의 불화설이 새로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즈(NYT), 뉴스위크, 더힐(The Hill) 등 언론매체 보도에 의하면 백악관은 최근 몇 주일 사이 북한을 겨냥한 군사공격 옵션의 제공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펜타곤에 대해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백악관-펜타곤 갈등이 불거지는 이유는 “핵무장한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둘러싼 정책노선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맥매스터(H.R. McMaster)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경고가 신뢰성을 가지려면 미국은 반드시 ‘정교하게 개발된(well-developed)’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펜타곤은 백악관이 한반도에 재앙을 가져오게 될 대북 군사행동에 너무 성급하게 나선다고 우려한다.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군사적 옵션을 제공해 주면, 실제로 그것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백악관 및 국무부는 빅터 차를 주한 미대사에 지명한 적이 없고, 그가 낙마한 사유가 대북 군사공격에 관한 이견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빅터 차가 “예방적(preventive)” 군사공격에 반대하여 백악관과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백악관-펜타곤 간의 내분은 작년 7월, 미 본토를 사거리에 둘 수 있는 북한의 ICBM급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한 직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백악관의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 등과 전화회의(conference call)를 했다. 회의 도중에 맥매스터가 자리를 떴지만,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은 그것도 모르고 한동안 전화에 대고 자신들의 의견을 얘기했다. 국방부 및 국무부 관계자들은 그때부터 백악관이 수시로 회의를 소집하여 대북 군사옵션을 제시하라고 성화를 부린다며 불평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대북 군사옵션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 이후, 군사문제 관계자들은 발사대에서 발사 직전 상태에 있는 미사일의 제거, 북한의 핵관련 인프라 완전 파괴 같은 예방공격의 실행 가능성(feasibility)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비밀작전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도 외교적 해결책을 선호하고 있지만, 그는 과거에 북한과 협상한 결과가 미국이 “수용 불가한 양보(unacceptable concessions)”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던 사례를 강조한다.
하지만 펜타곤은 백악관과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들은 대면회의나 영상회의, 전화회의 등을 통하여, 거듭해서 “북한으로부터의 보복을 자극하지 않는 군사적 옵션은 없음(military options that would not provoke retaliation from North Korea)”을 강조해왔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작년 10월 방한할 당시 DMZ를 직접 방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 언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통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사실상 어떠한 군사적 옵션도 1천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의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NYT 등의 보도에 의하면, 그래서 그는 ‘코피 작전’처럼 아무리 제한적인 군사옵션이라도 “수용 불가할 정도로 엄청난 사상자(an unacceptably high number of casualties)”를 초래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작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하여 “화염과 분노”를 언급한 직후, 당시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Stephen K. Bannon)은 어느 미국의 진보성향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 잊어버려라”고 단언했다.
그는 “누군가가 서울에 거주하는 1천만 명의 주민들이 재래식 공격이 시작된 지 30분 내에 죽지 않을 것임을 입증하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Until somebody solves the part of the equation that shows me that 10 million people in Seoul don’t die in the first 30 minutes from conventional weapons), 군사작전이란 것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곧바로 배넌이 백악관에서 쫓겨 난 것은 이런 투박한 발언이 한 몫을 했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일반적 정설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백악관이 국방부-국무부와 회복 불가능한 갈등을 빚고 있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국무부는 궁극적으로 “차분한 이성(cooler heads)”이 우세할 것으로 여전히 믿는 눈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대북 군사적 옵션을 둘러싼 이견과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면밀히 주시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美 미주리 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미래군사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駐제네바 군축담당관 겸 국방무관: 국제군축회의 정부대표
前 駐이라크(바그다드) 다국적군사령부(MNF-I) 한국군 협조단장
前 駐유엔대표부 정무참사관 겸 군사담당관
前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