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수리온.png▲ 한 때 "비행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감사원이 발표하여 방산비리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수리온 헬기 모습
 
최초의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사업, 방산비리 낙인 찍혔지만 보완돼야 할 '기술적 결함'인 측면도

장성섭 KAI 부사장, “운영 초기 발생하는 일부 결함을 방산비리로 보고 회사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 참담한 심정" 토로

검찰 수사에서 KAI관련 납품 비리 사실등 드러난다 해도 수리온 사업 전체를 매도하면 국내 방산 발전 불가능 

(안보팩트=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7월 “방산비리 척결은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실전 배치된 수리온 헬기의 각종 ‘결함’에 대해 그동안 감사했던 결과를 종합하여 “비행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한 시점이었다. 이로 인해 수리온 헬기는 현 정부에서 밝혀진 방산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무기체계는 연구개발을 통해 시제품이 완성되면 시험평가 과정을 거치는데, 항공기의 경우 시제기의 비행 안전성을 정부가 보증하는 '감항 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까지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실제 제품이 생산되어 실전에 배치된다. 배치 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결함들을 계속 보완하게 되며, 완전한 무기체계는 이와 같은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탄생되는 것이다. 

수리온 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06년 개발에 착수하여 2012년 12월부터 실전 배치한 다목적 헬기다. 배치 이후 기체내부 빗물 유입, 전방유리 파손 등 다양한 결함들이 나타났고 두 차례의 추락사고도 발생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결함이 보완되어 비행 안전성 문제는 없는 상태이다.

감사원의 발표 이후 3개월이 지난 작년 10월 ‘서울 ADEX 2017’(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의 첫 시범 비행은 수리온 헬기였고, 고난도의 비행을 선보이면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행사에 참석한 문대통령도 박수를 보내며 전시된 헬기에 직접 앉아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장성섭 KAI 부사장(직무대행)은 ‘ADEX 2017’ 현장에서 열린 ‘항공전문가 포럼’에서 “운영 초기 발생하는 일부 결함을 방산비리로 보고 회사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 “더 이상 개발자들의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도록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마음으로 질책과 더불어 사랑도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최기영 교수는 “감사원이 인증을 거친 제품인 수리온에 왜 결함이 생기냐고 하지만, 항공기 인증이란 새로운 결함이 발견되면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 자체를 의미한다”면서 “정부가 지금 같은 잣대로 판단한다면 이미 상용화 된 선진국 군용기들도 불량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수리온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방산업체가 방산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언론에 기사화되는 내용 중에는 실제 비리사실도 있지만, 연구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 또는 기술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능 미달이나 생산 단계에서 나타나는 품질 불량 등 ‘결함’이 비리처럼 잘못 인식되어 보도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수리온 헬기 외에도 K2 전차(흑표)의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 K21 보병전투장갑차와 K11 복합형 소총의 결함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면서 방위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비리 의혹이 높아졌다.

하지만 결함은 방산 선진국들도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무수히 발생하였다.  그들은 결함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성능을 개량하여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무기체계로 발전시켜왔다. 최기영 교수도 “개발 종료가 완벽한 항공기의 제작 및 생산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결함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들은 방산업체가 마치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인식하고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에 대해 방산 선진국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함 발생과 관련하여 시험평가 전문가들은 “무기체계 개발 후 전장 환경에서 성능을 시험 및 평가하는 과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업 및 품질관리 전문가들은 “생산 단계에서 나타나는 품질 불량은 사업관리와 품질관리의 전문성 미흡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시험평가, 사업관리, 품질관리 등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발 및 생산 과정의 ‘결함’까지도 방산비리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보니 업무관계자들이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해 나가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첨단기술 개발 자체도 어려운데, 자칫하면 방산비리 누명까지 뒤집어쓰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실체도 불명확한 방산비리를 근절한다면서 방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행위는 사라져야 하고,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대다수 방산 종사자들의 노고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김한경200.png
 
안보팩트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외래교수 (공학 박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이버안보센터장
한국방위산업학회/사이버군협회 이사
前 美 조지타운대 비즈니스스쿨 객원연구원
김한경 방산/사이버 총괄 에디터 겸 연구소장 기자 khopes58@securityfact.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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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대해부] ⑤ 무기체계 개발 과정의 ‘결함’과 방산비리는 구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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