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 사용설명서(350)] 교통사고 위기극복의 여정④
당시 가장 큰 소원은 홀로 일어서 나의 다리로 침대 바로 옆 화장실로 이동하여 직접 용변을 보는 것
[시큐리티팩트=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당시에서 24년이 지난 2018년 8월17일 기상청의 '2018년과 1994년 폭염 비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여름철(6월 1일∼8월 16일) 전국 평균기온과 최고기온은 각각 25.5도와 30.7도에 달해 197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입원 당시인 1994년에는 평균기온과 최고기온이 각각 25.4도(2위)와 30.7도(공동 1위)였다. 2018년 같은 기간 일조시간은 611.3시간으로 역시 가장 길었다. 1994년에는 564.6시간으로 3위였지만 그때의 폭염은 위문온 방문객들의 더위에 지쳐있는 모습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치료를 위해 시원한 병실에 누워 극심한 더위를 느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필자는 어쩔 수 없이 누워만 있었지만 위의 사진처럼 월력에 그날의 주요 일정 및 방문자들을 메모하는 일로 지루함을 해소했다.
그때 필자의 배앞에는 골절된 골반의 고정을 위해 장착한 골반뼈에서 연결된 골반고정핀(Pelvis frame)이 불쑥 튀어 나와있었다. 헌데 로보캅처럼 쇠가 튀어나와 불편한 것보다는 침대에 누워 생리적 현상까지도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욱더 괴롭고 미안했다.
그래서 당시의 가장 큰 소원은 바로 침대 옆에 있는 화장실을 침대위의 골반고정 그네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나의 다리로 이동하여 직접 용변을 보는 것이었다.
드디어 입원 3개월 정도 지나자 침대에서 일어서도 된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다보니 다리의 근육은 모두 빠지고 앙상한 뼈만 남은 새다리가 되어있었고, 머리가 똑바로 서자 현기증으로 시야가 흐려지며 중심을 잡지 못해 침대에 쓰러지며 다시 누워야만 했다.
하지만 몇일 뒤에 난 당시 최대의 소원이었던 코앞에 있는 화장실을 두다리를 이용해 갈수 있었다. 물론 힘이 빠진 다리보다는 손으로 침대 모서리를 잡고 간신히 이동했지만 3개월만에 가족의 도움없이 화장실에서 편하게 용변을 볼 수 있다는 현실에 천하를 모두 얻은 기분이었다.(다음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